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7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77화(177/224)
격화되는 권좌 경쟁 (2)
테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이목을 지켜봤다.
두근두근두근!
이걸 노린 것이긴 했다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로 마주하게 되니 받는 압박감이 더 컸다.
그리고 그 압박감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주는 희열이 더 컸다.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두 번의 인생에 걸쳐 조연, 혹은 누군가를 위한 들러리로만 살았던 인생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제는 오롯이 ‘자신만의’ 인생을 찾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내 말이 맞지?』
로드브로크는 영체의 형태로 나타나 테오 옆에서 웃었다.
‘그렇네요. 하지만 로디는 아직 모습 드러낼 생각 없으시겠죠?’
『임팩트를 줄 때는 적당히 나눠서 줄 필요도 있다. 지금은 백탑의 신비를 깨우고 태고룡의 후예로 선택받았다는 데만 초점을 두어라. 아직 나를 드러낼 때는 아닌 것 같구나.』
테오도 동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고룡과 수호룡이 주는 의미는 사실 많이 달랐다.
태고룡은 모든 용들의 시초이자 겨울산맥을 처음 창시했다고 전해지는 존재.
먼 신화 속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선택을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면 테오의 이미지는 ‘신비하게’ 비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용을 부린다면?
서자라는 신분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부수고, 특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수호룡의 반려’라는 타이틀은 조금 다르다.
수호룡 로드브로크는 엄연하게 라그나르의 사람들이 모두 역사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
당연히 시조 시구르드의 계승자라는 타이틀을 덤으로 얻게 된다.
그 자체로 두고 본다면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달리 말하면 그건…… 자칫 계승권을 넘어 카일의 권좌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었다.
‘로디의 존재는 아직 드러낼 때가 아니야. 로디가 완전히 몸을 다 회복했을 때. 그리고 내 입지가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해졌을 때. 그때 드러내도 절대 늦지 않아.’
그리고 숨겨둔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테오는 아래쪽으로 몸을 던졌다.
도착지점은 율리우스의 바로 옆.
탁!
“테오! 몸은 괜찮으냐? 다친 데는 없고?”
율리우스는 세 용들과 대립하던 기세를 풀고, 테오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그러고 나서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신비를 제대로 얻었구나!’
백탑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무게가 있기에 신비가 절대 예사롭지 않을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토르켈과 흑색철기대는 물론, 트로이반까지 이렇게 눈독 들이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테오가 여러 마리의 용을 데리고 나타난 순간, 율리우스는 신비의 힘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테오에게서 풍기는 <격>이 이전과 달랐다.
실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격(靈格)이 달라졌다는 것은 단순히 강해지고 강해지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능성.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지니.
격이 높아야만 더 높은 경지를 꿈꿀 수 있는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손에 담을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테오가 딱 그랬다.
눈의 깊이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예. 덕분에.”
“너……!”
“아무런 언질도 드리지 못했는데, 불쑥 제가 저지른 일의 뒷수습을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자세한 건 이따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투도 이전과 미묘하게 달랐다.
마치 몇 번의 생을 거듭 산 것처럼. 혹은 아주 긴 세월을 산 사람처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구나.」
매화궁주는 테오의 변화보다 그의 안전에 안도한 듯 보였고,
「너 때문에 레이가 백갑용기대에 들어가자마자 위험해질 뻔했다. 이번만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니 내뺄 생각 말고 이따 따로 찾아오도록.」
니엘은 탐탁지 않다는 듯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테오는 가만히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똑같이 전음을 보냈다.
「시간을 내어주신다면 두 분께도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결국 매화궁주와 니엘이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는 환룡 마그누스만이 남았다.
그가 앞으로 나섰다.
“테오 라그나르.”
그는 어느새 주변을 포위하다시피 한 하위 용종들을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테오는 재빨리 검례를 갖추었다.
“백갑용기대의 실전검사, 테오 라그나르가 청검근위단 단장님께 인사드립니다.”
“귀찮은 허례는 되었다. 그보다 이 용들은 무엇이냐? 그리고 백탑은 어떻게 된 것이고? 자세히 설명하라.”
테오는 마그누스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개중에는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긴 토르켈도 있었다.
“백탑에서 얻은 것들입니다.”
“백탑에서……?”
“예.”
“그 말은 신비를 모두 습득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
“습득한 정도가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그 백탑을 세운 존재로부터 인정도 받게 되었습니다.”
“빙글빙글 돌려서 말하지 말라. 제대로 설명하여라.”
“백탑을 세운 분은 태고룡입니다.”
“태고…… 룡? 설마 세계의 모든 용들을 창조했다는 신화 속의?”
“예. 그 존재가 맞습니다.”
“허!”
마그누스는 순간 테오가 장난이라도 치나 싶었다.
그만큼 믿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옛날 옛적이면 또 모를까. 지금과 같은 시대에 신화가 역사적 사실이며, 그것을 계승했다고 하면 미친놈으로 취급하기 딱 쉽지 않은가.
하지만,
케에에엑!
테오의 주변을 에워싼 여러 용들을 보고 있노라니, 보이는 증거도 있어서 아니라고 그냥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단장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청검근위단은 사납게 눈빛을 빛냈지만, 용들 역시 그에 못지 않은 기세를 자랑해 쉽게 밀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쉽게 믿기는 힘드실 겁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제 말은 진실입니다. 태고룡의 축복 덕분에 앞으로 용종 계통으로 분류되는 존재의 테이밍이 가능한 것은 물론.”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발동합니다.]고오오오-
순간, 테오를 중심으로 강렬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마그누스의 피부마저도 따끔거리게 만드는 살기.
하지만 마그누스가 놀란 점은 정작 따로 있었다.
콰드득, 콰득!
테오의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홍색 눈동자가 진홍색으로 빛나면서 용을 닮은 세로 동공이 열리고, 목덜미는 물론 팔뚝을 따라 용의 비늘까지 돋아났다.
그리고,
왼쪽 관자놀이에서 뿔이 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했으니.
마치 인간과 용을 절반씩 섞어놨다는 전설의 종족, 드래고니안(Dragonian)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용인 모드가 발현됩니다.]“이렇게 용의 기질을 품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용인 모드.
이제 테오는 <니르바나>의 각성으로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
“……어, 어떻게 사람의 얼굴이?”
“용인이다! 정말 용인이 나타났다고!”
“그럼 그 전설이 진짜라는 거야?”
이제 사람들도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으니.
이는 아주 오랫동안 라그나르 내에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었다.
-라그나르의 진정한 재능을 깨우친 자, 세계의 모든 용들의 주인이 되리라.
라그나르는 항상 스스로 고대 용종의 후예라 자처했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하위 용종들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백갑용기대의 명예가 가장 드높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라그나르의 검사들 중에 유일하게 용을 다루는 이들은 그들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니 4대 부대는 물론, 이곳을 지켜보는 모든 검사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테오는 정말 그 전설을 빚어놓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이걸 노렸구나!’
마그누스는 그제야 자신과 청검근위단이 테오가 설치한 판에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이 아니었다. 다른 용들이며 4대 부대가 전부 그러했다.
주요 인물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극적인 퍼포먼스를 한다면 당연히 모두가 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애당초 백탑의 신비는 백갑과 흑색의 충돌 지점이었으니 고의로 건드린 거야. 그럼 알아서 적검이며 청검도 모여들 테니 모두가 집중할 수밖에 없을 테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었다.
‘……애당초 이건 율리우스와 백갑용기대가 다른 세 부대와 부딪쳐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 만약 백갑이 패색이라도 짙었다간 퍼포먼스의 효과도 말짱 꽝이었을 테니.’
4대 부대의 수장까지 되었으면서 스물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한낱 장기말에 불과했단 사실을 깨달으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키아아악!
그러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계속 커지고, 용들은 더 위협적으로 굴었다.
심지어 청검근위단까지 흔들렸다.
「……단장님.」
「부디 명령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그누스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하나는 대세를 인정하고 순순히 물러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큰 피해를 각오하고 청검근위단을 움직여 테오를 체포하는 것.
「마그누스! 무엇을 고민하는가, 저놈을 당연히 제압하지 않고! 태고룡이고 나발이고, 저놈은 내분을 일으킨 원흉이야! 명령을 거스르고, 정식 절차도 없이 함부로 백탑을 건드린 자라고! 결과만 좋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선례라도 남길 셈인가?」
적검기사단의 단장, 모콜린 도첸베르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마그누스에게 선택을 종용하고,
「체포하려 하신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선배님.」
심지어 전투 기세를 풀지 않은 토르겔까지 선심 쓰는 척하면서 자신을 도울 것을 주문했다.
‘모콜린과 토르겔이 최근 들어 회합이 잦다는 것은 숨겨진 일도 아니지. 이참에 아예 나를 자신들 쪽으로 묶으려는 참인가?’
토르켈의 시선은 테오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지금이 아니라면 앞으로 두고두고 눈엣가시가 될 테오를 제거할 기회가 더 이상 없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들 두 사람의 편을 들었을 경우였다.
지금이야 매화궁주와 니엘이 자신을 돕고 있다지만, 그들이 테오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라그나르에 아무도 없었다.
특히 매화궁주의 테오에 대한 마음은 아주 각별해서 친자식이자 후계자로 여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마 테오를 체포하려 든다면 곧장 저쪽 편을 들게 분명했다.
그때는…… 정말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진짜 내분이 벌어지는 것이다.
주륵!
마그누스의 뺨 위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저 가주의 영광을 지키는 입장에 불과하건만.
이런 식으로 강제적으로 ‘편 가르기’에 휘둘린다는 사실이 못내 불쾌하기만 했다.
결국 마그누스가 선택을 내리고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였다.
“전원……!”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
마그누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검 한 자루가 이쪽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 저것은……!”
“칼리번!!”
가주 카일이 가장 애지중지한다는 보검이 등장한 것이다!
콰아아아앙!!
칼리번이 꽂힌 자리를 중심으로 막강한 기파가 파문을 그리면서 4대 부대는 물론, 군영 전체를 뒤덮었다.
그러자 하위 용종이며 9룡들이 내뿜던 기세가 모두 지워진 듯이 사라졌다.
가장 막강하던 율리우스의 살기도 마찬가지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검사들은 하나 같이 칼리번이 꽂힌 쪽으로 부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검의 끄트머리 위.
카일이 팔짱을 낀 채로 올라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수하들이 아닌 테오를 응시했다.
‘아버님이 어떻게 이곳에……?’
북방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카일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더 큰 전쟁을 치르고 있을 거란 추측이 많아 이곳에서도 뵐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나타나시니 뜻밖이었던 것이다.
『네 아버지는…… 이전보다도 훨씬 강해졌구나. 보면 볼수록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로다.』
테오가 흠칫 놀라 고개를 위로 들었다.
가주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함부로 고개를 드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로드브로크의 뻥 뚫린 왼쪽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카일이었단 사실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로드브로크는 카일을 원수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문제는 카일도 로드브로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주 제대로 보이는 것처럼.
주륵!
테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실지, 또 어떻게 반응하실지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있을 재회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급하게 벌어질 줄은 예상도 못 한 탓이었다.
『소싯적의 시구르드도 저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로드브로크가 싸울 테면 싸워보자는 듯이 한쪽 입술을 비트는데, 카일이 그녀에게서 테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테오. 날 따라오도록.”
쉭!
그러고는 칼리번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멍한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봤고,
『뭐하느냐? 어서 따라가지 않고?』
테오도 로드브로크의 재촉이 있고 난 뒤에야 움브라를 타고 카일이 남긴 흔적을 뒤쫓았다.
케에에엑!
그리핀과 페어리 드래곤을 비롯한 용들도 곧장 그 뒤를 쫓았다.
“…….”
“…….”
이렇다 할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황급히 종결된 사건에 사람들은 멀뚱하게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봐야만 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