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0화(130/224)
드래곤 블러드 (5)
비토리오는 의사당 총회가 시작하기 전에 테오에게 딱 한 가지를 주문했다.
-연극이라 하시면.
-우리 대가리 속에 똥통만 가득한 의원들을 한번 휘어잡아보시게. 자네의 능력을 내게 증명해 보인다면 앞으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자네를 도와주지.
내가 너에게 모든 걸 올인할 수 있도록 네 가치를 증명하라.
그런 뜻이었다.
어차피 이건 테오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순서였다.
단순히 신전 기사단과 블랙 스컬만 휘어잡는다고 해서 부유군도의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래서 테오는 충분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고.
수군수군-
의원들은 그런 그를 보면서 엉덩이를 들썩이기 바빴다.
저들 딴에는 조용하게 말한답시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테오에게는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로 선명한 목소리들이었다.
-저 자가 크림힐트 님의 신비를 얻었다는 그 사람이구려.
-생각보다 어리네요.
-하지만 어리다고 마냥 무시하진 맙시다. 우리가 어쩌지 못했던 귀살대를 몰아낸 사람이니.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데도, 테오는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라그나르의 실전검사 테오라고 합니다. 베노타 섬과 부유군도 자치령을 이끄는 의원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실전검사? 상급검사가 아니라?
-실력을 숨긴 건가? 아니면 신비가 주는 힘이 컸나?
-그런데 저 이름, 들어본 적 있나? 테오 라그나르, 테오 라그나르……. 처음 들어보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저만한 실력자라면 소문이 한 번쯤 퍼질 법도 했을 텐데.
테오의 명성은 윈터러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 그동안 외부 활동을 한 적이 없었기에 알려진 적이 없었다.
“정숙! 정숙하시오, 다들.”
땅땅!
비토리오는 조용해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입을 뗐다.
“테오 라그나르. 의회에서 그대에게 몇 가지 사실을 묻고자 하오. 바른대로 대답해주시겠소?”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그나르의 명예를 걸고 지금부터 제가 하는 모든 발언에 일체 거짓이 없음을 맹세합니다.”
“그렇다면 이야기 나누기 편하겠소. 라그나르의 검사들이 얼마나 가문에 자긍심이 깊은지 잘 아니.”
비토리오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테오는 그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가감 없이 꺼내 대답했다.
의원들은 귀살대의 만행에 다 같이 분노하면서도,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대답은?
당연히 ‘어렵다’였다.
용사의 자리는 아무나 얻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이어서 그 현장에 있었던 다른 증인들도 증언을 첨부했다.
그때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전 기사단과 블랙 스컬, 혹은 그들과 관련된 젊은 의원들이었다.
덕분에 나이 든 의원들만 괜히 자리가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거나,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테오를 견제할 목적만 있던 그들로서는 여론이 너무 테오 쪽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눈치 빠른 의원들은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 주도권을 잡은 건 통령님이 아니라 크림힐트의 후계자, 테오 라그나르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공통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테오의 존재감이 어느새 비토리오의 존재감을 넘어서 의사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면…….
-견제하기가 쉽지 않겠어.
-통령님이 아예 작정하고 테오 라그나르를 앞세워 전권을 휘어잡을 생각인 거야!
의원들은 침음을 삼켰다.
도무지 테오와 비토리오의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크림힐트 님이 참으로 복된 후계자를 우리 부유군도에 보내셨군. 자칫 해왕에, 그리고 그다음에는 트로이반에 위험해질 뻔한 것을 두 번이나 구하셨으니.”
“과찬이십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게 있소. 처음 부유군도에 오셨을 때, 왜 가명을 쓰셨소?”
“트로이반의 이목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테오가 대외적으로 내세운 부유군도의 방문 명분은 간단했다.
용살검의 반납.
“말씀드렸듯이 저는 라그나르를 대표하여 트로이반에게서 전리품으로 취한 발뭉을 돌려드리기 위해 찾아온 사절입니다. 하지만 부유군도에 트로이반의 마수가 얼마나 강하게 뻗쳐 있는지를 알 수 없었기에 부득이하게 가명을 써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겪으신 것처럼 그리말이 부유군도를 트로이반에 넘길 뻔했구요. 테오는 그렇게 뒷말을 덧붙이면서 좌중을 쓱 훑었다.
그리말과 친분이 있던 의원들은 이제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만 보았다. 괜히 눈이 마주쳤다간 신전 기사단에게 끌려나갈 것 같았다.
“확실히 그대 덕분에 부유군도는 위기에서 구원을 받았소. 이 일에 대해서는 자치령의 모든 주민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리는 바이오.”
“감사합니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비토리오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이제 모든 위기가 끝났소. 그럼 말씀하신 것처럼 발뭉과 애기르를 반납할 의향이 있으시오?”
으응?
패배를 낙담하던 의원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뭐지? 뭔가 분위기가 좀 싸한데?
-자네도 느꼈나? 두 사람, 자꾸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인데.
-혹시 통령님이 크림힐트의 후계자를 경계하시나……?
-뭔가 있는 거로군! 분명해!
테오는 말없이 용살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스르릉!
푸른 빛깔과 함께 막강한 기세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고오오오-
신성한 의사당에서 날붙이를 함부로 뽑는 것은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
몇몇 의원이 이 점을 지적하려 했지만 나설 수 없었다.
신전 기사단도, 블랙 스컬도. 심지어 비토리오의 손녀인 마르티도 가만히 있었다.
테오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마땅히 돌려드릴 것입니다. 다만.”
푹!
테오는 용살검을 그대로 바닥에 꽂으면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발뭉은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이 아니면 타인의 손길을 모두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테오는 비토리오에 이어 다른 의원들도 모두 훑어보면서 웃었다.
“이걸 가져갈 수 있으시겠습니까?”
-…….
-…….
잠시간 의원들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마치 도발로 보이기도 하는 질문에 승부욕이 강한 몇몇 의원은 눈썹을 꿈틀거리기도 했다.
“2선 의원, 카라바조 로마노라고 하오. 지금 크림힐트 님의 후계자께서 말씀하신 바는 우리가 발뭉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뜻이오?”
탄탄한 체구를 가진 중년인이 테오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테오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미 봉인이 풀린 발뭉을 아무도 뽑지 못한다면 장식용밖에는 되지 않을 거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 말은…… 곧 발뭉을 뽑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이 써도 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는군.”
“그럼 그분께서 부유군도를 대표해서 발뭉을 사용하게 되시겠지요.”
카라바조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발뭉의 선택을 받은 의원.
권력욕이 강한 정치인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부유군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는 뜻이므로.
“그도 그렇군. 발뭉 같은 신검을 그냥 장식용으로만 두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카라바조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비토리오 쪽을 바라봤다.
저걸 자신이 손대도 되겠냐는 뜻.
비토리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발뭉을 쥐었다.
팔 근육에 잔뜩 핏줄이 돋아나는 것이 제법 실력이 뛰어난 검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쩌어어엉!
발뭉이 거칠게 떨리면서 카라바조의 손길을 털었다.
“컥!”
-어? 어어!
-왜 여기로 와! 다들 피해!
콰아앙!
카라바조는 피를 토하면서 튕겨 나가 뒤쪽 의원석 한가운데 떨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의원들이 다급하게 뛰는 소리로 의사당이 혼란에 잠겼다.
우웅! 우우웅!
그러거나 말거나.
발뭉은 여전히 도도하게 떨릴 뿐이었다.
“보다시피 이 녀석이 아주 까탈스러운 편입니다. 인정받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의원들이 저마다 서로를 쳐다보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수군거리는 가운데,
오히려 더 호승심이 자극된 의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해보겠소!”
“저도 해보겠습니다. 왕년에 그래도 대륙에서 제법 이름을 알렸던지라.”
“험험. 본인도 해보겠소.”
그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외지인도 해냈는데, 나라고 발뭉의 선택을 받지 못할까!’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똑같았다.
발뭉의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가거나, 그나마 버틴다고 해도 마력 역류로 기절하기 일쑤였으니.
-뭔 저딴 말도 안 되는……!
-혹시 발뭉에다 무슨 다른 짓이라도 한 것 아니오? 그러지 않고서야 어째서 발뭉이 우리를 거부한단 말이오!
의원들은 이제 테오를 의심하기까지 했지만.
쩌어어어엉!
테오가 발뭉에 손을 가져간 순간 울린 맑은 검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을 잘 모르는 의원들조차 용살검이 테오만큼은 격하게 반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파스스-
테오의 머리 위로 언뜻 크림힐트의 환영이 살짝 떠올랐다가 좌중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조용히 사라졌다.
의원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용살검에 자리잡은 크림힐트의 의지가 못난 자신들을 꾸짖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철컥-
테오는 발뭉을 아무렇지 않게 뽑아 어깨에 살짝 걸쳤다.
“돌려달라면 돌려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꽂아두기보다 누군가가 부유군도를 대표하여 크림힐트 님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은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테오는 크림힐트의 환영이 둘러보던 방향대로 똑같이 시선을 돌렸고,
의원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면서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이견은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저와 비슷한 생각이신가 보군요.”
테오의 웃음소리와 함께,
땅땅땅!
비토리오가 힘차게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그의 입가엔 흡족함이 어려 있었다.
* * *
총회에서 내린 최종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테오 라그나르는 용살검 발뭉과 용갑주 애기르의 소유권을 원주인인 부유군도 자치령에 돌려주도록 한다.
-하지만 자치령은 발뭉이 지닌 가치와 크림힐트 후계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발뭉을 테오 라그나르에 ‘대여’해주도록 한다. 단, 대여 기간은 테오 라그나르의 1대에 그치며, 그가 사망하거나 크림힐트의 후계자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즉각 반납하도록 한다.
-테오 라그나르는 발뭉의 대여 조건으로 부유군도 자치령과 호혜 관계를 맺도록 하며, 그 대가로 <니벨룬>을 비롯한 크림힐트의 신비를 자치령과 공유하는 데 힘쓴다.
.
.
여기서 중요한 점은 테오가 개인 자격으로 자치령 의회와 동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었다.
라그나르가 아닌 개인 자격.
부유군도 자치령은 황제 선출권을 지닌 선제후의 자격을 지녔을 만큼 제국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가진 입지가 대단하다.
그런 곳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으니, 앞으로 이 계약 내용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테오의 명성도 크게 퍼질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며칠간 부유군도에 머물며 바쁘게 변화하는 정치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대거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을 넘은 트로이반! 부유군도를 해저에 가라앉히려 하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인질로 삼았던 트로이반. 이대로 둬도 되는가?>
개중에는 트로이반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기사들도 많았지만, 머지않아 보이지 않는 압력에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에 이번 사건에 관한 심층 탐구보다 테오에 대한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알리는 기사가 훨씬 많아졌다.
<신성처럼 등장하여 트로이반의 음모를 물리친 테오 라그나르, 그는 누군가?>
<열다섯의 나이에 실전검사까지! 테오 라그나르, 전격 탐구!>
<용사 테오. 해왕을 잠재우다.>
<비밀에 둘러싸여 있던 북방의 여섯 번째 후계자, 그 신변이 드러나는가?>
발 빠른 기자들은 테오가 현재 윈터러를 들썩이게 만든 ‘여섯 번째 후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대배우 세실리아의 아들은 어떻게 어머니를 닮은 미모를 자랑하게 되었는가?>
개중에는 한때 연극계를 뒤집어놓았다가 조용히 사라졌던 세실리아를 꺼내기도 했으니.
“어머! 이건 테오 님의 기사잖아! 세실리아 님의 얼굴까지 나왔잖아!”
이건 못 참지!
잠깐 바깥심부름을 나왔던 동백궁의 시녀는 가판대에 올려져 있던 신문을 집어 들고 부리나케 동백궁, 아니, 세실리아의 샵으로 뛰기 시작했다.
“세실리아 니이이임! 호외에요, 호외!”
하지만 시녀의 발걸음은 도중에 멈추고 말았다.
매화궁주가 샵에 들어서고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