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6화(146/224)
마도여제 (1)
머지않은 미래에 마도여제가 갖게 되는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제국의 황혼기를 막지 못한 암군.
혹은,
-시민과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어떻게든 그들을 보호하고자 애썼던 성군.
자기 뜻과는 다르게 황실근위대의 쿠데타와 함께 강제로 황좌에 앉아야만 했던 그녀였기에.
권력이 없던 마도여제로서는 대전란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지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녀를 원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마도여제에 대한 테오의 평가는 사실 ‘관심 없음’에 가까웠다.
전생에는 가문을 나와 제 한 몸 챙기기에 급급해서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예지 능력을 내가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으면, 미래 정보에 대한 이점을 계속 갖고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계획이긴 했는데…….’
이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미래 예지가 가능하다면, 그 예지에 비치는 미래의 자신에게 ‘동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절 아시면서 말을 놓으시네요?”
마도여제는 테오를 보면서 짓궂은 농담을 던졌고,
“딱히. 어쨌거나 ‘이 시간대’의, ‘이곳’에 있는 카산드라는 어린 카산드라니까.”
테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마도여제의 미소가 짙어졌다.
“역시 제 미래시(未來視)에 보이시지 않는 분다우신 말씀이세요.”
어린 카산드라가 테오의 미래를 볼 수 없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분명히 제 시간대에는 테오 님 같은 분은 계시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도 테오 님이 그 시간선에서 ‘이탈’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죠. 제가 모르는 다른 방법으로 과거 시간대에 오신 게 맞는 거죠?”
“…….”
“긍정이라고 알아둘게요. 그게 아니라면 제 별호를 정확하게 알고 계시지 못할 테니.”
카산드라는 어딘지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같은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만 가질 수 있는 동질감.
“언젠가 황실의 비밀 서고에서 본 적이 있어요. 북방의 라그나르에는 종종 <회귀의 이능>이 발현되는 존재들이 있다고 말이죠.”
테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있던 시간선에서도 대전란이 진행되었나?”
“우선 한 가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진짜 삶을 살다가 회귀하신 테오 님과 다르게, 저는 진짜 삶을 살다가 과거의 저에게 빙의한 게 아니랍니다. 미래는 원래 고정된 것이 아니고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저는 그중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미래에서 현실의 저에게 강한 텔레파시를 전달하는 것일 뿐.”
“여기 있는 당신은 진짜가 아니다?”
“그래요. 저 역시 저만의 삶의 역사가 있고 기억이 있지만,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설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카산드라는 가볍게 검지를 튕기며 말을 이었다.
“가령 이런 거랍니다. 제가 기억하는 시간선에서 테오 님은 계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테오 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그럼 진짜인 저(어린 카산드라)에게 어떤 영향이 가겠죠?”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짜인 제(어린 카산드라)가 원래 하려고 했던 선택과는 다른 선택을 할 테고, 여기에 따라 가능성 있는 미래들도 즉시 수정되겠죠. 그럼 지금의 저도 같이 사라지는 거랍니다.”
“<설정>이 변경되었으니까?”
“빙고. 역시 똑똑하시군요.”
“그러면 왜 굳이 어린 카산드라에게 빙의해서 미래를 바꾸려는 거지? 설정이 변경되면 당신은 사라진다면서.”
“그야 당연히.”
카산드라의 미소가 쓴웃음으로 변했다.
“제가 있는 미래는 맞이하지 않는 게 좋으니까.”
“…….”
“대전란이 있는지 여쭈셨죠? 죄송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제 <설정>에선 세계 따윈 남아있지 않으니까.”
카산드라가 테오를 직시했다.
미래시를 활용해서 테오의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전생을 기준으로 치면 대전란 이후, 내가 지나고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가 되는 걸까?’
그곳의 모습이 어떨지 테오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빙의로 굳이 이 시간대를 선택한 건 당신의 <설정>을 변경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이겠군.”
“맞아요. 테오 님, 바로 당신이라는 특이점이 진짜 저를 만나는 이 시간대. 그리고 당신이 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 시간대가 제겐 필요했어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결사대의 대장. 라그나르의 옛 가주의 사라진 비전. 그걸 복구하는 데 제가 필요하시지 않나요?”
테오는 가볍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다 알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되는 부분은 있었다.
“당신의 <설정>에 ‘테오 라그나르’라는 존재는 없었다면서?”
“그러니까 이 시간대로 온 거라니까요? 제 <설정>에 유일하게 어긋난 부분이 바로 당신과의 만남이었으니까.”
카산드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러니까 제 <설정>에 따르면, 저는 라그나르의 구조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트로이반에 납치되고 말아요.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힘없이 여기 영묘로 끌려오고 말죠.”
“트로이반이 여기 영묘를 노린다고? 어째서?”
“그들도 똑같이 검보를 노리고 있거든요.”
“……!”
“덧붙여서 성마교는 저를 통해 <이름 없는 군주>의 흔적을 쫓아요. 교리를 강화하는 거죠.”
“…….”
“이를 계기로 트로이반과 성마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세를 확장하게 돼요. 라그나르는 결국 패배하고, 세계는 대전란에 휩싸이면서 <이름 없는 군주>를 이 땅으로 부르게 된답니다.”
‘내가 있던 미래와는 다른 미래다.’
이 카산드라가 있는 미래는 아주 간단했다.
-<이름 없는 군주>에 의해 종말을 맞은 세계.
모든 것이 허상처럼 사라져 이제 원점으로 순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세계였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그나르가 패배하는 미래라니?
카일이 있는 한 절대 그럴 수가 없을 텐데.
‘게다가 검보가 가지는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면, 어째서 왜 전생에선 트로이반이 패배했던 거지? 분명히 검보를 가졌을 텐데?’
대체 전생과 이 카산드라의 설정은 뭐가 다른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니 저는 검보가 당신의 손에 들어가게 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답니다.”
“일단은…… 알겠어.”
테오는 더 이상 깊게 묻지 않았다.
어차피 미래가 달라지게 될 거라면 너무 깊게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게 좋았다.
괜히 어설픈 정보로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곳이로군요.”
-오오, 왔나?
-저 소녀가 바로 검보를 복구해줄……!
테오를 기다리고 있던 유령들이 모두 반색했다.
비전을 빠르게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도.
그건 바로 카산드라의 이능인 선지 능력을 빌리는 거였다.
『시간이 <원>이라고 한 것에 착안한 발상이로군?』
‘예. 맞습니다.’
만약 시간이 순환하는 원이고, 선지의 이능은 이중에 사라진 이전 시간대를 엿보는 것이라면.
그래서 여기에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 순서가 무의미하다면.
당연히 회전하는 원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과거’를 엿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게 바로 테오의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테오는 이와 비슷한 미래시를 카산드라의 눈을 빌려 우연히 엿보기도 했었다.
‘죽음의 수레바퀴……. 죽은 망자들 사이에 있던 그 사람이 바로 이분들의 대장이 아닐까?’
비록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테오는 그를 보고 낯익다고 생각했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사람의 정체는……!’
그리고 테오의 짐작이 맞다고 말하면서 미래의 카산드라도 이렇게 나타났다.
아마 테오는 이 지점이 카산드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여러 분기점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습니다, 어르신들.”
카산드라는 아홉 살의 육신에 어울리지 않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지금의 카산드라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황실의 예절이 몸에 익어있다는 증거.
-이잉?
-우리 목소리가 들려?
-얘도 라그나르인가?
-엥? 그러기엔 너무 비실비실한데?
-맹인 소녀야. 우리가 보이는 것이냐?
“미래시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앞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지요.”
-오, 그럴 수도 있나?
-신기하군. 우리도 세계가 좁다며 싸돌아다녔지만, 어린 아가씨 같은 사람은 못 봤는데.
-황실 쪽 사람이신가?
카산드라는 대답 대신에 미소를 지으면서 슬쩍 화제를 돌렸다.
“결례되지 않는다면, 어르신들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검보를 정말 복구할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혹 어르신들께서 알고 싶으신 것이 잊어버린 주군의 ‘얼굴’이십니까, 아니면 ‘이름’이십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
유령들이 흠칫 놀랐다.
-……그 두 가지가 다른가?
“예. 다릅니다. 어르신들의 주군은 <이름 없는 군주>의 저주를 받아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졌습니다. 저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감아 <삭제>가 이뤄지기 직전의 시간대를 엿볼 겁니다. 거기서 얼굴을 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보면 되니까요.”
-흐음!
-그런.
“반면에 이름은 아닙니다. 존재를 ‘인식’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이름 없는 군주>의 의지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도로 그 저주를 제가 받을 수도 있지요. 아마 시도하고 나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저의 빙의도 끝날 테고요.”
유령들은 한순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얼굴이냐, 이름이냐.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표 유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린 아가씨께서 장난이 너무 심하시구만. 아무리 우리가 뻔뻔한 노인네들이어도 어찌 산 사람더러 희생하라고 그러겠나?
유령들이 모두 옳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엿보려면 저주를 각오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십중팔구 저주가 반사되겠지. 그럼 꼬마 아가씨도 존재가 삭제될 테고. 아닌가?
테오가 놀란 눈으로 카산드라를 바라봤다.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산드라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못된 장난이었다고 느껴지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어요. 만약 어르신들께서 정말 그걸 바라셨다면 저는 정말 따를 용의가 있었답니다.”
-대전란이 있는지 여쭈셨죠? 죄송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제 <설정>에선 세계 따윈 남아 있지 않으니까.
-테오 님, 바로 당신이라는 특이점이 진짜 저를 만나는 이 시간대. 그리고 당신이 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 시간대가 제겐 필요했어요.
-그러니까 이 시간대로 온 거라니까요? 제 <설정>에 유일하게 어긋난 부분이 바로 당신과의 만남이었으니까.
테오는 카산드라가 암로를 걷는 내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아마 따를 용의가 있었다는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대전란을 지나 <이름 없는 군주>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막기 위한 것이 그녀의 바람일 테니.
자신을 희생해서 그런 미래를 막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여겼을 테지.
한편으로는 그녀의 얼굴에 아쉽다는 감정이 살짝 스쳤기에 테오는 마음이 착잡했다.
-어차피 대장이나 우리나 똑같이 죽은 몸.
-굳이굳이 억지로 이름 찾아서 뭐해? 그런다고 되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우리에 대한 기억, 우리에 대한 무덤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것을.
-얼굴을 보아주게. 그런다면 그녀가 그리던 춤사위를, 그 위에 씌인 검보도 같이 볼 수 있겠지.
“예. 알겠습니다.”
카산드라는 치마 끝단을 살짝 접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파아아!
순간, 발밑을 중심으로 바람이 휘감긴다 싶더니 푸른빛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선지의 이능.
어린 카산드라라면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미래 예지만 가능했겠지만, 마도여제는 예지뿐만 아니라 원을 따라 먼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시간선을 엿보는 것이 가능했다.
퀘스트의 푸른빛이 더 환하게 빛나고, 아름답게 부서지면서 카산드라의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감았던 눈을 번쩍 떴을 때.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강제 발동되어 마도여제 카산드라가 보는 시간선을 엿봅니다.]화아악!
빛무리와 함께 테오의 시야도 반전했다.
그리고 다시 자리 잡은 세계.
그곳은 이전에 테오가 봤던 예지와 똑같았다.
-죽은 망자들의 틈에 고고히 서 있는 존재.
망자들의 얼굴은 서서히 영묘의 유령들 모습으로 변했고, 남루하던 모습도 어느새 화려한 갑옷과 무기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수장을 둘러싸던 검은 그림자도 조금씩 걷혀 사라졌으니.
그렇게 드러난 맨얼굴은 테오의 예상대로 낯이 익었다.
르제 라그나르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