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7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78화(178/224)
격화되는 권좌 경쟁 (3)
라그나르의 군영 전체에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테오 라그나르가 태고룡의 선택을 받았다더라!
-백탑의 신비를 열어 그 속에 담긴 용들을 권속으로 삼았다더라.
-지하에서 데저트 웜이, 지상에서는 드레이크가, 하늘에서는 와이번과 그리핀, 마법에서는 페어리 드래곤이 있어 그를 보호한다더라.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도 용의 군단에 기세가 눌렸다더라.
믿기 어려운 소문부터 시작해서 과장된 소문까지.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시조 시구르드 이후 처음으로 용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탄생했다더라.
라그나르에 있어 이보다 더 확실하게 그들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탄생한 셈이었으니.
이제 트로이반 같은 적대 세력들이 우스갯소리로 ‘용은 무슨.’이라고 비웃을 수도 없게 된 셈이었다.
거기다 그동안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카일이 직접 테오를 데리고 떠났다는 소문이 더해졌을 때는 모두가 바짝 긴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토르켈 님의 표정이 생각보다 좋지 않던데…….
-반대로 르제 님은 어쩐지 즐거워 보이셨고.
-이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하시더니. 그때 동맹 결의를 했다는 소문이 진짜인 거 아냐?
-안시오 님은 아직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지?
-킨카르논 님이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오셨을 때 반응이 궁금하긴 하군.
-그분이라면 오히려 좋은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하실지도.
-응. 그런데 그보다 기샤르 님이 가장 크게 화를 내실 것 같았는데. 어디로 가신 거지, 누구 본 사람?
-백갑과 흑색이 한창 부딪칠 때 백탑에 몰래 접근하시는 걸 본 목격자가 있다고 하던데…….
-뭐? 말도 안 돼. 그게 사실이라면……!
뒷말은 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세에 둔한 사람들도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 * *
쐐애애액-
테오는 카일의 뒤를 한참 동안 뒤쫓았다.
검에 올라탄 채로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그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움브라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심검이니 어검술이니 하는 경지도 이미 넘어섰군. 그냥 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아니다.』
로드브로크는 그런 카일이 영 못마땅한 건지 내내 눈살을 찌푸렸다.
그만큼 카일에게서는 아무런 빈틈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 같지가 않긴 하시죠.’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닐 텐데? 네가 앉고자 하는 자리가 바로 저런 것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해야만 하는. 그런 괴물의 자리.』
테오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카일이라는 벽의 높이가 훨씬 더 크게 체감되는 중이었다.
그래서 볼을 긁적이는 것 말고는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 뭐야? 저거 사람 맞지? 웬 괴물이 인두겁을 쓰고 앉아있어?
-괴물이긴 한데, 인간은 맞는 것 같은데. 근데 저게 정말 ‘라그나르’라고?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인간적’인데……?
-우리 테오 도련님 같은 괴물이 어째서 태어났나 했더니 씨앗부터 달랐구만.
유령들도 일찌감치 살아생전 카일만한 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오늘 따라 권좌의 벽이 높아 보이는 날도 없었다.
탁!
그러다 카일이 도착한 곳은 군영에서 한참 떨어진 어느 야트막한 크기의 황량한 산이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민둥산.
그 절벽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카일 옆으로 테오도 조용히 착지했다.
“이곳은……?”
“저기를 봐라.”
카일은 턱짓으로 산 아래를 가리켰다.
테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텅 빈 공터 외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두 눈에 [영성]을 불어넣은 순간.
두웅……!
“큭……!”
『반려여!』
테오는 갑자기 머리를 세게 두들기는 충격에 휘청거렸다.
로드브로크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면서 카일을 노려봤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여기서부터는 라그나르가 나눠야 할 이야기다. 옛 시대의 망령은 자리를 비켜줬으면 하는데.”
『무슨……!』
로드브로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카일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존재가 바람에 놓인 촛불처럼 훅 하고 꺼졌다.
“너에겐 보이겠지?”
“그렇…… 습니다.”
“그럼 똑바로 보아라.”
테오는 여전히 뇌리를 후벼파는 통증을 억지로 감당하면서 앞쪽을 응시했다.
그러자 흔들리는 세계 너머로 검은 마기가 거칠게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왜 여기에 마해의 기운이 있는 겁니까?”
“왜긴 왜겠느냐. 네가 저지른 일 때문이지.”
“……?”
웃음기 섞인 목소리.
테오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혹시 성마교에서 <이름 없는 군주>를 다시 깨우려는 겁니까?”
“그래. 맞다. 대체 저기다 무슨 수를 쓴 거냐?”
테오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볼을 긁적였다.
영묘검에 든 유령들이며 마도여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싶었는데.
“멍청한 놈.”
“……예?”
“평상시에는 똘똘한 것처럼 보이더니 이럴 때는 또 순진하구나.”
카일은 뒷짐을 쥐면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너는 이제 권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렇다는 건 이제 다른 형제들의 그 어떤 견제도 감당할 만한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지 않으냐?”
“그렇…… 습니다.”
“그렇다는 건 네가 넘어서야 할 대상에는 나 역시 있다는 거다.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권좌를 내놓을 생각이 절대 없으니 말이다.”
카일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내게 네가 가진 모든 밑천을 다 털어놓을 셈이냐? 내가 그걸 어떻게 이용해 먹을 줄 알고?”
“…….”
경고였다.
제왕은 절대 타인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항상 고독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카일의 경고.
하지만,
“괜찮습니다.”
테오는 여기에 맞서 웃었다.
카일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뭐?”
“아버지께 아들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게 뭐가 나쁩니까?”
“……넌.”
“예. 압니다. 군주의 자리란 단순한 부자 관계로 치부할 수 없죠. 권력에는 형제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따금 세상의 묵은 때를 벗고 허심탄회하게 부자의 정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카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전 아버지가 존경스럽습니다.”
“원망스러운 건 아니고?”
“어렸을 땐 그랬습니다만…… 여기까지 와보니 알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요. 그리고 지금은 더욱더 힘드실 테지요. 지키는 건 이루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존경스럽습니다.”
“…….”
카일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한참 동안 입술을 벙긋거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테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온갖 감정이 다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대체 왜 이런 일을……!
-아들아. 나의 아들아. 하하하하. 너 또한 언젠가는 내가 왜 이래야 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란다. 너도 나를 언젠가는.
-싫습니다. 저는 당신처럼 되기 싫다구요!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젊은 시절의 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카일은 손을 크게 저어 그 기억들을 모두 지우며 웃었다.
“아부가 많이 늘었구나.”
“그렇게 느껴졌다면 죄송합니다.”
“되었다. 나 역시 너와 술 한 잔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다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자. 지금은 저 일을 이야기할 때이니.”
테오는 다시 마기의 소용돌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는 ‘저것’이 싫다.”
저것.
<이름 없는 군주>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것’도 싫다.”
이번엔 시선이 테오를 직시했다.
테오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것.
로드브로크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다 싫다. 만신이니 외신이니 하는 것들도 전부.”
역시 카일은 만신전과 외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다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호오(好惡)가 아니었다.
경멸(輕蔑).
그는 양쪽에 전부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서는 자리에 우리가 설 자리는 없다. 우리 라그나르는 그 무대를 꾸미는 들러리에 불과할 뿐. 세상사 모든 것이 그들의 입맛대로 굴러간다. 나는 그걸 부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카일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나는 너 역시 나와 같은 길을 걷길 바란다.”
그 순간, 테오는 그동안 카일이 어떤 마음으로 로드브로크의 심장을 부수고, <이름 없는 군주>에 맞서서 싸웠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 * *
테오는 백갑용기대의 막사로 돌아왔다.
군영이 워낙에 자신에 대한 소문으로 시끄러운 탓에 용들을 모두 백탑으로 역소환하고, 자신은 움브라와 함께 조용히 내려섰다.
『네 아비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냐?』
‘아, 별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닙니다.’
로드브로크가 채널링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테오는 대강 둘러댔다.
-나는 너 역시 나와 같은 길을 걷길 바란다.
사실 카일이 했던 말이 아직까지 귓가를 왱왱 울리고 있었다.
-너도 그만큼 올라왔으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이 세계의 비밀을.
-외신과 이름 없는 군주. 그들에 맞서는 만신과 지킴이. 종말을 맞을 때마다 반복되는 세계.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라그나르. 너는 이것들이 정상적으로 보이느냐?
-그 안에 우리 라그나르의 삶은 없다. 그저 도구로만 있을 뿐.
-나는 그게 싫은 것이다. 그래서 전부 부수고자 했다.
-아들아.
-이 아비는 신(神)이 될 것이다. 만신도, 외신도 범접할 수 없는 신이.
-그리고 모든 걸 부술 생각이다.
-너는 어떤 생각이냐?
대화가 끝난 뒤에 테오는 드는 생각이 많았다.
‘아버지께서 진심을 보여주신 건 이번이 처음이야.’
신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던진 한 마디가 주는 무게가 너무 컸다.
그리고 그건 테오를 자신에 이을 ‘진짜’ 계승권자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보다 앞서 거쳐 간 다섯 후보자들도 모두 한 번씩 겪은 의례 같은 것이겠지.
그러나 문제는 테오가 태고룡과 수호룡의 선택을 받은 라그나르의 총화라는 점이었다.
카일이 걷고자 하는 길과는 대척점에 놓일 수밖에 없는 위치.
그렇기에 테오는 카일의 생각을 그대로 로드브로크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 역시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라그나르의 권좌 자리는 점점 더 무겁기만 하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직 자신이 모르는 가문의 비밀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막사 앞에 선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여인, 안시오가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구나?”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군요. 반갑습니다, 누님.”
“응. 반가워.”
5대 후보이자 기샤르의 쌍둥이 여동생.
혼자서 온 건지 그녀가 자랑하는 친위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어쩐 일이신지?”
“혹시 기샤르 오라버니의 행방 알아?”
“기샤르 형님이요?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만.”
“흐응. 그래?”
안시오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더니 가볍게 웃었다.
“어디 산책이라도 가신 게 아니실까요? 워낙에 자유분방하신 분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뭐, 그렇긴 하지. 동생인 나한테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훌쩍 사라질 때가 많고 문제 많은 오라비니까. 여하튼 고마워. 다음에 기회되면 토르켈이랑 같이 해서 술이나 한 잔 하자구.”
“예. 이번에는 제가 여로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그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다음에 불러주실 때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에 보자.”
안시오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훌쩍 자리를 떴다.
‘내가 죽였다는 걸 눈치챘군.’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테오는 별다른 긴장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곧 찾아오게 될 패룡을 어떻게 응대할지 고민할 뿐.
‘지금은 이분들을 어떻게 대할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막사 너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들이 있었다.
카일에 이어 이들까지 상대하려니 참 쉽지 않았다.
백탑을 정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피곤했지만, 지금은 우선 저 안에 있는 분들을 회유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오늘 밤은, 아주 길게 분명했다.
“들어가겠습니다.”
막사의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간 곳.
그 안에는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니엘, 그리고 무슨 일인지 흑룡까지 총 네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미 티타임이 끝났는지 테이블에 놓인 커피와 차가 다 식은 상태였다.
“어서 오렴.”
매화궁주의 환대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테오의 걸음이 멈췄다.
“……?”
“……?”
“흐음?”
“왜 그러느냐?”
네 사람이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테오가 먼저 공손하게 검례를 갖추면서 입을 열었다.
“먼저 네 분께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 사죄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옳지만, 그보다 앞서서 제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는 게 최선이라 생각되어 감히 아룁니다.”
그들의 시선이 강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테오의 눈빛이 더욱더 강렬하게 빛났다.
“저는 아버지에 이어 권좌에 앉고자 합니다. 네 분께서 도와주십시오.”
그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카일을 닮았다고, 네 사람은 불현듯 그런 생각을 동시에 가졌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