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9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97화(197/224)
용활검 흐룬티 (2)
인과의 신.
테오는 그-혹은 그녀-가 만신전의 여러 신 중에서도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백탑을 오를 때도 이따금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지금도 딱 그런 모습이었다.
‘아신의 말대로 지금까지 내가 봤던 메시지가 전부 이 신이 만든 거라면…… 괴리가 너무 큰데.’
그동안 테오가 본 메시지는 정말 기계처럼 감정 따윈 전부 배제한 채 무뚝뚝하게 사실만 전달했으니까.
심지어 퀘스트의 실패 패널티는 항상 사망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그렇게 혹독한 시련을 주는 성격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백탑에서도 나에게 계속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었고.’
그래서 테오는 도저히 메시지와 인과의 신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케르토.’
『예. 주인님.』
‘넌 뭘 알고 있는 거지?’
『글쎄요. 저는 만신전의 의사를 전달하는 단순한 중간책일 뿐이라서 말입니다.』
‘…….’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님이 말씀하시는 ‘메시지’, 즉, 시스템이 인과의 신께서 만든 건 사실입니다. 관리를 하는 것 또한 그분이고 말입니다.』
그럼 정말 그 메시지들이 전부 인과의 신이었던 걸까?
그러다 문득 테오는 케르토수쿠스의 말에서 빈틈을 발견했다.
‘시스템의 제작자이자 관리자라고 해서 이용자인 건 아니지.’
『그렇습니다. 시스템을 활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혀 다른 개념이니까 말입니다.』
그 말은 즉, 그동안 테오에게 퀘스트를 준 신은 따로 있단 뜻이 되었다.
‘그럼 그 이용자가 누구지?’
『전부입니다.』
‘전부라면?’
『만신전의 신들. 그들은 모두 주인님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주인님께 거는 기대도 전부 다르지요. 누군가는 잔뜩 호의를 품고 계시기도 하시고.』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메시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관리자가 당신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아 화들짝 놀랍니다.] [관리자가 부끄러워 재빨리 몸을 숨기려고 주변을 살핍니다.]『또 누군가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으시기도 하고.』
[■■의 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또 어떤 누군가는 주인님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적대감? 나를?’
테오는 순간 케르토수쿠스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해서 <이름 없는 군주>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신에게 무관심할 수는 있어도 굳이 왜 미워한다는 거지?
『주로 선택자를 다른 사람으로 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신들입니다. 혹은 외신과 친분을 갖고 있거나요.』
테오는 어떻게 만신전의 신이 외신과 친할 수 있나 싶었지만, 곧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세작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소속 세력과는 다르게 죽이 잘 맞아 친분을 가졌을 수도 있고.
저마다 처한 정치적 입지에 따라 가진 입장도 다 다른 것이다.
신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테오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모든 것에 초탈한 신이라고 해도, 결국 다 같은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혹은 주인님을 더 시험하고 싶은 신도 있습니다.』
[이름을 숨긴 신이 당신의 모든 결정과 행동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이름을 숨긴 신이 당신이 더 발전된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테오는 저 신이 누군지를 알 것 같았다.
-시구르드 라그나르.
지나가듯이 보았던 시조님이라면. 자신을 이어 새롭게 로드브로크의 반려가 된 후손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결국 네가 말하는 시스템이라는 건, 만신전 신들의 의지, 혹은 시험이라고 보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인과의 신은 그것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테오는 왜 그동안 퀘스트의 난이도가 죄다 뒤죽박죽이었는지, 그리고 왜 때때로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거기서 나오는 보상들도 만신전의 신들이 주는 것일 테고.’
테오는 드디어 풀리게 된 메시지의 비밀을 알게 되어 속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빴다.
‘결국 나를 자기네들이 부려먹기 좋은 인형쯤으로 생각한다는 거잖아?’
필멸자를 ‘자신들 마음대로’ 부린다는 개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퀘스트의 힘을 빌어 빠르게 강해지긴 했다지만.
테오 역시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용해 먹었다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였다.
인간이 개미를 어떻게든 치울 수 있는 미물로 생각하듯.
신들이 인간들을 어떻게 여기는 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게 된 셈이니.
‘아버지가 왜 그토록 로드나 광룡제에게 경멸감을 가지고 계셨는지 얼핏 알 것 같은데.’
로드브로크는 만신전을 대신하는 이 세계의 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광룡제는 광기에 휘말려 외신에게도 자신의 영혼과 이성을 갖다 바치는 미친 작자이기 때문에.
선택자를 증오하던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시간을 회귀시키는 그들의 신적인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것이니.
[관리자가 모두가 다 그런 것이 아니라며 전전긍긍합니다.]테오는 양손에 쥐고 있던 용살검과 용활검을 바로 고쳐 쥐었다.
인과의 신이 뭐라고 하든 간에 신이나 초월자에 대한 불신은 이미 그의 마음 속에서도 조금씩 싹트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들의 의지에 반역할 생각 따윈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존경(尊敬) 따윈 이제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그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저걸 완전히 물리쳐야겠지.”
테오가 시선을 던진 곳.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튀었던 아신의 살점들이 허공에서 꿈틀대더니 사방으로 촉수를 펼쳤다.
살점과 살점들이 연결되면서 뒤집힌 사람의 얼굴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꺄하하하!”
“재밌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이런 화끈한 놀이는 처음인데! 처음인데!”
“더 놀아줘! 더!”
“그리고 나에게 잡아먹히는 거예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불지옥>
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불씨들이 이글거리면서 낙뢰를 수도 없이 빗발치게 만들었다.
콰르릉! 콰르릉! 콰르르릉!
지면에 내리꽂히는 낙뢰가 살점들을 불사르고, 지상에서 피어오른 화마가 남은 조각들을 불살랐다.
쿠쿠쿠쿠-
그걸로도 모자라 테오의 뒤편에서 나타나 철문은 활짝 열리며 용의 군단을 출현시켰으니.
다만, 이번 군단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바로 여러 용종의 발밑에 크로노그래프가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몸통 위로 검사들의 형체가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해당 지역에 용의 마력이 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시계태엽의 나열>의 발동 조건이 성립되었습니다. 마법이 발동됩니다.] [영령들이 출몰합니다.]-용아병단!!
영묘검의 영령들이 강림을 시도했다.
-외신? 그딴 건 모르겠고! 남은 것들을 전부 쓸어버리자!
-가즈아아아!
-가자아!
299명의 영령이 분화를 시도하려는 아신의 살점들을 빠르게 지워나갔다.
[출몰한 영령들의 속성에 ‘제액’이 추가됩니다. 백신 프로그램이 활성화됩니다.]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삭제됩니다.] [일부 바이러스가 맹렬하게 저항합니다.]오러를 마구 뿌려대는 영령들은 <이름 없는 군주>를 마해로 몰아넣었던 전성기 시절처럼 강했다.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하는 용의 군단도 다른 어느 때보다 사기가 대단했다.
오랜 동료인 네시의 죽음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아아……!”
“더 놀고 싶었는데…….”
“아쉽…….”
“먹고 싶었는데, 쩝!”
“그래도! 그래도 다음에 또 놀아주실 거죠? 네에?”
아신의 얼굴들은 빠르게 소멸하면서도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했다.
언젠가 분신이 아닌 본체로 테오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가 기대된다는 듯이.
콰직!
하지만 마지막 녀석마저 머리통이 박살 났을 때 소란은 겨우 그치게 되었다.
-후우……!
-뭐가 이렇게 끈질긴 건지.
-어떤 면에서는 망신보다 더한데?
파스스-
영령들은 잘게 부서져 흩어지는 아신의 가루들을 보면서 길게 한숨을 토했다.
네시의 희생으로 빚어낸 역전극인 만큼 정신적 피로도도 확실히 컸다.
이미 주변도 폭발로 숲이고 뭐고 간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후손아, 너는 왜 아직도 표정이 그래?
그러다 영령 한 명이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테오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안 떴습니다.”
-응? 뭐가?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되었다거나,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테오가 그렇게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콰아앙!
갑자기 테오 뒤쪽의 지면을 뚫고 수 미터도 넘는 크기의 아신이 나타나 아가리를 쩍 벌렸다.
“아하하! 깜짝 서프라이즈! 아직 전부 간 건 아니었답니다!”
-이런!
-땅 속에 숨어 있었나!
-제기랄!
쩍 벌린 아가리가 테오를 덮치기 직전이었다.
미처 녀석의 은신을 눈치채지 못했던 영령과 용의 군단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뒤늦게 움직이려 했다.
한편으로는 죽여도 죽여도 계속 되살아나는 아신의 생명력에 치를 떨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가 애당초 찾던 건 네가 아니라서.”
테오가 깊게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아신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검은 벼락이 떨어지면서 녀석의 몸을 갈라버렸으니까.
콰르르르릉-!
푸스스!
검은 벼락이 내리꽂힌 자리.
먼지를 흩날리며 한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얼굴은?
-후손과 너무 비슷한데?
-그럼 저 친구도 우리 후손이라는 건가?
-그런데 왜 빌어먹을 망신의 냄새가 나는 거지?
영령들은 성마교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검은 머리의 남자를 증오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르르!
용들도 모두 적의를 드러내는 가운데.
반으로 갈라진 아신이 뒷걸음질을 치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데굴데굴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던 머리통이 괴성을 질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요, 5사도! ■■■이 당신더러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었나요!”
한창 흥이 돋은 채로 노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일까.
아신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발로 지면을 거세게 걷어차며 씩씩거렸다.
남자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칠 뿐이었지만.
“미안하지만, 나를 다른 사도 놈들과 똑같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망신과 나는 서로 간에 대등한 관계로 맺은 계약 관계일 뿐이니. 그리고.”
저벅!
남자가 걸음을 옮기자 매섭게 번져나온 검은 마기와 광기가 아신이 곳곳에 흘려뒀던 살점들을 그대로 ‘삼켰’다.
그것들 모두가 아신의 분신이 되살아날 수 있는 원료가 될 것들이었으니. 애당초 그럴 수 없게 싹을 뽑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흡수한 아신의 신력(神力)은 남자의 마력을 부쩍 더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다.
“애당초 여기는 내 놀이터였다. 저 아이는 내 손님이었고. 그걸 방해한 주제에 뭐가 이렇게 말이 많아?”
남자가 가볍게 허공에다 손짓을 하자, 어느새 아신의 몸뚱이 주변을 칭칭 감았던 광기와 마기가 용의 형상을 갖추며 그대로 아신을 먹어치웠다.
콰직! 콰직!
“이이잇! 지금은 이렇게 가지만! 다음에는! 꼭! 꼭! 제대로 놀 겁니다! 그때 정말 제대로 놀아요! 약속한 거예요오오오오!”
아신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사라졌다.
“후우. 이제야 겨우 불청객이 사라졌군.”
영령과 용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고생하고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아신의 분신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삼킨 남자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노려봐야만 했다.
-라그나르이면서 사도라니……. 대체 저건 뭐지?
그들의 눈에 남자는 도저히 같은 라그나르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랜 숙적인 성마교의 광신도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 두 가지를 혼합한 듯한 괴물.
혼종,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영령과 용들의 시선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테오 쪽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광기나 마기에 어울리지 않는 따스함이 어려 있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반갑구나, 손자야.”
광룡제가 웃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