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9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93화(193/224)
승전식(勝戰式) (3)
주변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지, 지금 가주님께서 뭐라고 하신…… 거지? 뭐? 소, 소주?
-소가주라고 하셨잖아, 이 등신아!
-소가주라니!!
-후계자 발표를 바로 여기서 하실 거라던 소문이 진짜였나!
다들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후계자 문제가 다뤄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어도, 단순히 소문으로 접한 것과 현실로 접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그, 그럼…… 그동안 부딪치던 계승권자들은 어, 어떻게 되시는 거지? 트로켈 님이야 전사하셨다고 하더라도, 킨카르논 님은? 안시온 님은?
-르제 님이나 기샤르 님도 있잖아!
-그러니까! 그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승부를 겨룬 것도 아니고, 이렇게 갑자기 결정을 하시면……!
결국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하하. 정말이지. 그동안 제발 후계자 자리를 위태롭게 놔두기만 하지 말라고 가신들이 간청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시더니…… 이럴 때는 또 엄청나게 풀악셀을 밟으시잖아?”
르제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멀리서 그를 마주 보고 있는 테오를 번갈아 봤다.
아직 누가 소가주로 내정되었는지 거론하시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는 불에 보듯 뻔했다.
‘최근 들어 숙부님들이 테오를 적극 지지한다는 말도 있었고. 그 때문에 생각이 더 바뀌신 건가?’
르제나 다른 계승권자들은 그토록 환심을 사려고 애써도 힘들었던 것이 바로 율리우스와 흑룡, 그리고 매화궁주의 마음이었다.
그들이야말로 지금의 라그나르를 있게 만든 주역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테오가 혜성처럼 나타나 그들의 환심을 사더니, 이제는 그들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장 아래에 있던 녀석이, 가장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저놈이라면 자격이 충분하긴 한데…… 그래도 이대로 그냥 숙이고 들어가긴 뭣하고.’
트로이반의 영토는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곳.
그런 곳이 통째로 테오의 기반이 된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황실 측에서 딴지를 걸 수도 있겠지만, 글쎄?
카일이 어디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르제는 손으로 턱을 괴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말고, 문득 안시오를 떠올렸다.
겉으로는 항상 겸양을 떨지만, 속은 언제나 야망으로 똘똘 뭉치던 녀석은 과연 어떤 반응일까?
“……이건 너무 빠른데. 어쩌면 좋지? 방법이 있을 텐데. 어떻게든 방법이.”
안시오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고민에 잠겨 있었다.
계속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적잖게 불안한 모양이었다.
‘저 아이는 세상사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걸 제일 못 배기니까.’
안시오가 테오를 견제하기 위해서 토르켈이나 여러 후보들, 혹은 정적들을 모아 파벌을 형성하려 했단 사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제대로 구축되기도 전에 발표가 나버리면 판을 다시 짜야만 한다.
“큰오빠. 큰오빠…… 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러다 안시오가 옆에 앉아있던 킨카르논을 돌아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20대나 30대에 불과한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40대의 문턱을 넘어선 중년인의 모습을 한 사내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젊은 시절의 카일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쏙 닮은 얼굴.
그는 승전식이 진행되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검제(劍帝) 킨카르논.
카일이나 매화궁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이라는 한 분야에서 벌써 제왕의 칭호를 얻은 자.
만약 카일이라는 거대한 벽이 없었더라면 벌써 가주의 권좌에 앉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가 바로 그가 아니던가.
당연히 르제나 안시오 뿐만 아니라, 다른 가솔들도 전부 그의 반응을 살펴보기 바빴다.
“아버지께서 장고 끝에 내리신 결정이시다. 우리가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구나.”
“큰오빠!”
“목소리 낮춰.”
“…….”
나지막한 경고.
안시오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다가, 곧 길게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가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죠.”
그러면서 싱긋 눈웃음을 짓는 모습이, 겉보기엔 가주의 지엄한 명령에 복종하는 가신의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르제는 가볍게 콧방귀를 낄 뿐이었다.
‘저 욕심 많은 여우들이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웃기네.’
안시오는 아마 파벌 구축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테오를 물어뜯기 위한 계략도 벌이겠지.
그럼 킨카르논은?
‘모르겠네. 진짜 무슨 생각인지 하나도 안 읽혀.’
예나 지금이나, 세상사에는 전혀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항상 야망에 넘치던 사람이었으니까.
르제는 가만히 테오와 카일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카일이 입을 뗐다.
“테오 라그나르, 올라오도록.”
사람들의 이목이 한꺼번에 테오 쪽으로 쏠렸다.
테오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 * *
두근두근두근!
계단을 오르는 내내. 테오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정말 소가주로 내정된다고?’
분명히 율리우스나 흑룡이 언질을 주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막상 소가주가 운운되니 받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전생에서도. 그리고 현생에서도 그토록 바라던 자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딱 두 가지 부류밖에 없었다.
감탄. 혹은 질투.
테오는 그것이 권좌에 앉으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짊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투하는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탁!
패룡이 뒤로 물러난 자리. 테오 라그나르가 감사하다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 자리에 대신 섰다.
뒤에서 패룡이 뜨거운 눈길로 자신을 살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테오 라그나르가 이번에 세운 공은 몇 번을 강조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본가에 쥐새끼처럼 숨어있던 트로이반의 세작을 찾아낸 것부터 저들을 끝낸 것까지, 사실상 트로이반과의 전쟁은 모두 테오의 손에서 시작되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테오는 카일도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가졌다.
“그리고 그의 성장세는 이미 상급검사의 수준을 넘어서 용문검사 급에 다다랐다고 판단이 되는바. 아마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용문검사?
-아니, 상급검사 시험을 이번에 끝냈다고 들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소가주…… 로 만들려고 거짓을 말씀하시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어디 가주님이 그럴 분이시던가! 강자존의 법칙을 그 누구보다 최우선시 하는 분인데!
-그건 나도 알고 있긴 한데,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정말 스물이 되기 전에 9룡이라도 되는 것 아냐……?
“이에 그 모든 공적과 성장성, 그리고 가능성을 전부 취합해, 테오 라그나르에게 소가주 자리를 일임하고,”
그 순간, 웅성거리던 모든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옛 트로이반의 영토를 봉토로 하사하며,”
시간이라도 정지한 것 같았다.
“그라나다 트로이반이 애용하던 ‘흐룬티’를 전리품으로 내어줄 것이며,”
어느 누구 하나 숨소리도 쉽게 내지 못했다.
“백갑용기대의 6번조 창설을 허락하여 동부의 치안과 북동부의 마해 지역 감찰을 맡길 것이다.”
카일의 목소리는 이제 9룡과 간부들뿐만 아니라, 승전식의 가장 뒤쪽에 앉아있던 이들의 귓가에도 너무 선명하게 들렸다.
“흑설과 매화궁은 이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도록.”
“복명!”
“복명!”
흑룡과 매화궁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친 목소리에 적막은 단번에 깨지고 말았다.
-소가주가 책봉되었다!
그 소식 하나만이 모든 사람들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는 가운데.
“…….”
“…….”
카일의 시선은 여전히 테오에게 고정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언뜻.
테오는 그에게서 엷은 미소를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 *
<라그나르, 소가주 책봉 전격 발표!>
<베일이 쌓여있는 테오 라그나르, 그는 어떻게 ‘용의 화신’의 애정을 받게 되었는가?>
<테오 라그나르, ‘테오도어’의 아들로 밝혀져>
<바스크 공방, “우리 손자가 자랑스러워” 테오와의 친분 과시!>
<떠오르는 혜성(彗星), 야차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동부로 향하는 야차성. 앞으로 변하게 될 세계의 정세는?>
수많은 신문들이 앞다퉈 테오에 대해 발간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우려의 목소리와 의문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몇몇은 아예 대놓고 노골적으로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라그나르를 대표하던 킨카르논이 있는데, 갑자기 그 자리에 열여섯밖에 안 된 어린애를 앉힌다고?
-최근 들어서 부쩍 테오 라그나르에 대한 특집 기사들이 쏟아지고 여론이 형성되었던 게 설마……?
-설마는 무슨. 진실이지. 이거 다 밑작업이었던 거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와, 그럼 진짜 무서운데?
-더 무서운 건 테오 라그나르, 세실리아의 아들이라던데?
-세실리아? 그건 또 누군데?
-왜 있잖아. 20년 전에 연극계에서 엄청 유명했던 미녀. 라그나르에 시집가면서 돌연 은퇴해서 난리도 아니었잖아. 지금은 ‘테오도어’의 대표인.
-그럼……?
-그래. 그거지. ‘용의 화신’도 나이를 먹고 나니까 베갯머리 송사에 껌뻑 넘어간 거 아니겠어? 막내 아들도 한창 귀여울 거고.
-미쳤네. 대박이네.
세실리아가 손을 썼을 것이라는 소문부터 카일이 이제 드디어 나이를 먹은 만큼 제정신이 아닌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차마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열여섯 살의 청소년일 뿐인 테오에게 그런 막중한 자리를 맡긴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다.
하물며 그 어떤 계승권자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입지를 갖춘 킨카르논도 멀쩡하게 있었으니까.
“너에게 쏟아지는 우려들이 얼마나 큰지는 보다시피 잘 알고 있겠지?”
테오와 카일, 단 두 사람만이 남은 자리.
카일은 신문들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
언제나 무표정이거나 포악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였던 카일과는 전혀 딴판이어서 어색한 미소.
“네, 다들 갑작스럽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걸 감당하지 못한다면 라그나르라고 할 수 없겠죠.”
테오의 대답이 정답이었던 걸까?
미소가 좀 더 짙어졌다.
“그럼 내가 왜 그동안 자기 입지를 다져놨던 킨카르논이나 르제를 젖히고 너를 선택했는지도 알고 있겠지?”
“예.”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대로 숨어버릴 수도 있는 성마교를 완전히 끌어내기 위한 미끼가 아닙니까?”
“정답이다.”
역시나 더 짙어진 미소.
“놈들의 앞잡이였던 트로이반이 무너진 이상, 광룡제도 엉덩이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겠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끼가 되면 된다.”
“점령군 행세를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트로이반이 갖고 있던 것은 전부 다 전리품으로 너에게 안겨주마. 단.”
“그 원한도 제가 짊어져야겠지요.”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소가주 자리를 주지 않았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애당초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으니까.
가문을 위해서는 자식도 도구로 삼을 줄 아는.
그렇기에 오히려 테오는 이런 카일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광룡제와 성마교, 그리고 <이름 없는 군주>는 그가 더욱더 앞에서 없애고 싶은 대상이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이용하시는 것처럼. 나도 아버지를 이용하는 건 결국 똑같으니까.’
“내가 왜 너에게 광룡제의 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묻지 않는구나?”
“뜻이 있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위기 때마다 그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보통은 말없이 너를 미끼로 썼다고 원망할 것 같은데. 너는 조금 다르구나.”
……다른 아이들과는.
테오는 카일의 혼잣말을 못 들은 척했다.
어쩌면 저 철인 같아 보이는 아버지도 아버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광룡제는 언젠가 너를 만나러 직접 찾아올 것이다. 그는 망신의 힘뿐만 아니라, 선택자의 힘도 같이 얻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테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지된 회귀 능력을 도로 부활시키려 한다는 것일까?
“토르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광기는 사람을 홀리는 뭔가가 있다. 면역이 없는 사람은 그냥 당하기 십상이지. 그래서 너에게 광룡제의 검을 내어줬던 것이고.”
카일은 만약을 대비해 테오에게 면역력을 갖추게 해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그런 단순한 염과는 격차가 너무 크지. 그러니 역시나 계속 면역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테오는 카일이 지금부터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검의 구슬, 망신의 기운까지 더해지면서 염이 훨씬 더 강해졌겠지?”
“예. 그렇습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지금, 그동안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검의 구슬을 완전개방(完全開放)하려 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