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1화(201/224)
새로운 용 (1)
바스크 공방의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웅성웅성-
“이거 검을 맡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테오는 마차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보고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자신이 소가주가 된 이후로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
<경! 테오, 소가주 달성 축!>
<소가주의 애병, 할인 특가! 단돈 39,800골드에 살 수 있는 기회!>
<테오 라그나르 세트는 이곳으로!>
<“검을 휘둘렀더니 모든 게 쓰러졌다.” 야차성의 검은 이곳에 모두 마련되어 있습니다.>
<테오의 피부를 닮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이 파운데이션을!>
<소가주가 바르는 립밤, 선착순 300명에게만 지급하는 이 기회!>
<테오가 학창 시절에 쓰던 노트 팝니다.>
.
.
아주 보란 듯이 덕지덕지 붙은 포스터와 현수막은 물론, 깃발까지.
곳곳에 자신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심지어 상품의 포장지까지 테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으니.
이쪽을 보며 싱긋 웃는 모습이 테오로서는 영 어색하기만 했다.
“…….”
물 들어왔다고 아주 노를 열심히 젓고 계시는구나.
갑옷이나 무기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화장품이며 학용품까지 파는 건 뭘까?
문제는 그걸 좋다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테오의 그림이나 사진이 붙어 있으면 죄다 불티나게 팔리는 것 같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저 상품들에 자신의 지분이 담겨 있어서 참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쪽팔리니 그만두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냥 돌아가자. 에효.’
괜히 마차 밖으로 나갔다간 인파에 휩쓸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테오는 그냥 다음에 와야겠다는 생각에 마부에게 말을 걸려는데,
“어? 저 마차, 어디서 봤는데?”
“박혀있는 문장이 조금 특이한데? 라그나르 직계의 것 같기도 하고.”
“저거! 소가주 인장이잖아!”
“뭐? 진짜?”
“그래! 확실하다고!”
“그럼 저기에 타고 있는 사람이 소가주님이라는 거잖아!”
웅성웅성, 쑥덕쑥덕-
테오가 탄 마차를 알아본 인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마, 마부님!”
테오와 마찬가지로 마부도 서늘해진 등골을 안은 채로 고삐를 세게 후려쳤다. 아니, 치려 했다.
“꺄아아악! 소가주님! 싸인 좀 해주세요!”
“미, 밀지 마! 우와아아악!”
“얼굴! 잘생긴 얼굴 좀 보게 해주세요오!”
사람들이 너무 달라붙는 통에 마차는 도저히 앞으로 가질 못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으니.
나중에는 아예 문을 열고 테오를 끄집어낼 기세였다.
‘으익!’
살짝 열린 창문 너머로 손이 들어오고 있었다.
꼭 어디 영화에서 봤던 좀비 같았다.
테오는 광룡제보다 이 사람들이 더 두렵게 다가왔다.
‘살려줘!’
덜커덩! 덜커덩!
마차 문이 당장 떨어질 것처럼 떨렸다.
구석에 박힌 테오가 오들오들 떨었다.
* * *
“잉? 왜 그렇게 진이 다 빠진 얼굴이냐?”
키르손은 넝마가 된 채로 터덜터덜 대표실로 들어오는 테오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닙니다…… 하하…… 하하하하…….”
“……??”
키르손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맺혔지만.
테오는 차마 저 밖에 많은 인파 때문에 고생을 했노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표현이 격하긴 해도, 어쨌거나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덕분에 붙잡혀서 빠져나오는데 한세월이었지만…….’
그런 건 굳이 여기서 이야기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겠지.
테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다가 대표실을 쓱 훑어봤다.
“뭐가 좀…… 많이 바뀌신 것 같습니다?”
“아, 이거? 흐흐흐! 요즘 돈도 많이 벌리고 해서 금칠 좀 해봤지. 덕분에 아주 하루하루가 즐거워 죽겠어! 으하하하하!”
‘금칠’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었다. 진짜였다.
키르손의 양쪽 열 개 손가락과 팔에는 금붙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눈이 부실 정도였고, 목에는 서로 다른 디자인을 한 목걸이가 무려 여섯 개나 걸려 있었다.
귀걸이도 십여 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꼭 어느 밀림 속 원주민을 보는 것 같았으니.
“…….”
액자, 샹들리에, 등잔, 장롱 같은 인테리어 물품들은 물론, 심지어 바닥에 깔린 양탄자에도 금가루를 솔솔 뿌려놔서 반짝거릴 정도였다.
테오는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금붙이와 금가루로 가득해서 지금 자신이 대장간에 온 건지, 아니면 다른 이세계에 떨어진 건지 분간도 안 갈 정도였다.
눈도 안 아프나?
‘세상에 금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하이엘프라니.’
키르손이 일반 엘프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거의 돌연변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조만간에 머리색도 황금색으로 물들이시겠군요.”
“으잉?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느냐? 안 그래도 내일 오전에 헤어숍 예약을 해뒀는데.”
“…….”
“이 할미가 아주 예뻐지겠지? 푸흐흐! 아주 금에 파묻혀 살 거란다.”
테오는 지구에 있을 시절에 언젠가 봤던 금더미에서 수영하는 오리 캐릭터를 떠올렸지만, 곧 머리를 털면서 말했다.
“그보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게냐?”
“검의 수리를 요청 드리려고요.”
“수리? 그런 짜치는 일은 밑에 있는 애들이 할…….”
“초상권 회수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광고 거래 제안이 꽤 많이 들어오는데.”
“으하하하! 우리 귀여운 손주 놈, 아니, 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수호룡의 둥지라도 털어다 드려야지! 우리 손주 놈, 아니, 님이 바라시는 게 무엇인지요?”
『갑자기 내 둥지를 왜 턴다는 것이냐, 저 뾰족귀는?』
키르손은 재빨리 태세 전환을 하면서 간신배처럼 양손을 비볐다.
어쩐지 ‘손주 놈’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모른 척 하며 용활검을 꺼내 보였다.
“태고룡의 유물입니다.”
스르릉!
검신을 보인 순간, 키르손의 눈빛이 확 돌변했다.
졸부가 아닌 장인의 눈.
‘역시.’
테오는 그 눈빛만으로도 여길 찾아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내구도가 아주 많이 약해졌구나?”
키르손은 예리한 눈으로 용활검을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폈다.
“억지로 힘을 많이 뽑아다 쓴 흔적도 보이고……. 용케 부러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야. 그러면서도 칼날에 남은 흔적은 깨나 예리하고.”
퉁!
우우웅…….
검지로 칼날을 가볍게 두들기니 맑지 않은 소리가 났다.
“네가 다룬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깨나 실력이 좋은 고수가 썼었던 모양이지?”
검신의 상태를 살짝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게 전부 보이는 걸까.
테오는 속으로 적잖게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트로이반의 가주가 쓰던 검이었습니다. 그 전에 광룡제가 강제로 힘을 개방했었구요. 아마 성마교 쪽에서도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복잡하구만. 하여간 광신도 놈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쯧!
키르손은 노골적으로 성마교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테오에게 말했다.
“수리하려면 꽤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재료도 꽤 많이 필요하고.”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실력과 정성이 중요한 거지. 실력은 내가 있으니 상관 없지만.”
키르손은 용활검을 탁상에 내려놓으면서 곰방대를 입에다 다시 물었다.
후우-
“정성은 다른 문제다. 재료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울 게야.”
“재료라 하시면?”
“고대룡의 늑골.”
“……!”
“가능할까? 어렵겠지. 아무리 너라고 해도.”
키르손은 담배 연기를 자욱하게 퍼뜨리면서 쓰게 웃었다.
“이미 멸종한 지 천년도 넘은 그들을 어떻게 찾아내려고? 그렇다고 화석이 자주 발굴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수호룡이라도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닌 한-”
“구해오겠습니다.”
“-어려울, 으응?”
“늑골만 있으면 됩니까?”
키르손은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 뭐, 고대룡의 축복이 담긴 비늘이나 손발톱 따위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이빨 같은 건 안 필요합니까?”
“있으면…… 좋…… 지?”
“그냥 필요한 재료들을 따로 적어주십시오.”
“???”
키르손의 얼굴에 잔뜩 물음표가 달렸지만, 테오는 씩 웃으면서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어느새 영체의 모습으로 나타난 로드브로크가 양손으로 자신의 상체를 가리고 있었다.
『바, 반려여!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로디.’
『왜 그렇게 불길하게 부르느냐!』
‘이제 슬슬 밥값 하실 때 됐죠?’
『!!!』
테오는 로드브로크가 외치는 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용활검의 검신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어떻게든 되살려줄 테니.
테오의 두 눈에 의지가 담겼다.
* * *
새로운 항룡 선발 소식은 빠르게 퍼져 윈터러를 들썩거리게 했다.
-그럼 월계검사를 새롭게 뽑는다는 거잖아? 그만한 인물이 있나?
-있지, 당연히! 백갑용기대의 아모레 님도 계시고, 적검기사단 단장 님이나, 원로원의 여러 원로들도……!
-킨카르논 님도 계시지 않나?
-아, 그렇네! 킨카르논 님의 실력이면 충분히 월계검사에 꼽히실 만하지!
과연 에드로 인해 공석이었던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새롭게 변모할 수뇌부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다 언급되는 이름들은 하나 같이 라그나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이름이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데 괜찮을까?
-뭐가?
-킨카르논 님 말이야. 만약에 비어있는 항룡의 자리에 앉게 되면 소가주님과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되잖아.
-어? 그도…… 그렇, 네?
전통적으로 라그나르에서 소가주의 위치는 가주 대행에 가까웠다.
즉, 가문을 대표하는 얼굴인 월계검사들과 동급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만약 킨카르논이 항룡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가뜩이나 맏이로서 테오의 자리를 언제 위협할지 모르는 킨카르논에게 새로운 힘을 더해준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마도 킨카르논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까 하고.
첫째는 킨카르논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는 것.
더 이상 5대 후보니 6대 후보니 하는 지루한 계승권 다툼을 끝내고, 곧 닥쳐올 성마교와의 전쟁에 대비해 단합을 위해 계승권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
둘째는 포기하지 않는 것.
테오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차기 계승권은 킨카르논의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그 역시 포기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 위해 항룡의 자리에 도전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킨카르논이 마음의 정리를 끝내고 발표를 서두르기를 기다렸고.
곧, 그의 거처에서 새로운 발표가 공지되었다.
다만, 그 내용은 아주 짧았다.
마치 그의 의지를 함축하기라도 한 듯이.
-항룡의 자리에 도전할 것이다.
아직 권좌 경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자신의 야망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발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저 역시 항룡의 자리에 도전하겠습니다.
안시오도,
-그 자리를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르제도.
역시나 권좌 경쟁을 여기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니 사람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였다.
-그럼 소가주는 어떤 발표를 할까?
동백궁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