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2화(142/224)
영묘의 영령들 (2)
강철시(鋼鐵矢).
쇠화살은 북방 특유의 추위 때문에 잘 부서질 수 있어 독특한 제련법으로 탄생한다.
그 때문에 제국의 여러 집단도 북방의 강철시는 일단 피하고 보는 편이었다.
한번 닿은 대상은 무엇이든 ‘부숴버리는’ 강철시는 정예병들의 천적이었으므로.
그런데 트로이반이 그런 강철시를 이쪽으로 수백 개나 겨루고 있었다.
어째서 저 제련법이 동부로 넘어갔는지는 지금 상황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쏴라-!”
쉬쉬쉬쉭-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강철시가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움브라!”
케에에엑!
움브라는 크게 날갯짓하면서 더 높은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아슬아슬하게 강철시가 닿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 보였지만, 아직 적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마법 병단 앞으로-!”
처처척!
포위망 곳곳에 로브를 푹 뒤집어 쓴 존재들이 보였다.
웅얼웅얼.
그들이 일제히 스태프를 허공으로 겨누면서 뭔가를 외자, 이번에는 하늘에서 불덩이가 쏟아졌다.
“마탑이 트로이반의 편을 들고 있단 말은 들었지만……!”
“이 새끼들, 아무래도 단단히 준비한 것 같은데!”
“너무 많아.”
북방에 대공가 라그나르가 있다면, 동부에는 트로이반과 마탑이 있다.
마탑은 비록 인원수는 적을지언정 마법을 부린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아린과 셀퍼드가 일제히 허공으로 검기를 뿌리고, 레이는 주변 공기를 응결시켜서 미처 제거하지 못한 마법을 겨우겨우 옆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이대로는 중과부적이었다.
아무래도 라그나르에서 카산드라를 빼돌릴 것을 대비해 공중전도 대비를 마친 모양이었으니.
특히 1차 포위망을 지나 2차 포위망이 드러났을 때는 여유로운 성격인 셀퍼드도 질린 표정이 되고 말았다.
“저것들…… 진짜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거야 뭐야?”
거대 발리스타가 부채꼴 모양으로 대형을 갖춘 채 대기 중이었다.
대공중전 노포(弩砲).
최근에 북방 전쟁에서 백갑용기대의 활약상이 짙어지자, 트로이반에서 대응을 위해 부랴부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비룡이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다고 해도, 저 화살에 꽂히면 끝장이었다.
문제는 보통 전장에 끽해야 열 대가 있을까 말까 하던 게 이쪽에는 너무 많다는 것.
‘어떡하지?’
셀퍼드는 등골이 서늘했다.
보통 발리스타는 땅에 설치되어 있어 용기사가 직접 상대하기 어려워 별도의 검사들이 대신 처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기가 어려워 어떡하나 싶었는데,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테오, 너 무슨 소리를!”
「저 발리스타는 선배님이 알고 계시는 것과도 다릅니다.」
“뭐?”
「저건 아예 순전히 백갑용기대만 사냥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화살촉에 폭발 마법까지 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화살대에는 간이 추적 마법도 새겨져 있어 각도를 틀기까지 합니다.」
“……!”
셀퍼드의 두 눈이 커졌다.
「그러니 보내주십시오.」
“……넌 그걸 대체 어떻게 안 거냐?”
「흑설에서 주의하라며 알려준 정보에 있었습니다. 벌써 나올 줄은 몰랐지만요.」
미래 지식으로 알았다고 할 수 없으니 둘러댄 변명이었지만 제법 그럴 듯했다.
“합류는 어떻게 하려고?”
「절 아시지 않습니까?」
이보다 확실한 대답이 어디 있을까.
결국 셀퍼드는 한숨을 내쉬면서 부탁한다고 답변하고 말았고, 테오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염동력의 사슬을 풀었다.
착지 시도 지점은 발리스타.
테오는 염동력으로 몸을 감싸 안으면서 추락 속도를 안전하게 낮췄다.
“공습이다! 저자부터 잡아라!”
테오를 발견한 발리스타 군단의 지휘관이 내린 명령에 따라, 군단 호위병이 일제히 검기를 날렸다.
쿵쿵쿵쿵쿵!
그걸 보면서 테오는 마력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테오의 몸 위로 증기가 올랐다.
팟! 팟! 팟! 팟!
네 자루의 데스비트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면서 뇌룡으로 변했다.
콰르르르릉-
쿠르르르!
격렬한 폭발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고,
“오, 해치웠나?”
“야! 그딴 재수 없는 말을 하면 안 될……!”
콰아앙!
호위 병단 사이로 테오가 떨어지면서 손에 쥐고 있던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검면을 따라 새어 나오던 증기가 시뻘건 불길로 변하면서 사방을 휩쓸었다.
<니벨룬의 발톱 – 화도(火濤)>
화르륵!
불길이 파문을 그리면서 주변에 있던 놈들을 쓸어버렸다.
“아아악!”
“막아라!”
“놈이 발리스타를 노리려 한다! 닿지 못하게 잡아!”
트로이반의 검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검진에 있어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트로이반답게 차륜전을 위한 검진이 빠르게 갖춰졌다.
‘검옥검진인가?’
검옥.
검으로 만든 감옥에다 적을 가둔다는 이름처럼 고수나 소수정예를 상대하는 데 특화된 검진이었다.
하지만 트로이반이 모르는 점이 있었다.
테오는 미래 지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흑설에도 몸을 담갔다는 것.
웬만한 파훼법 정도는 이미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우측 대각선으로 15미터, 그 다음에는 45도 각도로 꺾어 40미터를 들어가면 지휘관이 나타나고……!’
물론, 아무리 애기르를 착용했다고 해도 이들을 단숨에 뚫기는 어렵다.
압도적인 파괴력이 필요했다.
[용혈 각성이 시작됩니다.] [보유한 모든 특수 능력과 강화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올 버프가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 6분.]테오는 용혈 각성을 6분 내내 지속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복잡한 전황에서는 각성이 끝난 후가 오히려 걱정이었으니.
하지만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콰릉! 콰릉! 콰릉!
“컥!”
“무슨 힘이……!”
테오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낙뢰가 떨어지면서 상대를 갑옷 채로 베어버리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뒤로 크게 밀어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해도 테오의 [괴력]을 이길 정도가 아니었으니.
마치 황소 같았다.
피를 보고 잔뜩 흥분한 황소.
거기다 어찌나 검진의 미세한 틈만을 파고드는지 어떻게 손을 쓸 새가 없었고,
푸화악!
테오는 어느새 지휘관의 머리를 치면서 단숨에 발리스타에 다다랐다.
막으란 말을 할 새도 없었다.
이미 그보다 먼저 왼손이 월백검을 뽑고 있었다.
번- 쩍!
빛살이 번뜩이면서 발리스타를 그대로 박살 냈다.
같이 보호하고 있던 호위 검사 세 명의 상체도 함께 베어버리면서.
“그만두지 못할까!”
다음 발리스타를 찾아 움직이려는데, 테오 앞으로 세 명의 검사가 가로막았다.
세쌍둥이로 보이는 중년인들.
‘카렌의 세 학살자?’
테오는 그들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라그나르의 영역 중 하나인 카렌 시가 저항이 거셌다는 이유만으로 점령 후에 모든 시민을 생매장한 미치광이들.
아직은 이뤄지지 않은 미래의 범죄였지만,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본 기억이 똑똑히 남아있었다.
“아무리 문명개화가 덜 된 북방 미개인이라지만, 이딴 학살을 저지르……!”
더 들을 것도 없었다.
테오에겐 용혈 각성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쾅!
선두에 있던 파트리크가 테오의 검격을 막아내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전장이라지만, 예의 없이 연장자인 자신의 말허리를 끊은 무례에 화가 났다.
“계도가 필요한 놈이로구나! 여기서 팔다리를 꺾어 라그나르의 본보기로 삼아야겠다!”
세 사람이 품(品)자 대형을 갖추면서 합공을 시도했다.
‘상대는 셋. 그렇다면-!’
테오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바닥에 꽂고, 대신에 용살검을 뽑았다.
스르릉-
오른손에는 발뭉, 왼손에는 월백검.
기수식을 취하고, 호흡을 길게 골랐다.
두 눈에 [영성]이 내려앉으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투로들을 그려냈다.
머리가 뜨겁게 타올랐다.
검의 구슬이 주는 영감이 테오를 다시 한번 새로운 길로 인도했다.
정면으로 찔러오는 검.
테오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비트는 것으로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발뭉을 횡대로 휘둘렀다.
파트리크가 입고 있던 갑옷의 파츠와 파츠가 이어지는 틈새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빛살이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순간적인 타이밍을 노리는 안목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공격.
하지만 빛살은 너무나 순조롭게 파트리크의 오른쪽 팔꿈치를 한 움큼 베고 지나갔고,
“크윽!”
파트리크가 통증에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에 이번엔 월백검이 왼쪽 무릎 뒤쪽을 노렸다.
촤아악-
오금이 무너지면 균형이 무너진다.
파트리크가 한쪽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발뭉이 투구 아래를 찔렀다.
스걱!
푸우우-
“파트리크!”
“라그나르으으으!”
단 세 합이었다.
트로이반이 자랑하는 5성 검사가 테오의 손에 목이 잘린 것은.
다른 두 명, 패리시와 블리처가 각각 테오의 좌우에서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하지만,
채애애앵!
두 검은 각각 발뭉과 월백검에 가로막혀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혼자서 두 사람의 힘을 동시에 상대하는 테오의 [괴력]에 두 사람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파트리크를 처치한 검속만 봐서는 민첩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힘까지 지녔다고?
바로 그때,
퍼억! 퍼억!
어느새 두 자루의 데스비트가 그들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투구 아래 목덜미에 틀어박혔다.
“치사한……!”
“전쟁에 그딴 게 어디 있지?”
테오의 비웃음과 함께 데스비트가 일제히 뇌룡을 토해냈다.
콰앙! 콰앙!
뇌전은 단숨에 패리시와 블리처의 상반신을 터뜨렸다.
하반신만 남은 흉한 몰골에 주변 검사들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콰르르릉!
우르르-
테오는 그 뒤로도 진격을 시도하면서 남은 검사들을 쓸어내고, 나아가 발리스타까지 차례로 부쉈다.
케에에엑!
저 먼 하늘에서 울리는 괴성.
무사히 빠져나갔음을 알리는 움브라의 신호에 테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그래도 아직 방심할 수는 없었다.
테오는 남은 각성 시간을 체크하면서 다시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아아악! 진짜!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만 귀찮게 만들고! 왜 자꾸 이딴 짓을 하게 만드는 거야!”
뒤에서 테오의 목덜미를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고수!’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은밀했다.
테오도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데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튤립 화예조합의 조합장, 오드였다.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해! 따라와!”
* * *
테오는 별다른 의심 없이 오드의 뒤를 따랐다.
오드는 등룡과 친분이 깊어 보였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별로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신뢰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덕분에 각성도 아낄 수 있었고.’
각성 소모 시간은 총 4분여.
그것만으로도 몸에 피로가 제법 쌓여 있어 걷기가 무척 버거웠다.
“하여간 너희 검사 놈들은 이게 문제야! 뒤는 생각도 안 하고 일단 다짜고짜 검부터 휘두르는 게 말이나 되냐!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조상의 넋이 담긴 곳이라고, 넋!”
불만이 많다는 점만 뺀다면.
“이러다가 영묘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자기들이 제대로 책임도 안 져요. 미안하게 되었다, 이딴 말만 하면 끝이지? 아주 상전이 나셨어. 이러면서 묘지기들한테는 예산 남용이 심하다느니 뭐니, 트집이나 잡아대고! 아오! 요즘 꽃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럼 그걸 어떡하란 거야!”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도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귀에서 피 안 나나?’
테오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슬쩍 화제를 돌렸다.
“어디로 가시는 중인지 여쭈어도 됩니까?”
오드는 테오가 자신의 한탄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째려봤지만, 곧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들은 포위망을 피해서 덤불에 가려져 있던 어느 지하 땅굴을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영묘.”
“조합으로 가는 중이란 말이십니까? 거긴!”
“거기 아냐. 개새끼들이 우글대는 곳으로 미쳤다고 가겠냐?”
“그럼……?”
“거기 있는 영묘는 그냥 위패만 모셔둔 곳이고. 선조들이 계신 곳은 따로 있어. 유해가 다쳐서는 안 되니까.”
‘아, 그래서 사념을 느낄 수 없었구나.’
테오는 혹시 선조들의 검을 익힐 수 있을까 싶어 영묘를 두들겨 봤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던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진짜 유해가 없었으니 사념도 읽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비상시에 사용하는 탈출로이기도 해. 네 동료들도 전부 거기 숨어 있으니 적당히 시간 죽이고 있다가 나가.”
혹시 장원에서의 싸움은 어떻게 되었을까.
트로이반과 성마교가 복잡하게 뒤섞인 전장에서 등룡과 웰링턴은 무사한지 걱정되어 물어보려는데-
‘저건……?’
“이곳이 진짜 영묘다.”
테오는 어느새 거대한 지하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299개의 관이 가지런히 놓인 곳.
그 주변으로 튤립이 화려하게 만발한 채로 꽃향기를 잔뜩 풍겨댔다.
마치 테오를 반기듯이.
그리고,
-으응?
-저 친구, 우리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에이, 그게 말이나 되냐. 산자가 우리를 어떻게 봐?
-아냐. 나랑 눈 마주쳤다고!
-뭐? 정말?
테오는 볼 수 있었다.
반투명한 몸을 지닌 수많은 유령이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