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8화(138/224)
튤립의 영묘 (3)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여 인스턴스 던전이 열립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서든 퀘스트]태고룡의 유물 중 하나인 ‘그림 리퍼’를 발견했습니다. 유물을 수호하는 가디언 ‘마가라’와 숨바꼭질에서 이기십시오.
· 난이도: A
· 보상: ‘그림 리퍼’ 소유권
· 실패시: 소유권 박탈
+
테오는 한순간 발이 푹 하고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늪이었다.
진흙과 강물이 뒤섞인 진창으로 가득한 늪.
“이런.”
테오는 퀘스트의 내용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몸이 그대로 가라앉을 것 같아 우선 균형부터 잡으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발아래에서 느껴진 음습한 느낌에 마력을 발바닥 쪽으로 끄집어내렸다.
콰아앙!
화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진창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테오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가 조금 전 있던 자리.
상어의 몸뚱이에 뱀의 꼬리, 악어처럼 길쭉한 주둥이를 가진 흉측한 모습을 한 녀석은 이쪽을 보며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군.」
탁!
테오는 근처에 있던 마른 나무에 앉은 채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아래로 내렸다.
“네가 여기 가디언인가 보지?”
「비슷해.」
“퀘스트를 보니 너를 잡기만 하면 되는가 보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도 되나?”
숨바꼭질을 하라는 것은 늪에 깊게 가라앉은 마가라를 찾으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멀리 도망치기는커녕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만용이 심각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정작 마가라는 두 개 다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왜 ‘당연히’ 너와 퀘스트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그동안 만났던 여러 가디언과는 전혀 다른 반응.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퀘스트란 태고룡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우리에게 강요한 억지에 지나지 않아. 거기에 우리의 의견이나 생각 따윈 들어있지 않지.」
“……!”
역시나 그동안 테오가 만났던 가디언들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우웅! 우우웅!
순간,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월백검 뿐만 아니라, 사막의 반지와 얼음꽃의 나비 같은 다른 유물도 일제히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파아아!
왼쪽 귀에 달고 있던 귀걸이가 흔들렸다.
동시에 시린 빛무리를 토해내면서 페어리 드래곤의 형상을 갖췄다.
「헛소리!」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페어리 드래곤은 마가라를 보면서 잔뜩 노기를 드러냈다.
「파프니르 님은 우리의 창조주이시다! 그분의 의지야말로 곧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명! 그리고 완수해야 할 과업이다! 한데, 그걸 어떻게 부정한단 말이냐!」
「그런 것이야 자유의지 따윈 없이 멍청하게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네놈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겠지.」
테오는 마가라가 페어리 드래곤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얀!」
「멍청한 너희들은 그 인간을 따르거나 말거나 계속하던 짓이나 마저 해라. 하지만 내게는 너희들의 사상을 강요하지 마.」
마가라의 세로 동공이 확 하고 커졌다.
「내게 진정한 주인은 오로지 르제 님뿐!」
그것은 선언이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르제에게 단단히 빠졌어.’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테오는 아주 잠깐 고민에 잠겼다.
르제가 어떤 경위로 태고룡의 유물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른다.
보아하니 그녀는 유물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가라가 이렇게 르제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다는 것은 유물과 관련 없는 어떤 감정적인 교류가 있다는 것.
‘전생에서도 르제는 마지막까지 그림 리퍼를 손에서 놓지 않았었지?’
머지않은 미래에 르제는 결국 권좌 경쟁에서 패배하고 만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것은 사신조도, 인재도 아닌 그림 리퍼.
르제도 그만큼 자신의 애병을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증거였다.
문제는 테오가 태고룡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물을 회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르제와 마가라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놔야만 했다.
「창조주의 뜻을 거역하면서까지 허튼 길을 걷겠다고? 그 르제라는 자는 선택자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용의 피를 타고난 라그나르이긴 하지.」
「너!」
「허울밖에 없는 자격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좋다. 내 주인을 위해 그 자격을 씌워줘야지!」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띠링!
[마가라가 당신에게 강한 적개심을 표출합니다. 마가라는 지금부터 당신을 사냥하여 <선택자>의 신분을 다른 사람에게 이양시키고자 합니다. 마가라의 공격을 주의하십시오.] [퀘스트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난이도가 A에서 S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크아아아!
가디언의 반란!
테오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페어리 드래곤과 데스웜의 인정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살의를 드러내지는 않았었는데.
「마가라!」
「알아서 잘해보아라. 할 수 있다면 말이지. 후후…….」
페어리 드래곤이 이름을 부르거나 말거나, 마가라는 이미 늪 아래로 몸을 감춘 뒤였다.
「골치 아프게 되었구나.」
페어리 드래곤은 짧은 팔로 이마를 탁하고 짚었다.
귀여운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노인 같은 말투라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본인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차피 그렇다고 해서 퀘스트가 바뀌지는 않았어.”
「마가라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이 몸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나, 놈은 생전에도 단단한 치악력과 가죽으로 적들을 단숨에 찢어발기던 짐승이었으니.」
“그사이에도 자기 잘난 척은 빠지지 않는군.”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니라!」
페어리 드래곤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대가 비록 더러운 술수로 이 몸을 꺾어 어쩔 수 없이 주인으로 모시긴 했으나, 어쨌든 그대가 이 몸의 주인이자 태고룡의 후예이며 수호룡의 반려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몸은 천 년을 넘게 기다려온 뒤에야 겨우 찾아온 주인이 이대로 허망하게 죽거나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테오는 페어리 드래곤의 성격을 이제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능력 여부와 관계 없이 자기 잘난 척이 너무 심했다.
「그러니 우선 이 몸의 충언에 따라 계획을……!」
“별로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만.”
「……무슨?」
페어리 드래곤은 테오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던전은 가디언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최적의 환경이다.
똥개도 자기 앞마당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외부자가 그걸 어떻게 하기는 힘들……!
[용의 인자가 발동됩니다.] [용혈 각성이 시작됩니다.]“이래도?”
「헉!」
라그나르의 용혈은 태고룡과 수호룡에서 비롯된 것.
모든 용종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고대룡의 것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하위 용종은 본능적으로 상위 용종에게 복종하게 되어 있었다.
테오는 부유군도에서 머무는 몇 달 동안 용혈 각성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을 만큼 훈련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큰 패널티 없이 용의 권능까지 일부 발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페어리 드래곤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본능에 따른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건 마가라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았다.
[보유한 모든 특수 능력과 강화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올 버프가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 6분.]이전보다 1분 늘어난 제한 시간.
그 정도면 충분했다.
꽈악!
테오는 한껏 예민해진 감각을 바짝 세워 허공에다 손을 뻗었다.
그리고 옆으로 비틀었다.
콰드드득-
염동력으로 강하게 고정된 늪지대 일부가 통째로 뒤집히면서 그 아래에서 테오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마가라가 훤히 드러났고.
「이게 무슨!」
“오라.”
테오의 명령에 따라 마가라는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몸뚱이가 통째로 허공에 튀어 올랐다.
「안 돼!」
마가라는 본능적인 복종과 강제적인 속박을 어떻게든 떨쳐보고자 애썼지만, 그러기도 전에 이미 테오가 움직이고 있었다.
애당초 이 퀘스트의 내용은 숨바꼭질.
술래가 터치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다.
결국 테오의 손끝이 마가라에게 닿고 말았다.
번쩍!
빛무리가 세상을 가득 뒤덮었다.
[축하합니다! 숨어있던 마가라를 찾는 데 성공하여 서든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하였습니다.] [평가: S] [보상으로 그림 리퍼의 소유권을 획득했습니다.]빛무리가 가신 자리.
르제가 인상을 잔뜩 굳힌 채로 여전히 테오와 악수하고 있었다.
던전과 다르게 현실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던 셈.
“너!”
르제는 직감적으로 테오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테오는 악수를 풀면서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뭔……!”
뭔 개수작이냐?
르제는 한마디 쏘아붙이려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테오가 뭔가를 했다는 것은 정황상 그녀만 알 뿐, 아무 증거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그 짧은 찰나에 하수인 테오가 그녀의 감각을 속이고 뭔가를 해냈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고.
아끼던 무기의 소유권을 빼앗겼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할까?
아니, 설사 알았다고 해도 따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애당초 먼저 테오를 시험해보겠다며 시비를 걸었던 건 그녀였으니.
오히려 역으로 당했단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체면만 깎아 먹는 짓이었다.
결국 르제는 이를 박박 갈면서 침착함을 되찾았다.
지금껏 보였던 장난기 가득한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좋아. 먼저 시작했던 건 나니까,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지. 아버지가 여섯 번째 후보를 운운하셨던 게 호들갑은 아니셨던 모양이네.”
‘역시 5대 후보라는 사실은 어디 가지 않는군.’
테오도 내심 르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만한 침착함이라면 앞으로 더욱더 그녀를 경계해야 할 것 같았다.
저런 사람일수록 앞으로 칼을 휘두를 때는 더욱더 은밀하고 날카로울 테니.
“애당초 그 나이대에 토르켈 말고 나한테 이 정도로 개갰던 애가 없었는데 말이야. 너 혹시……!”
“없습니다.”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는데?”
“밑으로 들어오란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싫습니다.”
“단호박이라도 먹었냐. 아주 단호하셔.”
르제는 테오와 웰링턴을 번갈아 봤다.
친구가 아주 똑같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더 이상 제안하지는 않았다.
별 미련 없다는 투.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은 눈치였다.
테오가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그릇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조금 전에 나눈 손속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신에 르제는 카산드라에게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카산드라가 주춤거리며 더더욱 테오의 뒤로 바짝 숨었다.
“네가 그 아이구나. 트로이반이 그토록 찾다 다녔다던 예언가.”
르제가 자세를 낮춰 카산드라와 얼굴 높이를 맞췄다.
옆에서 보고 있던 테오의 눈이 커졌다.
애당초 르제의 목적이 자신이 아닌 카산드라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뭐 하나만 묻고 싶은데, 대답해 줄 수 있겠니?”
그 순간, 테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카산드라를 이곳으로 데려오게 한 사람이 르제였어!’
* * *
“주군.”
테오 일행이 카산드라를 데리고 조합 건물로 들어간 자리.
르제만이 여전히 제자리에 쭈그리고 앉은 채로 고민에 잠겨 있었다.
사신조 조원 중 한 명이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응?”
“원하던 대답도 들으셨는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문제? 당연히 없지.”
-내가.
르제가 카산드라에게 했던 질문.
-내가 ‘왕’이 될 수 있을까?
미래 예지를 할 줄 아는 아이가 있단 사실을 알아내고, 때마침 근처에 있던 테오 일행에게 구출 작전을 지시했던 건 모두 르제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였다.
예언가라는 카드를 손에 넣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계승권 유력 후보자인 테오의 실력도 확인할 겸 해서.
만약 테오가 작전에 실패했다면?
곧바로 등룡 사제와 사신조가 나섰을 것이다.
그동안 아크트와 청악대를 뒤쫓았던 것도 그들이었으니까.
다행히 그들이 나설 필요 없이 카산드라는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고,
드디어 르제가 오랫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권좌.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닿기를 갈망했던 자리에 앉을 수 있겠냐고.
지금도 수없이 쏟아지는 견제와 경계를 뚫고, 마침내 아버지가 앉아있는 자리에 자신도 앉을 수 있겠냐고.
그리고 그 대답은…….
하지만 르제는 그 대답을 듣고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
‘아무 반응이 없어.’
자신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같이 울어주던 그림 리퍼가 여태 너무 조용했으니까.
그림 리퍼는 항상 그녀와 영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죽기라도’ 한 것처럼.
“…….”
이 순간.
르제는 깨달을 수 있었다.
왕이 되는 순간 함께 하길 바랐던.
권좌에 같이 앉길 바랐던 친구가 더 이상 자신의 곁에 없다는 사실을.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