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6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65화(165/224)
마탑의 후계자 (5)
-이번 역은 백탑, 백탑 유적지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으니 하차하실 때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더 알려드립니다. 이번 역은…….
수많은 사람이 승선하고 하차하는 열차역.
하지만 승강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게 라그나르를 상징하는 정복을 입은 이들이었다.
평상시에는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기 위한 학자들만이 찾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벌써부터 탄내가 코끝을 찌르는 것 같았다.
“으으! 간만에 바깥 바람 쐬니까 기분이 다 상쾌하네.”
셀퍼드는 기지개를 크게 펴면서 찌뿌둥했던 몸을 풀었다.
그는 그러다 퀭한 눈으로 하차하는 테오를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뭔 훈련을 그렇게 하기에 피곤한 거야? 열차에서 검을 휘둘렀던 것도 아닌데.”
“그런 게 있습니다……. 정신 좀 번쩍 들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한잔 들이키고 싶네요.”
“으잉? 아이스 아메리카노오오? 그런 구정물을 대체 왜 마시는 거야? 그건 커피에 대한 모독이라고!”
“파인애플 치즈피자를 드시는 분께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파인애플을 화덕에 구우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데!”
테오는 더 길게 말씨름을 하기 피곤했던지 결국 셀퍼드의 말이 다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엔 ‘빠른 시간대 돌입’은 끝내 해내지 못했구나. 후후! 검술과 다르게 마법은 쉽지 않지?』
‘용혈로 터득한 재능이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확실히 힘드네요.’
『라그나르의 재능은 사실 지능보다는 무투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으니까. 너는 그 재능을 극단적으로 개화시킨 것이고.』
‘그래도 힌트라도 얻은 걸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잘해보아라.』
의식 세계의 시간대에 육체가 들어가기 힘들다면, 육체의 신경계도 똑같이 의식 세계와 똑같은 인지를 하도록 만들면 되지 않을까?
테오는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서 몇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었다.
로드브로크는 참 쉽지 않은 길을 간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럼 다들 수고하고 하게.”
“가십니까?”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말일세.”
테오와 셀퍼드는 작별인사를 하는 등룡을 돌아봤다.
등룡은 나자리우와 지리마 쪽을 턱짓했다.
웰링턴이 한창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본부로 돌아가서 복귀 신고를 하면 될 걸세. 듣기로는 백갑용기대도 모두 모여 대규모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라더군. 참고하게.”
테오와 일행의 눈이 살짝 빛났다.
백갑용기대의 전원 소집.
조별로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들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절대 쉽게 볼일은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 보세나.”
‘다음에?’
등룡은 테오에게 의미심장한 인사를 보내고 자리를 떴다.
웰링턴과 테오의 시선도 가볍게 스쳤다. 서로의 무운을 비는 기도였다.
스르륵-
그리고 몰래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
‘참 많이도 따라붙네.’
테오는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흑설의 요원들.
등룡이 호락호락하게 빈틈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저들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기회를 노릴 게 분명했다.
그가 더 이상 신경 쓸 일은 아니었기에 몸을 반대로 돌렸다.
“그럼 우리도 이만 복귀하시죠.”
셀퍼드와 아린, 레이와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움직였다.
레이의 소맷자락을 가만히 붙잡는 카산드라의 손에 바짝 힘이 실렸다.
이제부터는 그녀에게 전부 낯선 세계였다.
* * *
“이건 언제까지 이렇게 달고 있어야 합니까?”
역사(驛舍)를 떠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을 때.
나자리우는 웰링턴에게 수갑이 채워진 양팔을 들어 보이며 투덜거렸다.
지난 나흘 내내 마력까지 구속된 채로 있으려니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웰링턴은 어떻게 할까 싶어 등룡을 바라봤고, 등룡은 여전히 앞선 채로 길을 걸으면서 짤막하게 대답했다.
“대놓고 우리에게 공작을 벌이려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는군?”
지리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등룡이 이번 일을 꼬투리로 나자리우의 목숨을 거두고, 마탑을 압박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나자리우에게 바짝 숙이라는 눈치를 보냈지만,
“그러게나 말입니다. 소요만 일으키고, 저희는 바로 싹 빠지려 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아쉽다는 듯 ‘쩝’하고 입맛만 다실 뿐.
지리마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래도 아직 아무 일도 없었잖습니까. 그러니까 다시 손을 잡을 의향은 없으신지?”
등룡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나자리우를 바라봤다.
나자리우는 난감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였다.
“제가 아무리 잘 생겼다고 해도, 그렇게 너무 대놓고 빤히 보시면 부끄럽습니다만.”
“낯짝 하나는 뻔뻔하군.”
“아, 너무 칭찬하셔도 부끄러운데.”
“하지만 군주는 무치라,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에 오를 만한 자격이 충분해.”
등룡은 뒷짐을 쥔 채로 피식 웃었다.
“그래. 우리는 원래 그런 사이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거래하다가도 빈틈을 보이면 냅다 칼을 꽂아버리는. 그러니 절대 상대를 신뢰해서도 안 되고, 너무 분노해서는 안 되는 관계. 그 정도 거리감이 딱 좋아.”
등룡은 웰링턴에게 눈신호를 보냈다.
이만 풀어주라는 뜻.
철컥!
웰링턴은 조금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곧 나자리우와 지리마의 구속구를 모두 풀어주었다.
“어이쿠! 이제야 살겠네. 하여간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르신. 서로 좋게좋게 살면 그게 평화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나자리우는 과장되게 팔을 풀면서 웃었다.
“하지만 저들에 대한 뒷감당은 자네들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야.”
“그야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미.”
나자리우는 감각을 곤두세웠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어둠 속에 숨어 언제든지 이쪽으로 움직일 준비를 한 흑설의 인기척이 감지되었다.
“산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자리우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순간, 어둠 속에 있던 요원들의 머리가 일제히 분리되면서 핏물이 잔뜩 쏟아졌다.
그리고 로브를 뒤집어쓴 채 하늘에서부터 요원들이 있던 자리 위로 떨어지는 수십 명의 무리들.
후드에 그려진 육망성이 유달리 크게 흔들렸다.
다윗의 별.
마탑의 최정예들이 북방의 각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였던 이곳에 합류한 것이다.
“설마…… 그동안…… 외지에…… 서…… 움직이고…… 있던 이유가……!”
클레베가 피를 잔뜩 흘린 채로 나타나 등룡을 원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군을 해친 것. 적군을 영토로 끌어들인 것. 이것은 반란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등룡은 별다른 대답도 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저었다.
칼바람이 생성되어 클레베의 남은 숨통을 끊어버렸다.
웰링턴이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거래를 시작하지.”
등룡은 다시 뒷짐을 쥐면서 나자리우를 바라봤다.
최고를 달린다는 마법사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있어도,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탑은 아주 오랫동안 옛 용종의 후예와 교류를 가지고 있다 들었네만. 맞겠지?”
“그 전에 저희가 받을 물건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오.”
등룡을 대신해 웰링턴이 나서서 품에서 책자 하나를 꺼내 보였다.
악마의 기운을 품은 마도서였다.
파라켈소스의 재료가 되어줄 원료.
“역시. 시원시원하십니다. 물건은 확실하군요.”
“그럼 이제 말해보게. 나가의 둥지, 위치가 어딘가?”
* * *
등룡이 가르쳐준 좌표에는 거대 군영이 놓여 있었다.
파라락!
하늘 위로 라그나르를 상징하는 깃발이 여러 개 힘차게 나부끼고 있었다.
“커.”
그것만 보고도 레이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거운 분위기가 벌써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전쟁의 주체인 라그나르나 트로이반, 전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이니까. 규모 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게 당연하지. 그래도 이건…… 상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인데.”
트로이반을 조기에 짓밟기 위해 라그나르가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등룡에게 듣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건 그 이상인 것 같았다.
‘군의 규모가 전생보다도 훨씬 커. 에드를 별다른 피해 없이 쫓아낸 게 이만한 나비효과를 부른 걸까?’
테오가 의문을 가지며 일행과 함께 군영의 입구로 막 가려던 그때였다.
두두두두!
갑자기 저 멀리서 커다란 먼지구름이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왔다.
온통 흑색 철갑으로 무장한 중장기병 군단.
‘흑색철기대?’
백갑용기대와 함께 라그나르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타격대.
“무, 뭐야, 저 새끼들?”
“야! 피해!”
일행은 알아서 피해가겠지 싶어 무시하려다가, 녀석들이 방향 선회도 없이 무작정 이쪽으로 달려들자 황급히 옆으로 바닥을 굴렀다.
특히 어린 카산드라는 테오가 품에 꼭 끌어안은 채였다.
“이 새끼들아! 이게 무슨 짓이야! 여긴 애도 있다고!”
아린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장기병들은 원을 그리며 테오 일행의 주변을 크게 뱅글뱅글 맴돌았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잘나신 백갑용기대 분들이시잖아? 너무 작아서 안 보였지 뭐야. 미안해, 미안해. 우리는 당연히 우리 용기사 님들이 하늘에서 백룡 타고 오실 줄 알았지! 그렇지 않냐, 얘들아?”
“맞습니다! 분조장님의 말씀이 맞고 말고요!”
“파하하핫! 이렇게 빨리 달리고 있는데 주변을 살필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치고 싶지 않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피해 다닐 일이지!”
푹 눌러쓴 투구 아래에서 웃음기가 번져나왔다.
까드득!
아린은 이를 악문 채로 저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를 노려봤다.
“파타야. 진짜 뒈지고 싶냐?”
“에이, 그렇게 너무 노려보지 말라고. 말했잖아, 실수라고.”
“실수면 우리가 야밤에 흑색철기대 군영에다 마력 폭탄을 떨어뜨려도 괜찮겠네?”
파타야라고 불린 분조장의 인상이 싸늘하게 식었다.
“농담이라고 해도 서로 간에 선은 지키지?”
“선? 그 선을 넘은 게 누구더라?”
아린은 파타야와 한참 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다른 흑색철기대 대원들도 마찬가지.
랜스를 든 채로 테오 일행을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살벌한 살기가 가득했다.
물론, 테오 일행도 만만치 않아서 머릿수는 적을지라도 절대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
그러길 한참.
처음 물러선 쪽은 파타야였다.
“그래그래. 참새 새끼들하고 더 신경전 벌여서 뭐 하냐. 마음 넓은 우리가 알아서 양보해줘야지. 얘들아, 가자.”
“야! 너……!”
아린이 발끈해서 다시 튀어 나갔지만, 이미 녀석들은 괜히 먼지구름만 크게 일으키고 군영 안쪽으로 사라진 뒤였다.
“콜록콜록! 아! 저 새끼들이, 진짜!!”
셀퍼드도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화가 단단히 난 눈치였다.
레이도 자신의 일처럼 분개하고 있었다.
반면에 테오로서는 조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백갑용기대와 흑색철기대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지만, 이건 너무 노골적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의문에 대한 해답은 율리우스를 만나고 난 뒤에 알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전선에서 흑색철기대와 무력 충돌이 있었다. 사상자도 제법 있었고.”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