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8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8화(188/224)
광룡제의 후예 (3)
토르켈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그의 앞에 뛰어난 실력을 지닌 형제들이 워낙에 많았으니까.
대신에 토르켈은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난 형이랑 누나들이 많은 게 짱 좋아! 막 시끄럽고 즐겁잖아!
-우리 아들은 형제들이 좋나 보구나…….
-응!
해맑게 웃던 자신을 씁쓸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왜 그러신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토르켈은 무작정 형제들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인사도 대화도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는 형제들이었지만.
같은 성씨를 나누고 있는 만큼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동안 봤던 동화 속의 ‘가족’은 원래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가족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잔뜩 알아와서 어머니께 하루 종일 말씀드리자.
그럼 어머니도 웃으실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파하하! 내가 왜 이렇게 강한 거냐고? 글쎄. 잘나서?
바로 손윗누이인 르제는 항상 자유분방한 성격을 자랑했고,
-안시오, 봤냐? 이놈 너무 멍청하게 생겼는데. 이런 녀석도 우리 형제라고 해야 하나? 대체 아버지는 형제를 얼마나 더 싸지를 생각이신 거야, 대체?
-오라비, 말조심해. 토르켈이라고 했지? 앞으로 잘 지내보자.
이미 천재 쌍둥이 남매로 유명했던 기샤르와 안시오는 그를 세워두고 웃기 바빴다.
기샤르는 아예 노골적으로 경멸감을 숨기지 않았고, 안시오는 따스하게 웃으면서도 묘한 벽을 쳤다.
그리고,
-네가 내 동생이라고? 그래서?
맏형이었던 킨카르논은 별다른 흥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를 보고 싶어하는 녀석이 있다고 해서 잠깐 흥이 생겨 부른 건데. 별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그때, 토르켈이 받게 된 감정은 ‘암담함’이었다.
그래도 형제들 중에서 아버지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져 있고, 재능만큼이나 뛰어난 업적을 자랑하던 맏형이었기에.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도 그 이름만큼은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던 맏형이었기에.
그가 내뱉던 한 마디 한 마디는,
-내게 너 같은 녀석이 대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난 그중 절반도 기억하지 못한다. 너희들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사람이 많거든.
전부 비수가 되어 토르켈의 가슴을 찔렀다.
-내 눈에 띄고 싶다면 그만큼 발버둥 쳐라. 그럼 혹시 알까? 이름이나 기억할지.
기억할 가치조차 없는 이름.
킨카르논에게 있어 토르켈이란 존재는 딱 그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내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그 외에 다른 형제들은 아예 토르켈을 만나기조차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만나더라도 오히려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거나.
심지어 암살 기도를 하려는 작자도 있었다.
그래서 울면서 아버지가 계신 가주전을 찾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그래서?
카일은 딱 그 한 마디만 하고 돌아섰다.
그제야 토르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긴 가족이 아니야. 짐승 소굴이지.’
아니, 짐승들도 최소한 자기 가족은 아낄 줄 알았다. 그러니 여긴 짐승만도 못한 곳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토르켈이 절치부심 단련하기 시작한 것이.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창을 쥐었다.
그는 자신을 알았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재능이 부족하니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만 했다.
남들이 1시간을 단련할 때면, 그는 5시간을 단련했다. 그렇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도 없었고, 뛰어넘을 수도 없었다.
그 덕분일까?
아주 긴 시간이 흘렀을 때, 그는 그토록 기대하던 흑색철기대의 대장이 될 수 있었다.
호사가들은 기존의 계승권자들을 위협하는 천재의 탄생이라고 환호했고, 몇몇은 드디어 ‘5대 후보’가 갖춰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다시 이뤄진 킨카르논과의 대면 자리.
이제는 맏형도 자신을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느낄 것이다, 토르켈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엔 어린 자신을 무시하던 르제나 기샤르도 일견 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낯은 익은 것 같은데. 네가 누구였더라?
킨카르논이 그에게 던진 말에 토르켈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역시나.
이놈의 집구석은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 * *
-그렇군. 네가 바로 내 손자구나.
언제였더라?
라그나르에 대한 증오심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할 방법 따윈 없어서 오로지 권좌에 앉을 생각만 하던 날이었다.
그 날도 토르켈은 임무에 나선 상태였다.
임무는 성마교의 잔당 토벌.
라그나르의 영역에 있던 어느 소도시에 학살을 일으킨 자를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거기서 만나게 되었다.
어느 한 노인을.
작은 체구에 평범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
그는 토르켈을 앞에 두고서 ‘손자’라고 말했다.
토르켈은 어이가 없었다.
외조부는 오랜 병환으로 돌아가셔서 자신이 직접 장지를 옮겼었고, 친조부라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카일의 반란으로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부활이라는 것이 있다. 신의 영육을 직접 몸에 받아 이 땅에 강림하는 행위를 말하지. 나는 망신의 영육을 나누어 받아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노인은 자신을 가리켜 ‘광룡제’가 맞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여주는 비전들은 확실히 라그나르의 직계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광기와 마기, 용력의 혼재.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기운들을 본 순간 토르켈은 자연스럽게 칼을 쥐었지만.
그래서 죽음까지 각오했지만, 광룡제는 오히려 차분하게 토르켈의 검을 아래로 내렸다.
-나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그래. 그게 어떻게 보면 너희들에게는 당연한 일일 테지. 카일과 로베르에게 배운 게 그것일 테니.
광룡제는 웃었다.
아주 따뜻하게.
-그러니 나를 적대해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내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봐주지 않겠느냐?
토르켈은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축출의 날’에 대한 비밀을 모두 들었다.
카일이 얼마나 비겁했는지, 흑룡이 얼마나 교활했는지, 율리우스가 얼마나 가식적인지, 매화궁주가 얼마나 악랄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울었다.
조부님의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믿었던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온갖 악랄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평생을 방황해야만 했던 그분의 인생이 불쌍해서.
-그래도 다행히 이곳에서 정착할 수 있었으니. 너도 한 번 만나보겠느냐? 나의 새로운 ‘가족’들을.
광룡제를 따라간 곳에서,
토르켈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깨달았다.
태어날 때 만난 가족들은 내가 선택할 수 없기에 그들이 어떤 해코지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지만.
자신이 선택한 가족들은 진심으로 자신을 안아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토르켈은 난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크게 웃을 수 있었다.
* * *
토르켈은 다시 라그나르로 돌아왔다.
언젠가 조부님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앉혀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테오오오오오!”
토르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 망신의 구슬을 보고 포효했다.
와락 움켜쥔 주먹에선 부서진 구슬의 잔해들만이 우수수 떨어질 뿐이었다.
이미 그 안에 담겼던 광기와 마기는 낙뢰가 되어 트로이반의 백갑용기대와 흑색철기대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있었으니.
“형제여!”
“지금은 위험하네. 우선 자리를 피하세나.”
하지만 테오에게 뛰어가려는 토르켈을 붙잡는 손길이 두 개 있었다.
아놀드과 하르케. 각각 트로이반의 백색용기대와 흑색철기대의 대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토르켈은 이걸 놓으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래도 망신의 구슬을 전부 뺴앗긴 건 아니지 않나? 회수한 것만이라도 가져가세. 스승님께서도 이해를 해주실 게야.”
“하지만……!”
“보면 모르겠나? 아직 저자의 공세가 끝난 게 아니야.”
그 순간, 테오가 활짝 펼쳤던 주먹을 와락 움켜쥐었다.
<불지옥>
여의주태양의 2초식이 전개되자, 지면에 내리꽂혔던 낙뢰에서 화마가 마구 치솟았다.
수십 개의 회오리가 사방에서 생성되면서 일대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니.
어떻게 공세에서 피하는 데 성공한 자들도 거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용의 군단은 화마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듯 자유롭게 뛰어다니니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이미 절반도 넘는 인력이 무너지고 말았다. 남은 인원도 쓰러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만큼 망신의 구슬에 담긴 에너지량이 어마어마했기에 생긴 대참사.
“형제여!”
결국 토르켈은 몸을 반대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형제들의 말대로 우선은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지만…….
콰콰콰콰!
“이런!”
토르켈이 발걸음을 제대로 옮기기 전에 갑자기 발 앞으로 화마가 수십 미터나 높이 치솟으면서 고열의 화벽(火壁)을 만들었다.
오러를 몸에 감고 그냥 무시하고 통과하려 해도 오히려 당하기 쉬울 것 같았다.
테오가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파아앗-
그리고 테오가 불지옥의 불길을 온몸에 휘감은 채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으니.
“놈이 온다!!”
“형제여! 여긴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 어떻게든 길을 열게!”
아놀드와 하르케는 토르켈의 대답도 듣지 않고 테오 앞을 가로막고자 했다.
여기서 어떻게든 토르켈을 살려서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그들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라그나르의 형제들이었다면…… 절대 생각할 수도 없는 희생이었다.
‘내가…… 내가 대체 뭐라고!’
토르켈은 눈물을 흘리면서 화벽을 베어냈다.
형제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하지만 화벽은 갈랐다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불길이 올라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큰 충격파로 물리쳐도 금세 화력을 회복했다.
테오는 이미 불지옥의 모든 화력을 토르켈 쪽으로 쏟아붓는 중이었다.
퍼퍼퍼펑!
스걱! 스걱!
용살검이 질주했다.
가장 먼저 테오와 충돌을 벌이려던 아놀드의 상갑이 그대로 박살나면서 심장에 구멍이 뚫렸다.
월백검이 떨어졌다.
아놀드를 희생 삼아 테오의 사각지대를 파고들려던 하르케의 걸음이 뚝 멈췄다.
그 순간, 영묘검이 번뜩이면서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지이이이잉!
현재 테오의 머릿속에서 검의 구슬은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염을 발산하는 중이었다.
망신의 구슬에서 새어나온 광기에 반응하면서 최대치로 활성화된 것이다.
덕분에 테오는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한 채 수많은 영감들 중에 가장 옳다 싶은 것들만 골랐고, 그것이 제시한 투로를 밟으며 빠르게 적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테오는 현재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닿을 수 있는 최대치의 경지에 다다른 상태였다.
화아악!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새로운 길이 제시되었다.
토르켈까지 단번에 닿을 수 있는 일직선의 길.
“대자아아앙!”
“위험합니다, 대장!”
흑색철기대의 대원들도 어떻게든 모여들었으나, 대부분 드레이크의 날붙이에 베이거나 백갑용기대의 추적에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결국 그렇게 테오는 토르켈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고 말았고,
끝내 화벽을 뚫는 데 실패한 토르켈은 흑색 장창을 뒤로 돌려 테오의 머리를 노렸다.
차아아앙!
흑창이 대검의 날을 긁으면서 테오의 머리를 찔렀다.
테오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까닥이는 것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잡았다.”
어느새 그의 왼손에 달라붙은 월백검이 반월을 그렸다.
스걱!
토르켈의 정수리부터 아래쪽 턱까지 짙은 혈선이 그어졌다.
“난…… 너희가…… 정말이지…… 싫……!”
토르켈의 시선이 허망하게 테오를 바라보다가,
푸화아악!
곧 쏟아지는 피분수와 함께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