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5화(145/224)
영묘의 영령들 (5)
유령들이 안내해준 곳은 영묘에서도 안쪽 깊숙하게 들어가야 나타나는 곳이었다.
299개의 관 너머에 있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암로.
그 끝에는 아주 작은 공동이 있었다.
바깥으로 살짝 뚫린 천장으로부터 빛 한 줄기가 희미하게 들어와 돌무덤을 비췄다.
거기엔 비석 대신에 붉은 튤립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무덤이 하나 더 있었습니까?”
-오, 바로 알아보네?
-맞아맞아. 우리는 원래 총 300명이었었지.
-딱 하나만 비석을 남기지 못한 거야.
유령들은 돌무덤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았다.
테오는 이것이 유령들이 이승에 남아있는 이유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 분이 묻혀 있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우리 중엔 없어.
-아무도 안 묻혀 있거든. 여기는 그냥 가묘라고 보면 될 거야.
“가묘?”
-그래. 우리들의 대장이자 가주였고, 주군이었으며…… 라그나르의 옛 선택자이기도 했던.
선택자.
그 말에 테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 그 친구의 무덤……!
순간, 이름을 말하던 유령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제기랄! 이름이 또 안 나와? 미치겠네? 이래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겠네!
-나도 요즘 가물가물해. 얼굴도 잘 기억 나지 않는다니까?
-그건 네가 노망나서 그런 거고.
-뭐 인마?
심심하면 투덕대는 유령들의 모습은 이제 크게 신경 쓸 거리도 되지 못했다.
“제가 가진 <격>으로는 본명을 들을 수 없을 만큼 세계의 비밀에 접근하셨던 분이시로군요.”
-아마 그럴 거야. 우리는 잘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이름 없는 군주>와 엮일 대로 엮여서 존재조차 이곳에 남기는 것이 거의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채널링을 의식했다.
『저 자의 말이 맞다.』
‘<이름 없는 군주>와 어떤 연관이 있었기에……?’
『라그나르에도 전승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만큼 은밀했던. 선택자로서는 그 근원에 거의 접근했던 몇 안 되는 아이였다고 보면 될 것이니라.』
‘……대단한 분이셨군요.’
『더 자세히 말해주지 못하는 걸 이해해다오. 네가 선택자로서, 내 반려로서, 계속 비밀을 파고들다 보면 언젠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니.』
‘예. 알겠습니다.’
로드브로크의 목소리는 어느새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보다 유해조차 남기지 못했던 전(前) 반려의 무덤이 이런 곳에서나마 있었다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반려로서 자격이 없나 보군.』
테오는 로드브로크에게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잠시 침묵했다.
‘<이름 없는 군주>의 저주를 받아 이름을 잃어버린 존재라…….’
이름이란 곧 존재의 규정이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를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이며, 기록으로 남는다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존재감도 확산한다.
때로는 신으로 떠받들어져 만신전에 봉헌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름이 지워졌다?
그것은 곧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는바.
하물며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야망이 강한 라그나르의 검사로서는 이보다 더한 불명예도 없을 것이다.
대장벽을 넘어온 <이름 없는 군주>에 맞선 299인의 결사대를 라그나르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들을 이끈 존재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의 수장이자, 라그나르의 가주였는데도 불구하고.
결사대원들이 유령으로나마 남아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별다른 미련이 없으면서도 이승에 남아있는 이유……. 대장의 존재를 잃기 싫어서였던 거야.’
하지만 그들은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들이다.
붙드는 것도 언젠가는 끝나리라.
그런데도 저러는 것은 일종의 발버둥이라고 봐야겠지.
“그럼 선조님들께서는 돌아가신 옛 가주님의 유해를 찾아 진짜 무덤을 세우길 바라시는 겁니까?”
-으잉?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파하핫! 그렇게 이해가 될 수도 있겠군.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검사가 어디 무덤을 남기지 못한다고 해서 억울할 게 있나. 전장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우리 운명인 것을. 그 기상과 의지만 남아있어도, 기억하는 이가 있어도, 그곳이 우리의 무덤이지.
-암! 그렇고말고!
자신들이 대장을 기억하고 있으니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그럼……?”
-우리는 대장의 검보를 복구하길 바란다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
테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299인의 유령들이 하나 같이 웃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무덤이란 우리의 기상과 의지를 기억하는 이가 하나만 있어도 그곳이 곧 무덤이라고.
-우리는 이미 무덤이 있어.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만, 저렇게 묘지기도 있지.
-하지만 우리가 가고 나면?
-없지. 없고말고! 그러니까 ‘무덤’이 필요한 거야. 우리 대장을 기억해줄 사람이.
“그것을 위한 게 바로 ‘검보’라는 거군요.”
-그렇지!
-대장의 비전이 이 세계에 남는다면, 그를 기리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니 무덤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될 테지.
-물론, 대장에게 후예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절기가 유실되어 그들은 반쪽짜리에 불과했으니 진짜 후예라 하기도 힘들었지.
테오는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 비전이라는 것이 설마 제게 조언하셨던 내용들이셨습니까?”
명탐정 유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대장의 비전도 라그나르의 검을 가다듬어 만들어졌으니 자네의 검도 만지다가 보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었어.
-우리는 대장의 비전은 알지 못해. ‘잊어버렸’거든.
-하지만 그걸 보고 얻었던 깨달음이나 엿보았던 묘리들은 각자 단편적으로 남아있지.
“그 어긋난 조각들을 이리저리 모양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들을 제 검으로 채우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대장의 비전이지.
-물론, 대장의 진짜 비전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겠지. 하지만 그게 자네에게는 좋지 않겠나? 특징이 완전히 같은 검을 배우는 것보다는 연장선에 있게끔 가꿔진 비전을 잇는 것이.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적잖게 감탄했다.
말이 쉽지, 이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자신에게도 기회였다.
고대 비전.
그것도 로드브로크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선택자의 비전이라면, 그 가치도 엄청날 테니까.
‘이미 맛보기만 봤는데도 경지가 올랐을 정도니.’
비전을 복구하고 싶다는 열망은 테오가 더 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나는 계속 이곳에 머물 수도 없는 처지고. 어떻게 도움이 되어줄 만한 방법이 없을까?’
옛 선택자의 물건이 없는 한 해츨링 싱크로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테오는 유령들과의 만남이 퀘스트와도 가깝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방법이 딱 하나 떠올랐다.
“어쩌면 비전을 빠르게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이 있는데, 한 번 시도해보시겠습니까?”
-뭐?
-그런 방법이 있다고?
테오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유령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 *
“엥? 그새 테오 어디로 간 거야?”
“그러게? 조금 전까지 저기 있었는데.”
“레이, 혹시 알고 있는 거 있어?”
도리도리-
레이는 셀퍼드와 아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잠시 호흡법에 집중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셀퍼드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테오를 찾아 움직이려다가, 갑자기 카산드라가 들썩거리자 고개를 돌렸다.
카산드라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두 눈을 가만히 끔뻑거렸다.
“여긴…….”
“몸은 좀 괜찮니, 카산드라?”
아린이 걱정되어 카산드라를 바라보는데, 카산드라는 잠시간 아무 대답 없이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앞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점이 잡히지 않는 동공은 그녀를 보는 듯했다.
“카산드라?”
“당신이 아린 네거티브시군요. 표풍검으로 유명한.”
“무슨……?”
아린은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카산드라의 말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어른인 누군가가 카산드라의 작은 몸에 빙의라도 한 것 같았다.
“당신은 셀퍼드 가드너. 백발의 괴검이라는 별호와 함께 가드너 가문이 내놓은 사생아이시고. ‘이곳’에서는 잘 지내고 계시나 보네요.”
“……너.”
“또 이쪽은 레이 라그나르. 수선궁주의 따님이시군요. 서리의 속성을 지니셨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해요. 역시나 테오 덕분이로군요.”
“누구냐?”
셀퍼드는 검을 뽑아 카산드라의 턱밑에 겨누었다.
카산드라는 칼날의 서늘한 감촉에도 놀라지 않고, 손으로 검을 옆으로 밀었다.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카산드라’라고 대답해드리겠어요.”
“무슨!”
“하지만 어린 카산드라가 맞냐고 물으신다면.”
카산드라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카산드라는 맞는데, 어린 카산드라는 아니라고?
셀퍼드는 카산드라의 몸을 차지한 정체불명의 존재가 몹쓸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뇨. 이건 절대 장난 같은 게 아니랍니다. 제 말을 이해하기 어려우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테니.”
‘내 속마음을…… 읽고 있다?’
“속마음을 읽기보다는 ‘내다보는’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은데.”
“……!”
셀퍼드의 등골이 쭈뼛 섰다.
카산드라를 차지한 존재는 그와 일행들의 행동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속까지 훤히 꿰뚫는 중이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
셀퍼드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카산드라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제가 카산드라가 맞다는 건 테오 님이 보증해줄 겁니다.”
그녀를 쫓아 일행도 고개를 돌린 곳.
테오가 걸어오고 있었다.
“……일단 다들 경계를 낮춰도 되실 것 같습니다.”
“테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카산드라도 카산드라가 맞으니까요.”
테오가 카산드라를 바라봤다.
카산드라는 대답 없이 웃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맞는 거겠지.”
셀퍼드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카산드라가 특별한 이능을 지녔다는 사실은 그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 카산드라의 모습도 그중 하나로 여기기로 한 것이다.
“별일 없이 끝나서 천만다행이네요. 그보다 제가 필요하신 거죠?”
카산드라의 시선이 테오에게 향했다.
이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카산드라가 맹인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이런 트랜스 상태도 가능한가?’
한편, 테오는 카산드라가 겪고 있는 상황을 깨닫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카산드라가 <예언>을 하는 동안에는 마치 접신한 사람처럼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르제의 미래를 읽을 때도 딱 이랬으니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 정도?
마치 선지의 이능을 빌려 미래의 카산드라가 어린 카산드라에게 빙의한 것 같은…….
“나 좀 도와주겠어?”
“예. 어디로 가면 될까요?”
카산드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테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주변이 조용해지고 난 뒤.
“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셀퍼드와 아린은 그제야 크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야, 야, 봤지?”
“너만 눈 달린 거 아니거든.”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처음 카산드라가 눈을 뜨자마자 너무 어른스러운 반응을 보였을 때도 당혹스러웠지만.
그에 못지않게 분위기가 확 달라진 테오의 모습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였으니.
‘읽을 수가…… 없었어.’
부유군도 자치령에서 신비를 얻은 순간부터 테오가 이미 두 사람의 실력을 능가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큰 차이는 없었기에 어느 정도의 격차인지 ‘가늠’은 되었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지평선 끝에 있는 산의 높이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테오가 ‘높다’는 생각만 들 뿐, 어느 정도 수준인지 좀처럼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곳에 오고 난 뒤에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달라고 그러더니, 그새 어떤 깨달음이라도 얻은 걸까?
하지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이렇게 불쑥 성장할 수가 있나?
여러 의문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돌았다.
‘특히 눈. 도저히 깊이를 알 수 없었어.’
이제는 선홍(鮮紅)이 아니라 진홍(眞紅)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짙었던 붉은색의 눈.
하지만 이제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테오는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것.
상급검사
혹은 용문검사 초입이라고 해도 될 수준일 것 같았다.
불과 열여섯의 나이에.
“선배 취급 조금이라도 받으려면 진짜 열심히 갈고 닦아야겠는데…….”
셀퍼드와 아린이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는 동안.
레이는 묘한 시선으로 테오가 사라진 암로 쪽을 바라봤다.
그러던 그때,
“뭐야, 다들 어디 갔어?”
바깥쪽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다던 오드가 돌아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행은 힘없이 테오와 카산드라가 사라진 암로 쪽을 가리켰다.
“뭐? 저기로 갔다고?”
그 순간, 오드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마치 감정이 제거된 것처럼.
* * *
“‘진짜’ 카산드라는 괜찮은 거겠지?”
“테오 님은 제가 누군지 정확하게 아시나 보네요.”
“조금 전에는 헷갈렸지만, 이제는 알겠어.”
느긋하게 걷던 카산드라의 어린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당신, 마도여제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