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74)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74화(174/224)
뿌리 (4)
인간이 반드시 그만한 격을 쌓고 깨달음을 얻어야만 다다를 수 있다는 장소.
탈각(脫殼)과 초월(超越)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탈각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지는 뜻이고, 초월은 그를 옭아매고 있던 인과율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신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이므로.
「내 눈으로 이곳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군.」
어느새 테오 옆으로 로드브로크의 영체가 나타나 커다랗게 선 철문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로디.”
「이제 정신이 좀 드느냐?」
테오를 돌아보는 로드브로크의 얼굴은 어쩐지 심통이 가득했다.
‘내가 저주에 먹혔을 때 계속 찾았었구나.’
사실 테오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든 제정신 차리게 해주려 애쓰던 로드브로크나 영묘검 유령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그 목소리들이 자신에게 위해를 끼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젖어 무시했었을 뿐.
그런데 제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 모든 게 너무 미안해졌다.
“저 때문에 심려가 많으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흥! 너 때문에 나까지 저주에 휘말릴 뻔했던 걸 생각하면……! 후우!」
로드브로크는 테오의 사과를 쉽게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정신이 채널링으로 이어져 있는 이상, 한 사람이 받는 정신적 타격은 상대편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마련이니.
하물며 현재 한창 회복에 집중하고 있던 로드브로크로서는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한 박스.”
쫑긋!
「험험! 고작 그런 먹을 걸로 설마 나를 유혹하려 들려는 건 아니겠지?」
로드브로크가 고개를 돌리며 불쾌하듯이 소리쳤지만.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귀가 한순간 바짝 세워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진짜 민트 초코에 진심이시네.’
그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설마요. 저는 어디까지 마음을 푸십사 드리는 말씀인 걸요. 그럼 민트 초코 라떼까지 얹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번 전쟁이 끝나고 윈터러로 돌아가면 한 달 내내 챙겨드리겠습니다.”
「라떼?」
“모르십니까? 커피에다 민트 초코를 섞은 겁니다. 요즘 윈터러에서는 유행이라더군요.”
「호오! 역시 인간들은 아주 기발하단 말이지!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순수 커피파인 테오로서는 대체 치약을 짠 것 같은 그런 커피를 왜 마시냐는 주의에 가까웠지만.
뭐, 어쩌겠나. 취향이라는데.
「흠흠! 좋다. 반려의 마음이 아주 기특하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도록 하마.」
로드브로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어느새 밖으로 나온 영묘검의 유령들이 질린 표정으로 테오를 보고 있었다.
-해괴망측한 것으로 용을 꼬시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을 거야.
-아니, 그보다 우리는! 우리도 줘야지!
-맞아. 우리가 자네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
“대신에 어르신들께 좋은 구경 시켜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언제 이런 곳으로 와보시려구요?”
-그도 그렇지만…….
-에잉, 이렇게 또 어물쩍 넘기려고.
-어째 갈수록 능글능글해지는 것 같은데.
유령들은 투덜거리면서도 테오를 따라 철문을 바라봤다.
만신전의 입구.
확실히 이런 것이 있다고 전설이나 신화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다들 하나 같이 얼굴에 상기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선들이 바둑 둔다는 무릉도원이나, 뛰어난 전사들이 간다는 발할라도 볼 수 있는 걸까?
-그래도 우리가 후인을 잘 둬서 죽어서도 좋은 구경을 하는군.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일까?
-뭐가?
-시조님. 죽어서 신이 되어 승천했다는 소문이 있었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시조님을 뵐 수 있는 거잖아?
-그것도 그러네?
순간, 유령들의 시선이 로드브로크에게 향했다.
테오의 시선도 같이 따라갔다.
‘확실히 그런 전설이 있긴 했었어.’
시조 시구르드의 최후에 대한 전설은 가지각색이었다.
북방에 터전을 닦다가 수명이 다해 후손들 앞에서 편히 눈을 감았다는 전설.
대장벽 너머에서 밀고 들어가는 마해의 마물들을 처치하다가 전사했다는 전설.
더 큰 경지를 위해 은거를 하였고, 지금도 겨울산맥 어디선가 라그나르를 살펴보고 있다는 전설 등등.
하지만 개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전설은 ‘승천(昇天)’이었다.
깨달음을 얻어 신격을 얻었고,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빛의 기둥을 타고 만신전에 올랐다는 전설.
라그나르의 후손으로서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많은 전설 중에 진실이 무엇인지.
그런데,
「…….」
어쩐지 로드브로크는 입술을 꾹 다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세한 건 묻지 말라는 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까지 풍겼다.
“그럼 열겠습니다.”
테오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여기면서 철문에 손을 갖다 댔다.
정말 시구르드가 만신전에 들어간 게 맞다면, 그를 정말 볼 수 있을 테니까.
손에 힘을 막 주려던 그때였다.
콰르르르릉!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귀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천둥소리가 들렸다.
테오와 로드브로크, 그리고 유령들이 시선이 똑같이 위로 향했다.
갑자기 저 멀리서부터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험한 강풍과 벼락, 폭우를 동반한 채로.
‘아니, 저건……!’
하지만 그 먹구름이 육안으로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할 만큼 가까이 다가왔을 때, 테오는 자신이 잘못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먹구름 따위가 아니었다.
요괴 덩어리였다.
-저, 저게 뭐야……!
-마해의 마물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격이!
-<이름 없는 군주>와 비슷한 종자가 있는 건가?
먹구름은 사실 수많은 이형(異形) 괴물들의 혼합체였다.
수백 명의 괴물들을 좁은 곳에다 욱여넣은 듯, 손발이 이리저리 튀어나오고 깨진 근육에서는 뇌수와 피가 한없이 뚝뚝 떨어지는 괴물.
세포 덩어리에 덕지덕지 붙은 눈알들은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다가 테오 쪽에서 정지했다.
우-
우우- 우-
테오는 유령들의 말대로 그것이 <이름 없는 군주>와 비슷하되,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분명히 흉측한 생김새는 마물과 다를 게 없었다.
풍기는 마기 또한 <이름 없는 군주>에 가까워 마해의 심처에서 건너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뭔가가 미묘하게 달랐다.
<이름 없는 군주>는 비정형의 모습을 하고 있되, 그래도 ‘온전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녀석은 최소한 자신의 의지와 인격은 갖고 있었으니까.
테오를 ‘재미있다’고 여길 만큼 지적 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저것은 아니었다.
[해츨링 싱크로]로 살펴본 결과, 저것은 일정한 패턴의 사고를 갖고 있지 못했다.수많은 생명체들이 뒤엉켜 사고와 사고가 부딪치고, 이에 따라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예측, 판별, 생각 따위는 없이 오로지 충동적으로만 행동하는 짐승이었다.
그야말로, 괴물(怪物).
괴력난신(怪力亂神).
그 자체였다.
키아아아아악-!
괴력난신이 주둥이를 활짝 벌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테오는 황급히 세 자루의 검을 허공에 띄우고,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뽑았다.
-제기랄!
-뭔 죽어서도 저런 이상한 놈과 싸워!
-<이름 없는 군주> 같은 녀석이 또 있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유령들도 황급히 전투 태세를 갖췄다.
여차하면 테오의 힘을 빌려 크로노그래프라도 발동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로드브로크만큼은 침착하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을 듯하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철문 위로, 갑자기 하늘을 질주하는 수백 수천 개의 유성우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 긴 궤적들의 끝에는 황금색 광륜을 한껏 휘감은 천상의 전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들이야말로, 바로.
“만신전의 신들……!”
실제로 보게 된 신들은 메시지로만 접했던 철없는 신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했다.
아니,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이미 완성된 세계였으며, 궁극적으로 집합된 개념이었으니.
오히려 그렇기에 테오는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이 넘보기엔 너무나 까마득한 존재였으므로.
완전무결(完全無缺).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교리, 성화, 전설…… 세상에 남아있는 그들에 대한 언급, 그 어느 것 하나도 저 위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괴력난신은 어둠에서.
완전무결은 빛에서.
흑백(黑白)이 하늘 한가운데에서 뒤엉키며 천지가 들썩였다.
마치 세계가 멸망, 혹은 창조라도 되려는 듯이 들썩이는 가운데-
「시구르드!!」
갑자기 로드브로크가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소리쳤다.
슬픔과 간절함, 아픔과 분노, 질투와 원망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
테오로서는 처음으로 본 감정에 휩싸인 로드브로크의 모습이었다.
‘시조님이라고?’
테오도 똑같이 로드브로크가 눈으로 좇는 곳을 좇았다.
만신전의 천군(天軍), 그 선두에 한 남자가 있었다.
흑발과 적안.
누가 봐도 라그나르임을 알 수 있는 생김새를 한 그는 어쩐지 테오와도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테오가 이대로 쭉 자라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저분이 그럼……?
-승천의 전설이 그럼 사실이었던 거군……!
유령들도 똑같이 탄복하는 가운데.
「대답해! 시구르드!」
로드브로크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여차하면 본체로 돌아가 당장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였다.
그때, 시구르드가 이쪽을 슬쩍 보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로드브로크.’
테오는 정확하게 그 입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긴 아직 네가 올 곳이 아냐.’
그러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 정확하게 테오를 직시했다.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거라, 먼 후손아. 그리고.’
시구르드가 이쪽으로 거칠게 손을 뿌렸다.
‘인과의 축복을 받은 자여.’
휘이이이!
순간, 강풍이 불며 테오와 일행들을 한꺼번에 바깥으로 밀어냈다.
[만신전에서 강제 퇴거 조치 되었습니다.]테오는 지상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커졌던 자신이 다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그리고 아래로 서서히…….
……
…
‥
.
.
.
[13층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백탑을 모두 등반하는 것을 넘어서 그 배후에 있는 만신전까지 방문하여 시나리오 퀘스트 #7을 무사히 완수했습니다.] [평가: S+] [보상으로 태고룡의 유물인 백탑의 소유권을 얻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가디언에게 설명받으십시오.] [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니르바나>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설마 외신(外神)들까지 보시고 올 줄이야…….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이십니다. 왜 다른 지킴이들이 당신을 높이 샀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어느새 나타난 케르토수쿠스가 옆을 슬쩍 돌아봤다.
거기엔 페어리 드래곤을 비롯한 다른 지킴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진중한 얼굴을 한 채로.
물론, 여전히 테오를 밉게 생각하는 마가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외신?”
테오는 제대로 된 형체나 사고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존재를 떠올렸다.
만신전의 천군을 상대로도 전혀 뒤지지 않던 위세는 확실히 그렇게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흠…… 사실 이 부분들은 가지고 있는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당신이 태고룡의 유물을 어느 정도 습득하기 전까지 되도록 알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지만.」
케르토수쿠스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웃었다.
「만신전이며 외신까지 보고 온 이상에야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요. 이미 니르바나를 깨달은 시점에서 당신을 다른 평범한 선택자들과 동일 선상에 놓아서 생각하는 것도 문제일 테구요.」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외신이란, 정확하게 이 세계의 ‘밖’에서 넘어온 존재들을 뜻합니다. 이 세계의 법칙에 전혀 속박되지 않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탐식의 괴물들.」
“그럼 만신전이 그곳에 세워져 있었던 이유가……?”
「그렇습니다. 외신들을 막는 것. 그것이 바로 만신전의 존재 이유입니다.」
“……!”
테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러다 문득 다른 곳에 생각이 미쳤다.
외신의 분위기는 마치 <이름 없는 군주>를 닮아있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케르토수쿠스는 그런 테오의 생각을 읽었던지 눈웃음을 지은 그대로 여기에도 설명을 덧붙였다.
「망신……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름 없는 군주>라 부르는 존재는 외신을 구성하는 일부로써, 이 세계에 밀어 넣은 첨병입니다. 그에 맞서기 위해 만신전에서 내린 존재들이 바로 <지킴이>.」
하늘에서 만신전은 외신을 막고,
땅에서 지킴이는 이름 없는 군주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만신전과 지킴이의 싸움이 실패해서 세계가 종말을 맞을 때마다 리셋(Reset)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테오는 둔탁한 무언가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세계의 비밀, 그리고 시간의 비밀에 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었다.
“잠깐! 그럼 라그나르라는 건 대체……?”
「그 중간을 잇는 매개체.」
케르토수쿠스가 웃었다.
「그리고 세계를 보호할 의무를 지닌 일족이라 보시면 될 겁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