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화(18/224)
첫 번째 전쟁 (3)
-가주께서 십여 년 만에 일검을 사사하셨다!
율리우스가 <마룡>이라는 별호를 수여받게 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이벤트.
물론, 상대는 개화식도 치르지 않은 애송이이니 당연히 그 일검에 정수(精髓)인 마력과 무론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주가 직접 검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하물며 그 대상이 ‘라그나르의 병신’이라면 더더욱.
-병신은? 그럼 병신은 어떻게 된 거야?
-지친 것 말고는 멀쩡하다던데.
-뭐? 그게 말이 돼? 아무리 마력이 없었다지만, 가주님의 일검을 어떻게 맞고도 멀쩡해?
-그러니까 내 말이.
-설마…… 가주님께서 병신 취급 받는 아들이 가여우셔서……!
-쉿! 자네, 미쳤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가주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게 공사 구분 못 하고 함부로 나대는 거라는 것, 잊었어?
-그게 아니면 도저히 말이 안 되니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세히 생각해봐. 꼭 그렇게만 볼 게 아니라고.
-하긴. 요즘 백갑용기대장이 눈독 들이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했었으니. 헛소문이 아니었나.
그러다 몇몇 사람들은 어쩌다 테오가 가주의 일검을 사사받게 되었는지 경위를 조사하고 충격에 빠졌다.
-바이런 가문에, 세레스 상단에…… 교룡회가 테오 공자를 핍박한 거였다고?
-그런데 테오 공자가 처벌을 가하니까, 거기에 불만을 품고 모략질을 한 거였고?
-열다섯 곳이나 되는 세력들이 서자 한 명을 잡겠답시고 이딴 술수를 부려? 이게 말이나 돼?
-일대일 승부도 아니고, 고작 머릿수로 핍박하다니…….
-그런데도 항소심에서 테오 공자에게 도리어 꺾였다?
-진짜 병신은 따로 있었군!
이제 ‘라그나르의 병신’이라는 별명은 테오가 아닌 교룡회 일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거기다 멍청하게 동백궁까지 빼앗겼으니,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 이제 이 일을 윈터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기존 동백궁의 사람들은 제대로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했다.
한편으로.
일반 검사들은 테오가 보인 행적들을 두고 환호하기도 했으니.
그 때문일까?
-그동안 몸을 숨겼던 잠룡이…… 이제 일어나려는가?
개화식을 두 달 앞둔 지금.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별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이제 테오가 머물기 시작한 동백궁을 하나둘씩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멀쩡한 궁을 두고, 대체 왜! 궁주인 내가 궁을 나와야 하는 거냔 말이다!”
“궁주님, 고정하시옵소서!”
“그렇게 뛰면 다치십니다! 진정하십시오!”
“놔라, 이것들! 가주께! 내가 가주께 직접 따져 묻겠다!”
시녀들은 길길이 날뛰는 에밀을 뜯어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그들도 날벼락이긴 매한가지였다.
조금 전까지 잘 살고 있던 동백궁에서 갑자기 내쫓긴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까.
“바로 그 가주께서 동백궁을 세실리아, 그 계집과 아들에게 넘겨주신 겁니다.”
에밀은 도끼눈으로 에드가 있는 쪽을 홱 하고 노려봤다.
“지금 일을 이딴 식으로 만드신 오라버니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나요?”
“궁주께는 면목이 없습니다. 이 모두 순전히 상대를 잘못 파악한 제 탓이니까요.”
에드는 진심이었다.
설마 테오가 가주의 일검을 직접 견디고도 멀쩡하게 나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최소한 중상이라도 입어 입원이라도 했다면 손쓰기가 쉬웠겠지만…… 지금은 아냐.’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도 물 건너가 버린 것이다.
테오를 사냥하려면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 할 모양이었다.
“이제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죠? 설마 저더러 계속 이 더럽고 누추한 곳에 머물라는 건 아니시겠죠?”
“잠시만 참고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궁주께서 겪으신 수모를 배로 갚게 해드릴 터이니.”
에드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그 말이 에밀에게 향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향하는 건지는 본인만이 알 일이었다.
* * *
“악시온.”
“예. 외숙부.”
악시온은 거처에서 쫓겨난 충격으로 히스테리에 젖은 채 물건을 마구 던져대는 에밀을 지켜보다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에 테오 라그나르를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죽여라.”
“어차피 개화식에서 팔이라도 하나쯤 날려버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설프게 건드릴 생각 마라. 확실하게 목을. 반드시 목을 쳐야만 한다. 알았느냐?”
악시온은 묻고 싶었다.
대체 율법청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지만 아무리 캐물어 봐도, 에드와 에밀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술을 꽉 다물 뿐.
‘어차피 다른 시비들을 캐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들인데. 어지간히 쪽팔리신 모양이군.’
언제나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따귀를 올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악시온은 그런 에밀의 모습이 가엽기보다는 우스울 뿐이었다.
‘아버지께 일검을 받았다지? 후후. 병신 새끼가. 정말 많이 컸단 말이지.’
악시온의 입술 끝이 비틀렸다.
재미있다고 여겼던 장난감이 생각보다 더 재미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냐?”
“장미궁에 있다는 ‘유물’이라는 것, 대체 정체가 뭡니까? 대체 뭐기에 외숙부와 어머니가 그렇게 장미궁을 갖지 못해 안달이신 거죠?”
겉보기에 장미궁은 그저 가주의 여자들을 한데 모아두기만 한 장소.
하지만 에드와 에밀은 오랫동안 이곳에 손을 뻗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에드는 한순간 고민했다.
트로이반에서도 우연찮게 알아낸 비밀을 과연 이 어린 조카에게 공유해줘도 될까 하고.
다행히 고민은 길지 않았다.
녀석 역시 절반은 트로이반이었으니.
“태고룡(太古龍)을 아느냐?”
“시조님과 계약하셨다는 수호룡의 먼 조상이 아닙니까?”
“맞다.”
“그런데 그게 왜?”
“태고룡의 흔적이 장미궁에 있다면. 믿을 테냐?”
“……!”
악시온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태고룡은 옛날 구전 설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니. 그는 ‘진짜’ 살아있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인간들을 위해 모든 걸 내놓았지. 육체도, 마력도. 심지어 영혼까지도.”
“……!”
“그리고 그 태고룡의 흔적이 묻은 것을 보통 ‘유물’이라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존귀한 가치를 지닌 유물이 장미궁에 있다더구나.”
순간, 악시온의 두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나는 것을, 에드는 미처 보지 못했다.
“장미궁만이 아니다. 우리가 있던 동백궁도, 매화궁주의 매화궁도, 가주께서 머무시는 가주전도. 유물이 모두 흩어져 있지.”
“그 유물이라는 건 어떤 형태를 하고 있습니까? 장미궁을 강제로 점거해서 그것만 훔쳐온다면……!”
“문제는 유물이 영물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직접 손에 넣기 전까지는 그게 유물인지도 모른다.”
“어렵군요.”
“그래서 나도, 그리고 네 어머니도 오랫동안 그토록 장미궁을 손에 넣고자 애썼던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테오 놈을 잡을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그래. 그거다. 놈은 위험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 세상에 있으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놈이야.”
어쩌면 이미 유물의 선택을 받은 건지도 모르고.
에드는 뒷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교룡회는 앞으로 계속 네 옆을 지킬 것이다.”
“요즘 들리는 소문이 그리 좋지 않던데. 그래도 같이 하려나 봅니다?”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후후.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홉 곳이 조금 전에 이탈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섯 곳은 여전히 테오 라그나르의 목을 원하고 있으니. 내가 적당한 기회를 봐줄 테니, 그때 움직이도록 해라.”
“그러겠습니다.”
“특히 세레스 상단이 네 외가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도움이 될……!”
삐이이익!
에드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순간 표정을 굳혔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검은 깃털의 새.
세레스 상단에서 특별히 키우고 있다는 전서구였다.
그런데…… 그 새가 피투성이였다.
날갯짓에 힘도 없어 보였다.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어쩐지 모르게.
에드는 핏빛처럼 붉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던 테오의 모습이 떠올라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 * *
율리우스는 피와 먼지로 목욕을 하다시피 한 이블린을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 그게 무슨 꼴인가?”
마치 임무를 갓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모습 같다.
심지어 옆에 있던 웰링턴도 마찬가지.
이블린은 흐트러진 숨소리를 하면서 율리우스에게 미소지어 보였고,
웰링턴은 품에 안고 있던 나무 상자를 테오에게 내밀었다.
“부탁했던 상자, 이게 맞소?”
딸칵-
테오는 밀랍으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뚜껑을 강제로 뜯어 내용물을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는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한시름 놓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알 수 없는 대화를 멀뚱하게 듣고 있던 율리우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대체 그게 무엇이기에?”
테오가 덤덤한 어투로 대답했다.
“항룡의 목숨줄입니다.”
“음……?”
“항룡이 그동안 세레스 상단을 통해 본가의 정보를 트로이반에 흘리고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율리우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그는 황급히 이블린을 돌아봤다.
이블린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조금 전에 테오 도련님의 부탁대로 윈터러에 상주 중인 세레스 상단 지부의 인원을 전원 척살하고 오는 길입니다.”
“……!”
“다행히 지부의 호위 병력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외부에 일이 있어 나간 상태였기에 방어에 취약해서 처리가 쉬웠습니다.”
세레스 상단은 라그나르의 봉신 세력 중에서 군수 물품을 담당하는 곳.
아무리 테오와 갈등 관계라고 해도, 함부로 건드렸다간 겨우 봉합시킨 정치적 역풍을 다시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 거기서 재미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저 상자로군. 대체 저 안에 든 게 뭔가?”
“기무국장이 세레스 상단을 통해 트로이반으로 비밀리에 보낸 서찰입니다. 중요 정보들이 상당수 적혀 있더군요.”
“허……!”
율리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 에드와 관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문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9룡이었기에 배신감이 너무 컸다.
“그럼 이 사실을 서둘러 공론화시켜야……!”
“아뇨. 그럴 생각 없습니다.”
테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테오 공자? 그럼 항룡의 허울을 이대로 덮어두려는 것이오?”
“항룡은 고작 이런 걸로 덜미가 잡힐 만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닙니다.”
“…….”
“이걸 들킨다고 해도 꼬리를 자를 준비 정도는 해뒀겠죠. 섣불리 건드렸다간 역공만 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런.”
율리우스는 섣불리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테오의 말마따나 에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니.
“더구나 이미 가주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게 사실이오?”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도 항룡과 동백궁주의 몰락은 사실 가주전의 의도대로 진행된 거였으니까.’
테오는 정보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교룡회는 사실 에드가 라그나르를 장악하기 위해 조카인 악시온을 대리로 내세운 위장막이었다.
나중에는 덩치가 너무 커져 원로원을 위협할 만큼 큰 세력을 구가하기도 했지만.
몰락은 그에 비해 너무 쉽게 이뤄지고 말았다.
라그나르에서 가주의 눈 밖에 난다는 건 그만큼 위험했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교룡회의 상당수가 이탈했겠지. 주변의 여론도 좋지 않을 테니.’
아직 이때는 교룡회가 에드의 사조직으로 굳히기 전이었으니까.
‘반면에 그만큼 내 가치는 올라갔을 테고.’
“그러니 저는 이대로 놔둘 생각입니다. 항룡도 생각이 있다면 섣불리 절 건드리지 못할 테구요.”
“……세레스 상단의 몰락으로 붉어질 논란도 제 선에서 자르려 하겠군.”
테오는 말없이 웃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순간, 율리우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 외에 말하지 않은 테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보이기 때문이었다.
‘뭐가 됐든 겉으로는 테오 공자가 세레스 상단을 본보기로 직접 처벌하고, 항룡은 이에 굽힌 것으로 비칠 모양새다.’
테오의 이름값은 그만큼 높아질 테지.
여전히 그에게 원한을 품은 곳도 세레스 상단의 꼴이 날 수 있을 테니 자중할 테고.
‘대체 언제 이런 냉철한 자세를 갖추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테오의 손속이 무뎌서 충고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 빠른 변화였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테오는 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은 걸까?
하지만 묻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당분간 항룡은 제게 시비를 걸지 못할 겁니다.”
“대신에 기회를 엿볼 것이오. 악시온 공자를 이용해서. 이를 테면.”
“개화식이겠죠. 그때는 모두가 정신없을 테니.”
율리우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화식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그 안에 어떻게든 강해져야 했다.
항룡의 마수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첫 번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푸른빛이 나던 2층의 창고방. 거기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야.’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