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94)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94화(194/224)
승전식(勝戰式) (4)
현재 검의 구슬은 망신의 구슬이 갖고 있던 광기와 마기를 대거 흡수하면서 염(念)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나마 탁한 기운 대부분을 털어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폭발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카일은 그런 검의 구슬에 잠들어 있는 염을 개방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그 구슬은 그대로 놔둔다면 계속 몸집을 부풀리기만 할 거다. 악념(惡念)은 숙성되면 될수록 더욱더 위험해지는 법이니.”
“그걸 꺾으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야 광룡제를 만났을 때도 홀리지 않을 테니까. 더군다나.”
카일의 입술 끝이 비틀렸다.
“그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고서야 이 카일의 자식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소가주가 되고 나면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견제가 쏟아질 것이다.
라그나르 내의 사람들은 물론, 외부의 사람들까지.
18개의 선제후들. 황실. 그리고 성마교까지.
이 세계에서 라그나르를 권좌에서 끄집어내리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광룡제 역시 결국 테오가 언젠가 넘어야 할 언덕에 불과할 뿐.
“그럼 사념을 완전개방하기 전에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뭐냐?”
“전리품으로 주기로 하신 흐룬티를 먼저 주십시오.”
“흐룬티를?”
카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테오의 생각을 읽고 피식 웃었다.
“악념을 제어하기 위한 퇴마 용품으로 쓰려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용활검 흐룬티는 용살검과 같이 해왕에게서 나온 쌍둥이 검.
두 검의 기운을 같이 잘 활용한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막의 반지]와 [얼음꽃의 나비]를 충돌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용활검의 가디언과 광룡제의 사념을 충돌시킬 수 있다면 제압이 훨씬 순조롭겠지.’
테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지는 가운데, 그의 생각을 읽은 가디언들은 하나 같이 혀를 찼다.
『또 그 못된 짓을 하겠다는 것이오, 주인? 이런 못된……!』
『흐룬티가 분명히 레비아탄의 갈비뼈로 만들긴 했어도, 태고룡의 축복을 받았던 유물이었지?』
『흐룬티에 잠든 가디언이면 네시(Nessie), 그 녀석인가?』
『……우선 조의부터 미리 발표해놔야겠군.』
『겉으로는 신사적인 척 해도 역시 라그나르는 라그나르야, 그렇지?』
테오는 ‘라그나르는 라그나르이다’라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받거라.”
카일이 안쪽에 걸려있던 검 한 자루를 뽑아 테오에게 던졌다.
테오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우웅! 우우웅!
같이 갖고 온 검들 중 용살검이 유달리 애타게 울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분신이 너무 반갑다는 듯이.
파아아!
테오는 용활검의 주변을 감도는 빛을 손끝으로 만졌다.
‘붉은색?’
여태껏 유물들 위에 떠 있던 푸른색과는 다른 빛깔.
이게 뭔가 싶어 퀘스트 개방을 시도하려는데,
[해당 아이템의 소유자가 이미 지정되어 있습니다.] [퀘스트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테오는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왜 그러지?”
“이 물건…… 아무래도 이미 한 번 봉인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다는…… 설마? 선택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열었다는 거냐?”
“예.”
“말도 안 된다.”
카일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역시 선택자만큼은 아니어도 라그나르가 가진 비밀을 아주 많이 알고 있었다.
“애당초 태고룡의 유물은 당대의 선택자가 아니면 열 수 없는 구조일…… 광룡제로군. 그 자가 그사이에 뭔가를 한 거야.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회귀의 횟수가 끝나면 선택자로서의 자격도 같이 정지된다.
그럼 태고룡의 유물을 사용할 자격도 같이 잃어버리게 되니.
그동안 수많은 유물들이 나타났어도, 테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열렸다면?
광룡제가 선택자의 자격을 복구했거나, 일부 되찾는 데 성공했다는 뜻인데…….
“하루라도 빨리 찾아내서 정말 이번에는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하게 아예 죽여버려야겠군.”
회귀가 또 한 번 더 벌어졌다간 정말 큰일이었으니까.
‘소유자가 있는 유물은 그럼 빼앗을 수 없나?’
『그럴 리가.』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로드브로크가 가만히 입을 뗐다.
카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카일이 옆에 있을 때는 절대 채널링을 개방하는 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결국 선택자 역시 라그나르일 뿐이다. 라그나르의 전통을 만든 건 시구르드이기에 앞서 그 힘을 남긴 태고룡이고. 그렇다면 소유권도 강탈하면 그만이지.』
파아아아!
갑자기 붉은빛 위로 푸른빛이 덧씌워지면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강탈해라. 반려여, 그대는 나 로드브로크가 인정한 영혼의 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지어다.』
+
[시나리오 퀘스트 #10]용활검 ‘흐룬티’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 안에 설정된 기존의 주인을 제거하고 소유권을 강탈하세요.
· 난이도: SS
· 보상: 태고룡의 유물 소유권, 검의 구슬 사념 강화.
· 실패시: 사망
*주의! 현재 해당 아이템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잔뜩 오염된 상태입니다. 소유권을 강탈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
끼아아아!
그 순간, 용활검에서부터 끔찍한 귀곡성과 함께 광기와 마기가 폭발적으로 새어 나왔다.
『편하게 일을 해결하시려다가 오히려 더 난이도만 높아진 셈이로군요.』
‘알고 있으니까 그만 놀려.’
테오는 핀잔을 던지던 케르토수쿠스에게 투덜거리고는 [영안]을 활짝 열었다.
우우우웅!
광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까맣게 물들어가고 있는 검이 마치 자신에게 구해달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용활검은 죽어가고 있었다.
‘봉인을 억지로 해제한 뒤에 광기를 불어넣어서 억지로 소유권을 획득한 거구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으로는 전쟁 중에 패룡이 기습으로 그라나다의 오른팔을 먼저 자르지 않았더라면,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단 위기감도 같이 들었다.
“아버지.”
“……그럼 시작하겠다.”
테오는 다급하게 카일을 불렀고.
카일은 순간 ‘아버지’라는 단어에 흠칫 놀랐다가 곧 웃으면서 테오의 정수리 위에 손을 얹었다.
“눈을 감아라.”
테오는 지시대로 눈을 감았다.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검의 구슬이 갑자기 요동친다는 느낌이 든 순간.
번쩍!
테오의 정신이 한순간 꺼졌다.
* * *
테오는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어느 어두운 숲에 있었다.
거목이 너무 울창하게 서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밤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둠이 짙게 깔린 숲이었다.
“광룡제의 사념은 어디 있는 거지? 가디언은……?”
이것은 일반적인 유물 퀘스트와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광룡제의 사념도 뒤섞인 이상, 아마 퀘스트의 난이도도 엄청 높아졌을 게 분명했다.
SS랭크만 봐도 처음 보는 수준이었으니.
우걱우걱!
냠냠! 쩝쩝!
후루룩, 후루룩!
‘뭐지?’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테오는 어디선가 뭔가를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를 들었다.
청각에다 영성을 불어넣었다.
감각이 활짝 열리면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에 도착했는데.
‘사람? 광룡젠가?’
작게 나 있는 공터에 한 남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고기와 음식들을 빠르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좌측에는 그가 먹은 것으로 보인 뼈다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사냥하고 도축까지 완료된 마물 시체들이 잔뜩 깔려 악취를 풍겼다.
무섭다기보다는 기괴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만한 광경.
그러다 시체 중 하나가 유독 테오의 눈에 뗬다.
장장 십여 미터는 될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용.
유달리 길쭉한 목이 인상적이었다.
『네시!』
『……겨, 결국 죽었나 봐.』
가디언들이 경악하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저 죽은 용이 네시인 모양이었다.
그럼 역시 저 남자가 광룡제의 사념인 걸까?
스르릉!
테오는 천천히 용살검을 뽑았다.
지이이이잉!
용살검은 다른 어느 때보다 짙은 분노를 발산하고 있었다.
“응?”
남자는 도중에 인기척을 느꼈던지 식사를 갑자기 멈추고 황급히 머리를 뒤로 돌렸다.
‘광룡…… 제가 아니야.’
테오는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체적인 외형과 달리 얼굴 생김새가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통을 반대로 뒤집어 놓은 듯,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고기를 질겅질겅 물어뜯는 입이 있었고, 원래 입이 있어야 할 곳엔 두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테오를 관찰했다.
무엇보다.
녀석에게서 풍기는 마기가 낯설었다.
<이름 없는 군주>의 마기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마기.
“후루룹! 와아! 새로운 방문객이시라니! 이런 건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반가워요! 아하하하!”
아래에 달린 두 눈은 제대로 초점도 못 잡은 채 아무렇게나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러면서 위에 달린 입은 먹는 것과 웃는 걸 동시에 하고 있으니 기괴함은 이제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거부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부자연스러운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거부감.
“으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손님인데 그냥 대접할 수는 없고……! 아하! 마침 이거 조금 전에 잡은 건데 옆에서 같이 식사하실래요?”
남자가 손에 붙잡힌 고깃덩어리를 내밀었다.
모닥불에 제대로 익히지도 않았는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반려여, 물러나라.」
그때, 테오 앞으로 로드브로크가 나타나 그를 뒤로 물렸다.
옆에서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테오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로디.”
「저놈은 당장 그대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라.」
“저자가 대체 누굽니까?”
영성이 내려앉은 두 눈은 이제 남자가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름 없는 군주>와 동급인…… 존재. 아니, 신(神).’
어떻게 퀘스트에 광룡제의 사념도 아닌 저런 존재가 나타날 수 있는 걸까?
「저것은 외신이다. 망신만큼이나 오래된 존재. 우리 지킴이들이 상대하기 아주 버거워하는, 그런 존재.」
“……!”
「우리는 저자를 아귀의 신, 아신(餓神)이라고 부른다. 먹어도 먹어도 항상 배가 고프기만 한, 그런 놈이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