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7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76화(176/224)
격화되는 권좌 경쟁 (1)
테오가 기억하는 패룡의 성격은 아주 특이했다.
분명 겉보기엔 고집불통의 오만무도한 사람이었지만.
실은 속으로 능구렁이를 수십 마리도 넘게 품고 있는 괴물.
기샤르와 안시오 남매의 비극도 바로 그래서 탄생했다.
패룡은 쌍둥이 남매인 두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였으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두 사람에게 공유해주지 않았다.
그저 다른 형제는 선대의 인연 때문에 도움을 조금 주는 정도로만 말했었지.
그래서 두 남매는 서로가 유일한 패룡의 제자로서 특별한 존재라 자각하면서 살았고,
권좌 경쟁이 격화되었을 때는 서로가 가짜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원수보다도 더 험악하게 다퉜다.
‘정확하게는 기샤르가 안시오의 손바닥 위에 놀아난 거였지만.’
안시오는 조용한 성격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굴어서 5대 후보로 꼽히면서도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활약은 기샤르가 선보였고, 스포트라이트도 전부 기샤르가 독차지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시오의 위장이었을 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적대적인 시선도 같이 받는다는 의미였다.
안시오는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의 뒷감당도 전부 기샤르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
결국 기샤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주변에 적들밖에 없었고,
안시오는 구조를 요청하던 기샤르의 머리를 거리낌 없이 쳐버렸다.
그리고 구원자로서 적들을 모두 품고, 기샤르가 닦아놓은 기반까지 고스란히 흡수했다.
패룡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의도하진 않았지만, 바로 여기서 기샤르의 머리가 떨어졌다.
전생보다 10년 가량 빨라진 상황.
당연히 안시오가 닦을 수 있는 기반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이때 기샤르의 기반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크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가장 큰 문제는 아직 패룡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패룡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대처가 달라질 터.
‘이제 본격적으로 격발될 권좌 경쟁에서 처음으로 상대해야 할 사람이 패룡이라니.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테오는 참으로 이번 생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테오가 마법으로 불길을 일으켜 죽은 기샤르의 시체를 모두 태웠다.
그는 기샤르의 죽음을 세상에 알릴 생각이 없었다.
물론, 기샤르가 갑자기 실종된다면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게 될 테지만.
그렇다고 증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컸다.
‘굳이 큰 전쟁을 앞두고 내분을 일으켰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는 없지.’
시체가 재가 되어 사라진 뒤.
테오가 손길을 거두려는데 로드브로크가 입을 열었다.
「반려여.」
“예.”
「그대는 여기 백탑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비밀로 할 생각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로드브로크는 이미 테오의 생각을 다 읽었던 모양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비밀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의견이라서.」
뜻밖의 말.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이니,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그대의 몫이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보았던 그대는 너무 조심스러운 측면이 강한 것 같구나.」
“제가…… 요?”
테오는 눈을 끔뻑거렸다.
조심스럽다는 말은 음모를 꾸며서 뒤에서 모든 걸 조장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테오는 개화식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를,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로드브로크의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그대로서는 권좌를 노릴 만한 커리어를 보여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엔 항상 ‘선’이 있어.」
선.
테오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커리어만 보였지, 그대가 어째서 권좌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두에게 보여주지 못했어.」
“그야 라그나르는 강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그래. 강하기만 하면 된다. 재능과 포부, 모두 다 필요하지.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하지만 그건 원래 있어야 할 밑바탕일 뿐이야. 인간 사회에선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얹혀야 해.」
로드브로크의 두 눈이 깊어졌다.
「적격성.」
“적격…… 성?”
「그래. 너야말로 라그나르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백성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북방을 전성기로 이끌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테오는 이제야 로드브로크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정통성이 너에게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정통성.
그 단어가 테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최근에야 세실리아가 동백궁으로 거처를 옮겼다지만.
사실 테오는 어디까지나 하렘에서 태어난 서자였다.
원래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인물.
「라그나르에는 순수혈통을 추구하는 놈들도 적잖게 있다지? 내 눈에는 시구르드를 빼면 다 잡탕으로만 보일 뿐이지만. 어쨌거나 반려가 권좌에 가까워질수록 그만큼 반발도 심할 테지.」
순간, 테오는 눈앞이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게 적통의 아이들보다도 더 큰 정통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라는 의미로군요.”
「그렇다. 그리고 그대는 보여줄 것이 아주 많지.」
로드브로크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가디언들이 하나 같이 울음을 토했다.
태고룡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을까.
특히 테오를 어떻게든 끄집어 내리고 싶어 할 원로원부터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반쪽인 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힘이 없는 정통성은 오히려 너무 눈에 띄기 쉽습니다.”
테오가 우려하던 것이 바로 이거였다.
5대 후보가 만약 담합해서 테오를 찍어누르려고 한다면?
그때는 테오도 방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걸 걱정할 시기는 지난 것 아니었더냐?」
테오는 조금 전까지 기샤르가 있던 자리를 봤다.
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반려에게는 2년 안에 백갑용기대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지 않았더냐?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왕에 자리를 잡을 거라면 남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라.
테오는 그렇게 들렸다.
“…….”
테오는 두 눈을 가만히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다시 떴다.
로드브로크의 눈동자 속에 테오가 비쳤다.
“정했습니다.”
「어떻게?」
“이곳을.”
테오는 웃고 있었다.
“제 출사표의 장소로 삼겠습니다.”
* * *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용이나 되어서 세 명이나 날 왕따 시키고.”
율리우스는 우스갯소리를 던졌지만, 그에게 검을 겨눈 이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검룡 매화궁주와 빙룡 니엘, 거기다 환룡 마그누스까지.
특히 매화궁주와 니엘은 율리우스의 앞을 막아서겠다는 의지만 보인데 반해,
마그누스는 여차하면 율리우스를 베어버릴 것 같은 살기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고오오오-
결국 네 사람이 빚어내는 살기가 충돌하면서 커다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하늘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어? 하늘이 갈라지는데?”
“아냐, 이 멍청아! 저건 하늘이 깨지는 거잖아!”
장난스럽게 하늘을 보던 백갑용기대도,
겨우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던 흑색철기대도,
압도적인 패배에 마음이 눌려있던 적검기사단도,
근엄하게 서 있던 청검근위단도.
모두 똑같이 하늘을 응시했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밤하늘. 휘영청 맑게 빛나던 달빛이 모조리 부서졌다.
대신에 회오리바람이 만들어낸 먹구름이 하늘 가득하게 퍼져 별빛마저 거둬버리고, 대신에 지상에는 벼락과 강풍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지직!
쿠르릉! 쿠르릉!
쿠쿠쿠쿠…….
그리고 시작되는 격진은 제대로 자리에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였으니.
라그나르가 자랑한다는 4대 부대의 검사들은 모두 홀딱 벗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 모두 스스로의 실력에 높은 자부심을 품고 있었건만.
이 현실 같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현상에 충격이 가장 큰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이건……!’
바로 토르켈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너는 천재지. 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
언제였던가. 개화식이었던 것 같다.
동기인 나반이 했던 말이 있었다.
-그래서 너는 내가 이렇게 검을 꺾는 이유에 대해서 절대 이해하지 못할걸?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거야. 그게 언제냐고? 하하! 언제긴. 그야 당연히 너보다 더 한 천재가 나타났을 때지.
이 순간, 토르켈은 나반이 했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한 천재.
아니, 천재‘들’.
바로 저기에 있었다.
무려 넷이나!
‘아니다. 나도 저들만한 나이가 된다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
토르켈이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그도 사실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의 말마따나 저들과 비슷한 나이가 된다면 분명 그의 실력은 절대 저들에 못지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새로운 9룡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일 뿐.
9룡을 넘어선 ‘다른’ 뭔가가 될 수는 없었다.
-그가 그동안 봤던 아버지는 저런 이들은 전부 다 합쳐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존재이셨으니까.
언제나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토르켈의 가슴에 처음으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말도 안 된다!
토르켈은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서 강풍에 맞서 자신을 일으켜세우고자 했다.
‘내가…… 내가 이걸로 무너질 것 같은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자리인데. 권좌에 닿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이 달려야 하는데. 이런 데서 굽힐 수는……!’
율리우스든, 매화궁주든. 니엘이든 마그누스든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토르켈은 최후의 최후까지 눌러뒀던 ‘그것’을 깨웠다. 심장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것.
쿵쿵쿵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마력이 활발하게 돌았다.
막강한 기세가 외부로 퍼져 나왔다. 그 속에는 찐득찐득한 광기가 숨겨져 있었다.
마주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잃게 만드는. 혹은 제정신이 아니게 만드는. 그런 광기.
“이건……!”
“토르켈?”
“흑색철기대장! 대체 무엇을?”
대립하던 용들마저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는데, 광기가 이제 화산처럼 끓으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등골을 섬뜩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광기가 질주했다.
9룡의 기운을 어떻게든 찢어놓기 위해서. 어떻게든 권좌를 차지하고 싶다는 토르켈의 탐욕이 광기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콰르르르릉!
그때 조금 조용해졌던 백탑이 다시 빛났다.
남은 층계들이 다시 밝아졌다. 13층까지 환해졌을 때, 백탑이 갑자기 굉음을 일으키면서 폭발했다.
“……!”
“……!”
“……!”
그동안 목숨 걸고 지키던 백탑이 파괴되었다고?
분출되던 토르켈의 광기마저 흐트러질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폭발이 아닌 변화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콰콰콰콰……!
부서진 파편들이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각자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
어떤 것은 드레이크가 되어 바닥에 착지하며 대지를 질타했다.
또 어떤 것은 그리핀이 되어 힘차게 하늘을 날았고, 또 어떤 것은 페어리 드래곤이 되어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며 꽃가루를 날렸다.
하위 용종들이라고 하지만, 전설로만 접하던 용들이 대거 쏟아지는 광경은 소름이 절로 돋을 정도였다.
쿠쿠쿠쿠!
동시에 지반이 들썩이면서 세 마리나 되는 데저트 웜이 튀어나오면서 4대 부대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리고 갈라진 토사 위로 고개를 반쯤 내민 마가라가 주변 일대를 늪지대로 만들면서 검사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지형으로 바꿔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니엘이 내뱉은 혼잣말은 모든 용들의 생각을 똑같이 대변했다.
용으로 이뤄진 군단이라니.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테오! 이 녀석, 결국 해냈구나!”
율리우스만 크게 기뻐할 뿐.
그리고,
파라라락!
흩날리는 백탑의 가루들 사이로, 와이번 움브라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는 테오가 오만하게 서서 지상을 굽어다 보고 있었다.
마치 제왕처럼.
* * *
-그야 당연히 너보다 더한 천재가 나타났을 때지.
나반의 말이 또다시 토르켈의 머릿속을 왱왱 울렸다.
그보다 더한 또 다른 천재가.
바로 저기에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