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4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49화(149/224)
마도여제 (4)
드레이크의 날붙이는 용의 비늘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몸을 떨 때마다 비늘이 서로 부딪치면서 철그럭철그럭 소리를 낼 때마다 막강한 기파가 퍼져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신물을 보는 느낌.
전설 속의 용이 나타나 그게 용틀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읽지 못했어……!’
흑영검단의 자객, 디엔은 이를 꽉 깨물었다.
흑영검단은 북방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암살자들이 모인 길드.
그는 조직 내에서도 단주를 제외하면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은신술과 잠행술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공격은 그런 그조차도 읽지 못했다.
저만한 강렬한 기파를 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기운의 갈무리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은밀하고 빠르기까지 했다는 뜻이었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존재다.’
디엔은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견제하는 한편, 퇴각로를 살폈다.
저만한 검을 던질 정도의 실력자라면 정면에서 부딪쳐서야 승산이 없었다.
그 순간, 격하게 떨리던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허공으로 거세게 튀어 올랐다.
디엔은 화들짝 놀란 채로 재빨리 은신술을 전개했다.
<흑영술 – 잠영>
그림자를 끄집어 올려 몸에 감는 것처럼 허공에 녹아드는 술수.
다행히 주변은 바로사가 만든 하얀 연기로 몸을 숨길 구석이 많았다.
바로사도 그런 디엔의 생각을 읽었는지 연기의 농도를 짙게 만들려 했지만,
“못 가.”
그 순간, 레이가 하얗게 얼어붙은 손으로 지면을 거세게 내리쳤다.
쩌저저적!
빙판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허공에 짙은 서리가 내려앉았다.
바로사의 하얀 연기도 갑자기 응결되었다.
당연히 디엔의 은신술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었으니.
“늑대가 어금니를 드러내기 전에 내 숨통을 끊는다고 했었지?”
셀퍼드는 바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안 됐는데 어떡하지?”
“……!”
부릅떠진 디엔의 시야에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 셀퍼드의 모습이 보였다.
셀퍼드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오른손에는 평소에도 잘 드는 브로드 소드를, 왼손에는 60센티미터 남짓한 길이의 짧은 단검을 역수로 쥐었으니.
당연히 그 움직임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쉬쉬쉬쉭!
오러로 뒤덮인 브로드 소드가 맹렬하게 움직이면서 디엔을 악착같이 뒤쫓고, 빈틈이 보일 때마다 단검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검술이 따로 적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전개가 가능하다는 가드너 가문만의 기예.
<늑대 어금니 – 찢어발기기>
채채채챙!
디엔은 어떻게든 셀퍼드를 떨쳐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브로드 소드는 계속 달라붙으면서 은신술이 전개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러다 늑대의 이빨이 단숨에 디엔의 옆쪽 목덜미를 찍었다.
푸화악!
피가 튀며 셀퍼드의 얼굴을 덮었다.
“그러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날 쳤어야지. 덕분에 절대 꺼내고 싶지 않았던 절기까지 꺼내야 했잖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셀퍼드의 두 눈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원한과 분노가 잔뜩 풍겨났다.
그는 애당초 가드너를 연상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허투루 돌아갔으니 보상은 받아야 했다.
“너…… 는 반란자의……!”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지옥에나 가서 하지?”
디엔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을 웅얼거렸지만,
촤아아악-
셀퍼드는 들을 생각 따윈 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브로드 소드를 휘둘러 디엔의 목을 쳤다.
그리고 다시 달렸다.
바로사의 본체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찰박!
붉은 발자국이 하얀 빙판에 선명하게 찍혔다.
쐐애액-
“제기랄! 이딴 건 듣지도 못했었는데!”
바로사는 안개의 독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한편,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면, 셀퍼드는 평범한 실전검사 따위가 아니었다.
‘저건 분명히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가드너의 가주 비전……! 광룡제와 같이 사라진 망령을 대체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라그나르의 전대 가주 광룡제는 카일의 반란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광룡제의 충신들도 같이 실종되었으니.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광룡회>라고 불렀다.
늑대 어금니는 바로 그런 광룡회 소속의 옛 가드너 가주가 펼치던 절대 비전.
하지만 옛 가주의 실종과 함께 늑대 어금니는 완전히 실전되었고, 지금은 <늑대 송곳니>라는 비전이 가주 비전으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수십 년 만에 늑대 어금니가 나타났다고?
그것도 백갑용기대의 일개 검사 따위의 손에?
마룡이 저 사실을 몰랐으니 없으니 일부러 세간의 이목으로부터 숨기고 있었단 뜻이었다.
그 의미는 단 하나.
-백갑용기대는 그동안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발톱을 여기서 선뜻 드러냈다는 의미도 확실했다.
-비전을 봤으니 당연히 죽이겠다.
바로사가 도주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한편으로는 광룡회의 유산이 백갑용기대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트로이반에 알려준다면, 일검회의 존속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한 셀퍼드의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이고,
파아아아!
레이가 조금 전부터 발동 중인 수상 호흡법의 ‘빙결’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래서는 안개를 이용하는 능력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도망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쾅!
셀퍼드의 브로드 소드가 어느새 바로사의 목덜미에 닿고 있었다.
바로사는 검신이 좁은 특이한 형태의 검을 뽑아 가까스로 공격을 막는 중이었다.
“크윽……!”
“밑에 네 발자국, 다 찍혀.”
“엿 같은!”
바로사는 셀퍼드를 겨우겨우 밀어내면서 뒤로 물러섰다.
<스모크 스트라이크 – 안개 밤>
화악!
존재가 연기로 흩어졌지만,
“병신인가. 발자국 다 남는다고 해도 그러네.”
셀퍼드는 차갑게 비웃으면서 몸을 옆으로 틀었다.
연기로 흩어진다고 한들, 결국 중심이 되는 위치는 있기 마련이니.
빙판에는 얕게나마 바로사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쾅! 쾅! 쾅! 쾅!
셀퍼드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바로사는 어떻게든 도주를 시도하려 했지만, 번번히 셀퍼드에게 붙잡혔다.
“야, 좀 제대로 해봐. 핏자국까지 남아서 하겠다는 거야?”
“제에에에엔자아아앙!”
계속 상처가 생기다보니 결국 바로사는 능력을 사용하나 마나 별 차이가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아니,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했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최소한 마력이 이렇게 빠르게 닳는 일은 없었을 테니.
“일검회에에에에!”
결국 바로사는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최후의 수단을 썼다.
“전원! 어떻게든 날 지켜라아아아!”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일검회의 검사들은 행동으로 보였다.
다들 하나 같이 흰자위가 드러나라 두 눈이 뒤집힌 채, 게거품을 물고 셀퍼드 쪽으로 달려든 것이다.
“크헝헝!”
“크앙!”
놈들은 이미 이성 따윈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스모크 스트라이 – 환각 파티>
바로사는 평상시 수하들에게 환각 성분이 든 마약을 꾸준히 복용시켰던 상태.
그 마약 성분을 하얀 안개에도 섞으면서 수하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오로지 자신의 말에만 따르도록 세뇌된 광전사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 미친 뽕쟁이 새끼들이!”
셀퍼드에 레이까지 합세해서 일검회의 검사들을 힘겹게 밀어내는 동안, 바로사는 파안대소를 터뜨리면서 입구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파하하하! 그래! 네놈들끼리 알아서 잘 아웅다웅하고 있어라! 나는 이대로 갈……!”
바로사의 웃음소리는 갑자기 입구에서 튀어나온 손길에 얼굴이 붙잡히면서 도중에 멈추고 말았다.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요, 바로사?”
“읍읍! 으으읍!”
손가락 틈 사이로, 바로사의 눈동자가 잔뜩 커졌다.
이걸 놓으라는 애절한 눈빛.
하지만 손길의 주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악력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이래서야 조금 전까지 당신이 비웃던 장미 가문보다도 못한 꼴일 텐데.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긍지라도 지켰지.”
“으으으읍!”
“지금의 추한 모습은 나만 기억하고 잊어버리겠소.”
그걸로 끝이었다.
퍼억!
바로사의 머리통이 박살 나면서 살점이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아린!”
셀퍼드는 바로사를 죽인 녀석을 보고 인상을 굳혔다.
그의 왼손에는 아린이 피로 뒤덮인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칸트 토마.
방랑기사 연합의 수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친구는 돌려드리겠소.”
칸트는 아린을 아무렇지 않게 셀퍼드 쪽으로 던졌다.
셀퍼드는 재빨리 아린을 받아 기식을 확인하고, 레이가 대신 앞에 나서서 적들을 막았다.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거요. 마력 고갈이 심해져서 기절한 것일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셀퍼드는 칸트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원하는 게 뭐지?”
상대는 라그나르를 배신하고, 이제는 직접 검을 견주기까지 하는 ‘적’이었다.
이렇게 살려둔 데에는 그만한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카산드라라고 했던가? 그 아이만 넘겨주시오. 그럼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겠소.”
“뭐?”
“이해하오. 그냥 떠나겠다고 하니 믿기지 않은 거겠지. 하지만 우리 역시 이대로 전쟁을 지속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뿐이오. 그러니 피차 양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협상하자는 것이오.”
애당초 칸트는 에드와의 관계 때문에 라그나르를 등진 것일 뿐.
방랑기사 연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전쟁에 계속 참여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아린과 검을 겨루면서 더 확고해졌다.
‘라그나르, 트로이반…… 모두 모르고 있다. 이 전쟁은 두 대가문만의 전쟁이 아니야. 뒤에 더 큰 뭔가가 있다.’
아린과 셀퍼드.
광룡회와 함께 사라졌어야 할 옛 반란자의 씨앗들이 백갑용기대에 남아있는 걸 알게 된 이상, 이곳에 더 남아있는 건 자살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칸트는 오랫동안 세상을 떠돌아다닌 덕분에 세상사에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사실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알고 있는 편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진실’에도 어렴풋하게나마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 임무가 끝나면 따르는 무리와 함께 북방을 완전히 떠날 생각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카산드라의 신병이 필요했다.
셀퍼드는 헛소리하지 말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다 칸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저 뒤쪽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저벅, 저벅-
찰박찰박!
테오가 깨진 빙판 위를 가로질러 여전히 울음을 토하는 중인 드레이크의 날붙이 앞에 섰다.
‘또 달라졌어!’
셀퍼드는 이제 더 이상 테오의 기질을 읽을 수가 없었다.
완전한 갈무리.
드레이크의 날붙이처럼 은밀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엄청난 힘이 응축된 것처럼 보였다.
“…….”
레이도 숨을 죽여 테오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테오 라그나르, 당신을 한 번쯤 만나고 싶었지.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소. 역시나 명불허전.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구려.”
칸트의 진중한 시선이 테오에게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는 셀퍼드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놀라고 있었다.
‘범인(凡人)의 끝자락’에 닿을 수 있는 모습이 저토록 어린아이에게서 보이고 있었으니!
그는 손이 살짝 떨리려는 사실을 숨기려고 일부러 검의 손잡이에다 손을 얹었다.
“굳이 전쟁을 치르지 않고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 여겨지오만. 어떻소?”
테오는 대답 대신에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뽑아 기수식을 취했다.
커다란 대검에 어울리지 않던 가냘픈 체구가 더 이상 작아 보이지 않았다.
“‘왕 살해자’ 칸트 토마. 30년 넘게 모시던 군주를 죽이고, 수백 명이 넘게 살던 왕성을 불태운 희대의 학살자.”
칸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에게 명예롭지 못한 별호를 가져다주었던 과거의 사건은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였으므로.
“그때 당신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당신이 웃고 있었다고 증언했었지.”
“……근거 없는 중상모략일 뿐이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사실 나도 그런 것에는 별 관심 없어.”
테오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내가 궁금한 건 당신이 강하다는 사실 뿐. 이미 본가에 의탁했을 때부터 상급검사의 수준이었다지? 당신은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한 성격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그때보다 실력도 발전했겠지. 솜씨를 한번 보고 싶은데. 덤벼.”
“……대응할 가치도 없는 태도로군. 하지만 과연 라그나르다운 오만함이오.”
철컥!
스르릉-
“하지만 그 오만함이 꺾였을 때는 이미 늦은 뒤라는 사실까지는 모르나 보오.”
파아아앗!
칸트가 지면을 거세게 박차는 것과 동시에 깨진 얼음 조각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거울처럼 반사된 조각 속에서,
칸트는 웃고 있었다.
마치 악귀처럼.
왕성이 불타던 날에 보였다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