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5화(205/224)
새로운 용 (5)
‘첫인상은 우선 합격이군.’
브라켄 랑케는 오래전부터 기회가 되면 한번 테오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내 귀한 자식들을 둘이나 앗아갔는데, 직접 안 보면 쓰나?’
둘째인 홀커스의 결정은 이해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나에게 눌려 가주직을 포기했던 녀석은 대신에 큰물에서 놀고 싶어 했으니까.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고 싶다나?
사람들의 인기를 누리는 걸 즐겨했던 것을 보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첫째 에리카는 아니었다.
그녀는 랑케의 검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아주 당연하게 후계자직을 제 옷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개화식을 다녀오고 난 뒤에 ‘조금’ 달라졌다.
-아빠.
-그래, 딸아. 이제 너도 이 아버지의 늠름하고 위엄한 모습을 물려받기 위해 후계자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었……!
-나 좀 밖에서 놀다 올게.
-응?
놀고 오겠다고 말하던 딸의 눈이 얼마나 반짝이던지.
재미난 놀잇거리를 발견했을 때 아이가 보일 법한 눈빛이었기에 브라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디 한 눈 팔린 건진 모르지만, 그래도 금세 질려서 돌아올 거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이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자식들은 여전히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
브라켄도 슬슬 궁금해진 것이다.
그러다 자식들이 아주 잠깐 휴가차 고향에 들렀고, 테오에 대한 활약상을 듣고 난 뒤에 결정했다.
한번 얼굴을 보고 오자고.
때마침 요즘 들어 수상한 행동을 보이던 가드너 가주 새끼가 윈터러로 움직인단 소식도 있어서 이유도 알아볼 겸 겸사겸사 같이 나섰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데.
확실히 소문이 틀리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닮아 성격이 불같은 자식들이 아주 홀릴 만한 녀석이었다.
‘다른 대원들이 하는 말도 비슷했고.’
한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같이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부터 살펴보면 된다.
그래서 백갑용기대에 술과 고기를 먹이며 이리저리 어울렸고, 같이 얼굴이 불콰해지고 말았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술은 그만……! 으아악!
-고기를 너무 많이 먹…… 우웁!
-크헤헤헤! 술이다! 고기다! 마음껏 먹어! 응? 배부르다고? 술이 취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다 먹이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말씀이야!
뭐, 그 과정에서 과음과 폭식으로 고생하게 된 대원들이 있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도록 하고.
‘술 한잔 나누면 딱 좋겠군.’
브라켄은 웃었다.
아무래도 자식들만큼이나 재미난 술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 * *
‘다행히 백갑용기대가 마음에 드신 모양인 것 같긴 한데.’
브라켄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어준다는 것은 전생에서도 아주 유명했던 사실.
그 때문에 마해 인근의 야만족들과 숱하게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중 몇몇 족장들과는 의형제 사이로 지낼 정도로 화통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성정 때문에 최후의 모습이 너무 허무했었지.’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그 믿었던 의형제들 때문에 브라켄이 최후를 맞는다는 점이었다.
어느 부족의 초대를 받아 술자리를 갖다가 산공독을 마시고 마력이 봉인되어 목이 떨어졌다던가?
갑작스러운 배신에 분노한 에리카는 그날로 초원과 수목지대로 넘어가 그 부족을 비롯한 일대 야만족들을 모두 학살했으니.
그녀에게 ‘피에 미친 광전사’라는 별호가 붙게 된 것도 딱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하지만 그만큼 브라켄은 한 번 마음을 연 자에게는 모든 것을 내어줄 만큼 강한 의리를 갖고 있었다.
백갑용기대에 술과 고기를 거리낌 없이 내어줬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우웨에에엑!
-사, 살려줘……!
-속이 너무 안 좋아…….
-으허허헉! 더는! 더는 못 마십니다아아!
……대원들에게 정말 그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북방에서도 아주 먼 곳에 위치해 야만족들과 문화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만큼, 브라켄은 수염을 자글자글하게 키우는 등 아주 수더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는 브라켄의 두 시선이 자신을 꿰뚫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내 자식들이 아주 좋은 친구를 두었다고 들어서 말이야. 한번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평소에 시간이 안 났었거든. 하지만 근래에 이런저런 이슈가 있어서 왔는데……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테오가 곧 동부로 떠나는 것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저도 소문으로만 듣던 랑케 가문의 가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흠흠! 아, 혹시 내가 말을 놓는 게 불편한가? 사실 따지고 보면 라그나르의 소가주인 자네와 나는 동격이니…….”
“불편할 리 있겠습니까? 주종관계 이전에 친구들의 아버님이신데요. 아들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그래? 하하하! 그래도 되겠지? 이거 보기와 달리 우리 소가주님이 아주 화통하시구만!”
“저 역시 아버지처럼 생각하겠습니다. 술 한 잔 올려드려도 되겠습니까?”
마침 비었던 브라켄의 술잔을 채워주기 위해 테오가 술잔을 드는데, 갑자기 에리카와 홀커스가 이쪽으로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브라켄 몰래 옆에서 고개를 작게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돼!!’
‘너 그러다가 죽는다고!’
딱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피식.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홀커스는 그렇다 쳐도, 에리카까지 저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으니까.
“뭐하나? 나 팔 떨어져.”
브라켄이 술잔을 들고서 엄살을 떨자, 테오도 그제야 부리나케 달려와 거기다 술을 따랐다.
잔은 아주 컸다.
웬만한 세숫대야보다도 더.
‘이런 걸 몇 잔씩이나 마시니 사람들이 죽어 나가지.’
술은 이상하게 색이 탁하고, 냄새가 노린내가 심했다.
마유주(馬乳酒).
초원 지대에서 주로 마신다는 말 젖으로 만든 술이었다.
꿀꺽꿀꺽!
“크으! 그렇지, 이 맛이지!”
브라켄은 어느새 비운 술잔을 머리 위에 털어 보이고, 그걸 테오에게 내밀었다.
“어떤가? 자네도 들겠나?”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내미는 건 위생상 딱히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테오는 거리낌 없이 그걸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유주는 저도 마셔본 적이 없어서요. 잘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흐흐흐! 아마 맛이 아주 묘할 거야. 하지만 한번 그 즐거움을 깨닫고 나면 절대 끊을 수가 없지.”
다른 대원들의 시선도 저절로 이쪽으로 쏠렸다.
-테오가 마신다고?
-살았다!! 드디어 빠져나왔다고!
-헐. 근데 저거 잘 마실 수 있을까? 처음 먹기엔 힘들 텐데.
-그러…… 게? 사실 우리도 외부로 많이 돌아다니니까 익숙해진 거잖아.
-오늘 드디어 우리 소가주 님이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그건 좀 재미있겠…… 우웁!
-말 좀 그만해, 이 자식아! 술냄새 풀풀 풍기잖아!
신입답지 않게 항상 자신만만하고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기 때문일까.
아직 살아있던(?) 대원들은 짐덩이가 되지 않았던 테오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입의 귀여움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겠……!
꿀꺽꿀꺽!
-……으잉?
-너무 잘 마시는데?
에리카와 홀커스도 놀라긴 마찬가지.
너무 역해서 자신들도 되도록 피하는 술을 저렇게 잘 마시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테오는 얼굴 한번 찌푸리는 것 없이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그러고는 브라켄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술잔을 머리 위에 털었다.
“이렇게 하는 건가요? 맛있네요.”
“오오, 입맛에 맞단 말이지? 홀커스! 뭐하냐? 어서 술독 더 가져오지 않고?”
“예? 더 드시려구요?”
“좋은 ‘안다’(의형제, 친구)를 만났는데 즐겨야지, 그럼! 왜? 엉덩이가 무겁기라도 하느냐? 볼기짝이라도 차주랴?”
홀커스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있다가 서둘러 새로운 술독을 가져왔다.
“더 마실 수 있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제가 오시기 전부터 이미 많이 드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하하하하! 초원의 술고래인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브라켄이 씩 웃으면서 어느새 가득 찬 술잔을 높이 들었다.
“자자, 쭉쭉 들이키게나.”
브라켄이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얼큰하게 취해 호쾌하게 넘기는 모습이 사람인지 술독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야, 너 진짜 괜찮겠어?”
에리카는 테오에게 새로운 술잔을 쥐여 주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랑케의 유명한 술꾼들도 아버지와 대작을 하고 나면 사흘 밤낮을 숙취로 앓는다.
평상시 술이라면 입에 거의 대지 않던 테오이니 만약 힘들다고 말한다면 어떻게든 중재할 생각이었다.
일단 그들 남매부터가 고향에서 다시 도망치듯 나온 게 아버지의 술친구 상대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니었나.
그런데,
“괜찮아. 비법이 있어서.”
“……??”
에리카는 테오의 입가에 맺힌 장난기 섞인 미소에 눈을 끔뻑거리고 말았으니.
하지만 테오는 이미 브라켄과 술대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한 잔, 두 잔.
“크으으! 좋구나!”
“또 한잔 올리겠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아주 귀여운 친구를 사귀었어! 어쩜 이렇게 쏙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하는지! 자! 자네도 들게나!”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열 잔. 열한 잔.
잔은 어느새 주전자를 넘어 ‘독’ 단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그, 그러게. 배도 안 부르나? 아니, 화장실도 안 가잖아?
-마력으로 주정을 날리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데.
-야, 누가 좀 말려봐. 저러다 쓰러지며 어쩌려고!
한 독, 두 독, 세 독…….
두 사람 사이에 술독이 쌓일 때마다 사람들은 이제 감탄을 넘어 경악을 하고 말았다.
더 놀라운 건, 대작이라면 카일도 도망치게 만든다는 브라켄의 얼굴은 빨갛게 불콰해진 반면에,
테오는 여전히 흐트러지는 기색 하나 없이 아주 반듯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딸꾹! 내가, 딸꾹! 그때 자네 아버지에게 꽂혀서, 딸꾹! 가장 먼저 와서, 딸꾹! 충성을, 딸꾹! 했다, 이거야!”
대체 몇 번째 듣고 있는 건지 모를 술주정까지.
‘헐! 아버지가 취하셨어!’
‘이게 말이나 돼!?’
에리카와 홀커스는 이제 두려운 눈으로 테오를 바라봐야만 했다.
하지만 테오는 여전히 꿋꿋이 술잔을 넘기기만 할 뿐이니.
『밑장 빼는 솜씨도 이제 아주 시구르드를 닮아가는구나.』
진실을 아는 로드브로크는 테오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든지 안 들키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그런 걸 보고 우리는 사기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테오가 숙취를 견디는 법은 아주 간단했다.
정신과 육체의 분리.
<니르바나>를 이용해서 정신은 깊은 각성 상태에 들어가고, 육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철저하게 분리하여 따로 두는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오가 정신적 깨달음을 통해 얻은 수련법이니만큼 마력 사용량도 극히 적어 타인들이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물론, 나중에 니르바나가 끝난 뒤에 다가올 후폭풍이 아주 크겠지만.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그보다 로디, 준비는 잘 되어 가십니까?’
『……무슨 준비?』
‘왜 이러십니까? 늑골이죠, 당연히.’
『그, 그게 저, 정말 노,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고?』
‘에이, 당연하죠.’
『이런 미친놈이! 나는 환자다! 반려라는 작자가 어떻게 그런 천인공노한 말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로드브로크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로디의 진짜 덩치에 비하면 사실 크기도 얼마 안 되잖아요?’
『그래도 아픈 건 아프단 말이다!』
‘그럼 용활검, 그냥 둬요?’
『이, 이, 이, 못된!』
‘어쩔 수 없죠. 친구인 해왕만 안타까울 뿐이지.’
『이이이익!』
로드브로크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깨달았다.
……아무래도 옆에 있는 사람을 못살게 괴롭히는 것이 테오의 술주정인 것 같았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