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1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10화(210/224)
신설, 6번조 (5)
당황은 잠시였다.
“존명!”
“존명!”
조장 고리토와 하나타는 우렁차게 대답하면서 대원들과 함께 혈랑검사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차후에 율법청에서 조사 중이었다며 항의를 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테오는 그런 정치적인 압박까지 전부 감당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테오가 셀퍼드와 아린 등을 아낀다는 뜻이 되었으니. 당연히 사기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파아앗-
“아무리 대가문의 행사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핍박하려 든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못하오!!”
디에고는 마력을 한가득 담아 사자후를 내질렀다.
그는 사실 적잖게 당황한 상태였다.
자신들이 숨어있던 안가(安家)를 너무 쉽게 들킨 것도 문제였지만.
설사 들킨다고 해도, 율법청이 움직인 이상 제아무리 날고 긴다는 백갑용기대라고 해도 행동에 조심을 기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자신은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대면서 시간을 최대한 끄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갓 소가주가 된 애송이라면 이제는 이래저래 정치적으로 신경 쓰이는 게 많을 텐데 잘도 이딴 짓을……!’
테오, 저 애송이가 이렇게 막 나갈 줄 몰랐다.
6설가 중 하나인 가드너의 지지가 필요 없다는 걸까?
나중에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디에고의 생각을 읽은 걸까.
테오가 차갑게 웃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면?”
“엄연히 먼저 손을 쓴 것은 백갑용기대이니! 가드너 역시 방어를 목적으로 무력을 쓰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요. 백갑용기대가 다쳐도 괜찮겠소? 랑케 가주! 당신들 또한 가드너에 선전포고한 것이라 간주해도 되겠소?”
으름장을 놓으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생각했지만, 브라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소가주를 지지하기로 한 이상, 소가주의 뜻이 그러하다면?”
“이이……!”
“그리고.”
브라켄이 순간 흉포하게 웃었다.
“언제부터 가드너의 후계자 따위가 랑케의 가주에게 이를 드러낼 줄 알았지?”
“……!”
‘실수했다!’
디에고는 그제야 브라켄 랑케의 성격을 떠올리고 다급하게 뭐라고 변명하려 했다.
가드너와 랑케는 오랫동안 대립 구도를 유지했으나, 정작 충돌을 벌인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서로가 부딪쳐봤자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거라는 걸 아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끽해야 상대가 노리는 바를 중간에서 알아차리고 훼방을 놓는 정도?
최대한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는 척은 했다.
하지만 지금 보인 상황은 디에고가 마치 브라켄을 아랫사람 대하듯이 윽박지른 것에 가까웠으니.
브라켄이 당장 냅다 들이박아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가드너의 놈들한테서 한 몫 단단히 뜯어보자. 뭐하냐, 얘들아! 어서 손님 뫼시지 않고!”
브라켄이 말하는 투는 꼭 어디 뒷골목 마피아 같았다.
하지만 의미는 확실했으니. 디에고를 붙잡아 가드너에게 인질 협상비를 요청하자는 것이었다.
“으헤헤헤! 가드너 놈들의 재수 없는 낯짝이 일그러지는 걸 실컷 구경할 수 있겠구만!”
“간만에 포식 한번 즐겨보자고-!”
백갑용기대에 이어 랑케까지.
당장 여기 있는 혈랑검사들로는 역부족이었다.
“소가주님!!”
결국 혈랑검사들의 시선이 디에고로 향하고,
“막아라, 어떻게든!”
디에고는 수하들을 고기 방패로 내세우면서 자신은 냅다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건 도망이 아니었다.
유물 사용을 절대 테오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킨카르논의 신신당부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이 구슬만큼은……!’
디에고는 품 속에 넣어둔 하얀 구슬을 꽉 움켜쥐었다.
“하는 짓거리가 참 추악한데.”
테오는 이를 악문 채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혈랑검사들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자리를 내빼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 같은데.
군주가 되겠다는 작자가 이 정도 책임감밖에 없다고?
더구나 디에고에게는 푸른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물을 갖고 있다는 뜻.
그럼 놓칠 수는 없잖아?
고오오오-
테오가 내뿜은 살기가 순간 혈랑검사들의 몸을 뻣뻣하게 만들고.
콰아아앙!
쐐애액-
거센 발길질과 함께 높이 점프해서 순식간에 그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안 돼!”
“막아!”
“막긴 뭘 막아! 감히 어딜 소가주님의 행차를 막으려고!”
혈랑검사들이 어떻게 손을 쓰려고 해도 그전에 달라붙은 대원들 때문에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말았으니.
테오는 어느새 디에고의 머리 위에 다다르고 있었다.
푸른빛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제길!!”
디에고는 테오의 기척을 느끼고 몸을 반전시켰다.
오른손에 붙잡힌 검이 오러를 줄줄이 뿜어냈다.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에 이 놈을 제압해버리면……!’
디에고는 테오가 상급검사의 시험을 통과했느니, 용문검사의 수준을 갖고 있느니 하는 소문 따윌 믿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야 겨우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그 정도 수준이 되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아마도 라그나르의 가주가 노망이 나서 그런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테오의 친모는 한때 제국도 들썩이게 했던 뛰어난 미모의 여배우.
그러니 그 자식도 제 눈에 얼마나 예쁘겠는가?
예쁜 막내를 위해 후계 구도를 복잡하게 꼬았다가 몰락하는 집안이 어디 한두 개던가.
아마 그동안 발표된 테오의 공적들도 전부 카일이 날조한 것들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 디에고는 차라리 테오를 여기서 압도적인 실력차로 제압해서 그 낯을 낱낱이 해체하고, 모든 여론을 킨카르논에게 쏠리게 만들 생각이었다.
카일의 신임을 등에 업고 소가주가 된 테오와 오로지 제 능력만으로 항룡이 된 킨카르논.
여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에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그럼 내친김에 테오에게 줄을 댄 셀퍼드도 같이 치워버릴 수 있었다.
킨카르논의 공신이 되는 것과 동시에 눈엣가시도 같이 뽑아버릴 좋은 기회.
<가드너 비전 – 핏빛 이리의 송곳니>
화아아악!
디에고가 이를 악문 채로 비전을 발동하는데.
콰콰쾅!
오러와 함께 검이 그대로 박살 나 흩어졌다.
‘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디에고의 눈이 활짝 커지고,
촤아아악!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그대로 디에고의 오른팔을 통째로 잘라버렸다.
푸화악!
“크아아악!”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팟! 팟! 팟! 팟!
대기 중이던 용살, 월백, 영묘, 용활의 4개 검이 빛살이 되어 쏘아졌다.
퍼퍼퍼퍽!
세 개는 사지에. 나머지 하나는 복부에.
“쿠르륵……!”
디에고는 무릎을 지면에 찍으면서 피를 토했다.
눈동자가 요동쳤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의문에 가득 찬 눈동자로 고개를 들어 테오를 올려다봤다.
어떻게 이만큼 실력 차가 있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든 테오를 설득해야 된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어차피 셀퍼드 등을 살리려면, 유물의 사용법을 알려면 자신을 죽일 순 없으니까.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데-
스걱-
테오는 가차 없이 디에고의 머리를 쳐버렸다.
‘어째서?’
디에고의 두 눈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수하와 트러블이 있었던 사람을 굳이 살려둘 이유는 없지 않나? 필요하다면 네 자리에 셀퍼드를 앉혀도 되는 거고.」
디에고는 그제야 깨달았다.
테오가 얼마나 심모원려가 깊은지를.
-이걸 기회 삼아 가드너까지 손에 넣으려는 거구나!
그렇다면 가드너 가문이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후회가 들었지만, 생각은 도중에 거기서 끊어지고 말았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를 발동하여 태고룡의 유물을 탐색 및 색출합니다.]스르르!
바로 그때, 디에고의 갈라진 품에서부터 하얀 구슬이 둥실 떠올랐다.
+
[사슬 감옥의 구슬]· 종류: 아티팩트
· 효과: 실력자 봉인
+
푸른빛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고룡의 유물이라는 뜻.
테오는 염동력으로 [사슬 감옥의 구슬]을 가져와 봉인을 해제하려 했다.
하지만,
[봉인을 열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오염된 상태입니다.]‘용활검 때와 똑같아.’
예상했던 대로 이 유물도 이미 강제로 봉인이 해제된 흔적이 보였다.
결국 이걸 해결하려면 킨카르논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발동된 마법을 역발동 시키는 건 가능하시죠?’
『그런 것도 못하면 마지막 남은 용이라는 긍지를 버려야지.』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도움을 받아 이전에 발동된 마법을 강제로 취소했다.
한순간 끔찍한 두통이 찾아올 정도로 뇌문이 뜨겁게 가열되었지만, 곧 허공에 시커먼 어둠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사람을 강제로 토해냈다.
모두 검은 사슬에 칭칭 감겨 있는 모습.
기절해 있었던지 축 늘어진 상태였다.
셀퍼드와 아린을 비롯해 실종되었던 대원들이었다.
“셀퍼드!”
“아린!”
“괜찮으십니까?”
“여긴……?”
셀퍼드는 겨우 의식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가 자신의 근처까지 굴러온 디에고의 머리통을 발견했다.
그는 금세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가볍게 혀를 찼다.
“테오……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예?”
테오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바라봤지만.
“이 새끼 모가지 칠 때 내 몫은 남겨놨어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다행히 셀퍼드는 그대로였다.
테오는 가볍게 웃었다.
* * *
진압은 금세 마무리되었다.
디에고가 죽은 이상, 자신들도 똑같은 꼴이 될 거라 예상했던 혈랑검사들은 어떻게든 저항을 시도하려 했지만.
“전부 칼 버려, 이 새끼들아아아!”
셀퍼드는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사자후를 강하게 내지르며 혈랑검사들의 움직임을 그치게 만들었다.
“2공자님……!”
“멍청하게 디에고 새끼 따라가려고 그래? 그냥 칼 버리고 투항해!”
“하지만!”
“이대로 가문으로 복귀해봤자 가주에게 좋은 꼴 보기 힘들다고? 그래서 뭐? 그냥 순직하겠다, 이거야?”
혈랑검사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주춤거리고 말았다.
그동안 실실거리기만 하던 셀퍼드는 온데간데없이, 가드너의 가주들만이 보일 수 있는 기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보면 모르겠냐? 그 줄 자체가 이미 썩은 동아줄이었다고. 테오가 권좌에 앉으면? 그냥 줄줄이 다 좆된 거야, 이 멍청이들아. 그럼 줄 새로 안 갈아탈 거야?”
거기까지 말했는데 알아듣지 못할 멍청이들은 없었다.
셀퍼드가 가주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구나 그 배경이 테오가 된다면?
이야기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너네들 마음에 안 들거든? 그래도 가문부터 살려야지, 응?”
사실 셀퍼드는 디에고의 편을 들어 그동안 자신과 어머니에게 몹쓸 짓을 하던 이들을 살려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이대로 계속 저항하다간 대원이나 랑케에서 부상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을.
더군다나.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그냥 하시죠?
테오의 몹쓸 협박(?)도 있었으니.
-난 그딴 거 안 해, 인마.
-6번조장으로서 내리는 명령입니다만.
-6번조? 나 거기 전출된 적 없어!
-아뇨. 됐습니다.
-언제?
-지금이요. 소가주의 권한으로 데려왔거든요. 거절은 거절하겠습니다.
-…….
-싫으면 소가주 권한으로 명령할까요?
셀퍼드는 막무가내 행정에 그저 기가 찼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꼴보기 싫었던 가드너의 가주가 되어 테오 옆에 설 수 있다면.
그래서 라그나르를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인생이 어디 있을까?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