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2화(202/224)
새로운 용 (2)
제4연무장.
테오는 오랜만에 찾은 곳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있었다.
추종자들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 거냐고?”
테오는 이제 추종자들에게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히려 이러지 않으면 가솔들이 불편하다던가?
율리우스의 조언이 있어서 슬쩍 말을 놓았는데, 오히려 추종자들은 좋아했다.
이제야 소가주님과의 거리감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그동안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게 그들의 속마음이라, 오히려 테오가 당황할 정도였다.
‘소가주이기 전에 정말로 이들은 나를 가깝게 생각하는구나. 가족처럼.’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
“밖이 아주 그걸로 생난리라고요!”
“테오 님도…… 아니! 소가주님도 어떤 답변이나 각오를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추종자들은 훈련을 하다 말고 윈터러에서 유행하는 이런저런 소문들을 물어다 주었다.
계승권에서 튕겨났다고 생각했던 세 명의 후보들이 모두 도전을 선언하고,
그동안 월계검사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하던 이들까지 참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난리가 났다던가?
그 때문에 그럴싸한 이름까지 붙었단다.
-항룡전(亢龍戰).
‘뽑긴 할 것 같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데.’
아마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중앙청에서 계획한 이벤트가 아닐까 싶었다.
9룡의 자리가 가진 입지는 그만큼이나 대단하니.
북방에서 손꼽히는 검사.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초고수.
자신의 심상을 열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존재.
이 모든 게 그들을 가리키는 수식어였다.
‘이 뒤에는 그럼 등룡전(登龍戰)까지 운운할지 모르겠고.’
테오는 이미 흑룡이 다음 타자로 잡은 힐다의 무리를 떠올리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웰링턴에 대한 소식은 이래저래 수소문해보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만하게 나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 테오는 여전히 추종자들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 덤덤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생각 없어.”
“예? 그게 무슨!?”
“소가주님이야말로 그 자리에 앉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항룡이 된 사람이 딴 마음을 품으면 어쩌시려고요!”
다들 자기 일처럼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픽.
웃음이 더 커졌다.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니시라니까요?!”
“아, 미안.”
테오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럼?”
테오는 말없이 웃었다.
여기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지금 내 실력으로 과연 항룡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당장 내 실력을 드러내는 건 위험해.’
세간에는 테오의 실력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누군가는 테오가 딱 상급검사 수준이 아닐까 추측했고, 또 누군가는 테오가 나이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거품이 껴서 상급검사의 턱걸이 수준일 거라고 예상했다.
용문검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월계검사의 수준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흑색철기대도 전멸하고 만 전투에서 백갑용기대를 승리로 이끌고, 최전선에서 그라나다와도 검을 겨뤘다는 게 바로 그 증거라던가?
하지만 온통 소문만 파다할 뿐이지, 이렇다 하게 깔끔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정답을 알고 있을 백갑용기대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탓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테오가 항룡전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자신이 절대 소가주로서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항룡전에서 당당하게 실력을 증명해 보이면 되는 일이니.
나아가 킨카르논을 포함한 다른 계승권자들까지 꺾어버린다면 더 이상 자격을 운운하는 불경한 목소리도 쏙 들어갈 터였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테오가 내린 결론은 딱 하나였다.
자신에게 이득이 될 건 하나도 없다는 것.
‘자격 여부를 운운한다고 해서 내 자리가 흔들릴 건 아니니까. 아버지의 선언은 그만큼 절대적이야.’
원로원마저 임시 폐쇄된 이때, 카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가솔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테오를 소가주에 앉힌다는 선언에 항의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실력을 드러냈다간 꼬투리만 잡히기 쉽겠지.’
아무리 테오가 항룡전에서 우승한다고 한들, 과연 불경한 목소리가 줄어들까?
테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장은 목소리가 들어갈지 몰라도, 결국 테오가 탐탁지 않은 불순분자들은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물고 늘어지게 되어 있었다.
실력으로 꼬투리 잡기 힘들다면 업적으로, 업적으로 안 된다면 출신으로, 그다음에는 나이나 인성 등으로 하나하나씩 짚고 넘어가자고 할 테지.
그러니 테오는 아예 그쪽으로 먹잇감을 던져줄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항룡이 되고 나면 의무와 제약이 너무 심해져. 동부에서 내 뜻을 펼치기가 어려워진다.’
소가주의 직할령으로 트로이반의 영지를 하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던 뒤.
테오는 동부를 어떻게 개발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기반으로 삼을 건지 구체적으로 짜둔 상태.
미래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그 잠재력을 극대화할 자신이 있었다.
단순히 부유군도와 바커스 영지, 그리고 동부를 연결하기만 해도 무역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항룡이 된다?
애당초 9룡은 북방을 대표하는 이름. 윈터러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즉, 동부로 입지를 옮기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니 테오로서는 그 짐덩이를 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국.
항룡전 참가는 테오에게 득보다는 실이 큰 셈이었다.
“또 저렇게 웃으시네…….”
“야야, 텄다, 텄어. 이미 마음 결정하셨다구.”
“소가주 쟁탈전은 못 보겠네.”
추종자들은 테오가 저런 웃음을 지을 때면 절대 결정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포기했다.
“쟁탈전? 그건 또 뭐지?”
“아, 모르셨습니까? 소가주님과 킨카르논 님의 대결이 사실 제일 큰 초미의 관심사였거든요.”
“그래서?”
“그래서긴 뭐가 그래섭니까. 거기에 걸린 판돈이 아주 크다는 거지. 저희도 재미 좀 보려 했는데, 쩝!”
테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추종자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누구한테 걸었는데?”
“저희가 누구한테 걸겠습니까? 당연히 소가주님이시지!”
“맞습니다!”
“의리하면 또 저희 4연무장 아닙니까! 으하하핫!”
한껏 웃는 그들을 보면서 테오는 확신을 가졌다.
‘역시 이 사람들은 놓쳐서는 안 돼.’
* * *
“항룡전은 그렇다 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테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추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시는 거지?
“이번에 내가 동부로 가게 된 사실 알고 있지?”
“아, 그거요? 모를 수가 없죠. 저희도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
테오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이 동부와 관련해서 부탁할 게 있나?
하지만 추종자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계면쩍은 얼굴로 자기들끼리 얼굴을 쳐다보기 바빴다.
이걸 정말 꺼내도 되겠냐는 투.
그러다가 한 명이 마음을 굳게 먹고 앞으로 나섰다.
남문검역소의 시빌이었다.
그들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테오와 대련을 하고, 첫 번째 추종자가 되기도 했던.
“저, 소가주님. 이게 아주 무례한 부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친분에 의거한 결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만, 그래도, 음, 철판을 깔고 말씀드리자면.”
“말해. 부담가지지 말고.”
동료들은 어서 서두르라며 눈짓으로 종용했고, 시빌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소리쳤다.
“저, 저희도 동부로 데, 데려가주십시오! 소가주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
테오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시빌은 잠시간의 침묵이 난감함으로 읽고 다급히 뒷말을 이었다.
“무, 물론 저희들이 아직 소, 소가주님께서 보시기에 많이 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그 옆에 서는 것도 아직 한참 모자라구요. 하지만 그동안 저희도 가만히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떨리던 시빌의 말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동안 가슴 안에 꾹꾹 눌러 담아뒀던 말을 꺼내고 나니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언젠가 소가주님의 옆에 설 날을 바라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게 새벽 훈련을 진행했었고, 또 저희끼리 모임을 가지면서 검술 논의도 하고, 또……!”
“파하하핫!”
시빌의 외침은 테오의 파안대소 때문에 도중에 끊어지고 말았다.
시빌과 추종자들이 의문 가득한 얼굴로 바라봤다.
-가, 갑자기 왜 저러시지?
-그러게……?
-우리가 뭘 잘못한 건 아니지?
그들 간에 불안한 눈빛도 수시로 오고 갔다.
하지만 테오의 웃음은 도저히 쉽게 그치질 않았다.
끝난 건 한참 뒤였다.
얼마나 웃었던지, 눈가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힐 정도였다.
“원래 내가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시빌과 추종자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테오가 한쪽 입꼬리를 씩 말아올렸다.
“이번에 동부로 넘어가기 전에 지원자를 대거 받을 생각이야. 그중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백갑용기대의 6번조 조원으로 받을 거고.”
“……!”
“……!”
“……!”
“당연히 지원자를 뽑는다면 나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람이 낫겠지? 혹시 다들 관심 있나?”
시빌이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있습니다! 저요! 저…… 우와악!”
“비켜, 인마! 소가주님이 안보이잖아!”
“저도! 저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소가주님!”
“지원서는 어디로 넣으면 됩니까?”
혹시 테오가 두고 갈까 싶어 앞다퉈 앞으로 나서는 모습이 왜 그렇게 재미난 건지.
테오는 한참 동안 진정하라고 말해야만 했다.
‘그래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야. 같이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들은 테오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런 감사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은 바로 테오였다.
백갑용기대 6번조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도 막막한 상황에서 동부를 같이 지킬 인재까지 꼽으려니 많이 골치가 아팠던 것이다.
물론, 대대적으로 모집 공고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긴 하겠지만.
문제는 그들에 대한 신뢰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중에 상당수는 다른 곳의 끄나풀일 테니까.’
하지만 4연무장의 추종자들이 중심축이 되어준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명성을 날리기 전부터 친했던 이들이니 신뢰도 할 수 있을뿐더러.
이들은 원래 라그나르에서도 ‘허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고, 테오를 닮아 훈련도 꾸준히 하면서 감각도 녹슬지 않았다.
즉, 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라그나르의 문화를 그대로 동부에다 이식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그 외에 테오가 동부로 데리고 가려는 곳들은 몇 곳이 더 있었다.
부유군도의 크림힐트 기사단.
바커스의 가주 직속부대.
백탑의 일족.
그리고 용의 군단까지…….
‘추가로 동부로 가는 길에 ‘그곳’도 들러봐야 하고.’
그동안 곳곳에 뿌려놨던 것들을 재배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다만, 제일 큰 문제는 6번조를 어떻게 꾸리냐는 건데.’
사실상 소가주의 친위대(親衛隊) 역할을 하게 될 곳.
그리고 나아가 테오가 권좌에 앉게 되었을 때 라그나르의 중축이 될 곳이었기에 절대 허투루 다룰 수 없었다.
‘역시 친위대를 맡길 사람은 그분밖에 없겠지?’
과연 그들이 함께 하겠다고 할까?
테오는 백갑용기대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