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3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39화(139/224)
튤립의 영묘 (4)
“튤립 화예조합은 단순히 꽃꽂이나 하자고 만들어진 곳이 아닙니다. 이곳 지하에 잠들어 있는 선조들을 기리기 위한 영묘이죠.”
오드는 테오 일행에게 조합 안내를 자처했다.
신성한 장소라는 것을 자꾸 언급하다 보면, 어디서 언제 검을 뽑을지 모를 이 무뢰배들도 조금 자제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뇌가 근육으로만 가득한 새끼들이 진짜!’
이놈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웰링턴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레이는 하품을 해대질 않나, 셀퍼드와 아린은 농담 따먹기를 하질 않나.
테오는 아예 대놓고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넷 다 무릎을 꿇려 앉혀놓고 다섯 시간 동안 설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념하게나. 요즘 애들이 어디 이런 유적지에 관심이나 있겠나.」
등룡이 오드의 살벌한 눈빛을 읽고 웃음기 섞인 전음을 보내왔다.
「말이나 됩니까! 여기는 북방의 얼과 넋이 담긴 곳인데요!!」
「그게 밥을 떠먹여 주지는 않으니까.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어찌 역사와 전통을 끼니나 돈 따위를 비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자네, 요즘 세상이 자네 같은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 뭔지 아나?」
「뭡니까?」
「꼰대.」
「이이……!!」
오드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당장에라도 제자리에서 펄쩍 뛸 것 같았다.
등룡은 웃었다.
「자네가 얼마나 자네의 일에 깊은 자긍심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다네. 그것이 중요한 사명이라는 것도 내 알고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일세. 젊은이들은 우리와 관심사가 전혀 다르니까.」
오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저만한 나이대에는 가문의 일보다는 나나 내 주변 일에 더 관심이 많았었고. 안 그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충고였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드는 괜히 인정하기 싫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영감님이랑 같이 엮지 마시죠? 전 영감님과 세대가 다릅니다만.」
「이놈이 꼭 좋은 말을 해줘도?」
두 사람이 투덕거리는 사이.
테오는 르제와 카산드라가 조금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왕이 될 수 있겠나?
르제가 카산드라에게 했던 질문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아무리 권좌를 노린다고 해도 그걸 대놓고 예언가에게 물어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잘못 다뤄지면 반역으로 비칠 수도 있는 예민한 사안이니까.’
카일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 ‘계승권’이 아닌 ‘왕좌’를 운운하는 것은 자칫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
그래도 르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급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문제는 이어진 카산드라의 대답이었다.
-네.
아주 짧지만 이보다 확실한 대답이 어디 있을까.
실제로 르제를 따르던 사신조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반대로 테오 일행은 일부러 그걸 못 들은 척했고.
테오 역시 처음에는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곧 한 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르제는 결국 실패하고 말아. 그것도 토르켈에 의해서.’
르제와 토르켈의 충돌.
그리고 르제의 전사(戰死).
5대 후보의 탈락이 준 사회적 충격은 아직도 테오가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도 카산드라는 르제가 왕이 된다고 말했다는 건…… 둘 중 하나인데.’
카산드라의 예언이 완전하지 못하거나, 테오가 알고 있는 역사가 틀어졌거나.
만약 두 가지 다 아니라면.
‘시계의 수레바퀴.’
카산드라가 이전에 했던 예언.
-죽은 자들의 왕이 수레바퀴를 되감는다.
죽음의 수레바퀴가 그려졌던 타로카드가 계속 머릿속을 아른거렸다.
‘그것도 왕이라면 왕이니.’
르제가 실수한 게 있다면, 질문이 너무 두루뭉술했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대놓고 북방의 왕이 될 수 있겠냐고 물었다면 모를까, 얼마든지 재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지 않은가.
물론, 이런 것도 모두 테오의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테오는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령들의 위패.
그가 지금 있는 이 장소부터가 죽은 이들이 누워있는 무덤 한가운데가 아닌가.
오드는 일행을 조합의 중앙 건물로 안내했다.
유리로 뒤덮인 온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튤립의 꽃향기가 코끝을 찌르고, 정원 곳곳에 놓인 비석들이 눈에 띄었다.
“역사에도 거의 기록되지 않는 먼 과거, 마해 너머에서 한 마물 군단이 북방을 짓밟고 이곳까지 내려와 세계가 멸절의 위기에 빠졌었다고 합니다.”
오드는 오랜 세월에 이름도 잘 보이지 않는 비석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때 라그나르에서 299인의 결사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신들의 목숨을 던져 마물 군단과 그 왕을 막고자 나선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바로 이곳에서 놈들과 맞서고,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비석의 수도 딱 299개였다.
“구전으로 남은 기록에 의하면, 라그나르는 겨우 승리를 거뒀다고 합니다. 마물의 왕은 다시 마해로 돌아가고 세계는 구원을 받았지요. 하지만 반대로 최정예를 잃은 라그나르는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그런 라그나르의 희생에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잊었습니다.”
오드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던 셀퍼드와 아린, 레이는 자세를 똑바로 갖췄다.
어쩐지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중시조이신 아슬라우그 님이 나타나 무너져가던 가문을 다시 추스르시기까지, 북방이 맞았던 암흑기는 아주 길고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에 분노하되, 후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역시 자랑스러운 라그나르의 역사이니.”
분노하되, 후회해서는 안 된다.
세계가 라그나르의 희생을 잊은 사실에 분노하더라도, 라그나르까지 그 희생을 ‘괜히 나서서 했다’는 식으로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더 자랑스러워해야만 했다.
그 또한 선조들이 내린 결정이었으므로.
‘<이름 없는 군주>와의 전쟁……. 그때 죽은 결사대가 묻힌 자리.’
테오의 시선은 비석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죽은 자들의 왕이라는 단어가.
예언이 자꾸만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돌았다.
* * *
“심장은 잘 썼나?”
테오의 상념을 깨뜨린 것은 등룡이었다.
가루다의 심장을 말하는 것이다.
테오는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예. 덕분에.”
“그래. 보기에도 효과가 괜찮았던 것 같군.”
등룡은 테오의 달라진 근육과 골격을 보면서 가볍게 탄성을 터뜨렸다.
이제는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라그나르를 대표하는 검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장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다행이구만. 힐다 님도 아주 만족하실 걸세.”
“힐다 님은 잘 계십니까?”
“잘 계시다마다. 너무 정정하셔서 이 늙은이보다도 훨씬 오래 사실 것 같아서 그게 더 걱정일 정도라네. 허허허.”
등룡은 웃으면서 묘한 눈빛을 보냈다.
“어찌나 정정하신지 제자 잡으러 가겠다면서 날뛰시는 걸 진정시키느라 고생깨나 했다네.”
제자 후보도 아니고 그냥 제자?
힐다가 어떻게 테오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오셔도 되는 겁니까?”
“위에서 인제 그만 놀고 밥값 하라고 내보내는데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말은 저렇게 해도 제자인 웰링턴의 실전 훈련을 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겠지.
그리고 그보다 앞선 목적은.
“힐다 님이 따로 지시한 것이 있으신 거군요.”
“자네는 역시 영민해.”
“뭔지 여쭐 수 있습니까?”
“알게 되면 꼼짝없이 힐다 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는데도?”
“……아닙니다. 기밀을 굳이 여쭐 필요는 없겠죠.”
“그냥 말해주고 자네를 힐다 님께 끌고 간다면 점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만.”
“지금 도망치면 되겠습니까?”
“후후후.”
테오는 등룡이 이렇게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었나 싶었다.
“나도 정확한 건 모른다네. 다만, ‘나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라고 말씀하시더군.‘
‘나가를? 벌써 그러실 때가 되었나?’
나가는 하위 용종 중에서도 가장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존재였다.
절반은 인간, 절반은 뱀의 몸을 한 형태로 인간 문명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자신들만의 문명을 일구면서 산다던가.
하지만 수백 년 만에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힐다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카일의 목적이 라그나르의 영광에 있다면, 힐다의 목적은 오로지 개인의 영달에 집중되어 있었다.
승화(昇華).
육체의 탈을 벗어 던지고 만신전의 입구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가는 바로 이를 위한 지식을 그녀에게 줄 수 있었다.
‘그때 힐다 님이 나가 족을 꾈 때 썼던 도구가 가루다의 심장으로 알고 있는데……. 또 다른 게 있으신가?’
뭐가 되었든 간에 힐다가 슬슬 은거를 깨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비를 보인다는 것은 앞으로 세계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테오는 윈터러로 복귀하는 대로 힐다의 움직임을 알아봐야겠다 싶었다.
‘그나저나 아무것도 안 읽히는데. 세월이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가?’
테오는 슬쩍 비석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잠재 사념을 탐색합니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이름 없는 군주>를 상대로 맞섰던 분들이니만큼,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겸사겸사 이들의 검술도 견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건만.
아무런 사념도 남아있지 않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고대 검술은 현재 검술과도 궤를 달리한다고 들었는데.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려나.’
예언에 따라 르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알고 싶었고.
하지만 미련은 길게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지는 않았으므로.
대신에 웰링턴 사제와의 생각지 못한 만남은 테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근황이나 전황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도 훌쩍 흘러 밤이 되었다.
다만, 르제는 어디로 간 건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림 리퍼에 대한 건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고.’
선택자가 아닌 이상에야, 태고룡의 유물에 대해서 알 방법은 없으니 별 걱정은 없었다.
다만, 소유권을 획득한 이상 그림 리퍼를 회수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건 어쩔 수 없이 잠시 미뤄두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르제와 충돌할 수 없는 데다가, 유물에서 가장 중요한 <안배>는 이미 회수한 덕분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게 테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이튿날 새벽.
“……이렇게 외부 임무에 나와서도 새벽 훈련을 꼬박꼬박 하고 있는 것이오?”
조합 건물의 뒷마당에 나와 몸을 풀고 있던 테오에게 웰링턴이 질린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몸을 수시로 풀어주지 않으면 감각이 무뎌집니다.”
“공자는 좀 무뎌지는 게 후발 주자들이 바랄 일일 것 같소만.”
“그렇게 말하는 웰도 훈련하러 나온 거 아닙니까?”
“뒤처지고 있으면 앞선 사람보다 더 분발해야지, 안 그러면 평생 못 따라잡으니까. 그런데 앞선 사람이 더 많이 분발하고 있으니 따라잡기가 너무 힘드오.”
웰링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가볍게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테오는 웰링턴의 단단하게 잡힌 대퇴근을 보고, 엄살과 다르게 그가 그동안 얼마나 등룡 밑에서 엄하게 훈련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웰.”
“왜 그러시오?”
“몸도 풀 겸 오랜만에 대련 한판 어떻습니까?”
“후후. 좋소.”
테오와 웰링턴은 각각 훈련용 검을 들고 마주 섰다.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 듯한 기분.
차앙-
가볍게 검과 검이 부딪치고,
파아앗!
두 사람이 동시에 전력을 다해 움직이려던 순간이었다.
오싹!
갑자기 테오와 웰링턴의 등골을 섬뜩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테오 공자!”
“네. 뭔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느낌을 주는 장소가 카산드라가 있는 장소라는 점이었다.
테오와 웰링턴이 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