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5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53화(153/224)
용아병단 (3)
‘결국 어쩔 수 없이 써야하는구나.’
<시계태엽의 나열>은 애당초 카산드라가 적들을 잡기 위해 미리 만들어둔 ‘함정’ 중 하나였다.
-묘지기에 이어서 트로이반과 성마교의 전력까지. 지원군 없이 테오 님 혼자서 그들을 전부 상대하기는 버거울 테니, 제가 몇 가지 안배를 미리 깔아둘까 해요.
워메이지가 아닌 이상에야 마법사는 그리 전투에 특화된 직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경원시되는 건, 그들이 기적을 부르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들이 미리 장악해둔 지역은 절대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았다.
-……마방진을 준비하려는 거구나.
-역시 금방 보고 아시는군요. 맞아요.
-하지만 마방진을 구성하기에는 당장 마력석이 부족할 텐데?
-…….
-너 설마?
-준비를 이용하는 것은 테오 님이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어요. 그렇지 않나요?
마방진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만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물며 심상 영역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때 소모될 마정석이 없으니, 카산드라는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고자 했다.
-적들로 적을 친다. 이만한 전술이 또 어디 있을까요?
카산드라가 생각한 조달 방식은 인신공양.
바로 죽은 트로이반 측 검사들의 시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런 대마법을 발동하기엔 아직 어린 카산드라의 정신세계나 마력회로가 완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 * *
테오와 오드 일행이 선 시계판 한쪽에는 그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크로노그래프가 돌아가고 있었다.
촤르륵, 촤르르륵-
바늘이 돌아가면서 지하 영묘에 파묻혀 있던 시체들이 녹아내렸다. 여기서 새어나온 핏물이 태엽에 스며들면서 더 힘차게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그럴수록 영역을 구성하고 있던 결계도 점점 강화되었으니.
지금 이 순간.
오드 일행은 감옥에 갇힌 죄수 신세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리고,
“아아아악!”
오드 일행은 육체를 옥죄는 여러 압박에 비명을 질렀다.
특히 청악대장은 아예 주저앉아 바닥에다 얼굴을 처박기까지 했다.
마력이 멋대로 폭주하면서 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가, 근골이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리면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켁켁거렸다.
오드는 겨우겨우 지혈시켜놨던 오른팔에서 다시 피가 터졌고, 칼리는 혈령이 도리어 쪼그라드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의 발밑에는 저마다 다른 모양의 새로운 크로노그래프가 나타나 시침이 빠르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반면에 테오는 그들과 달랐다.
그의 발밑에 깔린 크로노그래프는 시침과 분침이 반대 방향으로 감기고 있었으니.
창백했던 안색에 혈색이 조금씩 돌아오고, 숨소리마저 빠르게 편해지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기라도 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외부 법칙이 적용되어 올 버프 시간이 늘어납니다.] [현재 가능 시간: 2분.] [3분.] [4분.].
실제로 테오에게 적용된 시간이 되감기고 있었다.
-회귀를 하셨으니 제 심상 영역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테죠?
-나도 대충 듣기만 들어봤어.
-제 심상 영역은 선지의 이능에 근거를 두고 있어요. 다만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앎’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
-보고 있는 걸 그대로 현실에 적용시킨다는 건가?
-맞아요. 제 영역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각자에 맞는 개인 시계를 쥐어 줘요. 그리고 이걸 감는 거죠. 방향은 마음대로고 말이죠.
침입자에게 적용된 시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마법이라.
그 내용을 들었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로 마주하고 보니 어째서 카산드라가 그렇게 거창한 별호를 얻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이만한 힘을 가지고도 왜 미래에선 휘둘리기만 했을까?’
테오는 아주 잠깐 떠오른 생각을 뒤로 하면서 검에 다시 마력을 실었다.
이론상 이 영역에 있는 한 그는 올 버프 상태를 ‘무한하게’ 지속할 수 있었다.
“그마아아아아아……!”
콰드드득, 콰드득!
청악대장은 마력 폭주에 몸부림을 치다 말고 결국 모가지가 옆으로 꺾인 채 완전히 절명하고 말았다.
‘빨리감기’로 후유증을 극대화시킨 결과였다.
“왜! 왜 안 되는 거냐고!!”
반대로 오드의 시간은 ‘되감기’ 되고 있었다.
팔이 갓 잘렸던 시간을 지속시켜 출혈과 고통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다.
과다출혈로 오드의 안색은 창백해질 대로 창백해진 상태.
이대로 있다간 정말 허망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테오를 어떻게 하는 수밖엔 없었다.
‘난!’
오드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선조님들은 이딴 식으로 결말을 맞이하려 그동안 평생을 바친 게 아니었다고!’
죽음의 사신이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발을 옮기기도 전에,
파아앗!
월백검과 용살검이 그녀 앞으로 뚝 떨어졌다.
채애애앵-
“떨어져! 떨어지란 말이야아!”
오드가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월백검과 용살검은 더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조금 전, 테오가 그녀와 칼리를 동시에 상대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가 두 자루의 검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움직임이 서로 다른 사람이 휘두르는 것처럼 각기 다르다는 점이었다.
월백검은 매화이십사수에 가까워 화려한 움직임을,
용살검은 마룡육예에 기반한 날카로운 투로를 보였다.
하지만 그 기반은 오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검보의 흐름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날…… 날 상대로 검보를 시험하는 거냐?”
그것은 도발이었다.
누가 더 검보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당신과 당신의 선조들이 복원하고자 했던 검보와 내가 해석한 검보를 겨뤄보자, 그래서 누가 더 진짜에 가깝고 누가 더 우위인지를 가늠해보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너의 <흑빙만옥월>도 쓸만하다면 가져가주겠다.
이런 오만한 심보까지 내비치고 있었으니.
툭!
오드는 머리 한편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저 가짜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쩌저저적!
오드는 결국 오른팔을 얼음으로 얼려버리고, 월식을 크게 일으키면서 월백검과 용살검에 맞섰다.
콰르르릉-
차차창!
“믿을 수 없다……. 일개 불신자가 부리는 마법 따위가…… 신께서 주시는 은총을 거부하다니…… 절대 이럴 수는……!”
한편, 칼리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테오를 보면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에게 적용된 개인 시간은 ‘일시정지(Pause)’ 상태.
덕분에 <이름 없는 군주>로부터 끌어오던 무한 마력도 어느새 끊어져 혈령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성마광세, 성마광세……. 주여, 저 무도한 불신자를 극복하지 못한 이 못난 양을 어루만져 주소서. 당신께서 이 양을 시험하고자 내렸던 고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어리석음을 엄히 꾸짖어주소서.”
칼리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기도문을 외웠다.
그는 더 이상 테오에게 대항할 수단이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그 사죄의 뜻으로 당신의 못난 양이 영혼을 당신께 봉헌하고자 하나이다. 그러니 부디 그 진노를 가라앉히시옵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여 주시옵소서. 그럼 저는 눈을 감아서도 당신의 뒤를 쫓겠나이다.”
칼리는 품 안쪽에서 단검을 꺼내 갑자기 자신의 목덜미를 찍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옆으로 내리그었다.
푸화악!
허공으로 튀어 오른 피분수가 순간 먹물처럼 검게 물들었다.
동시에 와류를 크게 그리면서 심상 영역 너머에 존재하는 거대 존재를 불러들였으니.
그것은 거대한 눈이 되었다.
테오를 비롯한 인세의 인간 따윈 미물로 취급할 존재의 눈.
『하찮기만 한 소망일 뿐이지만, 그 충실함을 높이 사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의지가 목소리가 되어 왱왱 울리고, 끝내 피분수 뒤로 검은 형상이 나타났다.
<이름 없는 군주>.
그의 일부가 칼리의 자기희생주문과 함께 강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툭-
테오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름 없는 군주>를 올려다봤다.
‘여기까진 일단 마도여제의 예언대로 됐어.’
머릿속으로 마도여제와의 마지막 대화가 계속 스쳐지나갔다.
-다만, <시계태엽의 나열>은 아직 이 시대에 완성되지 못한 마법 체계이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원이 있다고 해도 계속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아요. 아마 인과율의 혼선으로 이 어린 육체가 치러야 할 패널티가 아주 클 테죠.
-그럼……!
-그래도 전 해야 합니다. 일국의 황제로서. 신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다가올지 모를 종말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 절 도와주세요, 테오 님.
굳은 결심을 한 마도여제의 눈빛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이름 없는 군주>에게 족쇄를 걸고자 해요. 시간이라는 족쇄를.
마도여제는 아마 적들을 심상 영역에 가두면, 성마교의 주교가 알아서 자기희생을 하여 <이름 없는 군주>를 불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아마 녀석은 오만하니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더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더냐?
『어디 해보아라, 미천한 미물아.』
-어디 해보아라, 미천한 미물아.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잘 어울려 줄 터이니.』
-무엇이 되어도 잘 어울려 줄 테니, 라고 말이죠.
<이름 없는 군주>는 오만하다.
그렇다면 그 오만함을 이용해주면 되는 것이다.
잘 될지 안 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될 문제.
“용아병단!!”
테오는 <이름 없는 군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누군가를 불렀다.
이제는 ‘결사대’라는 이름으로만 기억하는.
옛 전설 속에 묻혀 사라지고 만 존재들을.
-난…….
-난 여기 있다!
-나도 여기 있소!
테오의 주변으로 흐릿한 영체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유령 군단.
그들의 발밑에도 크로노그래프가 깔린 채 빠른 속도로 시침과 분침의 되감기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하하! 용아병단이라니!
-아주 그리운 이름이로군.
-우리도 잊어버렸던 이름을 이런 식으로 되찾을 줄 누가 알았을까?
유령들의 색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백색 갑옷과 투구를 입은 채 한 손에는 검을 든 검사들.
누군가는 하얀 말 위에 올라타 있었고, 또 누군가는 선두에서 수 미터도 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북을 든 이들도, 방패를 든 이들도, 창을 든 이들도 있었다. 299명의 군대가 나타나 전열을 갖췄다.
그들이 일제히 내뿜는 투기가 단숨에 <이름 없는 군주>의 존재감을 물리치면서,
지난날 마물 군단의 남진을 가로막았던 결사대의 위용을 한없이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마도여제의 노림수.
심상 영역에 입장한 유령들의 개인 시간을 되감아 군단을 부활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테오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처척-
테오는 애기르의 투구를 머리에 쓰며 전신에 백갑을 둘렀다.
휘황찬란한 백광(白光)이 <이름 없는 군주>의 어둠을 물리치면서 세계를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한 손에는 용의 비늘이 잔뜩 돋아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고삐를 쥐었다.
“전원-”
고삐를 잡아당기자 그림자가 일어나면서 움브라가 나타나 비상을 시도했다.
“-나를 따르라.”
테오가 선전포고와 함께 상공으로 높이 날아오르고, 그 뒤를 용아병단이 따랐다.
-용아병단!
-진군하라!
-진- 군- 하- 라!
둥! 둥! 둥! 둥!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진군이 시작되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