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8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0화(180/224)
격화되는 권좌 경쟁 (5)
갑자기 웰링턴의 목을?
이게 갑자기 무슨?
“그게 무슨 말씀이신……!”
“백탑으로 복귀하던 중에 마탑의 소탑주를 붙잡았던 것을 기억하느냐?”
“예. 제가 소탑주를 우연히 발견하여 생포하였었고, 등룡 님께 인계하였습니다만…….”
“그 등룡이 소탑주를 데리고 잠적하였다.”
“……!”
“마탑은 현재 트로이반과의 동맹을 맺은 정황이 있고, 소탑주 나자리우 몬테는 우리 영역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가 흑설에 발각된 전적이 있다. 우리는 이 뒤를 쫓고 있었어.”
테오는 등룡의 뒤를 쫓는다던 클레베의 모습을 떠올렸다.
“혹시 클레베 님께 무슨 일이라도……?”
“너와 등룡…… 아니, ‘용’이라고 부르기도 역겹군. 하여튼 너와 파렐 라그나르가 헤어진 당일, 클레베와 흑설의 요원 여덟 명이 사망했다.”
테오의 눈이 흔들렸다.
흑룡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똑같은 시각에 전전대 가주인 힐다 라그나르도 실종되었고.”
쿵쿵쿵쿵쿵!
심장의 박동이 미친 듯이 빨라졌다.
“일단 흑설에서는 힐다 라그나르가 마탑 쪽과 접선을 하고, 이를 위해 가신이었던 파렐 라그나르가 흑설의 추격을 뿌리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부로 가주님의 허락 하에 흑설 전체에 힐다와 파렐, 두 사람에게 척살령이 발동된 상태이……!”
“자, 잠시만요!”
테오는 다급하게 흑룡의 말허리를 끊었다.
“등룡 님이 흑설의 요원들을 사살했다는 게 확실한 겁니까?”
“그래. <수면(水面)의 도(刀)>와 같은 예리한 살상력은 그만이 할 수 있는 비기이지. 마력흔도, 마력향도, 모두 그가 분명해. 몇 번이고 확인한 사실이다.”
“…….”
“따라서 파렐 라그나르의 유일한 제자였던 웰링턴 나르시오도 똑같이 척살령이 걸렸으니, 그와 가장 친한 친구였던 너의 의견이 궁금한 것이다.”
테오를 보는 흑룡의 시선이 깊어졌다.
“어쩌겠느냐? 척살령을 네게 위임했을 경우. 그들의 목을 벨 수 있겠느냐? 거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순간, 흑룡의 두 눈이 검붉게 변하면서 동공 안쪽으로 새로운 동공이 하나 더 활짝 열렸다.
직관안(直觀眼).
흑룡이 자랑하는 비전 중 하나로, 질문에 따른 상대의 체질 반응을 체크하여 참·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동공의 움직임, 심장 박동수, 호흡의 빈도, 뇌파의 속도, 신경계의 긴장도, 혈압의 수축, 손에 흐르는 식은땀 등등을 체크해서 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동의하느냐?”
“……예.”
테오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군. 그럼 이제부터 물으마. 파렐과 헤어질 당시. 너에게 별다른 언질은 없었느냐?”
테오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힐다 님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미친 영감이로군. 역시 반란이라도 생각하고 있던 건가?”
카일과 함께 최선두에서 광룡제를 권좌에서 끄집어내렸던 존재가 바로 흑룡 로베르였다.
당연히 힐다가 다시 기지개를 편다는 신호에 냉소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건?”
“없었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예.”
“일단 지금까지 한 발언 중에 전부 거짓은 없군.”
‘나가의 둥지를 찾는다는 사실까지 당장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테오는 아주 잠깐 동안 고민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놓을지 말지를.
하지만 힐다와 등룡의 배반은 전생에 없었던 사건.
그건 테오가 벌인 일 중에 무언가가 나비 효과를 일으켜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테오는 이 부분을 직접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단순히 흑룡과 등룡의 정쟁에서 등룡이 패배를 하고 누명을 쓴 건지.
아니면 정말 힐다가 나가의 둥지를 찾으면서 더 큰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건지를.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친구의 목을 벨 일이 생긴다면. 직접 네 손으로 할 수 있겠느냐?”
“예.”
테오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라그나르에 있어 상부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고, 테오는 자신의 길을 걷는 데 있어 일절 방해거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테오는 웰링턴을 믿었다.
‘전생에서 웰링턴의 나르시오는 라그나르에 반기를 들었지만, 현생의 웰링턴은 절대 그럴 이유가 없어.’
웰링턴이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었다.
-테오 공자가 만든 라그나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오.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를 것 같거든.
‘웰은 나의 라그나르를 볼 때까지 절대 칼을 거꾸로 잡을 사람이 아냐. 오해가 있다면 풀면 그만이다.’
그런 테오의 믿음은 굳건했고, 직관안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흑룡은 그것을 전부 ‘진실’로 받아들였다.
“좋다. 모든 대답에 거짓 한 점 섞여 있지 않으니 너는 확실한 라그나르가 맞구나. 용문검사의 승급시험을 치를 자격이 있겠어.”
“그럼 이제부터 저는 힐다 님과 등룡 님을 쫓게 되는 겁니까?”
이런 질문을 한 의도부터가 추적을 승급시험의 임무로 삼으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테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이미 그 임무는 다른 사람이 승급시험으로 하달 받은 상태니까.”
테오는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율리우스를 돌아봤다.
율리우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블린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어. 흑설을 비롯해서 백갑용기대에서 몇 사람을 붙였고.”
“……!”
“네가 맡게 될 승급시험은 조금 달라.”
“테오 라그나르, 이번에 상급검사가 되면 조장의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지?”
흑룡은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테오 앞에다 던졌다.
테오가 조용히 그걸 열어봤다가 살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너는 내일 새벽에 있을 특수 작전에 뛰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장용 임무에 불과할 뿐. 진짜 임무는 따로 있다.”
임무에서 적혀있는 내용은 간단했다.
-새롭게 꾸린 조를 이끌고, 성마교의 이동 분교를 급습해 <이름 없는 군주>의 부활식을 막아라.
성마교가 부활 의식을 치르고 있는 건 이미 카일과 함께 확인한 사실.
그러니 이번에 맡게 될 5번조는 물론, 용의 군단과 함께 기습을 노린다면 저들에게도 꽤 뼈아픈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네가 부활식을 막고 있는 동안, 남은 백갑용기대와 흑색철기대가 후발주자로 들이닥쳐서 성마교의 뿌리를 뽑을 것이다. 저들의 저항도 만만찮을 테니 혼란이 적지 않겠지. 그럼 바로 그때 자연스럽게.”
흑룡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테오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토르켈 라그나르를 제거해라.”
“……!”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테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그리고 니엘은 전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다면 너의 용문검사 승급은 물론, 흑설은 너를 지지할 것이다.”
* * *
“그럼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달라고.”
긴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 안시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르켈은 인사 대신 유리잔을 들면서 질문을 던졌다.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누님?”
“그럼. 얼마든지.”
“늘 같이 계시던 기샤르 형님이 보이지 않으시던데요.”
“아, 오라비?”
안시오는 문가를 벗어나기 전에 가볍게 웃었다.
“죽었어.”
그러고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흑색철기대의 막사를 떠났다.
토르켈은 그녀를 배웅하지도 않고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이얀은 힐끔 문가 쪽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토르켈을 찾았다.
“대장.”
“조금 전에 누님이 그러시더군. 자신과 패룡이 함께 하니 손을 잡자고.”
토르켈은 술잔에다 얼음을 담으면서 피식 웃었다.
“흑색철기대와 적검기사단, 패룡과 자신의 기반을 합치면 얼마든지 하나의 큰 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거기다 원로원까지 끌어올 수 있다나? 그럼 르제 누님과 테오를 제거하고, 킨카르논 형님까지 끄집어 내려서 둘이서 자웅을 겨루면 되지 않겠냐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하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
“너도 이런 내 선택을 멍청하다고 생각하나?”
아이얀이 엷게 웃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멍청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요.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잘 모릅니다. 즐거운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고, 싫은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한다면 싫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죠.”
“……?”
“대장과 함께라면 늘 즐겁다는 거.”
“…….”
“그리고 늘 이긴다는 것. 검사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요? 아마 다른 대원들도 다 같은 생각일 겁니다.”
토르켈은 가만히 얼음을 응시하기만 했다.
“그러니 대장이 그런 선택을 하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시겠죠. 다른 건 머리 아프니 알아서 하십시오.”
토르켈은 가만히 아이얀의 말을 곱씹으면서 유리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뒤통수 맞기 딱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조금 전에 백갑 놈들에게 패배한 걸 그새 잊은 거냐?”
“패배해요? 누가요? 우리가? 에이. 아주 작정하고 부딪친 것도 아닌데 그걸 누가 알아요?”
아이얀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건 흑색철기대 대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남들은 그들이 패배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흑색철기대는 아니었다.
그들은 불패이며, 무적.
전쟁터에 나서서 단 한 번도 쓰러진 적이 없을지니.
이번 충돌에서 백갑용기대에 밀렸다고 하나, 그것이 만약 실전이었다면 전혀 달랐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들 역시 아직 꺼내지 않은 비장의 한 수 정도는 있었으니까.
물론, 백갑용기대도 숨겨둔 한 수쯤은 있을 테니, 남들이 듣는다면 단순한 자기 위안이라고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자신들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당장 대원들 사이에 별다른 대화가 없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차후에 백갑용기대와 부딪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계획을 짜느라 그런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토르켈이라면.
그들이 아는 대장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
“……내가 수하들은 참 잘 두었군.”
토르켈은 한참 동안 아이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이얀이 씩 웃었다.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아니.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거지. 좋아. 그럼 나도 그 보답으로 내 생각을 말해주마.”
순간, 아이얀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토르켈에게서 천천히 새어 나오는 기운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면서도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아-
“마…… 기?”
덜그럭, 덜그럭!
막사 안에 있던 물건들이 마치 귀신이라도 든 것처럼 들썩이기 시작했다. 검은 아지랑이가 풀풀 날렸다.
아이얀의 살갗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마해의 마물.
생명에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은 기세가 그 속에 있었다.
문제는 그만이 아니었다.
“아, 아니…… 이건 용력(龍力)……? 하, 하지만 마기에 용력이 어떻게 섞일 수 있는……?”
마물에게는 천적이라는 용의 기운도 묻어났다.
라그나르의 검사가 용문검사의 경지에 올라야만 깨달을 수 있다는 용력은 마기와 충돌을 벌이다가도 뒤섞이면서 아이얀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광기(狂氣)……!”
고오오오-
그 기운에 세 번째 기운이 나타나자, 아이얀은 당장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맛봤다.
단순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의식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정신 세계가 낱낱이 분해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머리 한편에 눌러놨던 기억 하나가 폭발했다.
먼 과거.
카일이 권좌에 앉기 전.
용력의 신비를 깨우치면서 역대 최강의 가주가 되었으나, 더 큰 힘을 바란 나머지 마해로 건너가 마물의 힘마저 깨우친 자가 있었다.
힘을 갈구하는 그의 광기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 없을 만큼 깊었고, 그 피해는 라그나르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갈 정도로 대단해서 끝끝내 카일과 의형제들이 반란을 일으킨 뒤에야 겨우 끝나고 말았으니.
기록말살형이 떨어져 이제는 기억하는 이들도 드물었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도 몸을 떨었다.
그래서 붙은 별호도 광룡제(狂龍帝).
죽은 지 수십 년도 훨씬 지났다던 그의 비전이 바로 이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대, 대, 대, 대장……?”
아이얀은 몸을 덜덜 떨면서 토르켈을 바라봤다.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설마 이런 건지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으니.
“아이얀.”
토르켈이 검게 물든 눈으로 아이얀을 직시했다.
“너는 나를 얼마나 믿지?”
“……목숨보다도.”
“나는 아버지가 싫다. 그리고 그분의 주변 사람들도 싫다. 흑룡도, 마룡도, 검룡도. 원룡이나 패룡 같은 늙은이들도 싫다. 킨카르논이나 안시오 같은 능구렁이도 싫고, 르제 같은 멍청이도 싫으며, 테오 같이 속 없는 놈도 싫다. 라그나르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새로운 라그나르를 만들고자 한다.”
토르켈이 아이얀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와 함께 하겠느냐?”
아이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손을 맞잡았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