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6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68화(168/224)
백탑 유적지 (3)
“우리 누님께서는.”
토르켈이 입을 열었을 때, 기샤르와 안시오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테오 라그나르를 많이 두둔하시는 눈치이십니다.”
미묘한 분위기였다.
여차하면 벌써 테오와 동맹을 맺은 것이냐는 의미가 담긴 질문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르제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팔짱을 낀 채로 대놓고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날 한번 이긴 건 사실이니까. 굳이 내가 아니라고 우기는 건 이상하잖아? 오히려 그런 애가 있다면 더 칭찬해야지. 내가 권좌에 앉았을 때 중용할 수 있는 아이인걸.”
“하긴 누님 입장에서는 그렇게 여기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후보들 모두 자신들이 권좌에 앉는 걸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토르켈은 입맛을 다셨다.
“하여간 나반과 관련된 이야기도 물어볼 겸, 경색된 백갑용기대와의 관계도 조금 풀어볼 겸 해서 같이 자리를 갖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테오를 위해 마련했던 텅 빈 맞은편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 * *
“마음에 안 들어.”
네 후보들의 술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테오가 없으니 심심하다며 르제가 먼저 자리를 뜨고, 토르켈도 술기운이 오른다면서 자리를 파했던 것이다.
결국 기샤르와 안시오는 이 모임에 자신들이 왜 나왔나 싶은 불쾌함만 안고 돌아가야 했다.
“뭐가?”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르제 누님도, 토르켈 녀석도, 결국 그 병신 새끼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잖아. 이야기의 진전은 하나도 없었다고.”
“뭐, 그건 그렇지. 그래도 어쩌겠어. 거기서는 더 나눌 것도 없었는데?”
기샤르가 내뱉는 분노에 안시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원래 조금 전의 모임은 트로이반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새로운 후보의 부상을 어떤 식으로 막을지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자리였다.
하지만 결국 담합과 관련해서 합의된 사안은 하나도 없었다.
“난 애당초 그런 놈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싹이 자라는 것 같았으면 알아서 밟았어야지, 그게 대가리를 빳빳하게 세우도록 놔둬? 내가 당신의 임무 때문에 바깥에 나간 것만 아니었어도……!”
안시오는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같은 배 속에서 태어난 오빠지만, 사실 그의 혈통주의 사상은 그녀와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
“그럼 뭐 어쩌려고?”
“깨닫게 해줘야지.”
기샤르의 눈이 살기로 부리부리하게 빛났다.
“자신이 감히 우리와는 겸상할 자격조차 없다는 걸.”
“뭐, 알아서 해.”
안시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평상시 교분도 없었던 테오가 어떻게 되든 지 그녀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까.
테오가 경쟁에서 밀리면 쓸데없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고, 안시오가 밀린다면 경쟁자가 줄어서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고의 가치를 뽑는 효율성을 추구했다.
하지만 기샤르는 그걸 찬성으로 받아들였다.
사랑스러운 여동생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은 것이다.
단순한 착각에 불과했지만.
‘어디 한번 잘해보라고, 오라버니.’
* * *
복귀 파티가 끝난 뒤.
테오는 레이, 홀커스 남매와 같이 대막사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레이 라그나르! 결투다!”
“……?”
갑자기 홀커스가 레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검을 뽑았다.
덩치가 2미터도 넘는 녀석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니 레이가 너무 왜소하게 보였지만, 정작 레이는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멀뚱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저 녀석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투.
레이의 시선이 저절로 에리카에게 향했다.
뭐 알고 있냐는 무언의 질문.
하지만 에리카도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할 뿐, 관심도 두지 않는 투였다.
레이는 이번에 테오를 돌아봤다.
테오도 계면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이다 홀커스에게 물었다.
“홀커스, 갑자기 레이와 결투는 왜 벌이려는 거야?”
“그야 내가 선배니까!”
“응?”
“부대의 선배로서 이제 갓 입대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후배에게 선배의 위대함을 일깨워주고, 부대 생활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의무니까!”
“……?”
“……??”
“저 이상한 꼰대 새끼가…….”
에리카가 귀찮아 죽겠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투덜거렸지만, 홀커스의 눈빛은 진지했다.
이번 복귀 신고를 기점으로, 레이도 정식으로 백갑용기대의 대원으로 인정받은 상태.
아직 파트너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비 대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홀커스는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꼈다.
‘테오가 조장이 되고 나면 조원 자리가 비게 돼. 테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라도 내 쓸모를 증명할 필요가 있어.’
레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그리고,
채애애앵!
두 사람이 순식간에 충돌했다.
레이가 우세했지만, 홀커스도 이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모든 감각을 다 집중해서 전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 바보는 그냥 두고 가자.”
테오가 어떻게 해야할까 싶어 고민하는데, 에리카가 팔뚝을 잡아당겼다.
“안 지켜봐도 될까?”
“어차피 결과야 불에 보듯 뻔한 거잖아? 오히려 저기서 뭘 얻는지는 자신한테 달린 거지. 우리는 결과만 봐도 충분해. 그보다 너, 볼일이 있었던 것 아니었어?”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고? 술자리 내내 언제 일어날까 엉덩이만 계속 들썩거리더만. 너 빼고 다 알고 있었을걸? 어디 갈 건데? 가자. 안내해줄게. 너 길 모르잖아.”
테오는 헛웃음을 흘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퀘스트에 도전하고 싶었던 게 티가 많이 났던 모양이었다.
대원들은 그가 반갑다며 만들어준 환영 파티였을 텐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대장님께 따로 사과 인사 드려야겠네.’
이렇게 된 것, 테오는 아예 이들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숨기고만 있을 것도 아니었고.
“유적지에 가고 싶은데.”
“유적지? 이 야밤에?”
“야밤이라서 가는 건데.”
“……?”
에리카는 잠시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너 설마……!”
“쉿. 아직 확실한 건 아니어서. 최대한 흑색철기대 모르게 가서 끝내자.”
에리카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테오가 부유군도의 신비를 해결했던 사실을 떠올리고, 흥미진진한 얼굴이 되었다.
호시탐탐 백탑에 관심을 기울이던 흑색철기대의 낯짝에다 한 방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았다.
* * *
백탑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외양을 자랑했다.
하얀 대리석을 깎아 만든 11층 석탑은 10도가 넘는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 당장이라도 옆으로 넘어질 것 같았다.
첫 번째 생에서 봤던 피사의 사탑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낡아 보였다.
“정지! 오후 10시부터는 탑 주변으로의 접근이 엄금되어 있습니다. 소속을 밝히시고 물러나십시오. 만약 저항한다면 즉결 처분하겠습니다.”
백탑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적색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들이었다. 투구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적검기사단.
오로지 가주 카일의 명령만 수행한다는 무적의 집단은 백탑의 가치가 밝혀지고 난 뒤, 단 한시도 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트로이반이 언제 탈취를 시도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어떡하지? 이건 상정 외인데.’
테오는 퀘스트의 수행 장소임을 알리는 푸른빛으로 빛나는 백탑을 보면서 고민에 잠겼다.
흑색철기대와 토르켈이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신비만 회수할 생각이었는데.
이래서는 차라리 내일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움직여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백갑용기대 소속의 실전검사 에리카 랑케, 테오 라그나르입니다. 대장이신 마룡 율리우스 라그나르 님의 명령을 받아 조사차 백탑에 오게 되었습니다.”
에리카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더니 태연하게 거짓부렁을 늘였다.
적검기사도 인상을 좁혔다.
“백갑용기대? 용기사들이 이 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언질은 듣지 못했소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조금 전에 결정이 난 것이어서요. 여기 있는 테오 라그나르의 승급시험 때문에 확인차 온 것이라, 아마 지금쯤 긴급 협조 공문이 기사단 본단으로 넘어가고 있을 겁니다. 이 친구가 누군지는 아시지요?”
적검기사는 난감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라그나르에서 테오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가 최연소로 상급검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곧 치를 예정이란 소문도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럼 공문 내용이 하달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할……!”
“에이, 다 같은 식구 사이에 뭘 빡빡하게 구십니까? 저희는 그냥 백탑 주변만 살펴보면 됩니다.”
적검기사는 잠시 고민에 잠기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흑색철기대와 달리 백갑용기대와 적검기사단은 관계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테오는 6대 후보로 거론되는 계승권자이기도 했다.
굳이 빡빡하게 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흑색철기대에서도 관심 가질 것 같고.’
그는 사실 흑색철기대로부터 백갑용기대가 백탑에 무슨 수작을 부리려 하면 바로 알려달라며 뒷돈을 받았던 상태.
딱히 보초를 서는 데도 문제가 생길 건 없었기에 곧바로 파타야 쪽으로 소식을 넣을 생각이었다.
“좋소. 단, 공문이 도착할 때까지 정말 외곽 지역만 둘러보셔야 하오. 입장은 그 뒤에 허락하겠소.”
“흐흐, 역시. 적검기사 님들은 저 쫌생이 같은 땅개 새끼들이랑 다르게 화통하다니까?”
“흠흠흠! 그 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그래도 칭찬이 기분 좋았던지 적검기사는 흔쾌히 바리게이트를 열어주었다.
에리카가 테오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자신의 솜씨가 어떻냐는 듯.
테오는 작게 헛웃음을 흘리면서 그녀와 함께 백탑에 다가갔다.
『익숙한 기질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그새 새로운 유물을 찾았구나.』
그때, 로드브로크와의 채널링이 연결되었다.
반가워하는 느낌이 잔뜩 풍겼다.
‘저 탑이 어떤 기능을 갖고 계시는지 아십니까?’
『나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다만, 어디론가 통하는 ‘문’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다.』
‘문?’
테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조금 달라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자세한 건 확인해보면 될 거란 생각에 [청색 열쇠]를 꺼냈다.
“열쇠?”
테오를 보던 에리카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테오가 씩 웃었다.
“재미있는 거 가르쳐줄까?”
“뭘?”
“저기 보이는 백탑은 원래 위장용이야.”
“위장…… 용?”
“그래. 진짜는 바로.”
테오의 시선이 자신이 딛고 있던 땅바닥으로 향했다. 에리카의 시선도 똑같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푸른빛이 테오의 발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 땅 아래에 숨겨져 있어.”
테오는 열쇠를 그대로 지면에다 꽂고 옆으로 돌렸다.
철커덕!
갑자기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그그그극-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에리카의 눈이 커졌다.
땅이 흔들리면서 지면 위로 치솟으면서 이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서클이 뱅글뱅글 맴돌면서 마치 ‘문’이 열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동시에 다 쓰러져가던 백탑의 1층에 환한 빛이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입장을 반기기라도 하듯이.
“이, 이게 갑자기 무, 무슨 일이오!”
적검기사가 황급히 달려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흑색철기대의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던 참이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따 흑색철기대가 찾아오면 대신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백탑의 신비는 백갑용기대가 먼저 가져가겠다고요.”
“무, 무슨……?!”
적검기사의 경악을 뒤로 한 채, 테오는 어느새 빛무리에 완전히 젖고 있었다.
화아아악!
[퀘스트가 시작됩니다.]귓가로 알림 소리가 왱왱 울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