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1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11화(211/224)
검제(劍帝) 킨카르논 (1)
“우리가 충성을 바치는 이는…… 알곤 님뿐.”
“그대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모두 명예롭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혈랑검사들 중 디에고와 현재 가주에게 충성을 바치던 절반 정도는 모두 전사(戰死)를 선택했다.
셀퍼드를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셀퍼드는 그런 그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선택을 존중했고, 브라켄은 수하들과 함께 그들의 사형을 집행했다.
그렇게 남은 혈랑검사는 모두 이십여 명.
하지만 그들마저도 서로 간에 눈치만 보며 셀퍼드에게는 아직 뻣뻣한 태도가 여실했다.
테오가 여기에 대해 지적하려 했지만.
“이 이상은 내가 감당할 몫이야. 나도 십 년 넘게 가문을 비웠었으니까. 저들의 충성심을 사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해.”
셀퍼드의 태도가 워낙에 강경했기에 더 이상 간섭하지 못했다.
대신에 그들이 하려던 계획을 심문하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항룡전이 진행되는 동안, 너희들은 각자 지정된 장소에서 분란을 일으킬 예정이었다고?”
“그…… 렇습니다. 이미 저희 말고도 킨카르논 님을 따르는 상당수가 인파에 섞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동격서로군. 혼란 중에 뭔가를 노리려는 것 같은데. 뭘 노리는 거지?”
“저희도 정확한 것은.”
스르릉-
브라켄이 테오 뒤에서 씩 웃으면서 검을 뽑아 보였다.
사형을 집행하면서 칼날에 덕지덕지 붙은 살점들이 그렇게 무시무시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 한 가지 어, 얼핏 들은 것이 있었스, 습니다.”
“들은 것?”
“예……. 목련궁으로 움직일 별동대를 꾸릴 거라는 말을…….”
“목련궁?”
“거기가 어디지?”
“이봐. 거짓말하다가 걸리면 진짜 쉽게 안 뒈진다?”
“정말입니다!”
조장들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라그나르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그들도 처음 들어보는 궁전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만책에 당하고 있는 건가 싶어 인상을 찡그리는데.
“테오, 혹시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셀퍼드는 테오의 표정이 고요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테오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목련궁은 사실 테오의 전생과 관련되어 있던 곳이었다.
‘사실상 가문에서 방출될 예정인 직계들이 잠시간 머무르는 유배지…… 였지.’
별다른 활약상을 보이지 않았던 테오는 결국 원로원과 합의 하에 계승권과 관련된 모든 권한과 의무를 포기하고 가문을 나섰다.
그때 당시에 머물렀던 곳이 바로 목련궁이었으니.
평상시에는 폐쇄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장소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다만, 윈터러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많은 유동 인구에 둘러싸여 있어 오히려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테오가 떠난 뒤. 목련궁은 아주 유명해지게 된다.
‘2년 뒤였나? 제왕의 홀이 발굴되어서 아주 떠들썩했었지.’
시조 시구르드가 용기사단을 설립할 당시에 신물로 사용했다던 홀이 발견된 것이다.
홀을 손에 넣은 킨카르논은 자신이야말로 하늘에 계신 시조님이 선택한 진정한 후계자라고 선포하니.
권좌 경쟁은 그때부터 아예 노골적인 내전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그걸 왜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테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자신의 안일함을 탄식했다.
한번 선보인 이후로 킨카르논이 제왕의 홀을 꺼내 사용한 적은 없었기에 생긴 기억의 공백.
아니, 정확하게는 가문을 떠난 뒤로 가문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에 생긴 공백이었다.
‘더군다나 당시에 가품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파다했었어. 가주전에서도 거기에 별다른 응대가 없어서 다들 그럴 거라고 여기는 분위기이기도 했었고.’
그런데 그게 만약 진품이었다면.
어떤 비밀이 숨어있다면.
킨카르논이 저렇게 무리한 작전을 펼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착실하게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이제 뭘 해야할지도 명확해졌다.
“셀퍼드, 브라켄.”
이제 테오가 6설가의 주인으로 인정한 두 사람이 그를 바라봤다.
“고리토, 하나타.”
마찬가지로 백갑용기대의 조장들도 진지한 시선으로 테오를 응시했다.
“저는 가주께서 저를 소가주 자리에 앉히신 이상, 최대한 형제들의 피를 보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킬 생각이었습니다. 필요하다면 항룡의 자리도 형제들에게 나눠줄 용의가 있었습니다.”
[‘스킬: 드레이크 피어’가 일대 공간을 장악합니다.] [모든 이목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위엄을 갖춥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꿀꺽!
혈랑검사들 중에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마른침을 삼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백갑용기대도 모두 무겁게 가라앉은 눈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들은 그런 저의 뜻을 따라줄 용의가 없는 듯합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소가주의 자리에 앉았으니 자신의 실력만 꾸준히 증명한다면 더 이상 분란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막연한 기대였을 뿐.
결국 라그나르는 라그나르일진대. 계속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용들만이 가득한 곳일진대. 너무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했던 것 같았다.
“더 이상 이딴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저들과 저의 격(格)의 차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테오의 기세가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제왕을 상징하는 용의 눈이 활짝 열렸다.
“오늘 같은 길일(吉日)에 칼을 뽑아야 할 것 같은데…… 다들 도와주시겠습니까?”
필요하다면 킨카르논을 비롯한 형제들을 숙청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의미.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셀퍼드와 브라켄이었다.
처척!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소가주의 뜻대로.”
“소가주의 뜻대로.”
그다음에는 백갑용기대 전원.
“우리는 당신의 검이 될지니.”
“우리를 원하는 대로 휘두르소서.”
뒤따라 랑케와 가드너의 검사들도 부랴부랴 부복했다.
테오가 몸을 반대로 돌렸다.
모두가 그 뒤를 따랐다.
* * *
“숙청을 진행하더라도 많은 인파들이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이상, 명분은 저희가 쥐어야 합니다. 항룡전을 갑작스럽게 덮치는 건 하책일 것입니다.”
테오의 지시에 따라 백갑용기대와 랑케, 그리고 가드너의 검사들은 각자 다른 임무를 띠고 움직였다.
“랑케는 가드너로 위장해서 저들과 같이 움직여 주십시오.”
“킨카르논 측에 잠입하라?”
“예. 아마 본격적으로 분란이 발생하는 건 한창 항룡전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결승전쯤부터 일 겁니다. 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계시다가 신호가 떨어졌을 때.”
“현장을 덮치라는 거군.”
“브라켄 님이 나서주신다면 증거에도 그만큼 무게가 실릴 테니까요.”
“파하하하! 역시 자네를 따라오기를 잘했어. 벌써부터 재미난 일감을 던져주지 않나. 아주 흥미진진해. 알곤, 그 양반의 낯짝이 구겨지는 걸 직접 봐야하는데!”
브라켄은 그 어느 때보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라이벌의 콧대를 눌러줄 뿐만 아니라, 이로써 차기 가주의 최측근이 되었으니.
이번 작전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향후 수십 년 간 랑케의 가세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백갑용기대는 모두 두 곳으로 나뉩니다. 한 곳은…….”
테오는 항룡전은 물론, 목련궁까지 포함한 주요 지역에 백갑용기대를 분산 배치했다.
여차하면 바로 나설 수 있도록 만든 안배였다.
“그리고 나머지 6번조는 저와 함께 항룡전 관전에 참여하겠습니다.”
현재 6번조라면 인원이 몇 되지 않는다.
에리카 남매, 레이, 셀퍼드와 아린을 비롯한 열댓 명이 전부.
일행은 그래서는 전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위험하긴요. 오히려 가장 안전하죠.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라그나르일 텐데요.”
테오는 오히려 간단한 한 마디로 상황을 일축시켰다.
라그나르의 검사라면 위기 시에 누구나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저 자신감은 오히려 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각지로 흩어지고 난 뒤.
테오는 6번조만 대동한 채 항룡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중앙기무국에 도착했다.
웅성웅성.
-저, 저분은……!
-소가주님이다! 소가주님께서 행차하셨다!
-와아……. 듣던 것보다 훨씬 인물이 훤칠하시잖아?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항룡전이 잠깐 중단되었다.
테오의 등장으로 모든 이목이 그쪽으로 전부 쏠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소가주님께서 어찌 이런 곳에…….”
무대 책임자는 황급히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해 보였다.
“이렇게 중요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소가주로서 참석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요. 새롭게 항룡이 되실 분께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테오는 그럴싸하게 대답하면서 아래쪽을 빠르게 쓱 훑어보았다.
그러자 한창 호흡을 고르고 있던 도전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대부분은 헐레벌떡 고개를 숙였지만.
또 몇몇은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르제와 안시오.
-딱 기다려. 곧 올라갈 테니까.
르제는 입술을 벙긋거리면서 그림 리퍼를 손으로 툭툭 두들겼다.
그녀가 드러낸 감정은 적의라기보다 호승심에 가까웠다.
반면에.
안시오는 말없이 웃고 있어도, 차가운 벽이 느껴졌다.
테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누이들의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저 양반이 왜 저기 있어?’
생각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아린. 저 사람.”
“응. 맞는 것 같아……. 왜 셀퍼드도 안 하는 짓을.”
“야! 내가 늘 말했지? 나보다 저분이 훨씬 더 또라이라니까?”
셀퍼드와 아린도 테오가 발견한 걸 똑같이 발견했던지 헛웃음을 흘렸다.
가면을 쓴 도전자가 이쪽으로 손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었다.
정체를 숨기겠답시고 이래저래 분장하긴 했다지만, 저렇게 체구가 작아서야 누군지 모를 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
「1번조장님? 여기 오신 거 대장님은 알고 계십니까?」
「히히히. 1번조장이 누군지 난 모르게는뎅. 내가 아주 깜짝! 발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잘못 보셨어용.」
「…….」
이 사람은 쉽게 말로 되는 사람이 아니구나.
테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나마나 심심풀이로 참여한 것일 테지.
정말 항룡이 되기라도 한다면 백갑용기대를 나와야 할 테니까.
9룡은 절대 두 사람 이상이 한곳에 머무를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모레 역시 월계검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고 있는 초고수.
충분히 도전할 만한 자격은 되었다.
그리고.
‘킨카르논.’
테오는 드디어 마지막에 앉아있던 존재와 시선을 마주칠 수 있었으니.
카일의 장남으로서 그 누구보다 카일의 피를 가장 짙게 물려받았다던 자.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권좌에 가장 가까웠지만, 전생에서는 결국 앉는 데 실패하고 말았던 자.
그리고.
그것은 현생도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한 자였다.
“…….”
“…….”
두 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긴장감이 흘렀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한창 떠들썩하던 관객석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아주 고요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