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화(13/224)
교룡회 (3)
“새로운 검술 제자는 좀 어떻던가? 맘에는 좀 차던가?”
이블린은 일주일 단위로 자신의 숙소를 찾아와서는 비싼 와인만 골라 아작(?)내는 전(前)…… 아니, 이제 다시 현 직장 상사가 된 율리우스를 노려봤다.
뽕!
오늘도 어김없이 비싼 와인이 운명 하고 말았다.
아니, 분명히 라벨도 딴 걸로 미리 바꿔놨는데 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거지?
“……대장님은 출장 같은 거 안 가십니까? 제가 있을 때는 윈터러에 거의 엉덩이를 붙이지도 않으시던 분이.”
“왜 자꾸 귀찮게 하냐고?”
“…….”
“자네 괴롭히는 게 요즘 내 삶의 낙이라서?”
“…….”
“알았네. 알았어. 그렇게 계속 노려봤다간 내 얼굴에 구멍이라도 나겠구만.”
율리우스는 갓 개봉한 와인의 향을 한껏 음미하면서 다시 본 화제로 돌아갔다.
“그래서 대답은?”
“예상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별로였나?”
“아뇨. 그 이상이었습니다.”
율리우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싱긋 웃었다.
이블린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제가 꽤 많은 분들의 검술을 지도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백갑용기대에서도 신입들의 검술 교관은 항상 자네의 몫이었지. 자네의 검은 언제나 정석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면이 있었거든. ‘암표(暗彪)’도 자네의 손을 탔었지?”
이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악시온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블린의 손을 타고 난 뒤부터였다.
그래서 이블린이 한쪽 팔을 잃고 은퇴를 하였을 때, 동백궁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었다.
“아마 듣는 자세나 재능만 따지자면…… 테오 도련님은 제가 가르친 이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뛰어납니다. 덕분에 저도 매일같이 개안하는 느낌이구요.”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그것이면 족하다.
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되는 인재인 테오에게는 올바른 길을.
안타까운 옛 수하인 이블린에게는 새로운 의욕을.
애당초 율리우스가 바라던 그림이 바로 이런 거였다.
실제로 율리우스가 바라보는 이블린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에 절어 손을 덜덜 떨었건만.
이제는 제법 날카로운 눈빛을 낼 줄 안다.
이다음에는 뭘 가르칠까 밤새 고민하는 모습에선 치열하게 살던 백갑용기대원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검도 제법 날카로워졌을 것이다.
웬만한 수련검사들 따윈 가볍게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음? 이상하다니?”
“예. 테오 도련님의 검은 아주 절박합니다. 마치 이 기회를 놓치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개화식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만…….”
이블린은 도중에 뒷말을 삼켰다.
사실 테오는 크게 걱정할 게 없는 모범생이었다.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복습하고, 열심히 체득하고.
하지만.
역설적이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테오에게서 불길한 뭔가를 느꼈다.
-마치 스스로를 불사르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
테오는 매순간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저대로 있다간 정말 다 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일까?
테오는 이블린은 물론, 매일 같이 얼굴을 보는 웰링턴이나 다른 제4 연무장의 사람들에게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겉보기엔 큰 문제가 없다.
식사도 같이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나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테오와 관련된 어느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다른 건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듯한 투.
‘그래서 머리 좀 식히라고 연회에 보내긴 보낸 건데.’
악시온이 많이 짓궂긴 해도, 테오를 잘 돌봐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자신의 본질에 충실해 있다면…….’
이블린은 생각을 하다 말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어미의 심정이 이러할까.
조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뭔가 큰 걸 보고 화장지가 없는 걸 깨달은 듯한 얼굴인데?”
“……꼭 표현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십니까?”
하지만 율리우스는 네 맘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묘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고.
하아!
이블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다가,
“알겠습니다. 말씀드리면 되잖습니까…….”
천천히 테오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 * *
테오는 교룡회 녀석들이 자신에게 서자 운운하는 것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생부터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었으니까.
고작 그런 걸로 마음이 흔들려서야 쓰겠나?
오히려 지금은
어떤 꼬투리를 잡아야 2층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거야 뭐, 따지고 보면 사실 웰도……!
교룡회의 녀석들이 웰링턴에 대해서 언급한 순간,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테오는 웰링턴이 나중에 어째서 그토록 친했던 교룡회와 결별하고 라그나르와 대립하게 되었는지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비사(祕史).
혹은 나르시오가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하는 치욕스러운 역사.
그래서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유리잔을 녀석들에게 던져버렸다.
그만 좀 닥치라고.
‘감정적이긴 했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테오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참는다고 해서 더 테오와 웰링턴을 깔보면 깔봤지, 달라질 분위기도 아니었다.
-한 번 독하게 손속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마지막까지 독하게 먹으시오.
율리우스가 예전에 신신당부했던 말도 있었고.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에 대해 강한 인상을 심겨두는 게 맞겠지.
‘그래도…… 웰링턴의 일에 내가 이렇게 욱할 줄은 몰랐는데.’
그동안 충분히 거리감을 뒀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싫었다.
웰링턴이 무시당하는 모습이.
쿵쿵쿵쿵쿵쿵!
용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혈관을 따라 혈액이 빠르게 돌고, 근육과 신경세포 곳곳에 마력이 스며들면서 강제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피어나는 살기.
‘무슨 기백이……!’
‘분명히 개화식도 아직 안 치른 입문검사일 텐데?’
‘오러를……? 아냐. 오러는 분명히 아냐. 그런데 어떻게?’
‘숨을 쉬기가 어려워……!’
네 명의 호위검사는 테오가 풍기는 기백에 압도되어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분명히 따지고 보면 전력상 오러를 깨우친 그들이 테오보다 우위일 텐도 불구하고.
어쩐지 테오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까마득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용의 혈통에게 죽음을 운운했다.
라그나르는 북부의 제왕이다. 또한, 6설가 위에 군림하는 군주였다.
테오가 아무리 서자라고 해도 엄연히 가주의 혈통을 물려받은 직계.
권좌에 대한 ‘계승권’을 가지고 있단 뜻.
그런 사람에게 죽인다고 협박했다?
가문이 통째로 지워져도 할 말이 없는 중죄였다.
‘어서 사과를 드려야……!’
하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내뱉기도 전에.
“죽여.”
테오가 싸늘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촤아악-
푸우우우!
갑자기 한 줄기 섬광이 번뜩인다 싶더니 네 개의 머리통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 아래.
스산한 눈빛을 한 이블린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었다.
펄럭!
이블린이 두른 망토 아래로 순백색의 정복이 눈에 뗬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우측 어깨에 박힌 푸른색 글자.
-Dragoon.
‘Dragoon’은 라그나르가 자랑한다는 최정예 부대인 백갑용기대를 의미하고,
푸른색 글씨는 선임급의 상급검사를 상징할지니.
그녀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동백궁은 피 냄새로 얼룩진 것 같았다.
“……!”
“……!”
“……!”
“……이블린, 당신이 어떻게?”
특히 악시온의 표정이 깊게 착 가라앉았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
* * *
「대체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벅!
이블린은 테오를 지키듯 앞으로 나서면서 테오에게만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마력을 집중시켜 원하는 대상에게만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기술, 전음.
-그런 건 그냥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데.
율리우스의 충고에 따라 옮긴 발걸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들키고 나니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검술 스승의 책무 중 하나는 바로 제자의 보호.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룡회의 놈들이 얼마나 안하무인인지도 똑똑히 보았고.
‘원로원과 하는 짓이 똑같았지.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으득-
이블린은 이를 악물었다.
라그나르는 이미 이렇게 깊은 곳에서부터 악취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헛구역질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쪽을 바라보는 악시온.
그 역시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아이가 아닌 저들과 똑같은 모습이라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왜 자신더러 테오의 편에 있냐고 물어도,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스승은 옛 제자를 마음속에서 이미 파문한 상태였다.
그리고.
테오는 살의가 번뜩이는 이블린의 뒷모습을 보면서 엷게 웃고 있었다.
‘마차에 탔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용의 심장은 단순하게 두 번째 오러홀만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신경세포를 활성화 시키면서 모든 감각을 아주 예민하게 만드니.
그로 인해 제6의 감각이라고도 불리는 기감(氣感)도 활짝 열리게 된다.
아마 지금 테오의 기감 수준이 웬만한 수련검사보다 위라고 한다면 기겁하지 않을까?
하지만 덕분에 지금 이블린을 그의 ‘검’으로 삼을 수 있었으니.
저벅, 저벅!
이블린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럴 때마다 쓰러진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웅덩이가 찰박찰박 하고 소리를 냈다.
“자, 자, 잠깐만 테오 공자!”
“우리는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
“우리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테오에게 서자 운운을 했던 녀석들은 모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이블린.”
“예. 테오 도련님.”
「진짜 말씀 안 해주십니까?」
“저들은 모두 계승권자를 욕보였다. 이럴 때 받게 되는 형벌은?”
「……이상하게 이런 모습은 대장님을 닮았는데. 혹시 저 말고 대장한테도 따로 강의 받으십니까?」
이블린은 한숨을 속으로 삭이면서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드러난 눈빛이 날카로웠다.
“가규(家規)에 따라, 즉결 처형도 가능합니다.”
“다들 개화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니 팔짝만 하나씩 가져가는 걸로 끝내겠다.”
“알겠습니다.”
쐐애애액-
이블린이 다시 백색 바람이 되어 움직이고.
“바이런 가문의 둘째 아들.”
“자, 잠깐! 컥!”
“세레스 상단의 넷째 딸.”
“꺄아아악!”
“적백용병단의 첫째.”
“이, 이럴 순 없…… 컥!”
바람은 칼바람이 되어 내부를 빠르게 난도질했다.
“시온! 제발 나 좀 살려줘, 제발!”
몇몇은 아예 악시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도 했지만.
“내가 왜?”
“무, 뭐……?”
“이건 그냥 인사잖아. 환영 인사.”
“대체 무슨 말을…… 아아악!”
악시온은 그런 녀석들을 발로 뻥 걷어차 버렸다.
사실 여기선 그가 끼어들 수 있는 건수가 없었다.
지금 응징당하는 녀석들은 전부 감히 ‘계승권자를 모욕한’ 죄인들.
이들의 손을 든다는 건 또 다른 계승권자인 스스로의 얼굴에다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혈통을 운운했던 녀석들만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 다른 녀석들을 실수로라도 언급한다면 바로 제지를 할 텐데.’
악시온은 테오가 분노로 징벌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서 얼마나 냉철한 판단과 계산을 하는지를 눈치채고 있었다.
자신이 딱 저러니까.
‘테오 라그나르. 장미궁의 병신이 달라졌어.’
대체 무엇이 녀석을 달라지게 만든 걸까?
그리고.
동백궁에서도 그토록 애를 썼던 이블린을 무슨 수로 꼬드긴 것일까?
‘그래서…… 재미있단 말이지.’
재미있는 놈이 되었구나 하는 첫 감평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촤아아악!
“말씀하신 14명의 오른쪽 팔을 모두 잘랐습니다.”
이블린이 조용히 검을 거두면서 테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는 온통 한쪽 팔을 잃고 비명을 지르는 이들과 새빨간 피웅덩이가 전부였다.
“치료는?”
“당장 팔을 들고 신관을 찾아가면 붙일 수는 있을 겁니다.”
붙일 수는 있지만, 검사로서의 생명은 모르겠다.
이블린은 뒷말을 생략했다.
이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테오와 율리우스의 말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들었지? 데려가.”
테오가 턱짓으로 허락을 한 뒤에야 동백궁의 검사들이나, 다친 영식과 영애들의 호위검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료를 하려면 세포가 괴사하기 전에 바삐 움직여야 했다.
“……이번 일,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다. 가규를 운운했어도 너는 정도가 너무 지나쳤어.”
혈통을 운운하지 않아 멀쩡하게 남은 이들도 부리나케 동백궁을 빠져나가는 동안.
유일하게 한 명만이 테오를 노려봤다.
오리엔 라그나르.
테오나 악시온처럼 라그나르의 성을 지니고 있지만, 방계 쪽에 해당해서 계승권은 없는 동갑내기.
‘전생에서도 악시온의 오른팔이었지.’
“그건 내가 알아서 감당할 일이다만.”
“그렇게 쉽게 말할……! 후우. 되었다. 그래. 네가 감당할 일이지. 하지만 과연 장미궁이 이 태풍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뿌리가 뽑히지 않게나 조심해.”
넌 지금 상당수의 기수 가문들을 적으로 돌렸을 뿐 아니라, 트로이반까지 척을 졌으니까.
오리엔은 그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테오의 반응은 여전히 무덤덤할 뿐.
오히려 이블린이 쌍심지를 켜는 것이 너도 똑같은 짓을 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결국 오리엔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동백궁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이만 가지.”
테오는 악시온의 옆을 지나면서 가볍게 어깨를 두어 번 세게 두들겼다.
퍽, 퍽-
악시온이 처음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준비된 환영 인사는 없나 보네. 덕분에 재미있게 놀다 간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테오가 앞장서고.
이블린과 웰링턴이 순서대로 악시온의 옆을 지나쳤다.
“…….”
“…….”
그들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절교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