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6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69화(169/224)
백탑 유적지 (4)
왜애애앵-!
댕댕댕!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자기 비상 알림이라니?”
백탑 주변으로 군영에 있던 사람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갑자기 환하게 불이 밝혀진 백탑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1층에만 빛이 들어왔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번 일. 책임. 물을 거다. 어떻게든.”
“백탑. 열렸다. 저거. 우리 거다.”
“어떻게 할 거냐. 이번 일.”
특히 대대로 백탑을 수호했다는 원주민들은 보초를 서고 있던 적검기사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었다.
제국어도 제대로 쓰지 못해서 따박따박 말대꾸 하는 모습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젠장! 거기서 설마 신비가 열릴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었겠냐고!’
확인해보니 공문도 없었다고 하니 이후에 있을 징계를 떠올려본다면 벌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걸 내색해서는 안 되는 일.
적검기사는 검으로 바닥을 세게 두들기면서 소리쳤다.
“모두 조용하시오-! 현재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니 별도의 발표가 있을 때까지 자중하도록 하시오-!”
상황을 듣고 급히 달려온 다른 적검기사들까지 차례로 검을 뽑자, 원주민들은 주춤 물러서고 말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인정한 건 아니었기에 두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몇몇은 아예 슬링을 쥐거나, 활시위에 화살을 먹이려 하기도 했다.
당장 충돌이 벌어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순간.
“전부 치우도록.”
갑자기 원주민들의 귓가로 서슬 퍼런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저, 저건!”
“악마 놈들! 악마 놈들이다!”
원주민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는 딱 한 곳밖에 없었다.
흑색철기대.
5인 1조로 이뤄진 기마병 십여 개 조가 장창을 길게 늘어뜨린 채로 접근을 시도했다.
원주민들은 마구잡이로 유린당했다.
방어 진영을 갖춰도 기마병의 돌진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쾅! 쾅쾅쾅!
“카크 아버지!!”
“쯔하누!”
망치를 후려갈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진영이 마구잡이로 와해되었다.
원주민들의 비명소리가 끝날 때쯤 백탑 주변은 어느새 흑색철기대가 장악하게 되었다.
“이곳은 지금부터 우리 흑색철기대가 보호하도록 하겠다. 반란을 일으키려 했던 백탑족들은 모두 한 곳에 억류하여 감시하도록.”
“존명!”
“존명!”
토르켈은 아예 이참에 귀찮게만 굴던 백탑족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뒤늦게 백갑용기대가 허겁지겁 움직이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상황은 모두 종료된 뒤였다.
하지만 투구 아래 잔뜩 굳은 토르켈의 얼굴은 도저히 풀릴 줄 몰랐다.
그들이 정작 가장 필요로 하던 신비는 가장 우려하던 인물에게 넘어간지 오래였으니까.
“대체 어떻게…….”
작은 침음성과 함께 흘러나온 한 마디.
“역시 저 녀석이 당대의 선택자였던가.”
그의 혼잣말은 너무 작아 주변의 어느 누구도 미처 듣지 못했다.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 * *
“이미 흑색철기대가 백탑 점거 끝낸 것 같은데요? 와우, 우리 막내 사고 거하게 쳤네.”
“이런 빌어먹을.”
율리우스는 1조장 아모레 탄의 보고에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테오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미리 귀띔이라도 주었더라면 대기라도 하고 있었을 텐데.
환영식 술자리를 가지다 말고 갑자기 튀어나온 꼴이라 행색도 그리 좋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 대원들은 이제야 겨우 갑옷을 부랴부랴 착용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이건 명백한 명령 위반입니다. 테오 라그나르가 돌아오는 대로 징계에 처하십시오.”
2조장 이트 볼세만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백탑 쪽을 노려봤다.
테오가 눈앞에 있으면 몇 번이고 찢어발길 듯한 태세.
하지만 아모레는 여유롭게 대꾸할 뿐이었다.
“무슨 근거로 위반이라고 하게?”
“그야 대기 명령을 위반했……!”
“잊었어? 5조장 자리 비웠어. 테오 라그나르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복귀했고. 정식 명령, 아직 못 받았을걸?”
“……!”
이트의 눈이 커졌다.
“그, 그럼 명령서 위반……!”
“아, 우리 쪽에서 협조 공문이 갈 예정이었다고 한 거? 분명히 거짓말한 거긴 했는데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우리 대장님, 진짜 준비중이었다고 답변하실 거고.”
“…….”
“요 녀석, 아주 영악하다니까? 오호호!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아모레는 가능하다면 당장 백탑에 뛰어들어 테오의 양쪽 뺨을 길게 잡아당기고 놀고 싶었다.
햇병아리가 이렇게 잔머리를 쓰는 꼴이 미울 법도 한데,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요망해서 호불호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느낌이었다.
녀석은 어떻게 해야 사람의 환심에서 벗어나지 않는지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알았다.
“그래도 녀석 하나 때문에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습니다! 이 일에 대해 아무 징계도 없이 넘어간다면 질서에 혼란이 생길 겁니다!”
“뭐, 그건 나도 동의. 아무리 깜찍해도 잘못은 잘못이니까, 그치?”
“둘 다 그만하고. 그보다 에리카 랑케는 어디 있지? 분명히 테오와 같이 백탑으로 갔다고 알고 있는데.”
율리우스는 두 사람을 중재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아모레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래도 적검기사단 쪽에서 억류한 것 같던데요?”
“적검기사단?”
“예. 아까 슬쩍 눈치 보니까 화가 단단히 났더라구요. 대놓고 자기들한테 물 먹인 꼴이니까 쉽게 풀어줄 것 같지는 않아요.”
“흑색철기대에 이어서 적을 또 하나 더 늘린 셈이로군.”
테오도 분명히 어떤 노림수가 있어서 이런 짓을 저질렀을 텐데, 대체 그게 무엇인지 읽히지 않았다.
‘아니면 적검기사단과 흑색철기대의 유착을 알고 있는 건가? 그건 나도 로베르 영감한테 슬쩍 언질을 듣고 난 뒤에야 알았던 사실인데?’
하여튼 어디서 알아냈는지 몰라도 참 용하다 싶었다.
‘어쩌면 두 곳을 잘 엮을 수 있을지도…….’
이미 원주민들의 신병도 저쪽으로 넘어간 이상,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의 연합에 맞서 백갑용기대가 보일 수 있는 수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아무리 에리카 랑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쪽에서 징계를 주거나 율법청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적검기사단이 나서는 건 부대의 권리를 벗어나는 행위이다.”
율리우스의 말에 백갑용기대 대원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무장을 전부 완전히 갖추고, 백룡까지 대기시켜라. 백탑을 포위한다.”
“대장님! 그것은 자칫 내전을 부를 수도 있……!”
이트가 화들짝 놀라 그를 만류하려 했지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예. 알겠습니다.”
그쯤 되니 그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대신에 명령에 충실했다.
그것이 조장이 해야 할 일이었으므로.
“백갑용기대는 전원 백탑을 포위하라-!”
군영 밖에서 대기 중이던 백룡이 줄소환 되어 백탑의 하늘을 장악했다.
백여 마리나 되는 와이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고,
어느새 진영을 갖춘 채 투기를 흘리는 백갑용기대의 모습에서는 위압감이 잔뜩 풍겼다.
처처척!
백갑용기대가 점점 백탑을 에워싸고 포위망을 촘촘히 좁혀나갔다.
흑색철기대가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철벽처럼 굳건하게 버티고 섰다.
그들은 철갑마에서 내려오지도 않은 채 오히려 길쭉한 마상용 장창을 꺼내기까지 했다.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
다그닥다그닥-
그때, 검은 장벽 앞으로 말 한 마리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다른 철갑마보다 더 화려한 흑요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토르켈이었다.
“백갑용기대장, 지금 보이고 계신 행동들이 자칫 반란에 준할지도 모르는 이적 행위임을 모르고 계시지 않으리라 믿소.”
토르켈은 고의로 평대를 하면서 율리우스를 백갑용기대장으로 대우했다.
지금은 마룡으로서의 대우를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
하지만 율리우스의 눈에는 그런 짓거리들이 헛짓으로 보일 뿐이었다.
피식!
그 때문인지 그의 입가에선 웃음기가 번져나왔다.
때문에 흑색철기대 대원들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누가 봐도 자신들의 수장을 무시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대들이 본 대의 대원은 물론, 지켜야 할 원주민들까지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을 당장 전부 풀어주도록.”
율리우스는 굳이 목소리에 마력도 싣지 않았다.
들을 테면 듣고,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는 듯.
특히 그의 시선은 검은 장벽 뒤쪽으로 붉은색 갑옷을 입은 적검기사단이 무언가를 숨기듯 단단히 뭉쳐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못하겠다면 어떻게 하겠소?”
“어떻게 하긴.”
순간, 율리우스의 입가에 맺혔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
화아악!
동시에 마력풍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면서 백갑용기대는 물론,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이 있는 백탑의 주변부를 모두 순식간에 장악했다.
‘대체 어느새……!’
토르켈이 고삐를 잡아당기려다 말고 갑자기 목덜미에 드리운 검은 칼날을 보고 인상을 굳혔다.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 모두 등골을 쭈뼛 세웠다.
고오오오-
검은 연기가 율리우스의 주변을 마구 맴돌고 있었다.
마치 그의 주변부로 검은 장막이 내려앉은 듯, 그의 모습을 제대로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쿠드득!
어깨가 무거워졌다.
머리가 강제로 눌렸다.
다리가 굽혀졌다.
저 높은 곳.
마기를 똘똘 뭉쳐 만든 종말의 용이 차갑게 눈을 번뜩이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케에에엑! 케에엑!
겁에 질린 백룡들이 질러대는 괴성은 종말이 찾아온 듯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라그나르의 율법대로 해야지.”
“……!”
“……!”
“……!”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은 전부 마른침을 삼켰다.
덜덜덜…….
한편으로 율리우스가 저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로 얼마 전에 원로원장의 오른팔을 강제로 뜯어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무거운 분위기에 온전히 서 있는 건 오로지 토르켈 뿐.
푸르륵-
하지만 그마저도 율리우스의 기세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적이 보는 앞에서 내전을 일으킬 거냐고? 좋아. 어디 해보자고. 너희들도, 트로이반도, 다 같이 짓밟아버리면 그만이니까.”
토르켈이 웃었다.
마룡도 포악하게 웃었다.
* * *
테오가 있는 곳은 백 평 남짓한 크기의 작은 홀이었다.
둥글게 깎인 벽면을 따라 나선형 계단이 놓인 홀.
위층으로 갈수록 좁아지고 천장도 살짝 기울어진 형태가 마치 백탑의 내부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탑을 오르는 퀘스트인가?’
테오가 슬쩍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저벅!
「오랜만에 찾아오신 손님이로구만그래.」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집사복을 입은 이족보행의 악어가 나타났다.
왼쪽 관자놀이에 굽은 뿔이 나 있어 포악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말투나 풍기는 분위기는 기품에 차 있었다.
테오도 난생처음 보는 용종 형태였다.
『케라토수쿠스로군. 너희 인간들이 이 세계에 나타나기도 훨씬 전에 멸종하고만 고대 하위 용종이다. 다만, 원래는 짐승보다도 못한 지적 수준을 갖고 있었을 텐데. 이 녀석은 좀 다르군. 신기한데?』
「신기하다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듣는 짐승이 참으로 슬프답니다, 고대종이시여.」
테오는 적잖게 놀랐다.
그에게만 건넸던 로드브로크의 텔레파시를 케라토수쿠스도 듣고 있었으니까.
로드브로크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투였다.
스르륵!
테오 옆으로 로드브로크의 영체가 나타났다.
「역시 네 녀석, 조금 신기하구나. 영격이 아주 높아 보여. 거의 반신(半神) 수준으로 보이는데. 정체가 무엇이냐? 너 같은 녀석이 태고룡의 아래에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반신.
그 단어에 테오의 눈이 한껏 커졌다.
그렇다는 건 눈앞에 있는 자가 카일이나 힐다에 버금가는 격을 지녔다는 뜻이었으니까!
「위대하신 수호룡과 그의 반려인 선택자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케라토수쿠스가 짧은 팔을 공손히 접으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태고룡의 집사이자, 만신전의 사절이기도 한. 이곳 백탑의 관리인인 케라토라고 합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