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6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67화(167/224)
백탑 유적지 (2)
두근두근두근-
테오는 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가까스로 눌렀다.
“저의 조라니요? 원래 백갑용기대는 최대 5번조까지가 아니었습니까?”
“그랬었지.”
‘그랬‘었’지?’
“하지만 얼마 전에 이블린이 조장 직에 대한 사임 의사를 밝혔다.”
“……!?”
테오가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고,
“당분간 현재 치르고 있는 용문검사 승급시험에 집중하고 싶다더군.”
“……아직 승급시험을 완전히 통과 못 하신 겁니까?”
“용문검사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니까. 실력과는 별개지.”
당연한 말이지만, 승급시험은 위로 갈수록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특히 용문검사는 라그나르를 대표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시험 과정이 아주 깐깐했다.
혹자는 승급시험만 3년 넘게 보기도 할 정도였으니.
이블린은 이 때문에 승급시험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 나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
이블린은 테오에게 처음으로 충성을 맹세한 첫 번째 검.
그러니 자신이 맡고 있던 조장 자리는 당연히 테오의 것이라 생각했을 테고, 그걸 넘겨주는데 전혀 미련이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이번에 용문검사가 되어 테오의 옆에 선다면?
더더욱 날카로운 검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겼겠지.
‘나는 늘 이블린에게 얻기만 하는구나.’
“이블린은 너를 후임으로 추천했다. 나는 그 추천을 두고, 대장의 자격으로 조장들을 소집해 의견을 모았고.”
아모레, 이트, 고리토.
세 조장들의 시선은 테오에게 단단히 고정되었다.
“투표자 4인 중에서 찬성 2인, 반대 1인, 기권 1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으므로 다른 조원들의 추가 의견도 반영했다. 특히 너와 같이 이번 임무를 수행했던 셀퍼드 가드너와 아린 네거티브의 의견을.”
테오는 황급히 셀퍼드와 아린 쪽을 돌아봤다.
대체 언제?
셀퍼드와 아린은 말없이 이쪽으로 손을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조건부 허락. 그 조건은 총 두 가지이다.”
“무엇입니까?”
“하나는 조장의 기본 자격인 상급검사 승급시험의 통과. 이때 통과란 재수는 해당 되지 않는다.”
율리우스는 첫 번째 손가락에 이어 두 번째 손가락을 마저 접었다.
“다른 하나는 트로이반과의 전쟁에서 공적. 네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충분히 조원들을 이끌 리더쉽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거다.”
조건이라 걸렸지만, 하나 같이 반드시 테오가 증명할 것들이기도 했다.
율리우스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어때? 해보겠나?”
“혹시 작년에 제가 백갑용기대에 입대했을 때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전혀 생뚱맞은 말.
하지만 율리우스는 그때 테오가 던졌던 포부를 아직 잊지 않았다.
“5년 안에 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했었지, 아마? 이제 햇수로는 4년이 남았군?”
이트와 고리토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율리우스를 돌아봤다.
그 소문이 진짜였어?
농담이 아니라?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테오가 대견한 막내 신입으로 보이지 않았다.
진짜 사실을 알고 있던 아모레만이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예. 아무래도 그 약속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이대로면 2년 안에 될 것 같습니다만.”
“뭐? 파하하핫!”
“은퇴하시고 난 뒤에 뭘 하실지 고민하는 것도 괜찮은 소일거리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율리우스의 웃음소리가 막사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트와 고리토는 난감하다는 듯이 검지로 볼을 긁적였고, 아모레는 기분 좋게 웃었다.
율리우스의 눈가가 곡선을 그렸다.
“그래. 마음대로 해보려무나. 늘 말했지만 쉽지는 않을 테지만.”
“어려워야 그만큼 오르고 난 뒤에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하여간 말본새 하나는 번드르르하구나. 좋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지. 다들 준비하도록.”
율리우스가 세 조장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조용히 사라졌다.
“승급시험은 어떤 내용입니까?”
“아직은 말해주기 힘들지. 하지만 중앙청에서 허가도 떨어졌고, 사흘 뒤엔 바로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게야. 시국이 시국인 만큼 기간은 길지 않되, 아주 빡셀 테고. 각오하는 게 좋을걸?”
“벌써 기대되는군요.”
“푸흐흐! 그래.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테오는 가만히 웃었다.
대신에 속으로 대답했다.
‘아뇨. 정말 충분합니다. 그 정도면 유물까지 회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유물과 조장 자리, 그리고 최연소 상급검사 자리까지.
테오는 이참에 6대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다져놓을 참이었다.
* * *
“우리 테오 라그나르 조장님을 위해 건배-!”
“건배!”
“우리 최연소 상급검사 님을 위해 또 한 번 더 건배-!”
“건배!”
“마지막으로 시건방진 막내 신입을 위해 건배-!”
“건배애애애애!”
테오가 던진 ‘2년 안에 대장이 되겠다’는 선언은 밈이 되어 한창 백갑용기대 안을 돌아다녔다.
백갑용기대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라그나르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
아니, 자신들이야말로 라그나르의 모태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야망과 재능을 가진 후배의 앞길을 응원했다.
만약 정말 테오가 율리우스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런다면 또 그만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율리우스는 놀림을 받을 테고.
홀커스는 그런 백갑용기대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이가 던진 파문 때문에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에리카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시무룩해진 저 화상을 어떻게 할까 한숨을 내쉬던 때였다.
“계십니까?”
대원들은 반사적으로 문 쪽에 시선을 돌렸다가 인상을 굳혔다.
한순간 막사에 적막이 찾아왔다.
“이런. 다들 재미있게 놀고 계시는데 제가 방해를 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누추하신 땅개 새끼가 이런 귀하신 참새 둥지에 웬일로 왔대?”
파타야는 아린이 던진 힐난에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전령으로 찾아온 자신의 신분을 되새기고 율리우스 쪽에 고개를 숙였다.
“저희 대장님께서 테오 라그나르 님께 서신을 보내셔서 그걸 전달드리러 왔습니다.”
“님, 이라고?”
“예. 테오 라그나르 님은 단순히 백갑용기대 대원일 뿐만 아니라, 계승권자이기도 하시니까요.”
토르켈이 흑색철기대 대장의 자격이 아닌 계승권자의 자격으로, 동등한 위치에 앉아 있는 또 다른 계승권자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라는 뜻.
당연히 계승권과는 하등 관련 없는 백갑용기대는 알아서 옆으로 빠지라는 의미였다.
아린이 순간 발끈했지만, 셀퍼드가 옆에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우선은 저들이 무슨 생각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테오 라그나르 님이시죠?”
“그렇습니다만.”
“받으십시오.”
테오는 파타야가 건넨 편지를 받아 봉투를 뜯었다.
안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5대 후보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합류하라는 것.
사실상 그를 6대 후보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였다.
‘백갑용기대를 짜증 나게 하려던 거였다면 확실히 성공했는데……. 단순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무슨 생각일까?’
테오가 아는 토르켈은 절대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수 한 수에 여러 노림수를 담는 모사를 피울 줄 알았다.
파타야의 오만한 웃음에서는 ‘감히 네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있겠냐?’는 투가 잔뜩 묻어났다.
존대를 하고 있어도 필요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정말 테오를 존경하는 투는 아니었다.
아마 계승권자 자격이라는 말과 다르게 그를 햇병아리 대원으로 여기는 것일 테지.
이런 사람을 전령으로 보낸 것도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테오가 내어줄 대답은 하나.
편지를 도로 접어 돌려주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부대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여로가 풀린 뒤에 따로 인사를 드리겠다고 전해주십시오.”
파타야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토르켈 님의 제안을…… 거절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제 사정을 잘 전달해주신다면, 토르켈 님도 이해해주실 겁니다.”
“토르켈 님만 계신 자리가 아닙니다. 르제 님과 기샤르 님, 안시오 님도 계십니다만.”
테오의 눈이 순간 빛났다.
기샤르와 안시오.
이란성 쌍둥이로서 나란히 5대 후보에 든 괴물들.
거기다 르제까지 있다면 사실상 계승권자 중 최고 위치라는 ‘킨카르논’을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는 셈이었다.
‘5대 후보 중 네 명이나 모였다고? 역시. 단순한 사교 모임 같은 게 아니야.’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 서로의 목숨을 노리면 노렸지, 절대 섞이지 않는다는 이들이 왜 같이 있나 싶긴 했지만.
역시나 테오의 대답은 같았다.
“오히려 잘 됐군요. 다른 분들도 그럼 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후회하게 될 거요.”
파타야는 자신이 모욕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는 신경질적으로 막사를 박차고 나갔다.
백갑용기대 대원들은 그 모습이 속 시원하면서도, 의문 어린 시선으로 테오를 바라봤다.
“정말 저 초대에 거절해도 되나? 굳이 억지로 계속 여기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는데 말일세.”
“아닙니다. 그저…….”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저쪽 판에 가면 제가 끌려다니기만 할 것 같아서요.」
율리우스는 테오의 전음을 듣고 피식 웃었다.
역시.
이 녀석은 노림수가 있었다.
경쟁 관계에서 주도권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 * *
“내 초대를 거절했다고?”
“그렇습니다! 천한 출생 주제에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태도가 아닙니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대장. 마음 같아서는 당장 대원들을 데리고 놈을……!”
“왜? 술판이라도 뒤집으려고?”
“그, 그건 아니지만!”
“전장에서의 내분은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즉결 처형감이다. 아무리 백갑용기대에 대한 원한이 강하다고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하면 좋겠는데.”
“죄, 죄, 죄송합니다!”
“수고했어. 이만 가봐.”
“예……!”
토르켈은 자신의 눈치를 살피면서 막사를 빠져나가는 파타야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르제가 웃었다.
“멍청한 수하 때문에 고생이 많겠어?”
“할 말이…… 없군요, 누님.”
“자, 그럼 이제 즐거운 수금 시간이 되겠습니다. 다들 뭐해? 안 내놓고?”
르제가 손을 활짝 펼쳐 옆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짧은 더벅머리를 한 청년과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여인이 혀를 차면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르제의 손바닥에 올렸다.
테오가 토르켈의 초대에 응낙한다, 하지 않는다로 걸었던 내기.
이 모임에서 유일한 승자는 바로 르제였다.
“내가 말했지? 테오, 고것은 나이만 어릴 뿐이지 머리 돌아가는 솜씨는 우리보다 훨씬 위라니까? 무시하고 있으면 예전 내 꼴밖에는 안 나.”
“누님이 황족…… 아니, 예언자 쟁탈전에서 테오, 그 아이에게 졌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겁니까?”
“그렇다니까?”
“말도 안 되는…….”
‘천비신수’ 기샤르는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르제를 바라봤다.
르제가 누구던가?
최고의 살수 집단인 사신조를 친위대로 삼은 음지의 1인자였다.
사실상 자신으로서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고수.
그런 그녀가 한 수 접어줄 상대였다니.
테오가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는 걸 떠올려본다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르제는 자신의 명성이 깎일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간단하게 그걸 인정했다.
“우리가 만든 판에 끌려와서 힘없이 휘둘리지 않겠다는 거지.”
“그 말씀은.”
르제는 고개를끄덕였다.
“그래. 테오는 이미 우리를 상대로 자기만의 판을 짜기 시작한 거야. 우리를 잡기 위해서.”
“……!”
“……!”
기샤르와 안시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고,
“…….”
토르켈만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르제를 바라봤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