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6화(16/224)
첫 번째 전쟁 (1)
“…….”
“…….”
“…….”
“…….”
한순간, 깊은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저마다 반응은 달랐다.
매화궁주는 조용한 시선으로 테오를 바라보고,
율리우스는 침음성을 흘리며.
에드는 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쾅!
울프강은 탁상을 세게 내려치면서 신경질적으로 일어났다.
“검의 목소리는 진실하다? 하! 감히 네깟 놈이 그 많은 세력들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서슬 퍼런 기세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웬만한 상급검사들도 주눅이 들 만한 위압감이었지만.
테오는 그걸 느끼는지 못하는지 무덤덤한 기색, 그대로였다.
“그거야 제가 감당할 일이지 않겠습니까?”
“뭐라?”
“그리고 항소심에서 지금처럼 체급 차가 큰 경우에는 대리전으로 심의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그제야 테오의 의도를 깨달은 울프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테오의 말마따나 대리전이 발생할 경우엔 테오를 ‘하나의’ 세력으로 봐야 했으니까.
누군가가 테오를 대신해서 대리전에 나설 수 있단 뜻이었다.
만약 그것이 테오를 도왔다는 이블린이라면?
한쪽 팔을 잃었다고 해도 상급검사는 상급검사.
그녀가 나선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혹은 마룡이 직접 나서려 할지도……!’
울프강은 슬쩍 율리우스 쪽을 훔쳐봤다.
율리우스는 이제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테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이블린을 아끼는지를 안다.
테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애당초 에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도, 율리우스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런데 만약 여기서 율리우스가 역으로 테오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때는 최악의 수밖에 되지 않는다.
대체 어느 세력이 마룡과 대립하기를 바라겠냔 말이다.
아니, 설사 율리우스가 나서지 않아도 문제였다.
가규 상 항소심은 반드시 공개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도록 되어 있다.
많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뜻.
그런데 고작 서자 나부랭이 한 명 잡겠답시고, 열다섯 곳이나 되는 세력들이 대표를 내세운다?
그때 쏟아질 사람들의 눈총이며 손가락질은 어떻게 견딜 것인가.
검사란 모름지기 명예와 긍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일진대.
그런 명예와 긍지가 모두 진흙탕에 처박히는 꼴이었다.
열다섯 세력들 모두 그딴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만든 울프강을 원망할 게 분명했다.
사람들 사이에도 이 일을 주도한 것이 원로원장이라는 사실도 금세 퍼질 테고.
‘외통수다!’
울프강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엔 에드 쪽을 돌아보는데-
‘……이 녀석. 뱀이다.’
에드 역시 울프강처럼 그리 표정이 편치 않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처음으로 테오에게 오싹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울프강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노림수까지 보았기 때문이었다.
‘동백궁이 자신을 억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세간에 심을 셈인가? 그래서 하류 잡배들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올라서려고?’
항소심 이후에 테오가 받게 될 인상은 크게 두 가지이리라.
-굳센 탄압에 맞서 정의롭게 싸운 서자.
그리고.
-계승권자로서의 긍지를 만인 앞에 드러낸 라그나르.
평소 거대 세력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아랫것들이 딱 좋아할 만한 스테레오 타입이 아닌가?
설령 항소심에서 테오가 패배한다고 해도,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동정표가 쏠릴 것이 분명하니까.
테오는 이 기회를 빌려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고, 따르는 이들을 모아 기반을 만들려는 것이다.
반면에 에드와 울프강은 이러나저러나 잃을 것뿐.
‘대체 항소심의 규칙을 어떻게 이리 세세하게 잘 알고 있는 거지?’
보통 윈터러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대부분 소속된 세력이나 파벌을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테오가 바로 그렇게 가려진 허를 정확하게 찌른 것이다.
그것도 급소를.
“…….”
울프강의 계속된 눈짓의 압박에도 에드는 잠시간 침묵에 잠겼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대응은 어렵지 않게 결정 내릴 수 있었다.
‘……저놈을 죽여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저만한 기백에다 계략까지.
자신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판을 설계하는 능력까지 전부 탁월하다.
살려뒀다간 분명히 두고두고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 놈이었다.
한동안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싹을 밟아놔야만 했다.
‘악시온을 내세워야겠다.’
죽음으로서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에드의 두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을 무렵.
피식!
테오가 정확하게 이쪽을 보면서 가볍게 실웃음을 흘렸다.
네 생각을 모르겠냐는 듯.
그리고.
-정말 이것으로 끝이겠냐는 듯이.
‘설마……?’
에드가 어떤 사실을 떠올리고 두 눈을 부릅뜨면서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평소 조용한 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잘도 이런 앙큼한 짓을 저지를 줄 아는구나.」
갑자기 천장을 따라 메아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
에드를 비롯한 네 명의 용들은 모두 허리를 쭈뼛 세우고 말았다.
그들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기세가 테오가 있는 곳으로 날벼락처럼 내리꽂혔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쿠쿠쿠-
율법청이 위아래로 크게 떨릴 정도로 엄청난 격진(激震).
단단한 대리석 바닥이 주저앉으면서 일어난 먼지 구름이 테오를 단번에 뒤덮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용의 적장자를 알현합니다.”
“검의 종주를 배알합니다!”
“북부의 주인께 예를 표합니다!”
네 명의 용들은 일제히 그쪽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주군을 향한 수하들의 충성심이 극진하게 담긴 검례.
하지만.
정작 그들의 주인은 아끼는 가신들의 인사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한 곳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먼지가 가신 곳.
190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키에 단단한 체구와 사나운 눈빛을 지닌 사내가 테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고.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아들아.”
사내, 카일 라그나르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에드는 한순간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설마…… 이것까지 내다보고……?’
가주를 바라보는 테오의 표정이 너무 덤덤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 * *
‘혹시나 했는데. 정말 이렇게 나타나실 줄이야.’
덤덤한 겉모습과 다르게.
테오는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카일을 보면서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생에는 그렇게 뵙고 싶어도 뵙기가 힘들었던 분인데 말이야.’
-아버지.
테오에게 있어 카일은 항상 어려운 존재였다.
다른 가문의 부자들처럼 가까워지고 싶어도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처럼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위치한 분.
때로는 동경하기도,
혹은 원망하기도,
또 어떨 때는 그리워하기도 했던 분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전생에는 자신에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한 채로.
‘정신 차리자. 지금은 전쟁에 집중할 때야.’
하지만 동요도 잠시.
테오는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은 앞으로 수많은 전쟁으로 점철될 이번 생의 첫 번째 전쟁이었다.
반드시 이겨야 했다.
[상대의 매서운 기세를 견뎌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험치를 일부 획득합니다.]카일의 기세를 이겨내는 것만으로 경험치도 조금이지만 얻었다.
덕분에 좋은 계획도 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입문검사 테오 라그나르가 위대한 용신의 현신을 뵙습니다.”
테오는 의도적으로 다른 9룡들보다 한 박자 늦게 부복했다.
자신의 존재를 한 번 더 카일에게 주지시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다른 9룡들에게 이 자리는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아실 테지.’
아니나 다를까.
카일이 묘한 미소를 흘리면서 테오의 어깨를 잡고 바로 일으켜 세웠다.
“부자지간에 정 없이 이게 무슨 반응이냐. 일어나려무나.”
사근사근할 말투.
하지만 테오는 거기에 현혹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다른 누구보다 자식들의 권좌 경쟁에 진심인 분이시지. 여길 찾으신 것도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접하셔서 그런 것일 테고. 그러니 계속 단단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해.’
테오가 알기로, 카일의 관심사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가문의 번영(繁榮).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어 백 명에 가까운 자식들을 둔 것도.
가문의 최전성기를 이끌어 낸 것도.
심지어 검술의 극의를 보아 반신(半神)이 되려 하는 것조차도.
모두 라그나르의 위대함을 대륙과 세계 전체에 떨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보니 카일은 언제나 자신의 뒤를 이어 라그나르를 더욱더 번영시킬 후계자감을 찾고자 노력했다.
특히 개화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 자식들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걸 즐겼다.
바로 지금처럼.
“내 어쩌다 보니 이 근방을 산책하다 말고, 우연찮게 네 상황을 듣게 되었다만.”
아니다.
아마 처음부터 지켜보고 계셨을 것이다.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이 아주 복잡한 것 같더구나. 혹시 대리전에 누굴 내세울 생각이었는지 물어도 되겠느냐?”
테오는 카일의 눈빛이 먹이를 탐내는 맹수처럼 날카로워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그가 원하는 답변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테오는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아둔한 건지, 가주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항소심에 널 대리할 사람을 묻는 것이다.”
“절 대리할 사람이라니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요?”
“……뭐?”
뜻밖의 말이었던지, 카일이 잠시 두 눈을 끔뻑였다.
“제 목소리는 오롯이 제 것입니다. 감히 세상에 누가 있어 절 대신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저의 정의도, 의지도, 주장도 모두 제 것입니다.”
“그 말은?”
“예. 그러니 당연히 항소심에는 제가 나설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네가 질 텐데?”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들은 모두 최소한 마력을 개방한 이들이다만.”
“강제로 꺾일지언정 스스로 굽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뭐라? 하하! 하하하하!”
카일은 손으로 얼굴을 덮더니 크게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그러고는 9룡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홱 돌리면서 씩 웃었다.
“다들 들었는가? 내 아들이 하는 말을?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니! 이보다 더 라그나르와 어울릴 만한 말이 어디 있을까!”
고개를 숙인 9룡들에겐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저 율리우스만이 묘한 미소를 지을 뿐.
반면에 에드와 울프강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싸움에 앞서 네가 보이는 자세가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카일은 다시 테오를 보더니 그의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꽈악.
어깨가 아팠다.
하지만 테오를 담은 카일의 선홍색 동공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개화식도 치르지 않아 제대로 된 검사라고도 할 수 없을 네가 이대로 항소심을 치르는 건 불공정하다는 내 생각은 여전하다.”
이번엔 테오의 눈빛이 빛났다.
아버지가 뭘 하시려는지 알았으니까.
“그러니 그들 모두를 대리하여 라그나르의 주인인 나, 카일 라그나르가 지금부터 너에게 일검(一劍)을 시험해보고자 하노라.”
순간, 9룡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나 같이 충격에 빠진 얼굴.
“그것을 버텨보아라. 그런다면 네게 달린 모든 혐의를 사하여주마.”
“……!”
“……!”
“……!”
카일이 누군가를, 그것도 어린 자식을 이렇게 감싸는 9룡으로서도 오랜만에 보는 일.
그 때문에 매화궁주와 울프강의 표정이 큰 충격을 받고, 율리우스가 가볍게 ‘파핫’하고 웃던 그때.
“가주님! 그건 안 될 일이십니다!”
에드가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저 녀석이 가주의 눈에 드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카일이 테오를 눈여겨보기 시작하는 순간, 장미궁을 손에 넣고자 하던 계략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항룡.”
하지만 카일은 오랜만에 자신의 흥을 방해하는 가신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예. 가주님.”
“누가 허락 없이 발언하라 그랬지?”
에드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봉신과 기수들이 감히 부자의 정을 운운할 것이 염려되어……!”
“나, 카일 라그나르를 그런 단순한 정에 휘둘릴 사람으로 본다?”
허!
카일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날 못 믿을 작자들이라면 어쩌겠나. 모두 내쳐야지.”
“……내치신다는 말씀은?”
“라그나르에 있어 그 뜻은 하나뿐이지 않나.”
순간, 카일의 선홍색 눈동자가 핏빛으로 번들거렸다.
“죽이는 수밖에.”
“……!”
“……!”
“……!”
“……!”
다른 9룡도, 에드도 허리를 쭈뼛 세울 수밖에 없었다.
“내 개인적인 평가를 말할까? 나는 사실 이번에 이 아이가 한 말이 옳다고 본다.”
적막이 내려앉았다.
무거운 공기가 에드를 비롯한 9룡의 폐부를 강하게 쥐어짜는 듯했다.
이미 이곳은 카일의 영역이었다.
“그들은 모두 라그나르를 따라야 하는 신하이자 병사가 아니냐? 그런데 그 주인의 권위를 더럽히려 한다? 그런다면 밟아야지. 다시는 그럴 수 없도록. 안 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라그나르의 지존은 가주님이십니다. 뜻대로 하시길.”
매화궁주는 고개를 조아렸고, 울프강은 애당초 카일에게 따질 용기가 없었기에 굴복했다.
율리우스만이 카일을 보면서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을 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마룡?”
“아닙니다. 그저 가주께서 오랜만에 흥이 나신 듯 보이셔서.”
“허튼 소리를 하는군.”
카일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테오를 바라봤다.
“어떠냐. 할 테냐?”
카일이 던진 질문에 테오가 덤덤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주님의 일검을 어떻게 봉신이나 기수들의 것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제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순간, 카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설마 못하겠다고 말하는 건 아닐 테지?”
“아닙니다. 수련검사로서 어떻게 가주님의 명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카일의 표정이 다시 묘하게 변하고.
테오가 슬쩍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했다.
“판돈이 무거워졌으니 그만큼 반대편에 놓이는 대가도 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오?”
“이를 테면.”
테오의 시선이 에드에게로 향했다.
“동백궁이라든지요.”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