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7화(137/224)
튤립의 영묘 (2)
“응,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르제는 아끼던 무기가 평소 볼 수 없었던 이상 반응을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셀퍼드와 아린이 재빨리 예의를 갖췄다.
“실전검사 셀퍼드가 사신조의 조장을 뵙습니다.”
“실전검사 아린이 사신조의 조장께 인사를 드립니다.”
사신조(死神組).
라그나르가 운영하는 몇 개 안 되는 암살 조직 중 하나로, 르제가 인재를 하나하나씩 포섭하여 손수 만든 곳으로도 유명했다.
사실상 그녀의 친위대라고도 할 수 있는 곳.
하지만 그만큼 실력도 확실해서 ‘사신조가 움직이는 곳에는 항상 죽음만이 따라다닌다’라는 소문까지 북방에 널리 퍼질 정도였다.
“그런 건 됐어. 어차피 지금은 사신조 조장이 아니라, 계승권자의 자격으로 온 거니까.”
‘계승권자의 자격?’
이건 또 무슨 뜻일까?
테오가 의문을 가질 때쯤, 갑자기 르제가 테오를 보고 히죽 웃더니 신형이 흔들렸다.
흠칫!
테오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꺼냈고,
차아앙!
어느덧 목덜미까지 달려왔던 대낫이 도중에 막혔다.
지이잉! 지이이잉!
대낫이 아깝다는 듯이 거칠게 몸을 떨었다.
“쳇. 아쉽네. 혹시나 했는데.”
차차창!
르제가 가볍게 혀를 차는 동안, 셀퍼드와 아린, 레이가 일제히 검을 뽑아 르제에게 겨누었다.
르제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당장에라도 자신을 찌를 것 같은 세 자루의 검을 내려다봤다.
“어머! 분명히 계승권자의 자격으로 왔다고 했을 텐데. 이거 따지고 보면 반역이나 마찬가지 아냐?”
르제는 예전에 테오가 교룡회를 상대로 했던 말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되돌려주었다.
“율법청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저희는 후배부터 구해야겠습니다. 그게 백갑용기대의 기조라서 말이죠.”
하지만 셀퍼드는 르제의 서슬 퍼런 협박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백갑용기대는 벌써 여섯 번째 후보 쪽으로 붙은 셈?”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아쉽네, 쩝. 백갑용기대가 그동안 중립이어서 노리고 있었는데. 그보다 자기야 뭐해? 나 안 도와줘?”
르제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웰링턴 쪽을 돌아봤다.
웰링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르제 님이 저지르신 일은 제발 르제 님이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너무해, 자기야.”
“그리고 몇 번이나 드린 부탁이건대, 제발 그렇게 부르지도 말아 주십시오……. 르제 님과 저는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잉. 우리가 뜨겁게 불태웠던 그날 밤을 벌써 잊은 고얌?”
순간, 웰링턴을 보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
“변태.”
레이의 경멸 어린 말에 웰링턴은 울컥하고 말았다.
“그런 거 아니오! 그리고 르제 님도 오해를 살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타로반 시에서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전우로서 함께한 우정이었을 뿐, 남녀의 감정적 교류나 행동은 일절 없지 않았잖소!”
“히히. 난 그걸로도 충분한데?”
“본인은 아니오!”
테오는 웰링턴과 르제의 관계가 정확하게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르제가 포섭하려고 따라다니는 거구나.’
르제의 인재 욕구는 율리우스와 비견될 정도로 강한 편이었다.
한번 점찍은 사람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그녀의 친위대인 사신조였다.
그러니 웰링턴이 더욱더 마음에 들었겠지.
그의 무력 수준은 이미 전생에서의 이맘때를 훨씬 능가한 수준이니.
테오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 역시 천재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등룡에게까지 가르침을 받았으니 성장폭이 어떨지 이제는 테오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같이 전쟁까지 치렀다?
눈이 안 돌아가면 그게 더 이상할 테지.
문제는 웰링턴은 르제의 러브콜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는 것.
“너무해. 나같이 여린 아녀자가 협박받고 있는데도 아무 반응 없고.”
물론, 170센티도 넘는 장신에 말 근육처럼 탄탄한 이두근을 자랑하면서 그런 말을 해봤자 통할 리 만무했다.
웰링턴은 이제 시선까지 옆으로 돌렸고, 르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고자 새끼.”
“……무슨 말씀을 하셔도 소용없소.”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면 여기까지 해야겠네.”
르제가 테오에게 겨누던 대낫을 아래로 거두려는 순간.
“누구 맘대로?”
“……어?”
르제는 불쑥 대낫을 빗겨나가며 번쩍이는 섬광에 펄쩍 뛰었다.
차차차창!
순식간에 허공에서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대낫이 여러 차례 충돌했다.
드레이크의 날붙이도 대검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지만,
대낫도 거의 3미터에 가까운 길이와 엄청난 면적을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휘황찬란하게 움직이면서 검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그야말로 만신전의 사신이 직접 나타나 휘두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습한 움직임이었다.
채애애앵!
결국 르제는 허공에서 몸을 가볍게 비틀면서 테오와의 거리를 확실하게 벌린 채로 착지했다.
“내 그림 리퍼를 이렇게 막아낸다고?”
다시 고개를 든 르제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놀라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 순간,
쉬쉬쉭!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검은 그림자 세 개가 떨어지더니 일제히 테오를 둘러싸 낫을 겨누었다.
“르제 님께.”
“칼을 겨눈 죄.”
“죽음으로.”
사신조의 조원들이었다.
음지에서 대기하던 중에 테오와 충돌이 벌어지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너희 주인이 조금 전에 했던 말, 못 들었나?”
하지만 테오는 그들에 대응하기는커녕 여전히 시선을 르제에게 고정한 상태였다.
르제가 본능적으로 ‘어서 거기서 나와, 이 멍청이들아!’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계승권자에게 검을 겨누는 건 반역이나 마찬가지라고?”
그 순간, 테오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면서 움브라가 튀어나왔다.
케에에엑!
날개의 뼈대를 칼날처럼 바짝 세운 일격.
그 끝에는 영마독까지 섞여 있어 잘못 노출되었다간 위험했다.
“……!”
“……!”
“……!”
세 조원들은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렸지만, 두 명은 궤적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복부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문제는 상처가 얇다고 해도 침투된 영마독이 순식간에 신경계를 건드리면서 착시와 환각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이고,
셀퍼드와 아린, 레이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각자 한 명씩 맡아 덤볐다.
콰아앙!
짧은 격전과 함께 세 조원의 머리통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테오도 지면을 거세게 박차고 있었으니.
콰아아앙!
쐐애액-
심장이 거칠게 뛰면서 단전과 공명을 시도, 어느새 그의 육체가 붉게 달아오르면서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용혈을 깨웠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마력 공명이 주는 각성 효과도 아주 대단했다.
테오를 둘러싼 분위기가 한순간 확 바뀌었으니까.
패도(覇道).
라그나르, 그 자체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오호. 그냥 당하고는 못 산다, 이거지?”
르제는 테오의 노림수를 깨닫고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라 웃었다.
-공격받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라그나르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전을 해왔다면 물러서지 않고 맞서주겠다.
테오는 그녀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도 권좌를 노리는 계승권자라는 사실을 몸소 시위하는 것이다.
“좋아. 이 누님이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한번 시험해주지.”
르제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애병, 그림 리퍼를 꽉 쥐었다.
용의 척골(아래쪽 날개뼈)을 깎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크고 우람한(!) 날을 자랑하는 대낫은 단숨에 오러로 뒤덮이면서 지면을 세게 긁었다.
마찰열과 함께 피어오른 검은 불길이 그림 리퍼를 넘어 르제까지 감쌌다.
마치 그 모습이 지옥에서 올라온 사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결국 두 사람이 충돌하기 직전,
「그새를 또 못 참고-!」
등룡이 불쑥 중간에 나타나면서 각각 한 손씩 테오와 르제의 공격을 튕겨냈다.
쿠르르릉-
우르르!
막강한 공격들이 옆으로 빗겨 나면서 애꿎은 바닥을 두들긴 까닭에 격진이 화예조합 건물들을 흔들었다.
“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내 꼬오오옻!”
한발 늦게 나타난 오드가 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면서 테오와 르제를 번갈아 노려봤다.
“영감,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는데 너무한 거 아냐?”
“천둥벌거숭이 같은 말 그만하고 무기 거두게. 그렇지 않으면 네 무기가 부러지든, 네 손모가지가 부러지든 둘 중 하나는 무사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테니.”
“태상가주님이랑 너무 오래 붙어 있더니 성격까지 변한 거 아냐? 협박이 너무 서슬 퍼런데.”
“직접 확인해보겠나?”
“에이. 그럼 내가 손해지. 평상시에 내 목을 노리는 승냥이가 얼마나 많은데.”
르제는 실실 웃으면서 그림 리퍼를 완전히 거두었다.
“자네는?”
등룡의 시선이 이번에는 테오 쪽으로 향했다.
테오는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실 이대로 붙어봤자 테오에게 이로울 건 없었다.
등룡이 즉각 실력 행사에 나선다면 어떻게 손도 쓰지 못하고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일 테니.
그게 아니더라도 눈 밖에 나서야 그동안 쌓은 호감만 날아갈 뿐이었다.
무엇보다 르제의 실력은 용문검사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장 테오가 용혈 각성까지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쉽게 검을 거두기가 어려운 것은 눈앞에 태고룡의 유물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떻게 르제가 유물을 쓸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파아아-
날을 따라 푸른빛을 잔잔하게 뿌리는 저 자태를 보라.
저것을 가지게 되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잘 알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등룡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테오는 결국 고민 끝에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내렸다.
그를 휘감던 하얀 증기도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잘 생각했네. 윈터러면 모를까, 이곳은 외지. 아군끼리 싸워봤자 좋을 것 없다네. 더구나 자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남매가 아닌가?”
비록 라그나르의 정서에 남매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테오는 굳이 그걸 지적하지 않고,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바닥에다 꽂으면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백갑용기대 소속 실전검사 테오 라그나르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래. 이렇게 보는 건 공식 석상이나 행사 이후에 처음이지? 사신조 르제 라그나르. 반가워. 그보다 쟤들 좀 풀어줄……?”
르제는 피식 웃으면서 테오의 손을 맞잡다 말고, 갑자기 손목으로 침투하는 테오의 마력을 읽고 인상을 잔뜩 구겼다.
이 비열한 새끼가!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쩐지 말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마치 성대가 꽉 막힌 느낌.
「라그나르에게 비열하다는 말은 칭찬 아니었습니까?」
“……!”
게다가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귓가를 파고드는 테오의 전음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 순간, 등에 다시 매달았던 그림 리퍼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지이이이이잉!
처음 테오와 마주쳤을 때와 똑같이.
아니, 그때는 뭔가 반기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뭔가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녀석, 이걸 노린 거였어!’
르제는 그제야 테오의 목적을 깨닫고 그림 리퍼를 보호하려 했지만,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발동되어 태고룡의 유물에 잠재된 사념을 깨웁니다.]이미 테오는 그림 리퍼의 가디언을 깨우고 있었다.
파아앗!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