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6화(136/224)
튤립의 영묘 (1)
테오는 카산드라에게 우선 이번 일을 비밀로 해두자고 말했다.
자신과 관련된 ‘예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자칫 사념을 읽는 그의 능력을 들킬 수도 있었고.
다만, 카산드라가 거부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네. 좋아요.”
카산드라는 허무할 정도로 아주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무도 제 꿈을 믿어주지 않을 거예요. 엄마도 어디 가서 함부로 꿈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카산드라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지만, 곧 다시 웃더니 새끼손가락을 불쑥 내밀었다.
“그럼 우리 이제 친구인 거죠?”
“친구?”
“네. 엄마가 그랬어요. 비밀을 같이 공유한 사람이 바로 친구라고요.”
테오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소지를 걸었다.
“그럼 우린 이제부터 친구야.”
“헤헤헤. 저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어요.”
이것도 슬픔을 극복하려는 이 아이의 방법인 걸까.
테오는 대견하기만 한 카산드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 * *
튤립 화예조합장, 오드 르메르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뭐? 또 손님이 온다고?”
“예…….”
“등룡, 그분만 해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대체 또 무슨!”
오드는 한평생 전쟁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화예(花藝).
한평생 꽃만 만져왔고,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끄집어 올렸다는 세간의 평가에 자부심을 느끼는 장인이었다.
그래서 화예조합이 비록 라그나르의 봉신 집단으로 소속되어 있어도, 전쟁이 터졌단 소식을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꽃밖에 없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봤자 뭐가 벌어졌나 싶었으니.
그런데 최근에 화예조합을 찾아온 두 무리의 손님이 조금씩 그녀의 안심을 깨기 시작했다.
특히 북방에서도 바깥으로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는 등룡이 조합을 찾았을 때는 얼마나 쫄리던지.
한데, 여기다 새로운 손님이 더해진다고?
“그런데 문제는…….”
“뭐야, 더 있어?”
조수 글랜은 두 눈이 펄펄 끓는 오드의 시선을 슬쩍 회피하면서 말을 겨우 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접선을 위해 오는 것이라, 트로이반의 시비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첨언이 있었……!”
“여길 전쟁터로 만들 셈이냐고!”
쾅!
결국 오드는 참지 못하고 탁상을 거세게 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본가의 손님들이 머무는 것 정도야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화에 휩쓸리게 하는 건 아니었다.
글랜이 말한 ‘새로운 손님’이란, 바로 테오 일행을 말하는 거였다.
“안 되겠어.”
오드는 이를 악물었다.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어쩌긴 뭘 어째! 따져야지! 아니면 여기 화원 아래에 곤히 잠든 분들의 안식을 방해할 일 있어?”
“그,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야! 따라와!”
“조합장 님! 조합장 니이이이임!”
글랜은 조합장실을 박차고 나가는 오드의 뒤를 부리나케 뒤쫓아야 했다.
* * *
“우리 조합장께서 화가 많이 나신 듯 보이는군.”
“그걸 모르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등룡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잔뜩 성이 난 오드를 맞았다.
그의 앞에는 꽃잎을 끓인 차가 김을 모락모락 피워대고 있었다.
“차 맛이 아주 좋구만? 이 꽃잎, 종류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나?”
“아오, 진짜! 쓸데없는 말 그만하시고, 대화에나 집중하시죠!”
쾅!
오드는 등룡의 찻잔이 놓인 탁상을 세게 내리치면서 따졌다.
중간에 낀 글랜만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조, 조합장님은 대체 무, 무슨 생각이신 거야……!’
상대는 등룡이었다.
9룡 중에서도 최강일지 모른다는 존재이자, 북방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사람.
그런데도 조합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대들기까지 하니. 피가 말리는 심정이었다.
아무리 등룡이 사람 좋은 분이라고 해도, 결국 라그나르는 라그나르.
언제 불호령을 터뜨리면서 칼부림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북방인들이 가지는 ‘상식’이었다.
그래서 오드에게 그만하시는 게 좋지 않냐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저 성질머리 더러운 조합장은 그의 눈빛 따윈 ‘뭐?’라며 되받아칠 뿐이었다.
오히려 반응을 보인 건 등룡 쪽이었다.
“거기 있는 자네.”
“저, 저 말씀이십니까?”
“허허. 거기 서 있는 게 자네 말고 또 있나?”
“아, 아닙니다! 마, 말씀하십시오!”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군기가 바짝 들어있군.”
“조, 죄, 죄, 죄송하, 합니다!”
“미안할 것까지야.”
“죄송합니다!”
“허허허허허.”
등룡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글랜은 ‘뭐야, 이 병신 새끼는?’이라는 눈총을 쏴대는 오드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조합장님 때문에 지금도 입 안이 바싹바싹 마른단 말입니다! 오히려 조합장님을 지키는 게 전데!’
“그보다 이 꽃,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나?”
“메, 메리골드입니다.”
“호오, 그래? 윈터러로 돌아가면 한번 찾아서 마셔봐야겠군.”
“아, 딴 데 정신 팔리지 말고 여기에 집중하시라구요!”
“후후. 성격이 급한 건 여전하구만.”
“등룡 님이 오히려 너무 여유로우신 겁니다만?”
‘조합장 님이…… 등룡 님과 아시는 사이셨나?’
“하여간!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모르시는 건 아니실 테죠?”
오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던지 팔짱을 끼면서 다시 화제를 원래대로 돌렸다.
등룡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어찌 모르겠나. 이곳이야말로 가문의 영령들을 모셔둔 영묘인 것을.”
튤립 화예조합이 단순한 화예단지의 조합이었다면, 라그나르의 봉신 집단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그런 일반적인 길드에 불과했지.
하지만 이곳이 라그나르에서 가지는 가치는 그와 달랐다.
영묘.
무덤이었다.
아주 오래전, 이제는 기억하는 이들도 거의 없을 수백 년 전에 라그나르의 영광을 위해 눈을 감아야 했던 선조들이 잠들어 있는.
사당.
선조들의 위패를 모시고, 그들의 안녕과 축원을 기복하는 작은 신전이기도 했다.
“그래요. 튤립은 그저 그런 꽃이 아닙니다. 오래전, 꽃의 신이 내린 축복을 받아 선조분들이 변하신 모습이죠. 죽어서도 윈터러로 향하던 머리는 꽃이 되고, 몸은 그를 지탱하는 검은 줄기가 되었으며, 기도를 올리던 손발은 잎사귀와 뿌리가 되어 이곳에 남은 것입니다.”
그것은 전설이었다.
윈터러에서 동화로도 유명한 전설.
-오랜 옛날. 장벽 너머, 머나먼 북극 지대에서 내려온 검은 그림자로부터 윈터러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다 바쳐 싸웠던 검사들과 용들의 이야기.
“저는 그런 소중한 곳을 지키고 가꾸라는 사명을 갖고 내려온 꽃지기이자 묘지기. 이곳이 전화에 휩쓸려 다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오드의 두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당장 불이라도 뿜을 것처럼.
“그러니 당장 나가주세요.”
등룡은 아무 말 없이 찻잔을 들이켰다.
꼴깍!
글랜의 긴장된 침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
“그럴 수는 없다네.”
“정말……!”
“나 역시 자네와 같은 생각이야. 이곳이 가지는 가치가 대단한 만큼 소중하게 가꿔야만 하지. 괜히 시끄럽게 해서 망자들의 안식을 방해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임무를 위한 접선 장소라면 이곳 말고도 다른 곳도 있을 텐데.”
“그걸 아시는 분이!”
“허나, 이번 임무는 ‘반드시’ 이곳에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네.”
탁!
등룡이 찻잔을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두 눈이 꽃차의 깊은 맛만큼이나 깊어져 있었다.
“확인할 것이 있거든.”
오드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또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군요?”
“일단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라네.”
“아오, 정말!”
오드는 결국 참지 못하고 탁상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그러고는 씩씩대면서 밖으로 나가는데, 글랜은 등룡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허겁지겁 그녀의 뒤를 쫓았다.
“나이를 저렇게 먹고도 여전히 제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하니. 아직 철들려면 멀었군.”
등룡은 실소를 흘리면서 다시 찻잔을 들었다.
많이 식었어도, 여전히 따뜻했다.
* * *
테오 일행은 목적지인 튤립 화예조합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놀라고 말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마중 나와 있었으니까.
“뭐야! 셀퍼드, 너 알고 있었어?”
“있겠냐. 인수자로 누가 오는지는 제대로 적혀 있지도 않았어.”
셀퍼드와 아린이 어수선 대는 가운데,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웰?”
“후후! 테오 공자, 오랜만이오. 그새 헌앙해지셨군. 레이 공녀도 마찬가지고.”
웰링턴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성장기를 겪은 건지 키도 크고 목소리도 굵어져 있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레이의 질문에 웰링턴이 씩 웃었다.
“소식을 따로 듣지 못하셨나 보군. 스승님과 유랑 중에 이곳에 오게 된 거요. 마침 테오 공자와 레이 공녀가 온다는 소식도 듣게 되어 머물렀던 거고.”
“웰의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등룡 님과 검사 수행 중이시라고.”
“뭐…… 그렇게 되었소.”
“요즘 북방에서 제일 기대되는 유망주시라죠? ‘3군8준(三君八俊)’ 중 최고로 꼽힌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 망할 별명이 테오 공자의 귀에도 들어간 거요?”
웰링턴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덮고 말았다.
사실 그의 이름은 최근 들어 북방에서 제일 유명했다.
어쩌면 테오보다도 더 크게.
3군8준은 최근 신진고수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실력과 명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11명의 고수에게 붙은 별호였다.
검사자 웰링턴은 그중 ‘8준’에 해당했다.
그는 최근 등룡과 함께 전역 곳곳에 나타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바.
트로이반의 수많은 부대가 그로 인해 패배를 겪고 말았다.
이미 테오가 신문으로 접한 활약상만 해도 열 손가락을 넘길 정도였으니.
“타로반 시의 영웅.”
“……그만하시오.”
“네타 공방전의 주역.”
“……제발.”
“어린아이와 노인, 여성들을 보호하는 진정한 기사의 귀감.”
“……테오 공자, 원래 이런 짓궂은 면이 있으셨소?”
웰링턴의 업적은 주로 영웅상에 비추어져 있었다.
‘트로이반의 강압에 맞서 싸우는 소년 영웅’이라는 주제로 라그나르에서 여론을 동원한 덕분이었다.
특히 네타 공방전에서 트로이반의 공세에 맞서 피난민들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이야기는 제국을 들썩일 정도였다.
덕분에 웰링턴은 가는 곳마다 자신을 환영하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내심 계속 치켜세우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
“등룡의 검을 이을 새로운 잠룡의 현신.”
“……뒤에 있는 아이가 이번 임무에서 구출한 아이인가 보오.”
웰링턴은 이대로 있다가 정말 수치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테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여전하다는 사실에 가볍게 웃으면서 자신의 등 뒤로 숨은 카산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 카산드라라고 합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아주 착한 아이입니다.”
“그렇게 보이오. 반갑구나, 카산드라. 나는 웰링턴이라고 한단다.”
“…….”
카산드라는 테오의 옷깃만 꾹 붙잡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웰링턴은 쓰게 웃으면서 전음을 달싹였다.
「아이가 테오 공자를 많이 따르는 듯한데, 인계를 하실 수 있겠소?」
테오는 볼을 긁적였다.
일단 그들이 받은 명령 지시서에는 카산드라의 신병을 튤립 화예조합에서 기다리고 있을 인수자에게 인계하고, 곧바로 ‘톨레 성’으로 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카산드라와 너무 친해진 데 반해, 그녀가 레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전혀 열어주지 않고 있어서 걱정되던 차였다.
‘마도여제를 트로이반에게 빼앗기지 않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계속 데리고 다닐 수도 없어.’
상부에다 설득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어린아이를 계속 데리고 전쟁터를 누비고 다닐 수는 없잖은가.
하지만 인수자가 웰링턴과 등룡이라면 걱정은 덜 했다.
두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테니.
「그래도 명령은 명령이니. 불과 며칠 전에 가족들을 잃은 아이입니다.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알겠소.」
「인계는 직접 등룡 님께 해드리면 됩니까?」
「아, 역시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나 보오. 여기에는 스승님과 나만 있는 게 아니오. 인계는 그분께 하면 될 것이오. 이 아이가 오기만을 여태 꼬박 기다렸던 분이시니.」
「……?」
‘분’이라고?
등룡과 웰링턴보다 더 상급자가 있다는 걸까?
테오가 질문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네가 테오구나? 토르켈 녀석이 말했던 우리들의 가장 큰 라이벌.”
등골을 섬뜩하게 만드는 감각.
테오는 본능적으로 등에 멨던 드레이크의 날붙이 쪽으로 손을 가져가면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건물의 지붕 위.
한 여인이 고양이처럼 그 끄트머리에 앉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앙칼진 기세를 잔뜩 휘감은 채로, 태양을 등지고 있었다.
등에 달고 있는 커다란 낫이 유독 눈에 띄었다.
‘흑사신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흑사신, 르제 라그나르.
권좌에 가장 가깝다는.
토르켈에 이은 새로운 5대 후보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우웅!
갑자기 테오가 갖고 있던 귀걸이와 반지, 월백검이 거칠게 떨었다.
동시에 르제가 등에 걸치고 있던 대낫도 똑같이.
‘태고룡의 유물?’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