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0화(200/224)
용활검 흐룬티 (5)
“제자라? 남의 아들을 아예 대놓고 훔쳐가겠다고 말하는 거군.”
대놓고 웃는 카일과 다르게 다른 세 사람은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자신들이 테오를 반쯤 후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광룡제 역시 노골적으로 테오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그의 광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심한 집착을 보일지 눈에 그려졌던 것이다.
‘애당초 그걸 노렸던 거긴 하지만.’
‘앞으로 동부는 격전지가 되겠구나.’
‘성마교 놈들의 움직임에 더욱더 촉각을 곤두세워야겠어.’
“알았다. 정리할 게 많을 텐데 이만 가서 쉬도록.”
테오는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 * *
우웅! 우우웅!
오른쪽 허리춤에 걸린 용활검 흐룬티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드디어 얻은 자유가 너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지이이잉-
위잉! 위이잉!
쌍둥이 검 용살검이 이에 호응하며 격하게 몸을 떨었고, 다른 유물들도 용활검의 합류를 환영했다.
‘그래도 여전히 용활검의 용력이 너무 약해. 강제로 봉인이 열린 데다가 가디언이 죽으면서 생긴 패널티인 것 같은데.’
당장은 반가운 마음에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이대로 두면 용활검이 시름시름 앓다가 부러질지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때였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퀘스트?’
+
[서브 퀘스트]용활검 흐룬티는 정화 작업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상태가 고르지 못합니다. 훌륭한 대장장이를 찾아 복원을 시도하십시오.
· 난이도: A+
· 보상: 흐룬티 각성
· 실패시: 사망
+
훌륭한 대장장이?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장 키르손이 있지 않나.
애당초 태고룡의 유물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던 사람.
그러니 용활검도 잘 다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뭘 요구할지를 알 수 없다는 건데.’
그동안 조손 관계를 이용해(?) 이쪽에서 너무 많은 걸 얻어가 저쪽에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는 것.
‘어머니랑 상의해봐야겠다.’
테오는 키르손의 유일한 약점을 떠올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던 그때.
찌릿.
“으윽.”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는 듯한 끔찍한 두통.
유물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괜찮냐고.
『반려여.』
로드브로크도 페어링을 통해 느꼈던지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되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인데요.”
『조금만 기다리거라. 어떻게든 서둘러서 방법을 찾아낼 테니.』
로드브로크는 반려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특히 현재 테오가 겪고 있는 고통은 자신이 무력해서 발생한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검의 구슬이 너무 커졌어. 그만큼 뇌문도 너무 비정상적으로 열렸고.’
카일 등이 걱정할까 봐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지만.
사실 테오는 사념 각성을 하면서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진 상태였다.
광룡제와 아신.
‘두 존재가 남긴 잔재를 검의 구슬이 대거 흡수하면서 폭발적으로 커져버린 탓이었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정상 작동하여 <니르바나>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광기와 마기가 날뛰지 못하도록 강제로 제어 중입니다.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아마 이런 사태는 카일도 예상치 못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테오의 정신력도 같이 강화되면서 당장 폭주의 위험은 극복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테오가 빈틈을 보이면 당장 폭발할지 몰랐으니.
시한 폭탄 하나를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검법에 대한 단상을 얻었습니다.] [단상이 구체화 되어 이다음 검술 시연에 적용됩니다.] [고수들을 만난 것에 새로운 영감을 얻었습니다.].
[상태 이상(흥분)에 빠졌습니다.] [상태 이상(갈망)에 빠졌습니다.] [상태 이상(조급증)에 빠졌습니다.]이전에는 위기 시에만 발동되었던 검의 구슬의 효과가 이제는 수시로 작동했다.
세상 모든 것에 영감이 숨어 있었다.
타인의 숨소리에서 효율적인 호흡법이, 나의 발걸음에서 안정적인 체력 배분이, 주변 풍경에서 봄바람을 닮은 검술에 대한 단초가 보였다.
검사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상황일 테지만.
테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자극과 정보에 취사선택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마도 이 모든 게 광룡제가 감지하는 세계가 아닌가 싶었다.
-제자.
광룡제가 마지막에 테오더러 그렇게 말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내가 원하진 않았다는 거지만.’
테오는 이제 겉보기엔 신사적으로 보이던 광룡제를 그토록 카일 형제들이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광룡제는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절대 강제하진 않았다.
대신에 그 주변에다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수시로 배치했다.
서서히 세뇌가 되도록.
자신에 대한 거부감이 무뎌지도록.
그리고 그것이 갈망으로 바뀌도록.
‘자신이 보는 세계를 나눠주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없애고, 경외심과 충성심을 만들어낸다…… 감각 자체를 무디게 만든다…… 이거지?’
그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둔 채로 계속 굴려대기만 하는 것이다.
-끝없는 집착.
그게 바로 광룡제의 광기였다.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 반려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렇게 쉬운 남자는 아니라서요.”
오히려 테오는 광룡제의 이런 집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광룡제가 보고 있는 세계를 전부 자신이 수용할 수 있다면.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검의 경지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어차피 이딴 집착을 처음 겪어본 것도 아니고.’
탁!
그러다 테오의 발걸음이 처음으로 멈췄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했더니.”
그곳은 감옥이었다.
북방에서도 반역죄를 저지른 이들만 가두는 독방.
살아나간 사람이 전무하기 때문에 ‘사형실’이라 불리기도 했다.
“라그나르의 소가주님이 아니신가?”
끝없는 고문과 심문으로 지쳐 보이지만, 그래도 두 눈빛만큼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는 사내.
에드였다.
* * *
테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에드는 테오가 반가웠다.
왜냐고?
“날 조롱하러 오셨나?”
저것이야말로.
원래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이었으니까.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지. 인정해야 하고 말고.’
에드는 항상 자신의 불안한 입지가 싫었다.
라그나르도 트로이반도 아닌 애매한 신분.
광룡제의 후인이기도, 아니기도 한 어설픈 위치.
항상 그림자로 만족해야 했던 삶.
그 어느 것도 그를 제대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트로이반은 라그나르의 그림자였고, 그는 그중에서도 더 깊은 그림자였다.
그래서 더욱더 라그나르의 권좌를 탐냈을지 모른다.
조카였던 악시온을 어떻게든 그 자리에 앉히려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테오가 나타나고, 모든 게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는.
빛났다.
너무 화려할 정도로.
한낱 그림자였던 자신은 애당초 가지지 못했던. 그런 화려한 빛.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삶. 저 태양빛에 태워져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최후일 테지.’
테오는 에드를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귀찮게? 어차피 내가 이긴 싸움인데?”
“푸흣! 그도 그렇군! 그럼 왜 온 거지?”
“심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들었는데.”
“왜? 네가 대신 고문이라도 하려고 그러나?”
에드는 턱짓으로 옆방에 걸린 고문 도구들을 가리켰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내가 아주 미웠었지? 손톱이라도 뽑아가지 그래?”
“당신이 대답할 것 같으면 수십 번도 더 하지. 하지만 당신은 안 할 거야.”
“왜? 혹시 아나? 어린 자네에게 당한 수치심에 뭐라도 뱉어낼……!”
“당신은 항룡(亢龍)이니까.”
“……!”
“용이 그깟 것에 굴복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용이라고?”
에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역시 조롱하러 온 거였군. 그렇다면 축하한다. 너는 지금 나에게 말로 표현 못 할 수치심을 주었으니까. 아주, 아주아주 기분이 개 같아.”
항룡.
그림자로 살던 에드에게는 애증에 찬 이름.
하지만,
“이상한데? 내가 그동안 봤던 당신은 개새끼였지만, 당신 스스로는 끝까지 항룡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걸로 보였거든. 항상 태도도 말투도 그랬었고. 아닌가?”
“…….”
에드의 머릿속이 순간 어지러워졌다.
내가 항상 항룡으로 살았다고?
트로이반으로 돌아가서도?
“항룡. 지략과 기계의 대가. 그만큼 검의 솜씨도 매서웠다지. 그래서 한때 라그나르의 이름이 당신 덕분에 높아졌고, 당신이 떠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어.”
에드는 숨이 턱턱 막혔다.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모든 게 그림자라고…… 허상이라고 여겼던 내가 가진 것들 중에도…… 진짜가 하나쯤은 있었던 건가.’
에드는 잠깐 침묵했고, 곧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전에는 온통 냉소적이기만 하던 얼굴에 처음으로 위엄이 내려앉았다.
순간, 테오는 생각했다.
만약 이 자가 트로이반이 아니라 라그나르에서 태어났다면, 권좌는 이 사람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뭘 묻고 싶은 거냐?”
“광룡제.”
“그분의 행적은 나도 모…….”
“알아. 아마 성마교에서도 모르겠지. 그런 사람인 것 같았으니까.”
에드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꼭 광룡제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모습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럼?”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대로 설명해줘. 당신의 단순한 소회라도 좋아.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에드가 한쪽 입술 끝을 비틀었다.
“나 다음에는 그분을 목표로 잡았군?”
“…….”
“그래. 뭐, 그 정도 각오쯤은 되어야 이 항룡을 끄집어 내린 라그나르의 소가주라 할 수 있겠지.”
과연 테오는 알까?
그는 다른 멍청한 고문인들과 다르게 정답을 선택했다는 것을.
트로이반이며 성마교며 결국 그 중심에는 광룡제가 있다.
그렇다면 광룡제를 잡기 위해서는 행적을 물을 게 아니라 그에 관해서 물어야만 했다.
그의 취미는 뭔지.
그의 특기는 뭐고, 특징은 또 뭔지.
그가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는지.
그동안은 멍청하기만 한 놈들의 태도가 신물이 나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 않은가?
‘이 아이야말로 결국 내가 빚어낸 최고의 작품일지도!’
에드는 호기롭게 웃으면서 몇 가지 사실을 전달해주었고.
테오는 두 눈을 빛내며 그것들을 똑똑히 귀담아들었다.
* * *
이튿날.
에드의 머리가 윈터러의 성문에 효수되었다.
마지막까지 당당히 치켜뜬 두 눈은 마치 어딘가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공석이었던 새로운 9룡의 선발 소식이 전해졌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