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5화(15/224)
교룡회 (5)
권좌 경쟁.
권좌 쟁탈전, 혹은 가주 내전이라고도 불린다.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규칙 아래 계승권자들의 대립은 항상 피바람이 불기 일쑤였으니.
웰링턴은 순간 바로 그런 피 냄새를 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시온, 너 정말로……!’
테오는 이미 악시온이 움직일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다른 대련자들도 모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나는 괜찮으니까 앉아 있어.”
이블린이 율법검사들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테오가 먼저 이블린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장은?”
테오는 율법검사가 당당하게 내미는 영장의 내용을 슬쩍 보고 피식 웃었다.
얼마나 급하게 만들었는지 잉크도 다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죄인을 율법청까지 호송하도록.”
테오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자마자, 두 명의 율법검사들이 양옆에 서서 테오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
“…….”
“…….”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펍에는 싸늘한 분위기만 흘렀다.
잠시 후.
쾅!
대련자 중 테오와 가장 먼저 대련을 치렀었던 시빌이 신경질적으로 탁상을 세게 내리쳤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갑자기 테오 공자님이 율법청이라니요! 하루 종일 훈련 말고는 다른 곳에 신경도 전혀 쓰지 않는 분께……!”
“맞습니다! 이건 무슨 모함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맞아요!”
“옳소!”
“혹시 오늘 교룡회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모략을 꾸민 건 아닐……!”
성토가 커질 때쯤, 이블린이 지면을 세게 발로 찍었다.
쿵……!
우르르-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진동.
“모두 입조심 해. 놈들이 누군지 그새 잊었어?”
이블린의 쏘아 보내는 눈빛에 대련자들은 모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제야 윈터러에서 율법청이 가지는 무게가 떠올랐던 것이다.
율법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치안기구.
때에 따라서는 죄 없는 시민까지도 역모죄를 씌울 수 있었다.
특히 자신들을 모욕하는 소문을 절대 용서치 않기로 유명했으니.
“일단 정확한 전후사를 파악할 때까지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우리가 집단 행동에 나서는 건 그때 가도 늦지 않으니까.”
대련자들이 하나 같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이블린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마지막에 보이셨던 눈빛. 분명히 이 정도쯤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분위기이셨어.’
그렇다면 테오의 성격상 이미 대책도 마련해뒀다는 뜻일 텐데?
이블린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웰링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웰링턴이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쪽지.
‘역시!’
그 상황에서 저걸 대체 언제 넘겨준 건지.
웰링턴은 진지한 얼굴로 쪽지를 몇 번이나 살피다가, 곧 구겨서 입에 넣어 삼켰다.
그러다 이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교관님, 절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디지?”
“세레스 상단이라는 곳입니다.”
이블린도 아는 곳이었다.
오랫동안 동백궁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던 군수 상단.
조금 전 이블린이 직접 팔을 잘랐던 사람 중 하나가 그곳 상단주의 딸이기도 했다.
“해야 할 일은?”
웰링턴은 이블린만 볼 수 있도록 입술을 벙긋거렸다.
‘전원 척살.’
“……!”
* * *
‘여기도 여전히 그대로네.’
테오는 웅장한 크기를 자랑하는 율법청의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윈터러의 모든 죄수들을 끌고 간다는 형법 기관답게 사람의 기를 죽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입구에는 살벌한 기세를 흘리는 검사들이 줄지어 도열해 있지를 않나.
건물들은 하나 같이 삭막한 분위기를 풍기질 않나.
하지만 테오는 무덤덤했다.
전생에서는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하던 장소였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다.
독방에 며칠쯤 가둬두고, 굶기고, 지칠 대로 지쳤을 때에 꺼내서는 떠오르는 대로 죄를 떠벌리라고 해대겠지. 아니면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을 한다던가.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
율법검사들이 테오를 데리고 가는 방향이 수감실이 있는 쪽이 아니었다.
중심지.
율법청에서도 본청(本廳)에 해당하는 거대 건물이었다.
‘설마?’
테오는 녀석들의 의도를 눈치 채고 헛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압송하는 내내 율법검사들이 너무 조용하다 싶더라니.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을 하고 있던 건 나만이 아니라는 거지?’
재미있네.
테오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악시온의 생각인지, 아니면 에드의 생각인지 몰라도 ‘제법’이다 싶었던 것이다.
쿵!
그러다 율법검사들이 어느 철문 앞에 멈춰 섰다.
“죄수, 테오 라그나르를 압송하였습니다.”
“안으로 들이라.”
끼이익-
철문이 활짝 열리면서 거대한 크기의 방이 나타났다.
저 멀리.
거대한 반원형 탁상을 중심에 둔 아홉 개의 석좌(石座)가 보였다.
그중 채워진 곳은 모두 넷.
한 명은 테오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율리우스.
백갑용기대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테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세 명도 테오가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매화궁주.
원로원장.
중앙기무국장.
각각 검룡(劍龍), 원룡(元龍), 항룡이라 불리는 이들로, 마룡 율리우스와 함께 라그나르를 수호한다는 <9룡>이었다.
즉, 이 자리는 테오를 단순 잡범으로 취급하고 재판하려는 자리가 아닌,
‘계승권자의 자격을 따져 묻는’ 자리라는 뜻이 되었다.
저들에게는 라그나르에서 유일하게 계승권자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므로.
‘아예 내가 다른 꿍꿍이를 꾸밀 수 없도록 이참에 싹을 밟아버리겠단 뜻이겠지.’
테오는 가장 우측에 앉아 있는 항룡 에드 트로이반을 보면서 실웃음을 흘렸다.
에드는 엄숙한 표정을 가장하고 빤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테오 라그나르.”
그러다 중앙에 앉은 원룡 ‘울프강 라그나르’의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원래대로 돌렸다.
그는 현 가주의 작은할아버지로, 라그나르에서도 가장 많은 나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현역 시절의 정정함을 자랑하는 늙은 괴물.
“예. 원로원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곳에 뵐 줄은 몰랐습니다만.”
“인사는 되었고. 조금 전 그대가 저지른 죄에 대한 고발이 들어왔다. 내용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고……. 이걸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울프강은 이 자리에 끌려 나온 것이 못마땅하다는 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원래 위대한 라그나르의 혈통에 ‘잡종’이 섞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던 순혈주의자.
당연히 신분이나 계급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따졌고, 천출 소생의 테오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런 가문, 세레스 상단, 적백용병단…… 거기다 하나비까지? 하! 지금 이들이 모두 여차하면 본가의 그늘을 떠나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다. 본가의 오랜 지기이자 수하였던 이들이 네놈의 멍청한 짓거리로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그 피해를 네놈 따위가 감당할 수나 있을 것 같으냐?”
우르르-
울프강이 내뱉은 포효에 율법청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떨렸다.
공기까지 뜨거워졌다.
당장에라도 테오를 집어삼킬 것처럼.
웬만한 사람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습니까?”
테오는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무덤덤한 표정 그대로였다.
-그 순간. 테오는 말없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검룡 매화궁주와 율리우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율리우스는 호의. 매화궁주는 호기심…… 그래도 다행인 건 현재 넷 중에서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건 최대 두 사람이란 건데. 잘 하면 중립까지는 만들 수 있겠어.’
매화궁주는 가주의 첫 번째 부인으로, 사실상 라그나르의 실질적인 안주인이라 할 수 있었다.
율리우스와는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걸로 기억했다.
덕분에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원로원장님께서는 이번 사건의 과오가 제게 있다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만.”
“당연한 소리! 그럼 아니라는 것이냐?”
테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지난 과오를 깊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원로원장님께서 꾸중해주신 것에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테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율리우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매화궁주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드는 여전히 빤히 테오를 바라봤다.
흥!
울프강이 팔짱을 끼면서 코웃음을 쳤다.
테오가 백기를 들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다고 네놈에 대한 죄가……!”
“한쪽 팔로 끝낼 게 아니라 아예 목을 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너무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뭣이?”
울프강의 늙은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옆에서 매화궁주가 가볍게 실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그들은 신하입니다. 군주는 봉토와 명예를 내리고, 신하는 충성과 목숨을 바치는 것이 기사도의 도리. 그런데도 그들은 참혹하게 기사도를 저버리겠다며 감히 군주를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
“이를 당장 바로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찌 되겠습니까? 군신 간에 지켜야 할 덕목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이와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온 라그나르의 명예가…… 짓밟히는 것을 어찌 두고 보고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울프강은 입술만 벙긋거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뭐라 말하고 싶어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 것이다.
테오의 말에 반박했다간 라그나르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음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고,
반대로 테오의 손을 들어줬다간 라그나르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당장 그들에게 처벌을 가해야 할 테니.
자승자박이었다.
“궤변으로 나를 놀리는……!”
“원로원장께서는 거기까지 하시지요. 계속 말씀이 길어졌다간 부끄러움만 커지실 것 같으니.”
울프강이 분노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순간, 매화궁주가 끼어들었다.
“매화궁주!”
“이 자리에는 원로원장만이 계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매화궁주가 온화하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울프강도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씩씩거렸지만.
‘역시 북부제일검. 원로원장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군.’
매화궁주가 슬하에 자식이 없는데도 여전히 1부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녀 자체부터가 라그나르에서 가주를 제외하면 가장 강하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별호도 ‘검’의 용일까.
매화궁주가 테오를 따스한 눈길로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네 의견에 대해서는 아주 잘 들었단다. 분명히 그것이 전적으로 옳을지 몰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라그나르는 강하지만 크지는 않으니까.”
“매화궁주, 대체 무슨 소리를……!”
울프강이 식겁한 얼굴이 되었다.
반면에 테오는 조금 놀랐다.
설마 오만한 라그나르의 안주인으로서 라그나르의 약점을 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 몰랐으니까.
“이 넓은 북부를 온전히 다스리고, 마해의 마물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으로는 안 된단다. 한 손이 열 손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우리를 옆에서 도와줄 이들이 없다면 라그나르는 무너지고 말 터이니.”
-패도(覇道)만으로는 이 세계를 다스리지 못한다.
매화궁주는 그 사실을 말해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걸 알면서도 당신은……?’
테오는 허망하게 죽어가던 식솔들의 모습을 속으로 삭였다.
매화궁주의 저런 올곧은 생각은 왜 오래도록 유지되지 못했을까?
“그러니 우리는 봉신과 기수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단다. 이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하는구나.”
테오는 이미 자신에 대한 처벌 수위가 9룡 사이에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테오는 율리우스를 슬쩍 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되도록 저항하지 말라는 듯.
아마 그가 손을 쓸 수 있는 데까지 처벌 수위를 낮춘 모양이었다.
“제게 떨어질 처벌이 어떻게 될지 여쭐 수 있겠습니까?”
“3개월 근신령.”
테오의 미간이 좁혀졌다.
“개화식이 불과 2개월 후입니다만?”
“그 점을 참작하여 내년 개화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할 생각이란다. 오늘 네 손에 다친 열넷…… 아니, 하나비의 아이까지 합쳐서 열다섯 명의 아이들도 모두 내년에 참석하기로 조금 전에 결정이 났으니.”
매화궁주는 이 정도가 자신이 손 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울프강은 그마저도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그러나.
‘아니. 안 돼.’
테오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건 함정이야.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에드는 내게 개화식을 치를 기회마저 박탈하려 들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막 펴려는 날개를 꺾을 수는 없었다.
한 번 꺾인 날개는 두 번 다시 하늘을 날지 못하는 법이니.
“네가 갓 검을 쥐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니 이번을 기회 삼아 조용히 거처에서 검을 닦는 것도 네게는 좋을……!”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항소를 하겠습니다.”
매화궁주와 율리우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고, 울프강과 에드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항소를 한다면 이번 건은 완전히 우리 손을 떠나게 된단다.”
“네 분의 손은 떠나지만, 검의 목소리는 진실하지 않겠습니까?”
강자존의 법칙이 살아 숨 쉬는 라그나르에서 ‘항소(抗訴)’의 의미는 아주 간단했다.
-전쟁.
승자만이 진실이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