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5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59화(159/224)
영묘의 묘지기 (4)
“사랑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에게 아름다운 옷과 멋을 제공하는 하이 테오도어입니다.”
테오는 일행과 함께 숍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심플한 외부 모습과 다르게 내부는 아주 화려해서 마치 이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진열된 옷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옷에 대한 별다른 안목이 없던 테오도 강한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와아.”
“말로 듣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군.”
레이와 웰링턴은 감탄하면서도 익숙하다는 듯 빠르게 옷을 체크했다.
오트쿠튀르를 표방하는 곳답게 전문 상담사가 붙었는데도 이야기를 하는데 막힘이 없었다.
‘아, 이들 두 사람에게는 익숙하겠구나.’
웰링턴이야 원래 꾸미고 다니는 것도 늘 깔끔했으니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레이는 조금 뜻밖이긴 했다.
평소에는 편한 옷만 입고 다녀서 몰랐는데, 프릴과 레이스가 잔뜩 달린 ‘샤랄라’한 옷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고객님은 혹시 어떤 스타일의 옷을 찾으시는지 여쭐 수 있을까요?”
테오는 자신에게 붙은 상담사의 동글동글한 눈을 보고 흠칫거렸다.
동백궁에서 많이 보던 눈빛이었다.
‘나는 지금 너에게 인형놀이를 해보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시녀들의 눈빛.
테오는 그 면전에다 대고 차마 ‘옷은 관심 없고 사실 어머니의 가게를 구경하고 싶어서 왔다’는 폭탄을 던질 수가 없어서 식은땀을 흘렸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아주 잠깐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음……? 저 사람은?’
넓은 숍의 한쪽.
테오 일행의 나이대로 보이는 청년이 흥미롭게 정장 한 벌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선 네 명의 시종들은 하나같이 양손에 한가득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이 테오도어 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부티크에서도 쇼핑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물론, 테오가 관심을 가진 건 그런 쇼핑 목록들이 아니었다.
‘어딘지 낯익은데.’
언뜻 누군지 떠오르지 않는 얼굴.
전생에서 만났던 인연일까. 머리 한편이 간질간질했다.
“아, 혹시 저 손님께서 들고 계신 스타일이 마음에 드신 걸까요?”
“예? 아, 예. 비슷한 스타일이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테오가 얼결에 한 대답에 상담사가 금방 가져오겠다며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때, 테오의 시선을 읽었던지 청년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잠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그러면서 웃는 모습이 쾌활한 인상을 주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란 도련님 같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럴수록 테오는 더욱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중요한 인물인 것 같은데…… 뭐, 나중에라도 떠오르겠지.’
당장 활동하는데 방해가 될 사람만 아니면 그만이지 않은가.
테오는 곧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 *
“와우! 나는 그동안 내 또래 중에서 내가 제일 잘생긴 줄 알았거든? 근데 더한 사람이 있었네? 어느 가문 사람일까?”
청년, 나자리우는 네 명의 시종들과 같이 하이 테오도어를 나오면서 쾌활하게 웃었다.
쇼핑을 하던 중에 잠깐 눈이 마주쳤던 백색 정장의 장발 미남자가 준 인상은 그만큼 컸다.
“라그나르의 테오라는 청년입니다.”
“응? 지리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석 시종의 말에 나자리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야 적이 될지도 모르는 자의 심장부까지 들어왔는데 그 정도 조사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테오 라그나르뿐만이 아닙니다. 동행하던 웰링턴 나르시오, 레이 라그나르 모두 주요 인물입니다.”
“웰링턴 나르시오? 설마 내가 아는 그 웰링턴 나르시오?”
“예. 8준의 검사자가 맞습니다.”
“엥? 뭐야? 그 친구도 거기 있었어? 에이씨! 말해주지! 왜 안 했어?”
“안 물으셨잖습니까?”
“아, 그걸 꼭 물어야만 말하냐! 센스가 없네, 센스가!”
“센스가 있어서 안 한 겁니다. 그때 말씀드렸으면 도련님이 사고를 안 치셨을까요?”
“……쳤겠지?”
“그러니까 안 한 겁니다.”
“끄응.”
나자리우는 순간 불만이 많은 얼굴이 되었지만, 말재주로 지리마를 이기기가 요원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지리마의 말마따나 이곳은 적이 될지도 모르는 라그나르의 심장부.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태연하게 쇼핑이나 하고 있었지만.
“하여간. 세간에는 웰링턴 나르시오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정작 북방에서는 테오 라그나르가 더 유명하다더군요. 개화식에서도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한 천재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개화식을? 오, 웰링턴 나르시오의 라이벌이란 말이지?”
나자리우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흥미진진하게 눈을 떴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판 붙어 보고 싶은데.”
나자리우 역시 3군8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차세대 기재.
그와 동급으로 분류된 이들과의 경쟁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마탑은 이번 전쟁에서 최대한 중립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되도록 트로이반의 편을 들고 있지만, 그래도 라그나르에 꼬리가 붙잡혀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일을 그르친다면 아무리 나자리우 님이라고 해도 마탑주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알아, 나도 잘 알아. 우리 영감님 성격이 어떤데 내가 사고 치겠어? 그러니까 잔소리 그만!”
지리마는 양손으로 귀를 가리며 고개를 흔드는 나자리우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기저귀를 갈 때부터 나자리우를 지켰던 그이지만, 때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어떻게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마탑의 차기 시대를 이끌 인재라고 불린 걸까?
“하여간 이제 사제들에게 줄 기념품도 다 샀고! 우리도 슬슬 시작해볼까?”
나자리우는 아공간에서 기다란 로브를 꺼내 어깨에 둘렀다.
그러자 잔잔하던 그의 기질이 한순간 확 바뀌었다.
육망성의 무늬가 화려하게 그려진 로브.
마탑이 자랑한다는 최정예 집단, ‘다윗의 별’이었다.
다른 시종들도 똑같이 로브를 몸에 두르니 주변의 공간이 살짝 흔들리면서 파동이 퍼져나왔다.
지이잉!
“그럼 가보자고.”
깊게 눌러쓴 로브 후드 아래.
나자리우의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 * *
테오 일행은 쇼핑을 간단하게 끝내고 숍을 나섰다.
‘영혼이 나갈 것 같아…….’
테오의 눈가는 꺼뭇꺼뭇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상담사가 이 옷 저 옷을 다 가져와서 추천하는 통에 그걸 전부 다 입어보느라 피로가 컸던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는 재미있겠다며 다른 상담사들까지 들러붙어서는 계속 다른 옷들을 가져오는데 얼마나 힘이 들던지.
하지만 그 덕분에 테오의 양손에는 옷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오른손에는 직원들이 만장일치로 어울린다며 추천한 옷들, 왼손에는 카산드라에게 선물할 옷들이 담긴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후후! 간만에 즐거운 쇼핑이었소. 오늘 맞춘 옷은 윈터러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벌써 돌아가고 싶은 마음 아시오?”
끄덕끄덕!
테오와 다르게 웰링턴과 레이는 얼굴에 생기가 가득했다.
레이가 그녀답지 않게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입을 옷은 물론, 스승들(수선궁주와 등룡)에게 줄 선물도 같이 고른 상태.
테오는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것 같은 두 사람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 쓴웃음을 지었다.
“둘 다 마음에 들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괜찮겠소? 테오 공자가 그냥 구경만 하고 갔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 가게 사람들이 죄다 뒤집힐 텐데.”
“그렇다고 거기서 정체 밝히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하긴 그도 그렇군.”
“저는 어머니의 사업이 잘되고 있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시는군. 테오 공자의 지분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즐거운 건 아니시고?”
“그런 이유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역시. 파하하하!”
테오의 미소에 웰링턴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그보다 이제 숍 구경도 끝났고.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하기 전에 가야할 곳이 있다더니. 어디로 가면 되오?”
“……?”
“음?”
“……설마 이 뒤에 쇼핑을 더 하시려구요?”
“그야 당연하지 않소? 뭐 사면 얼마나 샀다고.”
“……??”
“이 정도야 에피타이저에 불과하지.”
“……???”
테오는 웰링턴과 레이가 각자 들고 있는 대형 종이가방이 열 개가 넘어간다는 사실을 지적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니, 레이야 여자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웰은 대체…….’
어머니나 동백궁의 시녀들과 합이 참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목적지는 여기서 얼마 안 떨어져 있습니다. 시청 청사 근처더군요.”
“오, 메인 스트리트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이로군. 잘 되었소.”
테오는 지도에서 미리 체크해뒀던 대로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너 개의 트램이 교차하고, 인력거가 철길 위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번화가였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테오는 자신의 짐을 웰링턴과 레이에게 맡기고 따로 움직였다.
두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볼 일이라고 일러둔 참이었다.
다행히 돕겠다며 나서는 친구는 없었다.
아마 그만 따로 받은 임무가 있다고 착각한 것 같았다.
‘피에몬테 41번 도로의 7번째 건물.’
테오는 시청 청사 뒤편에 나 있는 골목길을 살짝 돌아 어느 허름한 건물 앞에 섰다.
겉보기엔 아직 대낮이라 문을 열지 않은 단순한 펍으로 보였지만.
사실 대도시 지하 깊숙한 곳에 마련된 보물 창고로 향하는 ‘문’이었다.
벽에다 손바닥을 갖다 대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삐빅. 새로운 사용자. 패스워드 요청. 마력 패턴 인식 중. 사용자 인식 확인 완료.
마도여제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벤다이어그램 모델에 수열식을 가미한 암호 체계를 사용하니 몸이 벽 안쪽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호오! 제법이군.」
시야가 반전되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광경.
어느새 테오 옆으로 로드브로크의 영체가 나타나 가볍게 감탄을 터뜨렸다.
보물을 사랑하는 고대룡이 놀랄 정도로 내부는 아주 화려했다.
천장에는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붙여 만든 샹들리에가 잔잔한 조명을 뿌려대고, 벽은 온통 금칠이 되어 있어 반사되는 빛으로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는 제국 황실이라더니…… 정말이군요.”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둥지와 비교해도 규모나 재물의 양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것 같은 금고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대충 눈대중으로만 훑어봐도 40개가 넘는 방에 그 크기도 하나하나가 웬만한 마당 딸린 집보다 훨씬 넓었다.
이곳을 정말 ‘금고’라고 할 수 있을까?
「후후! 앞으로 이런 창고가 몇 개가 더 있다고?」
“황도에 있는 걸 제외하면 네 개일 겁니다.”
「이제 세계 제일의 부자는 반려로군? 내가 반려 하나는 잘 맞았단 말이지.」
테오는 볼을 긁적였다.
“그렇다고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우선 영약 창고부터 찾아보죠.”
무기 창고, 방어구 보관소, 실험실, 도서실, 개인실, 냉동실 등을 지나 금고의 가장 안쪽 방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길게 쭉 나열된 선반 위에는 여러 종류의 영약들이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보관되어 있었으니.
대충 붙어있는 명찰만 살펴봐도 모두 하나 같이 외부로 나가면 당장 피바람이 불어 닥칠 것들뿐이었다.
「후후후. 이 몸의 옛 둥지 창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만한 정도는 되겠구나.」
말투와 다르게 로드브로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곳 외에도 영약 창고실이 서너 개는 더 있었으니, 다 먹어 치우고 나면 꽤 괜찮은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럼 드시고 계신 동안, 저는 도서관에 다녀오겠습니다.”
「괜찮은 마법 책자라도 있는지 보려고?」
“예. 대충 보긴 했습니다만, 마도서도 몇 권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그래. 다녀오거라.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로드브로크는 테오를 배웅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영약에 정신이 팔려 어떻게 섭취할지 깊은 고민에 잠겼다.
테오는 옆방에 마련된 서고로 이동했다.
장서량만 족히 수만 권은 될 것 같은 수많은 책 중에서 테오의 눈에 띈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영성]을 품은 두 눈에 푸른빛이 감도는 책자 몇 개가 잡혔다.그중 하나를 뽑자, 꺼끌꺼끌한 느낌이 손끝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마력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이물질을 경계했다.
아몬을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
악마가 깃든 서책. 마도서였다.
테오가 그중 하나로 손을 가져가려던 그때,
[로드브로크가 영약을 섭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용혈 강화가 시작됩니다.]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