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54)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54화(154/224)
용아병단 (4)
하늘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비룡의 등자 위.
카산드라는 레이의 품에 안겨 날다 말고 갑자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크게 휘청거렸다.
“카산드라, 괜찮아?”
레이가 깜짝 놀라 카산드라를 억지로 받쳤다.
자칫 등자 밖으로 튕겨날 뻔한 위험천만한 모습.
“가, 감사해요. 잠시 패널티가 적용되었나 봐요.”
마법사들은 기적을 발현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 기반은 등가교환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었다.
미래 기술을 사용하는 지금의 카산드라로서는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대가가 거의 없었고, 이에 따라 인과율의 법칙이 적용되어 마도여제라는 인격이 강한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제 더 이상 ‘마도여제’의 의식으로 마법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설사 자신이 있던 미래로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선지의 이능이 완전히 닫히게 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녀는 불만이 없었다.
‘두 번 다시 능력을 쓰지 못하게 되어도 좋아. <이름 없는 군주>에게 조금이라도 제약을 걸어둘 수 있다면.’
세계를 멸망으로 이끈 <이름 없는 군주>에 비하자면 마도여제는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는 보여주고 싶었다.
궁지에 몰린 쥐라도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테오 님이 <이름 없는 군주>를 물리칠 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선지의 이능으로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건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였다.
결정된 미래가 없거나.
혹은 시간의 축과 거리가 떨어져 무한한 미래를 그려낼 수 있거나.
카산드라는 테오가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계태엽의 나열>을 이용한 용아병단을 이끈다고 해도, 당장 <이름 없는 군주>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에게 추가로 도움이 될 손길이 필요했다.
“셀퍼드, 가야할 곳이 있어요.”
카산드라의 시선이 셀퍼드에게 향했다.
셀퍼드는 두 눈을 감고 있는 그녀가 어쩐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디로?”
아린을 치료해야 하니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임무가 우선인 백갑용기대의 대원이었으므로.
“장원이요. 처음 우리가 영묘인 줄 알고 갔던 곳으로요.”
장원?
셀퍼드는 그 순간 아직 그곳에 등룡과 르제가 있을 거란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고삐를 옆으로 확 잡아당겼다.
케에에엑!
비룡이 힘차게 날갯짓하면서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 * *
『재미난 짓을 하는구나. 너희들에게는 아주 오래되었겠지만, 내게는 엊그제 같은…… 며칠 전에 벌인 유열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름 없는 군주>는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용아병단을 보면서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흐릿한 검은 안개 너머로 돌아가는 두 개의 눈이 곡선을 그렸다.
『그럼 나도 그때에 맞춰서 놀아볼까?』
검은 안개가 이리저리 꿀렁이다가 뭉치면서 저마다 다른 형태의 마물들을 대거 쏟아냈다.
‘확실히 마해에서 보던 것들보단 약해.’
테오는 승기를 확신했다.
마도여제의 불완전한 마법으로 부활했기에 용아병단도 확실히 전성기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닐 터였다.
하지만 그건 <이름 없는 군주>가 받고 있는 패널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한낱 주교 따위가 자신을 희생하여 소환한 신의 크기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실제로 지금 테오가 마주하고 있는 저 망신(妄神)은 언젠가 교구장의 의식을 침범해서 마주했던 <이름 없는 군주>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해도 너무 약했다.
아마 본체의 한쪽 단면, 혹은 분신의 일종이나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테오가 마도여제의 도움을 빌려 녀석에게 걸려던 속박은 정신 공격에 해당했으므로.
‘그러니 할 수 있어.’
테오는 녀석이 오만하게 구는 이 상황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했다.
-테오 님, 마법을 배우고 싶어하셨었죠?
마도여제는 테오에게 자신의 심상 영역을 만질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 세계에 있는 크로노그래프를 전부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럼 <시계태엽의 나열>을 만지면서 한번 그 체계를 더듬어보세요. 아마 큰 도움이 될 테니.
테오는 마도여제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잠깐 눈을 감았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발동하여 해당 세계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창시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지금부터 태엽을 감는 것이 가능합니다.]부유군도를 떠받치는 마력 상승기류에 손을 댔던 것처럼, 이번에는 손끝에 마치 시계 태엽이 닿은 것 같았다.
동시에 마도여제가 곳곳에 남긴 사념들이 물밀 듯이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카산드라가 마도여제로 살기까지 겪었던 여러 사건, 불운, 절망, 좌절 등이.
하지만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면서 탄생된 마법 체계가 훤히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한 나무 같았다.
끝을 모르고 하늘에 닿을 정도로 엄청나게 자란 나무.
뿌리에는 마도여제가 그동안 읽은 논문이며 마법 지식들이 망라되어 있었고, 줄기에는 그중 필요한 체계들이 올라와 있었으며, 나뭇잎에는 그걸 통해 창안된 독특한 마법들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마도여제는 이 나무를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비록 이해력이 달려 이것을 모두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도 테오는 새로운 마법의 경지에 닿을 수 있었다.
동시에,
째깍째깍째깍째깍!
쏟아지던 마물들의 발아래로 크로노그래프가 나타났다.
테오의 손끝에도 태엽이 잡혔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것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마물들이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오, 재미난 재주를 부리는군?』
<이름 없는 군주>의 눈가에 흥미가 가득 담겼다.
또 다시 마물 군단이 쏟아졌다.
하지만 곧이어 크로노그래프와 함께 사라졌다.
『하하하하! 재밌도다! 너무나 재미있도다! 시공의 축에서 이탈한 자가 도리어 시간을 매만지고 있다니! 이 역시 어그러진 시공이 낳은 모순 중 하나인가!』
-시방,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우리는 보이지도 않나 보지?
-아무래도 다시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있게 참교육을 해줘야겠는데!
<이름 없는 군주>가 광소를 터뜨리는 동안, 용아병단은 어느새 녀석의 몸뚱이에 달라붙어 공세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러가 번뜩였다.
검은 안개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면서 검은 핏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몇몇 검사들은 등에 달고 있던 창을 높이 던졌다.
충격파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구멍이 숭쑹 뚫리고, 하늘에선 벼락이 몇 개씩이나 떨어졌다.
콰콰콰콰-
쿠릉, 쿠릉, 쿠르릉!
콰콰콰쾅!
상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름 없는 군주>에게 적용된 크로노그래프는 빨리 감기가 되었다.
그리고,
『반려여. 이런 깜찍한 일을 잘도 저지르고 있었구나.』
테오의 머릿속에서 로드브로크가 아주 흥미롭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옛 선택자의 수하들을 다시 보고 있노라니 오래 전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로디.’
『후후. 또 날 이용해서 뭘 하려는 거군?』
‘혹시 심장의 재료, 더 필요하시지 않으십니까?’
『음?』
‘망신이 품고 있는 사념 정도라면, 정화했을 때 충분한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파하하하!』
로드브로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분신이라고 해도 <이름 없는 군주>를 먹으라고 권유할 줄이야!
『예끼! 상한 건 함부로 먹는 게 아니다!』
‘하지만 탐스러운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어려우십니까?’
로드브로크는 테오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저것은 우리네 지킴이들과는 반대되는 적이다. 효율이 그렇게 좋지는 못해.』
‘불가능하진 않단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해보겠습니다.’
『그래. 해보자꾸나. 만약 그대의 뜻대로 된다면…… 지긋지긋한 동굴 생활도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로드브로크는 작게 뒷말을 중얼거리면서 현신을 시도했다.
[로드브로크의 영체가 강림합니다!]<이름 없는 군주>와 마찬가지로 로드브로크가 내보낼 수 있는 것도 ‘일부’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엄청난 크기의 용이 나타나 <이름 없는 군주>를 찍어눌렀다.
크롸롸롸롸!
고대룡이 포효했다.
-저것은……!
-우리의 수호룡이 아닌가!
-하하하! 우리들도 로드브로크 님을 직접 뵌 건 두 번이 안 되었었는데 이렇게 또 뵙게 되다니!
용아병단의 사기가 기세등등해졌다.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꽉 쥐고 움브라에서 뛰어내렸다.
동시에 눈에 깃드는 영성.
<이름 없는 군주>의 몸체 속에 자리 잡은 핵이 보였다.
‘저곳을-’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곧추세워 마력을 있는 힘껏 담았다.
쿵쿵쿵쿵쿵!
심장이 거칠게 펌프질할 때마다 테오를 둘러싼 백광이 더욱 짙어지면서 마치 커다란 태양처럼 변했다.
‘-찌른다!’
그리고 그 태양이 절반으로 쪼개졌을 때.
스걱!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낙뢰가, 용섬이, 빛의 궤적이 <이름 없는 군주>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어둠의 안개가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아래에 숨어있던 핵에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절반 이상 틀어박혔다.
그 핵은 녀석의 눈이었다.
주르륵!
검은 핏물을 흘리며 아래쪽을 보는 거대한 동공의 모습은 기괴하고 섬뜩하게 느껴졌다.
『내 핵을 고작 부수는 정도로 끝내려는 거냐? 그건 아니겠지?』
자신에게 재미를 준 만큼 더 재미난 뭔가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눈치.
투구 아래에 드러난 테오의 눈도 웃었다.
“당연히 아니지.”
째각째각째각째각-
그 순간, 검이 틀어박힌 자리로 크로노그래프가 나타났다.
“나는 너의 시간을 ‘가둘’ 거다, 망신.”
『내 시간을, 가둔다?』
“그래. 네 정신을 ‘일시 정지’ 시킬 수 있다면 본체에도 타격이 가겠지. 정지된 정신이라…… 신도들이 아주 좋아하겠어?”
『고작 그것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찰나에 불과하다만?』
“당연하지. 하지만.”
입술 끝이 비틀렸다.
“너의 찰나가 우리에게는 아주 길거든? 너를 때려잡을 만큼 강해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시간을 벌겠다는 거군. 아주 좋은 생각이다.』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도 웃을 수 있는지 보자.”
『너는.』
테오는 칼자루가 닿을 때까지 검을 더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퍼어어억!
『만날 때마다 재미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로드브로크, 네게 남은 마지막 말년이 심심하지는 않겠어. 그건 참 부럽단 말이지.』
동시에 크로노그래프의 바늘이 미친 듯이 돌아가다가 12시를 딱 가리키면서 정지되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궁금해. 이 지겨운 굴레에서 찾은 재미난 낙…….』
<이름 없는 군주>의 웃음소리가 도중에 툭 끊겼다.
그리고,
콰드드득!
로드브로크가 녀석의 핵을 뜯으며 그대로 집어삼켰다.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글쎄. 이 몸의 생각에 네가 다시 반려를 만났을 때는 웃상이 아니라 울상일 것 같다만?』
그 순간, 태엽의 세계가 무너졌다.
* * *
“난…… 그동안 대체 뭘 했던 거지……?”
정지된 태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쿵! 쿵!
땅바닥에 부딪힌 태엽이 산산조각 나고, 하늘에 퍼진 균열이 이제 땅바닥의 시계판까지 덮쳤다.
오드는 허망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과다출혈에다 월백검과 용살검에 심장이 꿰뚫린 지 오래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숨이 붙어있는 건 생전에 그녀가 쌓은 경지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어린 시절부터 늘 바랐던 풍경이었기에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오구오구, 내 새끼. 그래 뭐가 하고 싶어서 이 할애비를 찾아왔누?
-그 이야기 해줘요! 이야기! 대장님이 콰아앙! 하면서 쿠쿠쿠쿠! 했던 거!
-음? 아! 이 영묘에 자리 잡은 전설 말이냐?
-네! 또 듣고 싶어요.
-허허허. 인석은. 오늘만 벌써 두 번은 말해줬는데.
-그래도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는걸요!
다른 아이들이 칼싸움을 하거나 인형 놀이를 한창 할 때, 오드가 가장 재미있어 했던 놀이는 바로 묘지기 전설 듣기였다.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대마왕에 맞서서 싸우는 선조들의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것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이어 묘지기가 되었을 때도, 흑빙만옥월의 계승자가 되었을 때도, 그녀는 항상 전설 속의 결사대원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바로 저곳에 전설 속 결사대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꿈에서도 늘 바랐던 광경.
하지만,
저곳에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대신 테오가 있을 뿐.
“…….”
오드는 천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래. 애당초 저곳에 설 사람은 따로 있었던 거였다.
자신은 그저 주제넘게 바라서는 안 될 자리를 원했던 것일 뿐.
-네가 그동안 고생했던 것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단다.
그때, 갑자기 오드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있었다.
오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피로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투구를 깊게 눌러 쓴 검사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네가 태어나던 시절에도. 네가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에도. 네가 처음으로 뗀 단어가 할아버지였다는 것도. 네가 열다섯에 예쁜 첫사랑을 했다는 것도. 우리는 모두 다 지켜보고 있었단다.
그 검사의 얼굴은 어쩐지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았다.
-너도. 너의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
지난날의 고생이, 수고가, 바람이 헛된 것이 아닌 듯했다.
오드의 눈가를 타고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너와 너의 선조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용아병단의 자랑스러운 검사들일지니. 너희들의 희생은 절대 헛된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그동안 너희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고, 참 즐거웠다.
진심이 담긴 따스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드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가 떨어졌을 때.
그녀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