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7화(147/224)
마도여제 (2)
‘아니. 같은 얼굴이지만, 르제는 아니야.’
이걸 두고 뭐라고 해야 할까?
환생?
복제?
아니면 그냥 단순한 우연?
아니, 우연은 절대 아니었다.
대장의 손에는 르제와 똑같은 그림 리퍼가 들려 있었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르제가 쥐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흉흉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
‘환생이겠지. 나와는 다르게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며칠 전, 르제가 카산드라에게 던졌던 질문.
자신이 왕이 될 수 있겠는가.
거기에 대한 대답이 바로 저것일 테지.
한편으로 그림 리퍼의 마가라가 왜 그렇게 르제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전생의 주인과 똑같은 얼굴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으니 또 헤어지기 싫었던 거겠지.
「아아……! 다시는 뵙지 못할 거로 생각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테오 옆으로 어느새 마가라가 나타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마가라는 옛 주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하지만 저걸 보고 나면……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너와 저분의 격차를!」
바로 그 순간이었다.
『너희 멍청한 로드브로크의 망령들아. 어찌 이런 헛된 짓을 하려 드느냐?』
결사대가 선 자리의 맞은편.
검은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마물의 군단이 지평선을 가득 메웠으니.
마해의 괴물들이었다.
-뭐가 헛된 짓이라는 거야?
결사대 대장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림 리퍼로 땅을 세게 긁었다.
화르륵!
마찰열과 함께 일어난 검은 불길이 단숨에 데스사이드를 든 해골 사신의 형상을 갖췄다.
-이렇게 사냥할 놈들이 너무 많은데.
화아아아아!
그 순간, 검은 불길이 와류를 그리면서 맹렬하게 하늘 위로 뭉치기 시작했다.
구는 계속 덩치를 불리다가 이내 검은 태양처럼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으니.
“저건 <흑염옥태양>……?”
테오는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익숙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트로이반의 가주, 그라나다가 카일을 상대로 보였다던 절대 비전이 왜 여기서 나타난단 말인가!
「너희들은 저 비전을 그렇게 부르나 보지?」
테오는 코웃음 치는 마가라를 돌아봤다.
「저건 그따위로 불릴 이름이 아니다. ■■■ ■■의 ■■……! 제길. 역시 언급이 안 되는 건가.」
마가라는 욕지기를 내뱉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뭐라 불리든 상관없겠지. 여하튼 저것은 주인께서 라그나르의 모든 검술과 호흡법을 끌어모아 탄생시킨 당신만의 비기! 검술이되 검술이 아니고, 호흡법이되 호흡법이 아닌 제3의 영역의 비전이다. 마법과 이능의 영역마저도 벗어나 있지.」
‘트로이반이 카산드라를 시켜서 얻어낸 검보가 바로 흑염옥태양이었어. 그라나다가 그것을 자신의 비전으로 둔갑시킨 거고.’
「내가 널 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저것 때문이다. 똑똑히 지켜보아라.」
검은 태양이 어느새 십여 미터도 넘는 크기로 커졌을 때, 해골 사신이 데스사이드를 세게 내리쳤다.
스걱!
순간, 검은 태양이 사선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잘리면서 위아래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1초식 – 일식>
검은 태양이 폭발했다.
부서진 파편들이 모조리 불붙은 운석이 되어 마물 군단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콰르릉! 콰릉!
콰콰콰쾅-
마물들이 폭발과 함께 박살 나고, 사방으로 번진 검은 불길이 마물들을 집어삼켰다.
-뭐하냐! 다들 어서 안 가고!
-으흐흐! 그 말만 기다렸지!
-가즈아아아!
대장의 호쾌한 명령에 따라 299인의 결사대원이 일제히 평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깜찍한 발상을 하였구나. 마해의 독을 이용하여 해독시키기보다 오히려 독성을 강화해 오러에 담아낸 것이냐?』
<이름 없는 군주>는 자신의 권속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가고 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원류인 나를 잡을 수 없을 터인데? 그동안 내가 보아온 너는 이렇게 허술한 아이가 아니었을 텐데.』
-당연하지. 내가 설마 여기서 끝낼까 봐?
대장이 <이름 없는 군주>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마물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그녀를 노렸지만, 곧 해골 사신이 휘두르는 데스사이드에 목이 잘려 나갔다.
쿠쿠쿠쿠-
그녀가 지나간 자리로 격진이 일어났다.
지반이 내려앉고, 불길이 융기했다.
세상이 새롭게 창조되는 듯한 괴상한 현상.
그러다 곳곳에서 철문이 땅거죽을 뚫고 튀어나왔다.
수많은 마물이 마구잡이로 뒤엉켜있는 문양이 그려진 철문.
그그그극-
그 문이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검은 불길이 쏟아지고, 그 위로 마해의 마물만큼이나 끔찍한 모습을 한 괴물들이 걸어 나왔다.
개중에는 갖가지 용의 형상을 갖춘 것들도 적잖게 있었다.
<2초식 – 불지옥>
『핫핫핫핫! 마해에는 마해라는 것이냐! 세계를 지킨다는 작자들이 똑같이 괴물이 될 것이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누가 그러더라고. 심연의 괴물을 마주하다 보면 똑같이 괴물이 되는 법이라고. 너랑 오랫동안 뒤엉키다 보니까 저절로 이렇게 되더라고?
마해의 마물과 불지옥의 괴물들이 충돌했다.
쿠쿠쿠쿠쿠……!
세계가 이대로 파멸을 맞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격전.
그리고 어느새 <이름 없는 군주>의 앞에 선 대장이 고개를 위로 들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크기를 자랑하는 군주에게는 너무나 작은 체구였지만.
어쩐지 존재감만큼은 큰 차이가 보이지 않은 듯했다.
『이젠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이름 없는 군주>는 흥미로운 투로 아주 오랫동안 자신에 맞서 싸운 ■■■을 바라봤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오랫동안 부딪쳐 싸웠던 숙적이, 오로지 자신을 하나 잡자고 철저하게 마해를 파훼하기 위한 절기들만을 창안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의 생각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름 없는 군주>를 잡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이름 없는 군주>,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이지 않은가.
이 작은 숙적이 자신을 그동안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지,
어떻게 해석했을지,
또 무슨 수로 <이름 없는 군주>를 능가하는 또 다른 <이름 없는 군주>를 만들려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이거.
화르르륵-
불지옥의 검은 불길이 일제히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대장을 휘감고, 용오름이 되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곧 새로운 형상을 갖췄다.
<3초식 – 염라>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사념이 강제 종료되었습니다.]예지가 끝나면서 다시 현실 세상이 찾아왔다.
머릿속으로 마가라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가 사라졌다.
「<흑염옥태양>이라고 했나? 하여간 그 우스꽝스러운 이름 따위로 주인의 비전을 빗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분의 검보를 복구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 따윈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그분의 것은 오로지 그분의 것이니까.」
유령들이 다급하게 테오 주변으로 모였다.
-어떤가?
-봤나? 봤어?
-검보, 복구할 수 있을 것 같나?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게!
유령들이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통에 머리가 너무 웅웅 울렸다.
테오는 손을 뻗어 그들을 진정시키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확실히 그라나다의 흑염옥태양은 검보와 비교할 게 아냐.’
테오가 직접 그라나다의 비전을 목격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엿들은 게 있었다.
그건 절대 <이름 없는 군주>에 대적할 정도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가 카일에게 꺾였다는 게 그 증거였다.
‘아마 그라나다로서는 검보를 단순히 모방하는 게 최선이었겠지. 애당초 라그나르와 트로이반은 서로 검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검보를 구성하는 밑바탕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테오는 다르다.
라그나르의 검술들을 다양하게 알 뿐만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검술을 창안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는 검보의 주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테오는 불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299인의 유령들을 바라봤다.
“복구, 가능할 것 같습니다.”
-뭐?
-그, 그게 정말이냐!
유령들의 분위기가 들떴다.
사실 그들로서도 검보 복구는 내심 반쯤 포기하고 있었으니.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방향성은 보입니다. 모두 어르신들 덕분입니다.”
테오의 <니벨룬의 발톱>과 <뇌룡 속호법>은 유령들의 도움으로 재조립되면서 아예 검보를 위한 체계로 정립되었다.
실제로 검보를 완전히 복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과연 대장의 것과 똑같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위력이나 방향이 다르지는 않을 거라는 게 테오의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용섬과도 다르지 않아. 오히려 지평이 넓어졌다.’
검의 구슬 덕분인지는 몰라도, 테오는 마가라의 호언장담과 다르게 훨씬 더 많은 영감을 얻은 상태였다.
그러니 가능했다.
-드디어……. 드디어 주군의 무덤을 세울 수 있게 되었어.
주르륵!
선두에 서 있던 유령이 흘리는 눈물을 시작으로, 다른 유령들의 타박이 이어졌다.
-에이씨, 다 늙어서는 징그럽게 왜 울어!
-그러는 자네가 제일 많이 울고 있는데?
-이, 이건 그냥 눈가에 머,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 거라고!
-유령에게 웬 먼지?
테오는 가만히 돌무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아 살랑살랑 흔들리는 튤립이 눈에 들어왔다.
-튤립은 그저 그런 꽃이 아닙니다. 오래전, 꽃의 신이 내린 축복을 받아 선조분들이 변하신 모습이죠.
-죽어서도 윈터러로 향하던 머리는 꽃이 되고, 몸은 그를 지탱하는 검은 줄기가 되었으며, 기도를 올리던 손발은 잎사귀와 뿌리가 되어 이곳에 남은 것입니다.”
오드가 했던 말이 언뜻 떠올랐다.
테오는 돌무덤 위의 튤립도 대장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이름 없는 군주>를 올려다보던 호쾌한 눈을 닮았고,
검은 줄기는 마물들을 베어내던 그림 리퍼와 같았으며,
잎사귀는 검은 불길을 다루던 손길을, 뿌리는 죽은 마물들의 잔해 위를 걸어 다니던 발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 이건 절대 트로이반에 내어줄 수 없어.’
<이름 없는 군주>를 잡기 위해 만든 비전을, <이름 없는 군주>와 결탁한 트로이반 따위에게 뺏길 수는 없지 않은가.
테오가 그렇게 굳게 다짐하던 때였다.
“아직 온전히 지켜낸 것이 아니랍니다.”
예지가 주는 여운에서 벗어난 카산드라가 어느새 다시 입을 열고 있었다.
아직도 마도여제의 빙의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전히 저들의 마수는 호시탐탐 검보를 노리려 하고 있으니까요.”
테오는 이것도 예언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쿠쿠쿠쿠!
영묘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곳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몰라도, 다시 적습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할 거야.”
꽈악!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손에 쥔 테오의 손에는 힘이 바짝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열의마저 감돌았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