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8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6화(186/224)
광룡제의 후예 (1)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9]상대는 가문에 오랫동안 잠복해있던 배신자입니다. 그의 현재 수호신은 <이름 없는 군주>입니다.
배신자를 처단하세요.
· 난이도: A+
· 보상: 망신의 구슬
· 실패시: 사망
+
눈앞에 떠오르는 퀘스트 메시지.
하지만 테오의 눈에 그런 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정체라……. 그런 걸 설마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동생아?”
토르켈이 피식 웃으면서 양손을 활짝 펼쳤다.
“뭐긴. 당연히 형이지.”
콰콰콰콰!
마기와 광기가 계속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회오리를 그려냈다.
콰르릉! 콰릉!
검은 마기와 노란 뇌기가 부딪치면서 사방에서 폭발을 빚어냈다.
이제 테오도 토르켈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라그나르의 계승권자이고, 곧 권좌에 앉아 라그나르를 바꿀 존재.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테오는 토르켈의 두 눈이 서서히 검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라그나르를 바꿔? 당신이? 그동안 라그나르가 거부하던 정체성을 등에 업은 주제에?”
“라그나르의 정체성은!”
토르켈은 테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굴부터 목까지 핏대가 금방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승자만이 가지는 것일지니! 나는 정당한 계승권자로서 그 권리를 주장할 뿐이다!”
어느덧 두 눈이 완전히 흑구슬처럼 까맣게 물들었으니.
테오는 상대의 모습에서 라그나르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역사 하나를 떠올렸다.
-광룡제의 생김새.
광기에 이성과 육체가 모두 잠식된 그는 눈동자의 검은 동공과 흰자위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었다…….
“당신이 말하는 권좌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아닌 모양이군.”
“당연하지! 그는 비겁하게 권좌의 주인이 약해진 틈을 타서 찬탈을 꾀한 반역자에 불과할 뿐! 그 자리는 원래 조부님의 것일지니.”
조부(祖父).
그들에게 그렇게 부를 만한 사람은 광룡제밖에 없었다.
“난 조부님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지금부터 정당한 자리를 되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토르켈이 철갑마의 안장을 박차면서 테오에게 쇄도했다.
테오도 동시에 지면을 거세게 박차면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위로 쳐올렸다.
콰아아앙!
두 번째 격돌이었다.
* * *
부활식의 제단에서 섣불리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 장소가 딱 두 곳 있었다.
두 명의 용, 율리우스와 에드가 부딪치는 곳.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콰쾅! 콰콰쾅!
콰릉, 콰르르릉-
우르르……!
바로 테오와 토르켈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대검과 흑창이 번쩍이고.
세 자루의 검이 낙뢰가 되어 토르켈이 있던 장소에 꽂혔다.
차차차차창!
정신없이 몰아치는 두 사람의 전투에서 이미 트로이반이 개입할 구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테오…… 아니, 임시 5번조장이 저렇게 강했나?”
“흑색철기대장을 상대로 막상막하라니. 허!”
“여러 번 듣긴 했지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말도 안 되는 발전 속도로군.”
백갑용기대의 조장들은 하나 같이 놀라면서도 크게 기뻐했다.
대원이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부대의 전력도 상승한다는 의미이므로.
저 정도면 이제 손에 꼽히는 계승권자일 뿐만 아니라, 9룡 바로 아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차기 백갑용기대장이 되겠다던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물론, 테오가 토르켈과 대등한 승부를 보일 수 있는 건, 현재 올 버프 모드이기 때문이었다.
평상시 전력으로는 몇 수를 나누는 게 고작일 테지.
토르켈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무인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하지만 테오에게는 바로 그런 사실이 중요했다.
자신이 가진 힘만으로 토르켈과 겨룰 수 있다는 것.
그렇다는 건 싸우는 방식에 따라서 이길 수도 있단 뜻이 아닌가?
푸화아악!
“제법…… 나를 연구 많이 했구나.”
토르켈이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테오를 노려봤다.
숨겨뒀던 광룡제의 기운까지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테오를 아직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당신도 결국 내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테오의 주변으로 세 자루의 검들이 나란히 나열했다.
“뭐, 이제는 정말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시건방진 태도를 고수하는지 보자.”
테오는 어쩐지 투구 아래에 숨겨진 토르켈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파아앗!
콰앙-
그리고 재차 이어진 충돌.
콰르르릉!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마기와 뇌기는 어떻게든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영역 다툼을 벌였다.
‘이다음에는 왼쪽 목덜미 쪽인가?’
순간, 두 사람의 시야를 잠깐 가렸던 검은 장막이 꿰뚫리면서 창날이 깊숙하게 찔러 들어왔다.
테오는 영묘검을 움직여 가까스로 그것을 옆으로 쳐내고, 용살검과 월백검이 각각 좌우에서 가위처럼 녀석의 허리를 갈라왔다.
하지만 토르켈은 몸을 팽이처럼 돌리면서 그 공격들을 모조리 튕겨냈으니.
채채채챙!
테오가 염동력으로 세 자루나 되는 검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것도 대단했지만, 창 한 자루만으로 그걸 모두 막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빈틈을 파고드는 토르켈의 솜씨는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무기의 숙련도만 따진다면 매화궁주와 견주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만약 검의 구슬이 주는 강렬한 영감이 아니었다면, 테오도 녀석의 현란한 창술에 휘말렸을 게 분명했다.
쉬쉬쉬쉭!
‘창술, 보법, 신법, 안목, 사소한 습관까지…… 모든 게 광룡제와 너무 흡사해.’
테오는 그 모습에서 과거 정보원으로 지내면서 봤던 광룡제에 대한 정보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흑설과 정보국에는 광룡제와 관련된 문건이라면, 사소한 식습관부터 그가 친구들과 나눈 손편지까지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상하게 여기긴 했었다.
분명히 광룡제는 기록말살형에 처해지지 않았던가.
그가 카일의 검에 목이 달아났다는 정보도 있었으니, 사실상 광룡제에 대한 문건은 전부 폐기되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그때까지 남아있었으니.
의문을 가졌어도, 혹시 있을지 모를 반란에 대비하려는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이건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광룡제가 언젠가 돌아올 것을.
어쩌면 흑룡도 이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흑설이 광룡제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던 게 아닐까.
그리고 토르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흑룡과 흑설의 수작이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토르켈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 한참 뒤였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테오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금세 들키고 만 것이고.
‘대체 광룡제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머리가 잘렸다면 분명히 살아있을 수가 없을 텐데.
그러다 테오는 문득 다른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토르켈이 부리고 있는 또 다른 힘, 마기에 언뜻 생각이 미쳤다.
‘토르켈이 정말 성마교와 손을 잡은 게 확실하다면, 광룡제도 성마교에 투신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이름 없는 군주>는 외신(外神), 즉, 신의 일종이었다.
섭리와 법칙에 직접 손을 대고, 죽음과는 거리가 먼.
그렇다면 그에 의해 ‘부활’하는 것도 가능하지는 않을까?
-광룡제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것은 마해의 탐방을 핑계로 대장벽을 넘은 이후부터였으니……. 이때, 광룡제의 눈은 마기로 뒤덮여…….
전생에서 봤던 문건 중 하나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럼 정말 광룡제가…… 부활한다?’
이렇게 되니 테오는 그동안 가졌던 많은 의문들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 같았다.
어째서 흑룡과 율리우스를 포함한 그의 의형제들은 ‘무언가’를 오랫동안 쫓고 있었던 건지.
라그나르 안에 숨어든 세작들을 오랫동안 내버려두고 있었던 건지.
에드라는 끄나풀이 고개를 치켜든 후에야 축출을 시작했고,
트로이반은 어째서 그토록 태고룡의 유물을 손에 넣는데 집착했던 건지.
성마교가 어째서 트로이반과 함께 하고 있었는지도……!
콰아아앙!
테오는 토르켈을 한참 뒤로 밀어내면서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물었다.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트로이반은 성마교와 손을 잡은 게 아니라, 애당초 트로이반은 성마교가 부리는 여러 말 중 하나에 불과했던 거야. 그렇지?”
투구 아래에선 토르켈의 검은 안광만이 흉흉하게 빛날 뿐.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성마교에 의탁한 광룡제가 만들어낸 것이 트로이반이라고 한다면…… 전부 이 모든 게 이해가 돼.”
에드를 비롯한 트로이반의 간부들은 항상 테오와 부딪칠 때면 내뱉던 말이 있었다.
자신들이야말로 ‘진짜’라고 소리치던 자들.
그게 최소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거짓은 아니었던 셈이다.
트로이반은 자신들이야말로 ‘진짜’ 라그나르의 본류(本流)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므로.
그렇다면 에드가 라그나르에 잠입해서 태고룡의 유물을 끌어모았던 것도,
그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왜 그토록 충성심이 강하고 뿌리 깊었는지도 저절로 이해되었다.
아마 토르켈도 그런 광룡제와 트로이반이 오래 전에 심어뒀던 씨앗 중 하나일 테지.
흑룡은 음지에서 그런 트로이반의 마수를 쳐내다가, 비교적 최근에 토르켈의 정체를 알아냈을 테고.
“…….”
토르켈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테오는 그걸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웃기는 노릇이야. 한때는 그래도 최전선에서 <이름 없는 군주>를 물리치려고 애썼던 작자가, 오히려 그쪽으로 전향해서는 자기가 진짜니 뭐니 자위하는 꼴이라니. 우습지도 않나?”
테오는 한껏 비웃음을 던졌다.
그는 진심이었다.
말이 좋아서 전향이지, 자신의 입지가 불리해지니까 배신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덕지덕지 붙이는 꼴이 아닌가.
“……진실도 모르는 놈이 잘도 떠들어대는구나.”
“네깟 놈들이 말하는 진실 따위 별로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만.”
토르켈은 잠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역시 난 네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테오.”
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운이 좋아 선택자가 되어 그 자리에 앉은 주제에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척 떠들어대는 꼴이라니……. 하아!”
“운이 좋았다고? 그래. 당신에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네.”
테오는 굳이 반박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토르켈이야말로 자질이 뛰어난 어머니의 밑에서 태어나 갖가지 지원을 다 받고, 광룡제의 신임까지 받으면서 흑색철기대의 대장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토르켈도 토르켈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왔을 테지.
그리고 그건 테오도 마찬가지였으니.
결국 이건 누가 더 옳은지를 겨루는 싸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가 더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겨루는 싸움이었지.
그래도 한때 테오가 손을 뻗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진짜 모습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쩌지? 당신이 뭘 노렸든지 간에 계획은 다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검은 꽃은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테오와 율리우스가 계속 길을 막아서고 있기에 회수하지 못하는 중이었고,
토르켈이 트로이반과 광룡제의 간자라는 사실도 이미 낱낱이 까발려졌기 때문에 라그나르에서 발을 붙일 구석 따윈 없었다.
더구나 흑색철기대도 백갑용기대에 완전히 가로막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중이었으니.
이미 허를 찌르려던 토르켈의 계획은 전부 실패가 된 셈이었다.
하지만,
“물거품이 돼? 내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토르켈은 오히려 웃었다.
테오는 녀석이 허세를 부리나 싶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가, 순간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두두두두!
어디선가 거칠게 지면을 두들기는 말발굽의 소리가 들렸고,
케에에엑!
하늘에선 용의 울음소리로 보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저게…… 뭐지?”
“백룡? 이게 무슨!”
서쪽.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흑색의 기마군단이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나부끼는 깃발에 적힌 글자가 테오의 눈에 박혔다.
-흑색철기대.
그리고 맞은편 동쪽. 하늘에서는 하얀 갑주를 입은 와이번 무리가 떼를 이루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들이 달고 있는 깃발에 적힌 이름과 문장도 역시나 익숙했다.
-백갑용기대.
“……!”
새로운 흑색철기대와 백갑용기대의 등장.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테오와 대원들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고,
“조금 전에 네가 말하지 않았었나? 트로이반이 광룡제가 만든 또 다른 라그나르라고.”
토르켈은 함정에 빠진 건 자신이 아니라 바로 너라고 말하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흑색철기대나 백갑용기대가 있어도 이상하진 않을 텐데?”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