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14)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14화(214/224)
검제(劍帝) 킨카르논 (4)
다만, 곧장 제3의 선택지를 꺼내기엔 속이 너무 빤히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
패룡이 잠깐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원래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이 가지는 고충을 모를 수밖에 없는 법이지요.」
여태 강경하기만 하던 것과 다른 말투가 귓가에 꽂혔다.
타이르는 듯한 사근사근한 말투.
요것 봐라?
패룡은 순간 테오가 다르게 보였다.
저돌적이기만 할 것 같은 열여섯의 어린 얼굴 아래. 자신에 못지않은 능구렁이가 똬리를 튼 채 이쪽으로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았다.
「미안하게 되었소, 소가주. 이건 본인의 뜻이 아니었소. 아실지 모르겠지만…… 아니, 이미 아는 눈치로군. 본인에게는 못난 제자가 하나 있다오.」
그리고 패룡은 그런 메시지를 읽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한 발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냉큼 물어야지.
「망아지 같은 녀석이 워낙에 자기 좀 도와달라 떼를 쓰게 되는 통에 이리…….」
「예. 충분히 이해하고 말고요.」
「말씀만이라도 고맙구려.」
두 사람 사이에 빠르게 티키타카가 오고 가면서 순식간에 안시오가 제물로 바쳐지고 말았다.
패룡은 자신이 선택하려던 제3의 선택지를 테오가 먼저 눈치채고 밑밥을 마련한 것에 적잖게 감탄했다.
-이 모든 사달은 안시오가 고집을 피워 벌어진 것이니, 패룡은 그런 제자를 도와주려고만 했을 뿐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에 암묵적으로 마련된 합의였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모두 안시오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마련된 근거.
「언제 한번 동백궁을 방문해주시지요. 서로 간에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허허. 정녕 그래도 되겠소? 이거 민폐를 끼친 데다가 밥까지 얻어먹으려니 소가주께 뻔뻔한 노인네로 비치는 게 아닌가 싶군.」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패룡께서 방문해주신다면 오히려 제게 영광인 것을. 그리고.」
테오의 눈꼬리가 살짝 휘었다.
「제가 최근 소가주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 제국이 곧 맞이하게 될 ‘미래’에도 관심이 커져서 말입니다. 패룡의 식견이 필요하니 부디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흠칫!
순간, 패룡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의표를 훅 하고 찔러온 비수.
패룡은 어떻게든 심적 동요를 수습하려 했지만, 테오에게 속내를 들키고 말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테오의 눈꼬리가 더 크게 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도 그럴 것이, 카일을 제외하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비밀을 테오가 알고 있었으니까.
‘선택자……. 역시 그 힘이 문제로군.’
미래를 아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역시 만만치 않은 심력을 소모로 한다.
그래도 이로써 확실하게 알았다.
테오는 선택자였다.
라그나르의 혈통 능력을 발동한.
‘선택자를 그 누구보다 증오하던 카일이 선택한 선택자라. 하하! 재미나군.’
한편으로는 또 궁금했다.
저 아이가 보고 왔던 미래에서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과연 원하던 자리에 앉을 수나 있었는지.
아니면.
태양에 닿기를 바라다가 날개가 녹아 떨어진 이카루스 꼴이 되고 말았는지.
‘이 싸움에서 킨카르논은 졌다.’
굳이 지는 쪽에다 판돈을 걸 필요는 없겠지.
패룡이 웃었다.
「동백궁의 정원에서 나던 허브의 향이 기가 막혔던 걸로 기억하는데. 허브티 한 잔 부탁하겠소.」
「언제든 내 집이다 하고 편하게 오십시오. 다만, 제가 곧 동부로 떠나서요.」
「늦지 않을 것이오. 원래 이 나이쯤 되면 아침잠이 없거든.」
내일 해가 뜨기 전에 방문하겠다는 의미.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이 가기 전에 킨카르논을 다 정리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예. 따뜻하게 우린 차를 갖고 기다리겠습니다.」
테오의 대답에 패룡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스승님? 스승님!!」
안시오의 다급한 목소리만이 힘없이 울려 퍼졌지만, 패룡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중립을 지키고 물러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계속 하시겠다면 확실하게 편을 서시구요.」
객석에 있던 안시오는 테오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어느새 뒤쪽에서 칼날이 드리운 것을 보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절 따라오셔야겠습니다, 안시오 님.”
아린의 서슬퍼런 목소리에 안시오는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권좌를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 * *
일련의 방해들을 빠르게 제거한 뒤.
테오는 천천히 단상 위를 올랐다.
저벅, 저벅-
‘패룡의 정체는 원래 황실에서도 기억하는 이가 드문 먼 방계의 황족……. 텅 빈 황좌에 앉기 위해 라그나르에 투신했던 게 그의 목적이었지.’
패룡이 끝없이 권력을 욕망하고 흑막 놀이에 심취해있는 이유.
아주 간단했다.
황제가 되고 싶으니까.
하지만 먼 미래에도 그는 결국 황좌에 앉지 못 한다.
왜냐고?
라그나르를 비롯한 18선제후가 그걸 허락지 않을 테니까.
황실은 곧 유명무실해지고 만다. 18선제후들은 그런 권력의 공백을 이용해서 제국을 좌지우지하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황좌에 앉게 되는 것이 바로 마도여제였으니.
당연히 패도적인 성향을 지닌 패룡은 자동적으로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과연 패룡이 황제였다면 <대전란>은 피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대한 테오의 생각은 아주 간단했다.
글쎄?
피할 수 있었을지도, 혹은 피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전자라면 패룡의 권력 의지가 제국의 정계를 바꿨다는 뜻일 테고,
후자라면 패룡과 18선제후들 간의 충돌이 극심해서 오히려 혼란만 더 커졌다는 뜻이 되겠지.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마도여제도, 패룡도 이쪽에 선을 댄 순간부터, 향후 황실의 운영방안은 테오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
그러니,
‘여기만 정리가 끝나면 이후부터는 미래를 향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타악!
테오는 단상에 완전히 올라와 킨카르논을 바라봤다.
그는 아모레, 르제와 팽팽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다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테오에게 쏠렸고,
“아모레, 르제.”
테오는 여전히 킨카르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뗐다.
“항룡전은 조금 전에 중단되었다.”
테오는 소가주의 자격으로서 말을 하자, 르제와 아모레의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아모레가 아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중단이라니? 알아듣게 설명해!”
“킨카르논이 현재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지금부터 체포를 시작할 생각이다.”
“……!”
“……!”
“결정해. 어디에 선을 댈 건지.”
아모레와 르제는 순간 서로 눈치를 살피다, 먼저 아모레가 히죽 웃으면서 테오 옆에 섰다.
“나는 아모레가 아니지만, 그래두 소가주가 명령하는 데 따라야지.”
“손쉽게 난적 하나 처리하려는 건 아니고?”
“에잉, 그럴 리강. 그래두 항룡전은 마저 속개 되는 거 맞징?”
테오는 가볍게 웃었다.
어쩐지 참 속이 빤히 보인다 싶었다.
르제는 잠시간 고민하다가 역시나 테오의 옆에 섰다.
“그림 리퍼 돌려줬으니까. 줄을 서야 한다면 이쪽에 서는 게 맞지.”
역시 알고 있었나.
테오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테오는 표정을 다시 싸늘하게 굳히며 두 사람에게 명령했다.
“내 앞에 끌고 오도록.”
팟! 파아앗!
아모레와 르제가 다시 움직이며 칼을 번뜩였다.
마치 두 사람 중 먼저 킨카르논의 목을 친 사람이 항룡이 되기로 약속받은 것처럼.
하지만 그녀들의 칼은 킨카르논에게 닿지 못했다.
하늘에서부터 뚝 하고 떨어진 두 명의 검사들이 공세를 막아낸 것이다.
채채채챙!
검제위의 위장들. 킨카르논의 양팔로 불리는 자들이었다.
두 사람은 별다른 말도 없이 오로지 검만 휘둘러 댔으니. 어떻게든 킨카르논과 테오, 두 사람만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것 같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곳곳에서 테러로 한창 소란이 벌어지고, 제왕의 홀도 내 손에 들어 와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단 말이지.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조심히 움직인다고 움직였었는데.”
킨카르논은 계획이 전부 어지러워진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차분했다.
“가드너.”
“……역시. 입만 번지르르하더니 거기서 구멍이 생겼나.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쯧!
킨카르논은 가볍게 혀를 차면서 말했다.
“어차피 내가 쿠데타를 꾸밀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봤자 들을 생각도 하지 않겠지?”
“수뇌 몰래 모략을 꾸며놓고 그딴 말을 해서 다들 잘도 믿겠군.”
테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무기 버리고 투항해. 그런다면 참작은 해주지.”
“모든 기반을 버리고 고개를 조아려라…… 이건가? 큭! 그럴 수야 있나.”
킨카르논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내가 이 자리, 이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참 어린 동생에게 이걸 양보할 수 있겠나?”
킨카르논이 검을 아래로 내린 순간, 기세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가주의 자리에 누가 더 잘 어울릴지 보여야 다들 납득하지 않을까 싶은데?”
테오도 말없이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뽑았다.
파직! 파지지직!
두 사람의 기세가 서로 충돌하면서 허공으로 스파크가 쉴 새 없이 튀어 올랐다.
“자, 오너라! 너는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동생 중 하나일지니. 가르침을 위해 몇 수 정도는 양보를 해주마. 여기서 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되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테오는 굳이 스스로 짐짝을 짊어지겠다는 녀석의 오만함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 그럼 사양치 않고-”
테오는 한껏 비웃음을 지으면서 허공에다 태양을 띄웠다.
비웃어?
흠칫!
그 순간, 킨카르논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테오가 자랑하는 기술 중에는 사방을 불바다로 만드는 광역기가 있다고 그러던데-
<여의주태양 ? 일식>
그때, 하늘에 또다른 백색 태양이 거침없이 떠오르고.
휘리리릭!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쏟아내는 열기가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뜨겁게 달구었다.
위험하다!
킨카르논이 그 태양을 베기 위해서 움직이려 할 땐, 이미 테오가 대검을 휘두른 뒤였다.
스걱-
콰르르릉! 번쩍! 번쩍!
쿠쿠쿠쿠……!
반으로 쪼개진 태양의 파편들이 수십 개의 낙뢰가 돼 지면 여기저기에 내리꽂혔다.
항룡전이 벌어지던 무대가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먼지구름이 잔뜩 피어오르는 가운데.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검제위 위장들의 다급한 외침도 들리지 않았다.
관객들의 비명도 묻혀 사라졌다.
“흡……!”
그 엄청난 광량의 해일.
귀가 멀 정도로 커다란 폭음.
그 앞에서 킨카르논은 생각해야만 했다.
맏형으로서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하기는 했는데.
다짜고짜 이런 필살기(必殺技)라니!
이거 아무래도,
좆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