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0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09화(209/224)
신설, 6번조 (4)
킨카르논은 대기 시간 동안 숨을 고르던 중에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세작을 심는 것이 실패한 것으로도 모자라, 백갑용기대에 움직임이 읽혔다고?”
“면목이 없습니다.”
킨카르논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패자, 뎁트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미 등마저도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킨카르논은 전형적인 라그나르의 인물이었다.
능력이 뛰어나다면 누구보다 중용하지만, 실패한다면 이전에 어떤 공훈을 세웠든지 간에 신경 쓰지 않고 숙청을 해대는 인물.
뎁트가 그동안 킨카르논의 업적을 널리 알리면서 책사의 자리에 앉았다지만, 이번 대계를 실패한다면 그 자리가 단번에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율법청을 움직여 수사에 혼선을 주게 하였으니, 항룡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은 어떻게든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보완책이 아니라 임시 봉합책에 불과했다는 얘기로군?”
뎁트의 고개가 말없이 떨어지고,
“알겠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감사합니다.”
킨카르논은 축객령과 함께 멀어지는 책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군.”
하지만 킨카르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항룡의 자리도, 소가주의 위치도, 권좌의 위엄도, 전부 그에겐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으니.
오늘만 끝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그 뜻, 저도 좀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떠실까요?”
킨카르논은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생. 안시오였다.
하지만 킨카르논의 시선은 정확하게 안시오가 아닌, 그 뒤에 숨어있는 다른 눈에 향해 있었다.
저 먼 지붕에 가만히 앉아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 자.
안시오는 그의 끄나풀에 불과했다.
“패룡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는 모양이로군. 이런 날에는 직접 오셔서 축하해주셔도 될 텐데.”
“가주님이나 흑룡 님의 눈총을 누구보다 신경 쓰는 분이시니까요. 아, 지금 말씀하시네요. ‘후배가 직접 선배를 뵈러 와야지, 선배가 가는 건 경우가 없다’라고 하시는데요?”
“그새 꼰대가 다 되셨군.”
“예의나 전통을 누구보다 따지는 분이시라.”
“그러기엔 하시는 일들이 전부 파격에 가까우시던데 말이야.”
킨카르논은 패룡이 갖고 있는 권력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가주 위까지 노릴 그 탐욕은 누구도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하여간 직접 나를 ‘항룡’으로 생각하는 걸 보셔서는 뭔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으신 것 같은데.”
“맞아요.”
“뭐지?”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죠.”
“동맹 제안인가?”
“그래요.”
“거절한다.”
“내용을 자세히 안 들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킨카르논은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보나마나 테오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때까지 손을 잡자, 뭐 이딴 말을 하려는 게 아니냐? 토……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군. 하여간 흑색철기대장이었지? 그 녀석도 당해내지 못했던 네가 내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지?”
서슴없는 폭언.
순간, 안시오의 부드러운 인상에 살짝 금이 갔다.
‘재수 없는 작자.’
안시오는 킨카르논이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어쩌면 얼굴도 모르고 있을지도.
그가 자신을 알아본 이유는 딱 하나.
자신이 그를 만날 때면 항상 패룡을 멀리서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킨카르논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위협이 되지 않으면 이름과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6대 후보 중에서도 가장 큰 상승세를 떨치던 토르켈의 이름조차 마지막까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런데 테오가 누군지는 알고 있단 말이지?’
안시오는 푸들거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힘과 정치는 별개니까요.”
“라그나르에서는 동일 선상이다만.”
“그래서 그 선상에 앉을 수 있는 분은 권좌에 정말 앉을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글쎄.”
“생각이 없다고 하시기엔 ‘제왕의 홀’에 너무 진심인 것 같으시던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킨카르논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진다 싶더니,
팟-
콰앙!
킨카르논이 안시오의 멱살을 틀어쥔 채로 벽면에 그대로 찍었다.
“크윽……!”
안시오는 피를 토하면서도 웃는 낯을 잊지 않았다.
“그…… 거 아세요? 큰오빠가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거. 저희 형제들에게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 이야기, 어디서 들은 거지?”
“어디서 듣긴요. 설마 <선택자>의 힘을 얻길 바라는 게 큰오빠만 계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뭐? 설마……!”
“그건 저, 아니, 스승님도 마찬가지…… 랍니다. 그리고 토르켈도 비슷했었고요. 정확하게는…… 광룡…… 제이지만.”
“……!”
“그러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만하면 서로가 원하는 건 확실하다고 보이는데.”
킨카르논이 손에서 힘을 풀자, 안시오가 조용히 벽을 타고 미끄러졌다.
‘그래도 큰오빠의 이런 얼굴을 보니 기분은 좋은데.’
그만큼 ‘제왕의 홀’이 갖고 있는 무게가 대단한 것일 테지.
인위적으로 선택자를 탄생시킬 수 있는 유물이라.
이만한 가치를 지닌 게 또 어디 있을까?
그동안 패룡이 세계를 떠돌아다녔던 것도 전부 이것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으니.
‘설마 그런 대단한 유물이 윈터러에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안시오는 킨카르논이 자신의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켁켁! 정…… 말 죽을 뻔했다구요.”
“잡설은 그만하고. 원하는 것부터 말해라.”
“항룡전과 이런저런 소란으로 테오와 백갑용기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게 아닐까 하고 오해하는 동안, 몰래 뒤를 쳐서 ‘제왕의 홀’을 획득하는 게 큰오빠의 목표였을 테죠. 거기에 한 팔을 보태드리겠어요.”
테오의 이목을 잡아끄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뜻.
“그렇게 해서 제왕의 홀을 나누자?”
“설마요. 저는 인생 2회차니 뭐니 하는 건 별반 관심 없어요. 여기까지 쌓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짓을 또 하라구요? 제가 유물의 선택을 받을 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그런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네요. 스승님도 같은 생각이시구요.”
“그럼?”
“홀은 큰오빠가 가지세요. 대신에 소가주의 권좌를 제게 주세요.”
킨카르논에게선 잠시간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안시오는 그걸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혓바닥이 뱀의 혀처럼 사이하게 돌아갔다.
* * *
파앗-
팟! 파밧!
‘킨카르논과 가드너 가문이 정확하게 뭘 노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내 뒤통수를 노리는 건 확실해.’
테오는 백갑용기대 대원들과 랑케의 검사들을 대동한 채 바쁘게 움직였다.
항룡전 때문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는 탓에 윈터러의 골목을 가로지르기란 쉽지 않아 지붕을 넘나 들어야만 했다.
-어? 어어?
-백갑용기대가 하늘을 난다! 랑케의 검사들도 있어!
-항룡전 기간 중에는 절대 경신술을 펼치지 말라고 했었는데……!
-백갑용기대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더니 그 때문인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검사들을 보면서 바짝 긴장하면서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가주, 정말 이 길이 맞는가? 갈수록 인파가 적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많아지기만 하는데?」
「확실합니다.」
「으음.」
브라켄은 테오가 대체 무슨 술수를 바탕으로 이렇게 확신을 하는 건지 몰라서 침음을 흘렸지만, 테오는 더 이상 자세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스킬 발동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유물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니르바나>가 작동 중입니다.]점점 사라지는 푸른빛의 잔향을 쫓는 건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고승(高僧)에 버금가는 정신력을 자랑하는 테오는 어떻게든 유물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고,
‘여기!’
윈터러의 중심가에 위치한 어느 큰 건물을 발견했을 때, 테오의 눈에 차갑게 번뜩였다.
[‘스킬: 드레이크 피어’가 발동되어 오러가 강화됩니다.]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빠르게 뽑아 위에서 아래로 거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풍압과 함께 오러가 잔뜩 실리면서 낙뢰가 작렬했다.
콰르르릉!
지붕이 박살나면서 격진이 건물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무, 뭐야?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부터 한다고?’
‘만약에 가드너가 없으면 어쩌려고……!’
랑케의 검사들은 테오의 무모한 공격에 적잖게 당황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지만, 저 건물 안에 가드너의 검사들이 있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이건만.
이러다가 죄 없는 양민들이 있어 다치면 어쩌나 싶었다.
최전선에서 야만족들을 상대하는 자신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백갑용기대의 대원과 조장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으니.
‘저…… 래도 괜찮다는 건가?’
그 때문에 랑케의 검사들은 혼란에 잠겨야만 했다.
에리카 남매를 돌아봐도 마찬가지.
오히려 당연하다는 투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싶었다.
‘뭘 해도 믿는다는 거군.’
브라켄만이 묘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박살난 건물에서는 가드너의 검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다급하게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혈랑검사들이었다.
“이게 무슨!”
“제기랄! 이게 무슨 일이야!”
“헛……!”
혈랑검사들은 욕지기를 뱉다 말고 어느새 근처까지 접근한 테오를 발견하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잘생긴 얼굴에 긴 머리.
거기다 자신의 몸보다도 더 큰 대검이라면 한 사람밖에 없지 않은가!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
선두에 있는 검사가 테오를 알아보고 뭐라고 만류하기도 전에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녀석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촤아악!
푸우우-
어떻게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벌어진 사건.
혈랑검사를 비롯해 디에고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는 순간.
“라그나르의 소가주로서 명령한다.”
테오는 피분수 아래에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본가의 검사를 해친 가드너를 반란 모의 혐의로 판단, 백갑용기대와 랑케의 가솔들은 놈들을 모두 주살하라.”
“……!”
“……!”
“……!”
일체의 변명도 듣지 않겠다는 선언.
순간, 디에고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