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7화(207/224)
신설, 6번조 (2)
“긴급 응원 요청!?”
“뭐지? 저게 갑자기 윈터러에서 왜 터지는 거야?”
백갑용기대 대원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통 저런 신호탄은 전쟁터에서 보이는 것이었으니까.
혹시 적의 기습이라도 있던 걸까?
“뭣들 해, 이 새끼들아! 어서 검부터 가져오지 않고!”
그때, 조장들이 외치는 소리에 대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마력을 돌려 주정을 밖으로 배출하자 백룡의 둥지가 순식간에 술냄새로 가득 찼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다들 이러는 겐가?”
유일하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브라켄만이 테오를 붙잡았으니.
하지만 그 역시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인상을 굳혔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항룡전으로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 누군가가 저희에게 테러를 놓으려는 것 같습니다.”
테러.
그 말에 브라켄의 인상이 더 크게 일그러졌다.
“혼란스러울 때만큼 모사를 꾸미기에 좋을 때도 없지. 우리도 도와주겠네.”
“감사합니다.”
백갑용기대와 랑케의 검사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 * *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겐가! 미처 그걸 막지 못해서……!”
뎁트는 일그러진 얼굴로 다그치자, 디에고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곧 율법청이나 중앙청은 물론, 백갑용기대의 버러지들까지 모여들 텐데! 제기랄!”
뎁트는 신경질적으로 벽을 발로 후려 찼다.
검술이나 마법을 익히지 못한 평범한 일반인이었기에 별다른 흔적은 남지 않았지만.
그걸로도 디에고는 가슴이 철렁거리는 것 같았다.
이복동생에 대한 원한과 경멸심이 한층 더 커졌다.
‘너는 끝까지 가문에 도움이 되질 않는구나, 셀퍼드! 역시 너를 그때 죽여서 돼지우리에다 던져놨어야만 했었어!’
뎁트와 디에고의 목적은 사실 아주 간단했다.
-셀퍼드의 간첩화.
외가라는 약점이 있는 셀퍼드에게 목줄을 채워 소가주 테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로 옆에서 살핀다. 그러다 필요한 시점에 녀석을 노리는 비수로 써먹는다- 였다.
하지만 만약에 셀퍼드가 제안을 거절할 시에는 ‘강제 봉인’을 해둘 생각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죽일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인파가 많은 곳에서 시체를 처리하기도 힘든 데다가, 백갑용기대 대원이라는 신원이라도 밝혀지면 오히려 일만 꼬일 수 있었으므로.
어차피 대계(大計)의 결행 시간은 오늘 밤 자정.
항룡전의 결승이 치러지면서 사람들의 분위기도 한창 많이 무르익을 때쯤이었다.
그때까지만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니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인데.
하필이면 ‘강제 봉인’이 진행되는 중에 셀퍼드가 먼저 선수를 쳐버릴 줄이야!
아공간에 갇히기 직전. 셀퍼드는 상황을 눈치챘던지 신호탄을 먼저 터뜨려버렸다.
그 때문에 방문 밖에서는 무슨 일이냐며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고, 건물 주변으로도 구경꾼들이 빠르게 모이는 중이었다.
“지금이라도 정체를 숨기고 자리를 빠져나가시는 것이……!”
“밖에 보는 눈이 저렇게 많다! 거기다 여기가 누구의 손아귀인지 그새 까먹기라도 한 것이냐?”
인파가 저렇게 많이 모여서야 도망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미 가드너의 검사들이 이곳에 온 것을 목격한 사람들도 적잖게 있었으니까.
결국 본전도 거두지 못한 채 디에고는 입술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여기서 헛소리를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간 뎁트의 경멸에 찬 시선을 받게 될 것 같았으므로.
“차라리 다른 놈들에게로 시선을 돌릴 수 있으면 모르……! 잠깐? 시선을 돌린다고?”
뎁트는 혼잣말을 지껄이다 말고,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크게 웃으며 디에고의 어깨를 두들겼다.
“하하하하! 너의 그 멍청한 헛소리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디에고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지만, 곧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 엇입니까?”
“뭐긴.”
뎁트가 뭐라고 지껄였고, 곧 디에고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 * *
-대체 무슨 일이래?
-몰라. 이거 혹시 아는 사람 없어요?
-아무리 봐도 퍼지는 방식이 백갑용기대의 신호탄 같긴 한데…….
-엥? 백갑용기대? 그 양반들이 여기서 그런 걸 왜 터뜨려?
-가드너의 검사들이 백갑용기대 대원 몇몇이랑 식사하러 들어간 걸 본 사람들이 있긴 하더만.
‘하얀 들불’ 앞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뜩이나 무르익는 항룡전의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태.
그런 와중에 갑자기 요란한 일이 터지고 말았으니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거기다 이 일이 요즘 들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백갑용기대와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자, 금세 소문이 퍼지면서 인파는 더 많아지고 말았다.
그중에 윈터러에서 어떤 ‘위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라그나르의 중심지가 아닌가?
트로이반도 감히 손대지 못한 천 년의 성역.
그러니 사람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호기심만 가득했다.
-율법검사들이라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중앙청의 순시검사들이라도 불러와야 할 것 같은데!
바로 그때였다.
삐이익! 삐익!
“다들 물러서십시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모두 100미터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윈터러의 경찰이라 할 수 있는 순시검사(巡視劍士) 서너 명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인파를 뒤로 물렸다.
“대체 무슨 일이래?”
“모르겠습니다. 백갑용기대와 가드너 가문의 사람 몇몇이 식사를 위해 방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신호탄이 터지고 난 뒤부터는 불러봐도 대답도 없고, 감감무소식이라고 합니다.”
“하아. 가뜩이나 할 일 많아 죽겠는데. 이게 뭐야?”
검사장(劍士長)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가뜩이나 여행객들이 많아져서 그걸 관리·통솔하느라 정신이 없는 판국이건만.
별것도 아닌 일에 또 이렇게 정신이 팔려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신고는 들어왔고, 상대들은 순시부(巡視部)에서 봤을 때 까마득하기만 한 존재들이었다.
어떤 다툼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떻게든 잘 조정해서 딴 곳에서 일을 마무리하도록 해야만 했다. 아니면 율법청에다 떠넘기거나.
“후우! 들어가지.”
검사장은 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다 비벼 끄고, 수하 검사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려 했다.
그 순간,
콰아아앙!
와장창-
갑자기 3층에서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조각과 돌조각이 아래로 쏟아졌다.
-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구경꾼들이 화들짝 놀라 3층을 올려다봤다.
터진 벽면 구멍으로 검은 매연이 꾸역꾸역 토해지고, 무언가가 다급하게 밖으로 탈출하고 있었다.
검사장의 시선도 다급하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가드너?”
핏빛 갑주를 입은 검사들.
분명히 6설가 가드너가 자랑하는 <혈랑검사>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 같이 낭패한 얼굴로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거친 싸움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혈랑검사?
-디에고 가드너다! 가드너의 소가주!
-왜 저런 모습으로 있는 거야?
인파 중에는 디에고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었다.
가드너가 폭발한 2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셀퍼드…… 대체 왜 이딴 짓을……!”
그는 분노를 곱씹듯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다른 혈랑검사들과 함께 다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순시검사들이 그 뒤를 쫓으려 했지만, 검사장이 손을 높이 들어 그들을 만류했다.
“다들 멈춰라! 가드너 쪽은 율법청으로 넘기고, 우리는 현장을 확인한다!”
어차피 순시검사가 가진 실력으로 저들을 쫓아봤자 얼마 가지 못해 놓치고 만다.
그러니 정확한 사정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다급히 3층으로 올라갔다.
“……개판이군.”
검사장은 현장에 남은 폭발 자국이며 칼자국들을 보고 침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거의 생사대적의 수준이 아니고서야 저지르기가 힘들 만큼 끔찍했다.
곳곳에 뿌려진 피는 또 얼마나 많은지. 누가 죽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어? 또 누가 온다.
-헉!
-저분은……!
그때, 또다시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거, 검사장 님!”
“왜 그러나? 지금 상황 확인하는 거 안 보여?”
“그, 그, 그것이……!”
검사장은 계속 옆에서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호들갑을 떠는 수하에게 한 소리를 쏘아붙이려 했다.
그러다 뒤에서 불쑥 나타난 무리들을 보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수고 많으십니다.”
저벅!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걸음을 옮기는 청년.
여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검사장의 뇌리에 낙인처럼 강렬하게 틀어박혔다.
“소, 소, 소가주 님을 뵈, 뵙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나타나는 무리는 모두 윈터러의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얼굴들이었다.
백갑용기대의 조장들과 랑케의 가주까지!
‘이 사람들이 왜 단체로 모인 거야!’
검사장은 갑자기 눈앞에 큰 폭탄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제가 직접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시지요…….”
검사장은 괜히 주눅이 들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테오는 진지한 태도로 꼼꼼하게 현장을 살폈다.
“뭐 좀 알 것 같아?”
고리토가 던진 질문에 테오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집중하느라 대답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물어볼 게 많아도 침묵을 지켰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체 뭐가 보이는 거지?’
‘알 수가 없군.’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나.’
조장들은 이 상황이 조금 답답했다.
수많은 실전을 겪어봤다지만, 그들이 맡는 건 대부분 전쟁터였으니. 이런 상황은 거의 접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주변을 살펴도 백갑용기대와 가드너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만 보일 뿐,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테오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보는 것은 브라켄이 전부였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기셨구나. 그런데 보면 뭘 좀 아시나?’
한편, 검사장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테오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테오에게 가진 첫인상은 딱 두 가지였다.
잘생겼다는 긍정적인 인상과 그가 대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인상.
특히 후자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알기로 테오는 이제야 겨우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전장에서야 위명을 날릴 만큼 뛰어날지 모르나, 꼼꼼한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이런 곳에서는 뭘 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폼이라도 잡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 불경한 생각까지 들었으니.
하지만 검사장은 테오가 정보부의 요원으로서 살아온 경력이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본 뒤.
테오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을 하고서 브라켄을 돌아봤다.
“랑케 가주님, 가드너와 관련해서 제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죠? 혹시 그게 뭔지 여기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테오의 눈에,
이 현장은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