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8화(148/224)
마도여제 (3)
“여기다! 여기 길이 있다!”
“찾았다! 라그나르…… 컥!”
“제, 제기랄! 통로가 너무 좁아!”
지하 영묘로 들어가는 입구.
겉보기엔 바위로 막혀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장소를 잘도 찾았다 싶었다.
그곳엔 옛 교룡회 산하의 조직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통로가 워낙에 좁고 낮아 한꺼번에 입장하기가 힘들어 들어가는 족족 각개격파를 당하는 통에 진입이 더뎌지고 있었다.
“빨리 들어가라고, 이 새끼들아! 지금 너희들 때문에 진입 못 해서 막혀 있는 거 안 보여?”
“씨이이발! 그럼 네가 들어가던가! 대가리부터 밀어 넣었다가 먼저 뒈지게 생겼는데 어쩌라고!”
“그건 너희들 사정이지! 아니면 저 뒤에 있는 인간 백정들한테 뒈지던가!”
“제기라아아알!”
적백용병단의 용병들은 선두에서 어쩌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들은 단장이 봉공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제일 위험천만한 일들만 도맡고 있었다.
청악대장은 그들이 제대로 공을 세운다면 용서는 물론, 가문으로의 등용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죽음이 훤히 보이는 길에다 발을 들이려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동굴 밖에서는 청악대가 두 눈에 불을 켜고 그들을 감시 중이었다.
이대로 진입이 더뎌진다면 청악대에게 죽겠지.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
그렇다면……!
“모르겠다아아아아!”
용병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와락 진입을 시도했다.
단체로 뛰어들면 그중 한두 명은 운 좋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래는 그들 모두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용병단이었지만, 라그나르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내세울 만한 이름은 아니었다.
스걱! 스걱!
결국 그들 모두 달려드는 족족 날아드는 검기에 목이 달아났고,
“뭐 하는 거냐, 더 안 들어가고?”
“장미 가문, 전진합니다!”
타워 실드를 성벽처럼 쌓아 올린 장미 가문의 방패수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진입을 시도했다.
2열과 3열에 배치된 창병들은 빈틈이 보이는 즉시 장창을 찔러 넣기 위해 팔랑크스(Phalanx) 대형을 억지로 유지했다.
‘이 방패라면……!’
‘검기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머릿수로 압도하는 거야!’
장미 가문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승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멍청하게 아무 대책도 없이 뛰어든 용병들과 다르게 그들은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으니까.
거기다 익히 들은 상대의 전투원 숫자는 고작 넷.
이쪽이 압도적으로 머릿수가 많으니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었다.
착, 차착-
그래서 그들은 거북이라도 된 것처럼 아주 천천히 움직였고, 검기는 장미 문양이 그려진 타워 실드에 부딪쳐 힘없이 바스러졌다.
이따금 충격파 때문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스르르-
그러다 바닥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으면서 빙판이 깔렸다.
몇몇이 미끄덩거리자 전열이 살짝 흐트러졌다.
겉보기엔 크게 티가 나지도 않는 변화.
“뭐 하는 거냐! 어서 제자리를……!”
하지만 라그나르는 바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아린이 아래로 툭 떨어졌던 것이다.
방패수는 어디까지나 원거리에나 특화된 병종.
정작 안쪽으로 침투가 이뤄지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촤촤촤촤!
순식간에 방패수들의 목에 짙은 혈선이 그어지고, 창병들은 손모가지가 잘린 채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내 소오오오온!”
“귀신! 귀신이다아아!”
아린은 가장 먼저 침입자들이 들고 있던 횃불을 노렸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동굴이라는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선두가 무너지면서 다시 검기가 쏟아지고, 장미 가문의 군단도 몰살되었다.
바닥이 죽은 사람들의 피로 흥건했다.
“더 밀어 붙여어어어!”
“뒤를 봐라! 입구에서부터 한참 동안 밀고 들어왔다! 놈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증거다! 계속 압박해라!”
“일검회는 전열을 유지하고, 흑영검단은 조를 꾸려서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라!”
“방랑기사 연합은 기습에 대비해라!”
아무리 라그나르가 실력이 뛰어나고 지형을 이용할 줄 안다고 해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황에서 차륜전을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다.
옛 교룡회는 조금씩 승리를 보고 있었다.
“뭐, 꾸역꾸역 어떻게든 길은 열 수 있을 것 같소.”
“하하하. 하지만 피해는 자꾸만 커지고 있지. 못 할 짓이오. 고작 넷을 잡자고 벌써 정예 수십 명을 피바닥에 꼬라박고 있으니.”
방랑기사 연합의 일등기사, ‘왕 살해자’ 칸트의 짙은 한숨에 옆에 있던 일검회 회주 ‘갈색 수염’ 바로사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때마다 입에 물고 있던 궐련이 흔들리면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웃을 일은 아니실 텐데?”
“아니지! 설마 이게 진심이려고? 이럴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짜증 나서 스스로에게 비웃은 거요.”
바로사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가만히 있기만 했어도 알아서 돈을 갈퀴로 끌어모았을 것을, 괜히 더 한탕 노려보겠답시고 줄을 잘못 서서는! 쯧!”
일검회는 검을 추종하는 듯한 이름과 다르게 사실 암흑가 조직에 가까웠다.
환경이 험해서 인구 밀도가 낮은 북방에는 버려진 땅이 많았고, 일검회는 이런 곳들을 빌려 대마나 양귀비 같은 마약성 작물을 길러왔다.
특히 최근엔 제국의 정치 체제가 흔들리면서 치안이 불안해지자, 사업도 나날이 번창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사는 현재야말로 일검회를 확장하기에 최적의 시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이었다.
에드에게 줄을 댔으니까.
북부에서 동부로 이어지는 거대 루트.
그 시장을 손에 넣으려다가 몰락하고 말았다.
‘주제도 모르고 과욕을 부리면 어딘가 꼭 탈이 나기 마련이지. 큭!’
그나마 여기서 저들이 억류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데려온다면 중용해줄 거라는 조건을 내걸었다지만.
‘그것도 어디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바로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여간 우선 길을 열고 다시 이야기 나눕시다. 어차피 우리에겐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지 않소?”
칸트는 그 말이 탐탁지 않은 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으므로.
스르릉!
결국 칸트가 천천히 허리춤에 묶여 있던 검을 뽑았다.
“일단 우리도 살고 봐야겠지.”
콰앙!
칸트가 몸을 거세게 앞으로 내던졌다.
그 순간, 방랑기사 연합에게로 검을 휘두르려던 아린의 검이 도중에 틀어막혔다.
채애애앵!
“단장님!”
“다들 산개하라! 뭉쳐 있으면 놈들의 표적이 될 뿐이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이들을 어떻게든 찾아내도록!”
“존명!”
“존명!”
방랑기사 연합은 별다른 주인 없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방랑기사들이 이권을 위해 뭉친 길드였다.
뛰어난 실력과 궁중의 예절은 몸에 배어 있지만, 별다른 충성심은 보여주지 못한 자들.
이 때문에 돈 많은 상인들은 그들을 으레 비싼 용병 취급을 했고, 격 있는 귀족들은 대개 그들을 배반의 씨앗을 품은 종자들이라 여기며 불신했다.
이렇다 보니 그들은 자연스레 북방에 터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천한 상인들에게 부림을 당하기에는 방랑기사들의 자존심이 높았고, 귀족들의 배척을 이겨내고 살아가기엔 북방만큼 좋은 터전도 없었으므로.
실제로 라그나르는 그들의 과거 따윈 묻지 않았다.
북방은 그런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따져 묻기엔 모든 게 척박한 땅이었으니까.
오로지 힘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만약 그들의 힘으로 땅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곳을 봉토로 하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덕분에 방랑기사 연합은 완전히 자리를 잡아 오늘날의 성세를 일굴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일검회와 마찬가지로 세를 뻗치기 위해 에드와 손을 잡은 것이 패착이었다.
주인 없는 방랑기사라고 한다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기사.
고결한 명예와 드높은 명성을 추구하는 존재들이었다.
-이 땅 위에 우리만의 기사단국을 만들어내리라. 라그나르도 과거에 그러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까?
-기사라고 해서 주인의 자리에 앉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우리를 버린 주인들에게 보여주자! 우리의 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전설 속 라그나르의 전신이 용기사단이라는 집단이었던 것처럼.
방랑기사 연합도 그들만의 국가를 세워 북방을 제패해보겠다는 야망에 불탔던 것이다.
덧붙여 약하다는 이유로, 농노를 어떻게 해보려던 주인을 막았다는 이유로, 화전민 마을을 약탈하려는 동료들을 말리다 다퉜다는 이유로, 굶주린 아이에게 끼니를 나눠줬다는 이유로,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고향을 등졌던 이들은 자신들이 바로 여기서 살아있음을 원주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패(大敗).
몰락에 몰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현재 전력이라고 해봤자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3할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흩어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단장인 칸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던 그들을 빛으로 안내해줬던 것처럼.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거라는 굳은 믿음.
“이런……!”
아린이 깜짝 놀라 몸을 돌리려는데, 칸트가 바로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가려 하시오?”
“비켜!”
“미안하지만 힘들겠소. 그대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들이 죽게 생겼는데.”
칸트는 쓰게 웃으면서 검격을 연거푸 쏟았다.
<일곱 번의 돌풍>.
그가 자랑하는 비전이 번쩍이면서 계속 달아나려는 아린을 악착같이 쫓았다.
‘너무 무리했어. 방패수들만 처치하고 바로 내뺐어야 했는데.’
워낙에 영묘로 진입하려는 적의 숫자가 많아 하나라도 더 처치하고 가려던 욕심이 발목을 붙잡은 셈이었다.
더구나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방랑기사 연합의 수장.
승부를 쉽게 장담하기 힘들었기에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해야 했다.
셀퍼드와 레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남기면서-
화아악!
아린이 잠재되어 있던 마력을 격발했다.
그 순간,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치면서 머리카락과 눈썹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마치 피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흐음……! 이건 <화룡의 숨결>? 하지만 이 비전을 익힌 라그나르의 봉신들은 모두 지난 반란 때 전멸하지 않았소?”
“궁금하면 저승에 가서 물어보던가.”
아린은 자신의 내력 따윌 말해줄 이유가 없었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칸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검을 거세게 내리쳤다.
차아아앙!
* * *
“아니, 분명히 여기는 적들이 절대 알 수 없는 금역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셀퍼드는 사각지대를 노리던 일검회의 검사 두 명을 단번에 베어버리면서 옆을 돌아봤다.
오드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정수리를 노려오던 검을 밀어내면서 소리쳤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중에 어떤 입 싼 놈이 떠들었나 보지!”
오드는 짜증이 단단히 난 눈치였다.
“야! 거기 발로 밟지 말라고! 저 미친놈들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지하 영묘는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까지도 소중한 의미를 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묘지기를 자처하는 그녀로서는 그 터전이 실시간으로 망가지는 광경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30년 전 이후로 두 번 다시는 쥐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검을 다시 쥐었다.
손잡이의 감촉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등룡, 그 망할 노인네가 보면 두고두고 놀리겠네. 젠장!’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는 그런 체면보다 이 영묘가 더 소중한 것을.
“탈출로는요? 따로 없습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 입구가 출구지! 저기 하나뿐이야!”
“여기서 어떻게든 결사항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린이 무사해야 할 텐데. 테오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테오? 그 중심 성역으로 간 꼬마 놈을 말하는 거냐?”
오드는 셀퍼드의 혼잣말을 놓치지 않았다.
“예. 맞습니다.”
“그 꼬마 놈이 오면 뭐가 달라지긴 달라져?”
“달라지죠, 아주 많이.”
셀퍼드는 테오의 잘생긴 얼굴을 떠올리면서 피식 웃었다.
“녀석은 행운의 부적이거든요.”
그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부적.
오드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가운데, 셀퍼드는 갑자기 하체를 덮어오는 하얀 연기를 발견하고 오러를 그대로 내리쳤다.
콰아아앙!
“이런. 몰래 뒤를 점하려 했는데. 역시 라그나르는 쉽지 않군.”
흩어졌던 연기가 허공에서 한데 뭉치면서 상체만 내놓은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바로사가 궐련을 입에 문 채로 차갑게 웃었다.
입에 물고 있는 궐련의 담배 연기와 몸을 뒤섞는 것이 바로 그의 비전 <스모크 스트라이크>였다.
“내가 그동안 전전했던 전쟁터에서 너 같은 쥐새끼가 어디 한두 마리였는 줄 아냐?”
“쥐새끼라. 너무 그렇게 취급하면 너무 속상한데.”
치이이이!
하얀 연기가 가스처럼 살포되어 순식간에 공동을 가득 메웠다.
“모르모트 실험은 오히려 내 주특기거든.”
<스모크 스트라이크 – 독안개>
셀퍼드는 시야가 통째로 흔들리는 끔찍한 두통에 재빨리 소맷자락으로 입을 가렸다.
담배 연기 안에 마약성 물질이 섞여 있는 게 분명했다.
여기서 호흡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사람은 호흡 없이 오래 살기 힘들지.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은 계속 짙어질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셀퍼드는 한순간 고민했다.
여기서 자신의 비전을 드러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동안 굳이 떠난 가문을 떠올리기 싫어 숨겨뒀던 거였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버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몸을 돌리려는데,
「가드너의 이빨은 강한 맷집을 이용해서 적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악착같이 물어뜯기로 유명하지. 하지만 물리기 전에 그 숨통을 끊으면 어떨까?」
‘암살자!’
셀퍼드는 갑자기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등골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공간을 가르며 나타나는 존재.
검은 천으로 얼굴과 전신을 모두 가린 녀석은 유명 암살집단인 흑영검단의 자객이었다.
셀퍼드는 피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에 한쪽 팔이라도 내어줄 생각으로 몸을 들이밀려 했다.
레이도 다급하게 움직이려 했지만, 자객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바로 그 순간,
콰르르릉!
갑자기 동굴 천장이 번쩍인다 싶더니 낙뢰가 떨어지면서 자객을 거칠게 튕겨냈다.
“컥!”
자객이 입고 있던 옷보다도 더 까맣게 그을린 채 튕겨 난 자리.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땅바닥에 꽂힌 채로 거칠게 몸을 떨었다.
우웅! 우우웅!
“테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