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7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72화(172/224)
뿌리 (2)
“음, 라그나르가 아무래도 오랜만에 괜찮은 선택자를 만난 모양입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케라토수쿠스는 눈앞에 떠오른 커다란 스크린을 보면서 흥미롭게 턱을 쓰다듬었다.
그곳에는 테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백탑을 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각 층계의 미션이 무엇인지 알기라도 하고 있는 듯한 모습.
“아무리 미래에서 넘어왔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대단한데 말이죠.”
[■■의 신이 저 정도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역대 선택자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대단한 게 아니냐고 의견을 ■■■■.] [■■■ ■이 진지하게 저만하면 사도의 직위를 검토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조화의 신이 ■■■■ ■■■■■■ ■ ■ ■■■■.].
.
백탑을 관찰하고 있는 신들의 반응은 아주 폭발적이었다.
당장 테오에게 사도직을 제안하고 싶다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을 정도였으니.
애당초 사도(Apostle)라는 것은 인과율의 감옥에 갇힌 신들이 인간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만들어낸 화신의 일종.
자신의 영육을 떼어다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신의 권능을 일부 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대대로 사도들은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하나 같이 역사서에 깊게 이름을 남기는 편이었고,
신들은 자신의 평판은 물론, 신앙 확산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사도 선발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들이 모두 테오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다.
[인과의 ■■ 혹시 그럼 이번에야말로 닫힌 세계의 ■■을 볼 수 있는 것이 ■■■■ 조심스럽게 추측을 내놓습니다.]그러다 불쑥 튀어나온 메시지에 케라토수쿠스는 인상을 굳혔다.
“인과의 신께서는 조금 말씀을 가려하심이 어떠실는지요. 아무리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선택자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섣부른 추측과 기대는 오히려 좋지 않은 상실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 신이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눈물을 글썽거립■■. 꼬리가 힘을 잃고 축 가라■■■다.]하아!
케라토수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들이 권위에 어울리지 않게 종종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꼈다.
울보는 기본, 수다쟁이에 동네 훈장 꼰대, 폭발에 미친 미치광이 등 성격파탄자들을 상대하는 게 이젠 지긋지긋했다.
‘하루 빨리 적임자를 찾아서 신비를 닫든지 해야지, 원.’
그러던 그때였다.
팟!
갑자기 테오를 비춘 스크린 옆으로 작은 스크린이 떠올랐다.
허락 받지 않는 침입자를 알려주는 경고 메시지.
“흐음.”
케라토수쿠스는 당연히 방출을 명령하려다 말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자세히 보니 침입자 녀석도 라그나르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테오에게 시기심을 가져 찾아온 것 같은 녀석.
[■■의 신이 무슨 생각인지 관리인에게 묻습니다.]“아, 잠깐 라그나르의 가규를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도전자를 절대 물리치지 않는 습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침입자의 접근을 저희가 막는 게 맞나 싶어서요.”
[■■의 신이 가규를 운운하지만 관리인의 미소가 참 음험하다고 말합니다.]“흠흠! 오해입니다, 오해.”
[■■의 신이 오예인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만신전의 다른 신들이 ■■의 신의 의견에 격하게 동의합니다.]“아무튼 선택자의 각오와 실력도 더 확인해볼 수 있을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요. 그냥 놔둬볼까요? 문제가 생기면 그때 내쫓아도 되고 말이죠.”
[관리인의 의견에 따라 만신전의 신들이 투표를 개시합니다.] [찬성: 156, 반대: 21] [찬성 표가 더 많으므로 관리인의 의견을 따릅니다.]“그럼 어디 한 번 지켜보도록 할까요?”
싱긋!
케라토수쿠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 * *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야?’
기샤르는 처음 백탑을 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다.
어린 꼬마 녀석이 정복한 곳인 만큼 난이도가 높으면 얼마나 높겠냐는 생각에서.
하지만 그런 생각은 2층에 오른 순간부터 깨지고 말았다.
“검을 네 자루나 다룬다고?”
처음에는 테오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죽어 있기에 실패라도 했나 싶었지만, 머리칼이나 눈동자 색이 다 달라 가짜인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격전을 치른 흔적이었다.
분명히 40여 초 만에 정복된 층계인 만큼 전투가 치열하면 얼마나 치열했을까 했었는데.
파괴된 흔적이나 벽면에 검이 긁힌 흔적으로 봐서는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상급검사 수준은 된다고 했을 때 소문일 뿐이라고 여겼는데……. 흥! 그래도 꼴에 기본은 한다 이거지?”
물론, 자신에게 덤빌 수준은 아닌 듯 보였기에 기샤르는 애써 코웃음 치면서 테오에 대한 평가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3층에 오른 순간.
‘……내 밑이 아닐지도.’
기샤르는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대검을 다루는 솜씨도 솜씨지만, 염동력을 활용한 검술 제어 수준도 절대 작지 않았다.
마치 네 명의 테오가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합공을 치렀다고 해야 할까.
특히 단칼에 여러 명의 적을 베어버린 흔적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리고 긴장감은 다음 층계로 오를수록 더욱 커졌다.
4층은 평범한 저택이었다.
마당이 있고,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다니는 곳.
하지만 습격이라도 있었던 건지, 저택은 화마에 휩싸여 흉측한 골조만 드러냈고, 곳곳에 칼이나 화살 따위에 죽은 시체들이 가득했다.
습격자들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하나 같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심장이 관통되어 있었다.
이기어검의 흔적이었다.
“습격당하고 있던 저택에 구원을 온 건가? 그런데 하나 같이 술수가 잔혹하군. 꼭 원수를 상대하는 것 같은…….”
기샤르는 이제 침착하게 테오의 흔적을 쫓았다.
다만, 이번에는 의문이 든 것이, 이전까지는 효율적인 움직임만 보이던 테오의 흔적에 쓸데없이 잔혹한 면모가 보였다는 점이었다.
감정 과잉.
“이들이 대체 누구이기에?”
기샤르가 그동안 백탑을 오르면서 느낀 점은 각 층계의 미션이 대부분 테오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 사건이 테오의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인데…….
기샤르는 죽은 시체들의 복면을 잡아당기거나, 옷을 뒤적거려 정체를 알아낼 단서가 있는지 살폈다.
덕분에 한 가지 공통점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
“이것들, 라그나르잖아? 그것도 중앙기무국 산하의…….”
테오와 에드의 충돌과 연관이 있는 걸까.
하지만 기샤르가 알기로 테오는 그동안 열다섯 살까지 윈터러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이런 트라우마를 겪을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뭔가 조금 핀트가 어긋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 기샤르는 저택의 외곽 지역에서 추가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테오가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습격자들의 본진.
곳곳에 죽은 군마(軍馬)의 시체들이 가득했다.
제들 딴에는 정체를 숨기려는 듯 말들이 하나 같이 다른 재질의 철갑을 두르고 있었지만.
기샤르는 이 말들은 분명히 라그나르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용마(龍馬)’라는 품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용마를 사용하는 곳은 딱 한 군데뿐이었다.
“중앙기무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흑색철기대는 이 저택을 왜 공격한 거지……?”
갈수록 의문만 쌓여가고 있었다.
* * *
기샤르가 ‘꿈’을 연상케 하는 5층과 6층을 연이어 오르면서 결국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미 녀석은 용문검사들과 대등한 위치야. 절대 밀리지 않는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지만,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위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점은 따로 있었으니.
“계속 강해지고 있어. 끝도 없이. 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거지?”
테오가 마도여제의 크로노그래프라는 비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기샤르로서는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테오는 각 층계에 오를 때마다, 의식 시간을 최대한으로 가속하면서 지난 층계의 전투와 깨달음을 복기하고, 현재 층계의 공략법을 깊게 연구하고 있었다.
검의 구슬이 주는 영감도 그만큼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으니.
이제는 기샤르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테오의 광기(狂氣)가 선명해지는 중이었다.
그랬다.
이건 열망의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 광기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강해지고자 하는 광기…….
“죽여야겠어. 반드시.”
그래서 기샤르는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테오에게 주제를 알게 해주려는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토르켈보다도 더 큰 난적이 될지도 모를 라이벌의 새싹을 밟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흔적만 봐서는 테오도 점점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스르릉!
한쪽 면이 칼날로 가득한 거치도가 검집에서 튀어나왔다.
기샤르는 다음 층계로 오르는 계단에 발길을 옮겼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의 각오는 보란 듯이 깨지고 말았으니.
“여, 여기는 또 뭐야……?”
8층.
이번 층계는 그동안 봤던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빌딩들이 숲을 이루며 거대한 스카이라인을 그려내는 대도시.
제국에서 가장 번영했다는 황도(皇都)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 상상 속 미래 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피부에 양보하세요>
<수학 전문 입시학원>
기샤르가 알아볼 턱이 없는 갖가지 네온 사인과 간판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온갖 화려한 부귀와 사치를 누려왔던 기샤르였지만, 그는 처음으로 도시가 주는 어마어마한 위압감에 영혼이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길거리에는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다.
간편한 정장 따위를 입고, 한 손에는 이상한 가방을 든 채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그들은 무기를 든 기샤르를 별 이상한 사람 보듯 보기만 할 뿐, 별다른 관심은 두지 않고 제 갈 길만 다닐 뿐이었다.
잘 닦인 도로에는 말 대신에 이상한 철갑을 두른 기계들이 사람을 태운 채 돌아다니고,
건물들 사이로 놓인 다리에는 열차처럼 보이는 것이 증기도 내뿜지 않으며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공기는 탁했다. 숨을 쉬기가 버거울 만큼.
문제는 그 안에 마나조차 느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전혀 낯선 세계에 떨어뜨리고, 마력 남용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미션인 건가? 하지만 이곳이 테오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회색.
이 도시를 색으로 표현하라면 딱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층이야 뭔가 시간대가 맞지 않는 것 같아도 익숙하다는 느낌을 줬다면, 8층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로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서 대체 테오의 흔적을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기샤르는 처음으로 길을 잃고 말았다.
* * *
그 시각.
테오는 어느새 10층에 들어서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자극하기 위해서 전생이 나온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서울까지 나올 줄은…….’
8층에서의 일은 아직도 조금 전에 겪은 것처럼 생생했다.
사실 테오는 지구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이름이 ‘유태오’였다는 것만 기억할 뿐, 가족도 직업도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저 단편적으로 남은 몇 가지의 기억들을 가지고서 불우한 생을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그 기억 중 일부를 마주한 것이다.
미션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원래의 ‘나’를 찾아 죽이시오.
인구가 천만 명에 달한다는 대도시에서 어떻게 아무 단서도 없이 자신을 찾으라는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크로노그래프를 계속 발동하면서 몇 안 되는 기억을 쫓다 보니 서울 남쪽에 있는 ‘판교’라는 곳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담배를 하나 문 채 퀭하게 내려앉은 눈으로 컴퓨터라는 기계를 만지고 있던 청년.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는 아주 진지해 보였다.
“완성해야 해……. 완성…….”
테오는 뭔가를 애타게 바라는 듯한 ‘유태오’를 죽인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깜빡깜빡.
다음 명령어만 기다리는 커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올 버프 가동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움직이라는 로드브로크의 재촉을 듣고 나서야 겨우 9층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때,
[숨겨진 조건을 완수하였습니다.] [그동안 보안을 위해 접근이 불허되었던 1급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필터링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당신은 현재 제132번째 베타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치가 시작됩니다.] [1, 2, 3%…… 16, 17%…… 69%…… 79%]갑자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은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지만.
어쩐지 테오는 죽은 ‘유태오’ 앞의 모니터에 있는 장면과 그것이 상당히 흡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인과의 신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