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9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91화(191/224)
승전식(勝戰式) (1)
그라나다의 죽음.
그건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이미 젊은 시절에 카일은 광룡제를 꺾었던 몸.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며 반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니 광룡제의 제자이기만 할 뿐, 아직 성마교의 사도직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던 그라나다가 카일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용활검은 기능을 제대로 개방하지도 못했으니……!’
이쯤 되니 에드도 조금씩 답답해졌다.
-격차(格差).
본류와 지류.
‘진짜’와 ‘가짜’ 사이에 이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던 걸까.
라그나르에 머물면서 그들이 가진 장점이나 시스템을 모두 트로이반에 가져와 이식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성마교의 장점까지 더하면서 더 나은 가문을 만들었다고 자부했었는데 모두 착각이었던 셈이었다.
‘광룡제시여.’
자신들의 임무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광룡제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타까워할까?
아니면 코웃음을 칠까?
‘당신에게 가는 길은 이리도 머나이다.’
“이걸로 트로이반은 끝났군?”
율리우스도 그런 에드의 생각을 읽었는지 포악하게 웃었고,
에드는 검을 바로 고쳐 쥐면서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끝났을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아직 아냐.”
그리고,
파아앗!
한 자락의 섬광과 함께 핏물이 허공으로 튀었다.
* * *
라그나르와 트로이반의 격전 소식은 단숨에 북방을 넘어 제국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들의 전쟁을 살피고 있던 온갖 신문과 잡지, 소식지 등이 소식을 퍼다 나른 탓이었다.
<라그나르, 대승(大勝)!>
<트로이반을 떠받치던 기둥, 가주와 9봉공의 전사. 소가주 생포.>
<동부로 진격하는 라그나르 대군>
<트로이반의 대패 소식에 선을 대던 여러 세력들의 소식이 끊겨>
<마탑, 자신들과의 연관성에 일체 부인>
<[특집기사] 전략적 열세였던 라그나르는 어떻게 북방 전쟁에서 승리하였는가?>
<‘용의 화신’의 눈부신 전공(戰功)>
북방 전쟁은 사실상 제국에서도 손꼽히던 두 검가(劍家)의 패권 싸움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전쟁 초반에는 트로이반이 전력적 우세를 자랑했으니.
지난 천 년 간 북방의 패자로 군림하던 라그나르가 드디어 몰락하는 것인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라그나르는 결국 그들이 지닌 전력이 제국을 뒤덮을 정도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으니.
반응이 더욱더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베로스 점령전 시작>
<베로스 주민들의 무조건 투항>
<트로이반의 성채에 흩날리는 백기>
결국 트로이반의 본가가 위치해 있던 동부의 거대도시 베로스는 라그나르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니.
그제야 전쟁이 먼 세상 이야기 같던 사람들도 그 여파를 느낄 수 있었다.
<트로이반 방계의 신속(臣屬)>
<속속들이 항복하는 트로이반의 기수 가문들>
동부에서 비롯되던 모든 경제가 정지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트로이반에서 성마교의 흔적이 발견되다>
라그나르에서 추가로 발표한 소식은 다시 한번 제국을 들썩이게 만들었으니.
<[사설] 트로이반은 정말 성마교와 연계되어 있던가?>
<충격 르포, 성마교의 침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라그나르가 그동안 수집했던 트로이반과 성마교의 결탁 증거를 제시하면서 트로이반에게 향했던 긍정적인 여론을 단번에 뒤집었다.
성마교는 과거에도 몇 차례씩 제국을 흔들었던 사교(邪敎) 중의 사교였으니까.
만신전의 신들을 모시는 여러 신전에서도 이단으로 배척하면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이었다.
<마탑, “트로이반 측과 계약은 북방 전쟁 전에 종결되어”>
<비단길형제단, “동부와의 거래는 끝난지 오래.”>
<해운연맹, “성마교의 침투는 다른 세력들에도 침투되어. 우리도 한때 위기였다.”>
.
<18선제후 공동 의견서 발표. “우리 모두 성마교와 무관해”>
제국을 떠받친다는 18개의 거대 세력들, 이른바 ‘선제후’들은 전부 트로이반과 같이 엮일까 싶어 발빠르게 움직였다.
결국 제국의 여론 주도권이 빠른 속도로 라그나르 측에 들어가고 있던 그때.
“역시 광룡제와 관련된 기사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네요.”
테오가 각지에서 끌어모은 신문들의 타이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맞은편에 앉아 커피향을 즐기고 있던 율리우스도 웃었다.
“가문의 추한 면은 숨기고, 자랑할 면은 최대한 드러내고. 그게 바로 정치의 세계이지.”
“그런데 성마교 쪽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겁니까?”
“그렇다네. 전부 숨었지. 원래 흑설에서 찾아뒀던 곳들도 전부 방을 뺐다더군.”
“최대한 몸을 사리는 거군요.”
“트로이반이 무너질 거라고는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전부 자네의 공이야.”
테오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해서 가만히 볼을 긁적였다.
사실 그는 토르켈을 잡으라는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가문의 여론은 이제 테오를 영웅화하는 분위기로 몰리고 있었다.
이번 활약상의 중심에 바로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백갑용기대를 비롯한 주요 세력들은 전부 테오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상태였다.
<백갑용기대의 ‘테오 라그나르’ 전격 지원 발표>
<매화궁주의 양아들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흑설주, “테오 라그나르만이 진정한 후계자의 자격이 있어.”>
<원로원의 침묵>
<청검근위단도 테오 라그나르에 대한 지원 의사 표시>
그 외에 당시 현장에 있던 9룡은 대부분 테오를 지지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암묵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원로원장 울프강은 아예 테오와 관련된 일은 일절 개입하지 않으려 후계자 다툼에 중립 의사를 표시했고,
토르켈과의 친분 때문에 자칫 정치적 숙청 위기에 놓인 청검근위단의 단장 환룡은 아예 대놓고 테오 쪽으로 노선을 갈아타려 했다.
더 이상 테오에게 적대시하려는 주요 파벌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동향은 라그나르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여러 언론에서도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떠오르는 신성(新星), ‘테오 라그나르’는 누구인가?>
<3군8준의 명성을 뛰어넘은 1성(星)의 등장>
-1성, 야차성(夜叉星).
최근 들어 테오에게 새롭게 붙은 별호였다.
테오는 그 사실에 잔뜩 고무되면서도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도 항룡을 최대한 쥐어짜고 있으니 뭐라도 나오겠지.”
하지만 테오는 그런 유명세에 취하지 않았다.
어차피 권좌에 앉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길을 건너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란>의 원흉이 되는 성마교를 반드시 박멸해야 하는바.
지난 전투에서 율리우스가 생포하는 데 성공했던 에드가 입을 열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녀석은 절대 쉽게 입을 열지 않았지만.
오히려 죽일 테면 죽이라는 투에 가까웠다.
‘뭔가를 믿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포기를 한 것도 아니고. 대체 무슨 생각일까?’
자신이 직접 에드를 만나봐야 하는 걸까.
테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하튼 오늘 밤에 있을 승전식의 주인공은 자네이니 늦지 말고 참석하게나. 아주 좋은 선물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고.”
율리우스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웃자, 테오도 덤덤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승전식은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될 터였다.
그 자리는 무려,
‘그동안 모습을 숨기고 있던 킨카르논도 올 거라고 했었지?’
현재 존재하는 모든 계승권자들이 모이는 자리였으니까.
* * *
윈터러의 주민들에게 최근 제4연무장의 분위기에 대해 묻는다면 다들 하나 같이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
테오가 떠난 뒤에도 테오가 심어둔 분위기는 여전한 터라, 추종자들의 대련과 훈련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테오처럼 강해지고 싶다며 호기심에 찾아온 이들도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고 혀를 차면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그런데 오늘 따라 제4연무장이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서둘러! 어서!”
“이것들아! 좀 빨리 움직여! 이러다가 제대로 된 자리도 못 찾는다고!”
바로 승전식 행사가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테오가 주인공일 게 분명하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 구경하려는 것이다.
“이블린 님이나 웰링턴 님도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쩝!”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어쩌겠어. 두 분 다 임무로 바쁜데.”
“그런데 두 분 임무가 뭔지 언질이라도 들어본 사람?”
“난 없는데.”
“나도 없어.”
“비밀 임무이신가?”
추종자들은 항상 함께 하던 두 사람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미 테오가 소가주로 책봉될지 모른다는 소문은 그들도 들은 터라, 그런 역사적인(?) 자리에는 다 같이 테오를 축하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없는 두 분의 몫만큼 최선을 다해서 응원해야지!”
“옳소! 옳소!”
“자자, 주목!”
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추종자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다들 잘 들어라, 이 멍청이들아! 오늘 못난 모습을 보였다가 테오 님의 얼굴에 먹칠이라도 했다간 죄다 얼음물에다 머리 처박을 줄 알아! 알겠냐!”
여기서 말하는 ‘못난 모습’이란 응원 함성이 다른 팀에 비해 작다거나, 1열석을 가지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가즈아아아!”
“아즈아아아!”
추종자들이 하나 같이 들뜬 상태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 * *
승룡전각.
윈터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장.
그 앞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주요 임무를 나간 이들을 제외한 모든 라그나르의 식구들에게 참가 명령이 떨어진 데다가, 6설가를 비롯한 봉신 및 기수 가문들도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후우……!”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
세실리아는 그녀답지 않게 잔뜩 긴장한 듯 길게 호흡을 골랐다.
키르손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곰방대만 뻑뻑 피워댔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히스테리를 부리더니. 여기서는 대체 왜 이러는 게야?”
“그야 당연히 우리 아드님이 주목을 받는 곳이니까요. 최소한 아드님의 얼굴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되지 않나요?”
“테오도르의 아들이고, 바스크 공방의 손자인 아이를 무시해? 이 북방에서 어디 굶어 죽을 일이 있나?”
하지만 키르손은 코웃음을 쳤다.
옛날에야 흔하디흔한 하렘의 서자일 뿐이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테오의 신분을 물고 늘어졌다가 모가지 날아가기 십상이었다.
세실리아의 사업도 홈런을 치고, 테오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바스크 공방도 나날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매화궁과 백갑용기대가 배경을 자처했으니, 이미 신분만 봐도 권좌에 가장 가까운 셈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테오를 추종하는 무리들까지 엄청나게 생겼다던가?
북방 전쟁에서 토르켈이 흑색철기대와 ‘전멸’하고 난 뒤에는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그야말로 테오라는 이름은 이제 센세이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듣기로 이번 승전식에서 후계자 발표가 있을 거란 소문도 있는 것 같던데.’
키르손은 사실 이번 승전식에 대리인만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약 저 소문이 사실이라면 북방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폭풍이 불게 될 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그 현장을 놓칠 수가 없지 않은가?
‘광고! 광고에도 그렇게 돈을 쏟아부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더 큰 돈을 벌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키르손의 두 눈이 어느 때보다 활활 불타올랐다.
“더 늦어졌다간 손자 놈의 얼굴도 보지 못하겠구나. 어서 가자.”
키르손은 세실리아의 등을 강제로 떠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복잡하고 지루한 의전 행사들이 지나고.
“지금부터 논공행상을 시작하겠다.”
카일이 던진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되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