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2화(132/224)
16세 (2)
“<니벨룬>의 요체는 얼마나 빠르게 휘두르냐, 혹은 많은 적을 베느냐에 있는 게 아니오.”
테오는 마르티에게 니벨룬의 오의(奧義)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제 곧 자리를 비우게 될 테니 그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크림힐트의 기상을 이어온 기사단의 단장인 마르티는 다른 어느 때보다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럼 무엇인가요?”
“얼마나 많은 마력을 검에 응집시킬 수 있느냐.”
“……?”
“응집력(凝集力). 마력을 응집시킨 핵과 축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마력을 담아서 위력을 강화하느냐에 있소.”
테오는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마르티에게 용살검을 뽑아가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신비에서 크림힐트에게 배웠던 바를 되짚어가면서.
우웅!
용살검에다 마력을 부여하니 용살검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마력 발출’일 것이오. 그리고 이 마력을 무기 밖으로 끄집어내어 형상화를 이루는 것을 ‘오러’라고 하고.”
츠츠츠-
칼날 위로 마력 방울이 조금씩 새어 나오면서 서로 연결되고, 곧 파도처럼 출렁거리면서 검신을 한껏 휘감곤 날카로운 기세를 드러냈다.
오러.
혹은 검기.
상급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터득해야만 하는 기예였다.
보통 이때부터 ‘고수’의 반열로 치기 시작하므로.
“하지만.”
그때, 갑자기 아무렇게나 출렁거리던 검기가 검신 주변으로 와류를 그리더니 검의 정중앙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니벨룬>은 그런 일반적인 오러를 추구하지 않소. 말했듯이 응집을 요구하지. 그것도 검의 바깥이 아닌 안쪽에다가.”
용살검의 검신이 꿈틀거리면서 새로운 변화를 보였다.
검기가 스며든 곳을 중심으로 육각형 모양의 무늬가 튀어나오더니, 빠르게 옆으로 퍼졌다.
촤르륵!
마치 용의 비늘이 돋아나기라도 한 듯한 신비한 모습.
비늘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용살검에서 풍기는 은은한 기세도 점점 강해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 죠?”
마르티는 난생처음 보는 기현상에 소름이 절로 돋았다.
테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씩 웃었다.
“말하지 않았소? 오러를 응집시키는 게 <니벨룬>의 요체라고. 시계 방향으로 쉴 새 없이 회전시킨 오러를 검 안에다 담는 거요. 그러면 검의 내구도도, 위력도 강화되지.”
“……!”
“이너 오러(Inner Aura). 나는 이것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소.”
“이너 오러…….”
“물론, 말만 쉬울 뿐 전혀 쉽지는 않소. 마력 제어를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퍼어엉!
용살검의 검신을 가득 채우던 비늘무늬가 갑자기 해제되더니 엄청난 폭발이 바깥으로 새어 나왔다.
우르르-
신전이 거칠게 떨릴 정도로 엄청난 진동.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마니까.”
벌컥!
“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혹시 트로이반의 테러라도 있나 싶었던 것이다.
마르티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그들을 모두 내보낸 다음, 테오에게 물었다.
용살검은 여전히 마력 제어 실패의 여파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제어에 한 치라도 실수가 있다면 검이 폭발하고 말겠군요.”
“그렇소. 오러는 원래 그 자체로 뛰어난 효율성을 지닌 에너지 덩어리. 그것을 억지로 붙들고 있던 것이니 충격도 클 수밖에.”
“검사나 기사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기술입니다.”
“반대로 같은 무력으로 두세 배 이상의 전력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지.”
“…….”
테오는 사실 이너 오러를 형성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력 감응력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바가 아닌 라그나르의 재능을 타고났으니.
거기다 고대룡의 인자까지 깨우면서 마력 제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아마 터득하는 데 상당한 힘이 들 것이다.
크림힐트도 살아생전 해왕의 도움이 있었기에 터득했던 것이지, 적잖은 고생을 했을 터였다.
“그래서 이너 오러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 안에 심지를 심을 줄 알아야 하오.”
“심지를 중심으로 인위적인 인력을 형성해서 오러를 끌어당기고, 계속 회전시켜서 원심력으로 오러가 밖으로 튀어 나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거로군요.”
“그렇소.”
“말은 쉬울지 몰라요. 하지만 터득하기가 너무 난해해요.”
“하지만 터득만 한다면 비장의 한 수가 될 것이오. 다른 곳에서는 이 비결을 알아낸다고 해도 절대 얻지 못할 테니.”
마르티는 그게 무슨 소린가 싶다가, 곧 뒤늦게 깨달았다.
“신전 외에는 단련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소.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서야 터득하기 어려울 만큼 이너 오러의 난이도가 높소. 하지만 부유군도는 해왕의 마력으로 형성되는 지형. 특히 신전은 그 상승기류가 가장 많이 뭉치는 핵심 지역이지. 대륙을 통틀어서 이만큼 마력이 풍부한 곳도 몇 곳 없을 테니, 여기서만 단련이 가능할 거요.”
영소(靈所)라는 뜻이었다.
남들은 절대 알지 못할, 크림힐트 기사단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
마르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뜩이나 대륙에 비해 검술이나 마법의 수준이 한참 떨어지던 부유군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니벨룬의 오의가 있다면 그 차이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크림힐트 님은 대체 어떻게 이런 비전을 창안하신 건지……!”
“그분이 상대했던 존재가 누군지 떠올려 보시오.”
“아.”
“해왕의 단단한 비늘을 가르고, 마법과 저주를 부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내구성이 강하고 파괴력이 짙은 검이 필요하셨을 거요.”
마르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녀는 해왕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잔여 마력만으로 부유군도라는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낸 존재이니 거의 신적인 존재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크림힐트는 그런 존재를 쓰러뜨렸다.
당연히 그녀 역시 신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기리는 신전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테오 님은 그런 크림힐트 님의 뒤를 이은 것이고.’
이 사람만 따라간다면 부유군도는 정말 대륙을 아래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이 마르티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 * *
마르티가 깨달은 것들을 복습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오는 용살검을 가볍게 들고 호흡을 골랐다.
“하아-!”
날숨과 함께 용살검이 맑은 검명을 터뜨리고, 그 위로 무수히 많은 비늘 무늬를 띄웠다.
쩌어어어엉!
촤르륵, 촤르륵-
비늘 무늬로 가득 찬 용살검이 내뿜는 기세도 막강해질 무렵.
“흡!”
테오는 크게 숨을 들이켜면서 용살검을 연거푸 휘둘렀다.
총 열 번의 궤적.
용섬이 섞인 <니벨룬의 발톱>이었다.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용살검이 번쩍일 때마다 낙뢰가 떨어지고, 천둥소리가 연거푸 신전을 뒤흔들었다.
우르르-
쿵쿵쿵쿵쿵쿵쿵쿵!
심장 박동도 천둥소리만큼이나 빠르고 거칠어졌다.
“후우……!”
테오는 다시 한번 더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뺨을 타고 땀방울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짝짝짝짝!
그때, 뒤쪽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테오가 고개를 돌렸다. 셀퍼드였다.
“이제 한 호흡에 그려내는 검초가 열 개네? 많이 늘었구나.”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용섬을 그냥 열 개씩 뽑아내는 것도 힘들 노릇인데, 니벨룬의 오의가 가미된 용섬을 열 개씩 뽑아낸다?
셀퍼드의 표정이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변했다.
“야야. 그 말도 안 되는 이너 오러인지 뭔지 하는 거 유지하면서 순식간에 뽑아내는 검초가 열 개야. 그 정도면 솔직히 사기 아니냐? 아차 하는 순간에 모가지부터 날아가겠구만.”
그동안 테오의 지독한 훈련을 지켜봤던 셀퍼드는 질린 얼굴이 되고 말았다.
크림힐트의 비전인지 뭔지 궁금해서 그도 몇 번 시도를 해봤었지만.
절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까닥했다간 검이 폭발해서 시전자가 다칠 수 있는 데다가, 자칫 마력 역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서 섣불리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이곳이 영소라고 해도, 위험한 것은 사실.
무엇보다 호흡법부터 라그나르의 체계와 매우 달랐다.
‘그런 걸 저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단 말이지.’
특징이 전혀 다른 9룡의 검술을 잡다하게 습득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는 괴물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걸까.
셀퍼드는 이제 그냥 테오의 재능을 ‘규격 외’로 분류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투성이였다.
“그보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물.”
“선물이요?”
생뚱맞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셀퍼드가 곱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테오에게 건네주었다.
“신년 축하한다고. 세실리아 부인과 매화궁주께서 같이 보내셨어.”
선물을 받는 테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분이 같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놀라면서 뜯은 선물 상자 안에는 하얀 정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드님에게 어울리실 것 같아 준비했답니다. 예쁘게 차려입고 새해 기분 좋게 맞이하세요. -세실리아>
<머나먼 동양에서만 난다는 천잠을 짜 맞춘 옷이란다. 부디 잘 맞았으면 좋겠구나. -오사>
“예쁘네, 옷.”
“……예.”
테오는 가만히 옷을 어루만졌다.
가슴 한편이 시큰거렸다.
셀퍼드는 그런 테오의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으면서 종이 쪼가리를 하나 더 흔들었다.
“땀 흘렸으니까 옷은 이따 목욕재계 뒤에 천천히 입어 보고. 명령서 하나 더 왔다.”
테오는 감정을 정리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임무 끝났으면 바로 북쪽으로 튀어오랜다.”
“전황이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우리에 대해서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는 양반이 거기에 있으니까, 뭐.”
테오와 일행은 그동안 부유군도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정리해서 윈터러에 보고를 올렸고,
윈터러에서는 트로이반의 음모를 분쇄한 것에 공을 치하하면서도 곧 움직일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기 명령이었다.
곧바로 다른 어느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사실 테오 일행은 그동안 라그나르와 트로이반의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신문 매체를 통해 대충이나마 접하고 있었다.
<트로이반의 대대적인 역습! 라그나르의 불패 명성은 마침내 꺾이고 마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인들의 등장으로 전황이 꺾여.>
<고통에 잠긴 북방 주민들, 트로이반에 고개를 숙이다.>
<계속되는 트로이반 동맹군의 출현. 라그나르의 외로운 고투.>
<라그나르, 전진을 멈추다!>
.
<“더 이상 라그나르의 압제와 폭거에 침묵하지 않겠다.” 적백용병단과 장미 가문의 반란!>
<계속되는 봉신 집단들의 대규모 이탈, 라그나르 이대로 괜찮은가?>
<“북방의 혼란은 오로지 라그나르의 탓.” 흑색 마탑주의 작심 발언!>
<의심을 사는 라그나르의 리더십, 그 문제점을 파헤쳐보자.>
.
.
하나 같이 라그나르에는 좋지 않은 내용만 담긴 기사와 사설들.
셀퍼드는 한쪽 구석에 치워진 신문들을 슬쩍 보면서 말을 이었다.
“거기다 이상하게 트로이반에 가담한 곳이 성마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사실상 양면 전선을 벌이는 거나 마찬가지니, 손발이 많이 부족한가 봐.”
테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전생에서도 있었던 일이었다.
‘라그나르의 지배 체제를 싫어하고 있거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곳이 워낙에 많으니.’
윈터러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은 단순히 트로이반과의 분쟁이 아닌 반(反)라그나르 집단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이미 면면만 봐도 절대 무시할 만한 규모는 아니었다.
적백용병단.
장미 가문.
일검회.
흑영검단.
방랑기사 연합.
교룡회에 속한 옛 봉신 집단들 외에도,
동부 지역의 마탑.
남부 지역의 수인종족전선 등.
선제후나 대가문에 해당하는 이들도 이 기회에 라그나르의 콧대를 꺾어보겠다면서 암중에서 손을 뻗치고 있었다.
그동안 라그나르가 북방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인 악연이 총망라된 것이다.
‘결국 이게 기폭제가 되어서 <대전란>이라는 화마를 잡아당긴 불씨가 되기도 했었으니.’
다만, 이건 아직 벌어지지 않은, 몇 년 후에나 벌어질 일.
당장 라그나르는 눈앞에 벌어진 전화를 끄는 것이 중요했다.
테오 일행에게 일시 대기 명령을 내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꾸 전황을 어지럽히려는 개수작을 차단하기 위해서.
라그나르는 아예 이번 전쟁을 ‘반란’ 따위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임무가 정해진 모양이었다.
“복귀 중에 뭘 하고 오라고 합니까?”
“빙고.”
셀퍼드의 두 눈이 깊어졌다.
“어디 촌구석에 있는 여자아이 하나 모시고 오란다.”
그 순간, 테오는 직감했다.
이들이 모시고 오라는 여자아이가 누군지를.
‘이게 이때였구나.’
카산드라 에다.
머지않은 미래에 <마도여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마법사 최초로 황좌에 앉게 되는 존재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