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0화(140/224)
튤립의 영묘 (5)
「아이를 데려간 자들이 섬야차였다고?」
가면 아래에서 섬뜩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그렇다고 합니다.”
「그놈과는 엮이지 않는 곳이 없군.」
아크트는 청악대 대장이 가져온 보고에 눈살을 찌푸렸다.
섬야차.
테오 라그나르에 대한 건 이미 트로이반의 봉공들이 필수적으로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라그나르를 집어삼키려던 에드의 야욕을 물거품으로 만든 자.
용살검 발뭉을 훔친 놈.
부유군도 자치령에서의 자신들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크림힐트의 신비까지 가져간 방해꾼.
그리고…… 선택자.
태고룡의 유물을 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판에 녀석은 트로이반의 모든 음모를 계속 분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랬단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청악대를 모조리 이끌고 담장이라도 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거기 있을 다른 놈들이 문제란 말이지.」
그의 한쪽 팔을 앗아간 등룡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악명 높은 르제와 사신조도 있었다.
정면에서 부딪쳤다간 카산드라를 빼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놈들까지 끌어들여야 하나? 짜증 나는군.」
다행히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크트가 호출하면 즉각 달려올 지원군이 있긴 했다.
다만, 그놈들이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되도록 손을 벌리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일 듯싶었다.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감정적 상황이 아닌 대업이었으므로.
“그래도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저들도 함부로 움직이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영묘에서는 함부로 검을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다?」
“라그나르가 자신들의 역사 하나만큼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자들이지 않습니까?”
「우스운 노릇이지. 자신들의 ‘진짜’ 얼도 잊어버린 놈들이 역사와 전통을 운운하고 있으니.」
가면 아래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는 영락없는 비웃음이었다.
“그리고 영묘는 언젠가 저희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함께 도모하시지요.”
「그래. 이렇게 된 것, 차라리 판을 크게 한 번 벌여보자꾸나.」
가면 너머 아크트의 눈동자가 비틀렸다.
「하지만 그 전에 아이가 전황에 휩쓸리지 않게 확보해둘 필요는 있으니…….」
아크트는 몇 가지를 지시했고, 청악대장은 존명을 외치며 조용히 사라졌다.
* * *
‘내일이면…… 테오 오빠도 떠나겠지?’
카산드라는 똑똑한 아이였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죽은 건 모두 자신의 능력 때문이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
저 높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자신이 필요할 터였다.
그러니 테오가 곧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인도하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사람들이 테오가 데려온 사람들이라는 것?
테오가 말했다.
이들은 그 끔찍했던 아저씨들과 다르게 좋은 사람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니 믿어도 될 것이다.
테오는 자신과 비밀을 공유한 아주 좋은 사람이므로.
‘헤어지기 전에 나도 오빠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왜 자꾸 안 되는 거지?’
이놈의 능력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월하게 보일 때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끙끙 앓고 나면 단편적으로라도 뭔가를 보여주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테오와 연관된 걸 보려 하면 잘되지 않았다.
뭔가에 탁탁 걸리는 느낌?
혹시 능력이 잘 발동되지 않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 언니의 미래는…… 잘 보였었는데.’
수많은 사람을 이끈 채로, 옥좌에 앉아있던 르제의 모습은 아직도 카산드라의 기억에 선명했다.
그 사람들이 하나 같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모두 르제의 말에 복종하고 있었다.
그러니 능력이 상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그냥 안 보이는 거야. 테오 오빠는.’
-마치 이 세상과 혼자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카산드라는 그런 생각이 턱 밑까지 올라왔지만 내뱉지는 못했다.
그렇게 말하면 테오가 꼭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똑똑.
“카산드라 님, 다과를 조금 가져왔는데 드시겠습니까?”
카산드라의 생각이 깊어질 때쯤 노크 소리와 함께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자!
순간, 우울했던 카산드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빈민촌에서는 먹고 싶어도 잘 먹지 못했던 과자를, 여기서는 달라고 하면 그냥 주었다.
카산드라가 라그나르를 아주 좋은 곳으로 여긴 두 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사용인이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카산드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언니.”
“예. 카산드라 님.”
분명히 목소리는 조금 전까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던 시녀의 것이 맞는데.
“혹시 어디 부딪치셨어요?”
발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다른 걸까?
“조금 전에 물건을 들고 나르다가 살짝 발목을 접질렸습니다만, 혹시 듣기 거슬리십니까?”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어디 불편하신가 싶어서 걱정되어서!”
“그럼 다행이네요. 다과는 여기 탁자에다 두겠습니다.”
“예. 감사해요.”
카산드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심을 여전히 풀지 못했다.
시녀는 항상 뭔가를 가져다줄 때면 카산드라가 움직이기 불편할까 봐 베드 테이블에다 물건을 올려다 뒀다.
그런데 왜 탁자에다가……!
그 순간이었다.
화아악!
깜깜하던 카산드라의 시야로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분명히 시녀 복장을 하고 있던 여인이 다과상을 탁상에 올려둔다.
하지만 그 쟁반 밑에는 아주 작은 바늘이 숨겨져 있었다.
바늘은 곧 과자를 먹고 있던 자신의 목덜미에 꽂히고…….
시야가 다시 어두워졌다.
카산드라가 자기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렸다.
“이런. 눈치챘나 보네?”
“……!”
“분명히 얼굴뿐 아니라 습관이나 말투까지 똑같이 따라 했을 텐데. 어떻게 알아낸 거지? 그것도 이능 덕분인가?”
도와주세요!
카산드라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시녀로 변장한 자객이 움직였다.
자객은 단숨에 카산드라를 기절시키고 조합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잠입했을 때처럼 나가는 것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곳엔 아주 능력 좋은 협력자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객의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바늘이 카산드라에게 닿기 직전, 그림자가 꿀렁거리면서 위로 치솟았으니까.
흉측하게 생긴 회백색의 괴물이 검은 그림자를 찢으며 으르렁거렸다.
케에에엑!
“이게 무슨……!”
카산드라가 혼자서 심심할 것을 염려해 테오가 미리 움브라를 붙여놨던 것이다.
필요할 때는 보디가드 역할도 겸할 수 있어서 그러긴 했는데, 설마 트로이반이 등룡과 르제가 있는 이곳을 공략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 운 좋게 얻어걸리고 말았다.
바늘은 움브라의 단단한 비늘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고,
움브라는 톱니바퀴같이 난 이빨로 자객을 물어뜯고자 했다.
와그작!
자객은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하면서 뒤로 널찍이 물러섰다.
어떻게든 카산드라에게로 가는 공간을 확보하려 해도, 움브라의 덩치가 워낙에 큰 탓에 방 안이 꽉 차 도저히 틈을 낼 수 없었다.
콰콰쾅!
더구나 움브라는 실내 집기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난동까지 피워댔다.
칼날처럼 빳빳하게 세운 날개로 자객을 노리질 않나, 입에서 독으로 보이는 검은 숨결을 토하질 않나.
결국 창문이 박살 나고 기둥이 무너진 까닭에 격진이 건물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괴, 괴물?”
“이런! 자객이다! 어서 위에다 알려!”
뒤늦게 나타난 조합의 경비병들이 움브라와 자객을 발견하고, 카산드라를 보호하기 위해 사신조도 바쁘게 움직였다.
“제길.”
자객은 주변으로 바짝 좁혀오는 포위망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조용히 카산드라만 납치해서 빠져나가겠다는 계획은 다 일그러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품에서 원통을 꺼내 무너진 천장 방향으로 심지를 잡아당겼다.
피융, 퍼퍼퍼펑!
곧 하늘 위로 붉은 신호탄이 뭉게뭉게 퍼지고,
댕댕댕댕댕-!
경고 알람이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렸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청악대가 일제히 급습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적습이다! 트로이반이 영묘를 노리려 한다!
-막아아! 어떻게든 이곳을 지켜야만 한다!
-사신조는 서둘러서 아이를 지켜라! 저들이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저게 뭐지? 트로이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성마교다! 성마교도 나타났다!
-저 사이비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사방에서 다급한 비명과 혼란한 움직임이 들렸다.
“그릇된 얼을 따르는 존재들이여.”
자객은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서 있는 움브라와 검사들을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너희들의 잘못된 충성은 절대 선조들의 선택과 가호를 받지 못하고, 오로지 지탄과 저주만을 받을지어다-!”
쾅!
자객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말을 혼자서 지껄이며 카산드라 쪽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그녀의 피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 역류폭혈공?”
“혈광 조화도 있다! 제기랄! 저 두 개를 동시에 격발한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역류폭혈공의 악명은 이제 라그나르에도 아주 잘 알려져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마력을 역회전시켜 경지를 순식간에 몇 단계 이상 끄집어 올리는 자폭기.
거기다 성마교가 자랑한다는 혈사제의 기예까지 가미되자, 녀석이 풍기는 기세는 대기까지 울릴 정도였다.
쿠르르르-
움브라가 바짝 자세를 낮추면서 자객에게 달려들고, 검사들도 모두 바짝 긴장하며 맞서려던 순간.
파라라락!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두 개의 인영이 툭 하고 떨어지면서 자객의 앞을 가로막았다.
채애애앵!
퍼어엉-
테오가 가장 먼저 마력을 가득 실은 발뭉으로 자객의 공세를 거칠게 튕겨내고,
한발 늦게 나타난 웰링턴이 사각지대를 파고들면서 일격을 뿌렸다.
스걱-
푸우우!
자객의 머리통이 말끔하게 분리되어 허공에 튀었다.
그야말로 정교하기 그지없는 합공.
하지만 테오와 웰링턴은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 자객 같은 녀석이 사방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강렬한 파장까지도.
“테오 공자!”
“알고 있습니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은데요.”
테오와 웰링턴의 시선이 똑같이 향한 곳.
건물 지붕 위로 한 남자를 필두로 한 수십 명의 괴한이 늘어섰다.
「테오 라그나르. 역시 이번에도 너였군.」
목각 가면 아래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제바에서 봤던 것과 같은 얼굴이군.”
「그런 멍청한 놈과 나를 비교하지 말지어다.」
“멍청하긴 그쪽이 더 멍청한 것 같은데? 한쪽 팔이 잘리고도 또 시비를 걸고 싶었나?”
테오는 아크트의 등장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웰링턴으로부터 튤립 화예조합에 도착하기 전에 트로이반의 봉공과 충돌했던 일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왼쪽 팔이 휑한 것도 등룡이 한 일이라나.
아크트도 이미 한 차례 등룡에게 패했던 사실이 지적당하자 불쾌했던지 눈살을 찌푸렸다.
「입심이 제법이구나.」
“계획이 실패하는 게 더 맵지 않을까?”
「그릇된 얼을 쫓는 아이야. 미몽의 길을 걷는 너를 찢어 죽여 모든 것을 바로 잡으리라.」
“미안하지만 내 상대는 네가 아닐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 더러운 발을 들이는가-!”
하늘 위.
쩌렁쩌렁한 메아리와 함께 폭풍 같은 기세로 등룡이 나타나 아크트의 맞은편 건물 지붕 위에 우뚝 섰다.
「그래. 당신이 나타날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 지난번에 못다 한 승부, 마저 이뤄보자꾸나.」
“고얀-!”
아크트와 등룡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조합의 장원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다.
「나와 웰이 이곳을 맡는 동안, 자네는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게!」
웰링턴의 전음이 날카롭게 테오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백탑! 그곳으로 가게!」
백탑 유적지.
라그나르와 트로이반의 영역이 맞물리는 경계 지대였다.
이곳의 소유권을 두고 두 곳이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왔으며, 북방 전쟁이 시작되고 난 뒤에는 처음으로 대규모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 장소였다.
「알겠습니다.」
테오는 웰링턴과 살짝 눈인사를 나누며 카산드라 쪽으로 움직였다.
몰래 움직여야 하기에 육성으로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였다.
‘테오 공자, 높이 일어나시오. 3군8준이니 뭐니 하는 별호 따위, 원래 공자의 것이 아니오?’
웰링턴은 테오의 활약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자리는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자리이다.
테오를 위해 잠시 맡아두기만 했을 뿐, 이제 곧 그 자리의 영광은 원주인에게 찾아갈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카산드라를 향해 달려드는 청악대의 앞을 막으려는 순간.
‘……사신조가 왜?’
웰링턴은 카산드라에게로 향한 다른 움직임에 황급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테오 오빠……!”
사신조가 동요하는 카산드라를 보호하듯이 둘러치고, 그 선두에 르제가 서서 테오와 마주 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누님?”
“무슨 짓이라니, 동생아. 섭섭하게 그게 무슨 말이니.”
르제가 차가운 눈매를 번뜩이며 그림 리퍼의 손잡이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난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