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1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16화(216/224)
동부 (1)
테오와 킨카르논의 충돌은 금세 윈터러 전역에 퍼졌다.
-킨카르논이 항룡전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더라.
-그것을 테오 소가주님이 먼저 파악해서 제압했다더라.
-킨카르논이 항룡전에서 테오에게 패배하여 지금 감옥에 갇혔다더라.
여러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해졌다.
-테오의 완전한 승리.
격화될지 모를 권좌 경쟁에서 테오가 완전한 승기를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윈터러 각지에서 일어날 뻔했던 분란을 백갑용기대와 랑케가 모두 수습했다는 소식까지 돌면서, 몇몇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일을 빌미로 테오가 잠재적인 라이벌까지 쳐내는 숙청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권좌의 주인이 결정될 때마다 피바람이 부는 것은 내전과 더불어 라그나르의 전통이기도 했으므로.
실제로 율법청이 다급하게 움직여 킨카르논과 관련된 이들을 체포하고, 그중에 안시오까지 붙잡혀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테오는 그 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도, 또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항룡전의 결과가 ‘어나니머스’에게 주어졌다는 결과만 남긴 채.
혼란은 빠르게 수습되기 시작했다.
* * *
“……이게 뭔가요?”
르제는 여전히 웃기지도 않은 나무탈을 쓴 채로 명패를 슬쩍 내미는 아모레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뭐긴 뭐양. 항룡패징.”
“그건 저도 보면 알거든요! 근데 그걸 왜 저한테 주시냐구요!”
“왜 그랭. 너 이거 엄청 갖고 싶어했잖앙.”
“제가 원하는 건 승리였지, 이런 동냥은 아니었습니다만?”
르제는 아모레가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싶었다.
항룡패는 말 그대로 항룡을 상징하는 신분패.
아모레도 분명히 어렵게 얻은 것일 텐데. 그걸 이렇게 넘겨준다고?
아니, 애당초 항룡패가 이런 식으로 거래가 가능한 물건이었나?
그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9룡이 되었게?
“그럼 네가 이긴 걸로 하면 되잖앙. 안 그랭?”
르제는 순간 이 조막만 한 선배가 자신을 놀리러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킨카르논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뒤.
르제와 아모레는 따로 승부를 겨뤘고, 아모레가 승리를 거뒀다.
비록 이제는 관심 주는 이가 거의 없어져 버린 자리였지만, 그래도 아모레가 항룡이 된 것이다.
씁쓸하긴 했어도, 르제는 아모레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복했다.
비록 권좌를 향한 그녀의 걸음은 꺾였을지라도, 그곳을 향하던 마음과 투지까지 꺾인 건 아니었으므로.
그 흔적이 묻어있는 항룡패의 의미도 그녀에겐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무거운 자리를 동네 뒷산 거래하듯이 떠넘기려고 한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할……!
‘뭐지? 왜 내 눈을 피해?’
고함이 터지기 직전.
르제는 그동안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면 항상 눈웃음을 멈추지 않던 아모레가 계속 슬쩍 딴 곳을 보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가면 때문에 눈이 가려지긴 했어도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도 봐라.
데구르르.
일부러 눈을 마주치려고 걸음을 옮겨 옆으로 굴러가지 않나.
뭔가 있단 생각에 르제는 눈동자가 굴러간 방향으로 움직였고.
데굴.
아모레의 눈은 다시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또 해봐도, 데굴. 반대.
또 가봐도. 데구르르. 또 반대.
“…….”
“…….”
이제 알 것 같았다.
이 사람, 지금 나와 눈이 마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아모레의 장난기는 윈터러에서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르제는 말없이 두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한참 동안 아모레를 바라봤고.
“……왜 그랭?”
아모레가 움찔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죠?”
“숨기긴 뭘 숨긴다는 거양. 그보다 빨리 이거부터 가져……!”
홱!
그 순간, 르제가 기습적으로 아모레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아모레가 재빨리 뒤로 널찍이 떨어졌다.
“무슨 짓이얌!”
“역시 뭔가가 있어.”
“뭐가 있긴 뭐가 있엉!”
“얼굴에 뭐 숨기고 있는 거죠?”
“무, 슨 말인지…… 모르…… 겠는데?”
“그새 뚝딱이가 되셨네. 잡아!”
르제의 명령에 따라 허공에 녹아있던 사신조가 나타나 재빨리 아모레에게 달려들었다.
“이것들이!!”
아모레가 화들짝 놀라 그쪽으로 검을 돌리려 했지만, 르제는 그녀의 움직임이 항룡전 때만큼 기밀하지 못하단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마력 수발이 온전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기습의 묘를 노려야 한다.
르제는 어느새 마력이 충전된 그림 리퍼를 하늘 높이 쳐올렸다.
스걱!
쩌거걱-
결국 가면 위로 칼바람이 스치면서 반으로 쪼개지는 소리가 나고, 그 안에 숨겨진 아모레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악! 안 돼애애애!”
“…….”
“이게 무슨 짓이야아아앙!”
아모레는 반으로 갈라진 가면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끼리릭.
암담한 얼굴로 가면을 몇 번씩이나 기웠지만, 제대로 맞춰지질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마치 고장난 목각 인형처럼 고개를 르제 쪽으로 돌렸고.
“……봤어?”
“…….”
“봤…… 구나!”
“……풉”
“봤어! 봤다구!!”
“푸하하핫! 그 꼴이 뭐에요!”
“아아아악! 가만 안 둬어어어!”
르제는 그새 새빨개진 얼굴로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모레의 양쪽 눈에 커다란 멍이 아주 크게 생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쪽 대륙에 판다라는 특이한 곰이 있다던데. 딱 그걸 보는 것 같았다.
“하하하하하핫!”
“죽여버리겠어어어!”
아모레는 분기탱천한 얼굴로 르제에게 이리저리 칼을 휘둘러댔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검기까지 날렸다.
사신조는 이걸 어떡해야 하나 싶어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어야만 했다.
저렇게 검이 날아다니면 르제가 위험하니 나서서 말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르제가 깔깔거리면서 요리조리 잘만 피해 다니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르제는 아주 즐거워 보였으니.
항상 그렇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이리저리 장난을 쳐대는 통에 항룡전에서도 복장을 몇 번씩이나 뒤집어지게 만들던 작자가 저런 꼴로 나타날 거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눈탱이를 얻어맞으면서 기력도 많이 상했던지 속도도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공격을 피하기도 쉬웠다.
“헉…… 헉…… 헉……! 죽여버릴 거야아아아!”
“꺄르륵! 꺄륵!”
“너, 너, 너!”
“테오에게 말해주면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요?”
“소문내기만 해봐, 너! 진짜! 그땐 지옥 끝까지 쫓아갈 거야!”
얼마나 흥분했는지 이제는 귀여운 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나 말해봐요. 눈이 그러신 거랑 항룡패를 저에게 주시려는 거, 연결된 것 같은데.”
아모레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없이 르제를 노려보다가, 곧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라구.”
아모레의 설명은 아주 간단했다.
항룡의 자리를 얻자마자 율리우스를 찾아갔다나?
일기토를 신청했다고.
“……마룡에게요?”
“그래.”
“두 분 사이 좋은 거 아니셨어요?”
백갑용기대의 자유분방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는 라그나르에서도 유명했다.
그런데 만약 외부인들은 모르는 미묘한 갈등이라도 있다면…….
“좋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인 걸.”
“그런데, 왜?”
“근데 존경과는 별도로 항상 사람 빡치게 만들잖앙.”
“……?”
“맨날 나를 괴롭힌다구!!”
1번조의 역할은 율리우스 친위대.
주로 율리우스와 함께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거나, 험지에 가서 악전고투를 할 때가 많았다.
그럼 여기서 문제.
그중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누굴까?
“……아모레 님이 중간에서 제일 힘드시겠네요.”
“그러니까 내 말이!! 대장은 빠릿빠릿하게 안 움직이냐고 나 갈구지! 조원 놈들은 뭔 불만 있으면 나한테 찌르지! 그러다가 전달하면 매번 혼나고 귀찮은 거 생기면 나한테 짬 때리고…… 나 중간에서 엄청나게 고생만 한다니까!?”
차라리 전쟁터 한가운데에 떨어져서 칼이라도 한번 더 휘두르는 게 낫지!
무슨 일만 터지면 아모레만 자꾸 불러대니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내가!!”
“……항룡이 되어서 한판 붙어 보고 싶으셨다구요?”
“당연하지!!”
딱 한 대만.
딱 한 대만 저 재수 없는 대장의 낯짝을 후려갈기면 원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어젯밤. 드디어 그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으니!
-……한판 뜨자고?
-그래용!! 나 그동안 계속 괴롭혔잖아용! 이제는 제가 대장을 괴롭힐 차례라구욧!!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율리우스와의 대결이었다.
-음, 뭐, 그래. 네가 하겠다는데 뭐. 그래도 후회는 하지 마라?
떨떠름한 표정을 하면서 검을 뽑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열받던지.
그러고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와락 달려드는데…… 그 뒤부터는 정말 상대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결과야 보다시피 지금과 같은 꼴이었으니.
“한 대만! 한 대만 그 재수 없는 낯짝을 후려쳤어도 원이 없었는데!!”
르제는 힘들었겠다고 달래면서도 한편으로는 율리우스가 얼마나 강한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말았다.
9룡 사이에서도 서열은 확실하다더니 정말인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건 너 가져강. 어차피 복수(?)는 성공도 하지 못했고, 한 부대에 9룡이 둘이나 있을 수도 없으니깡.”
백갑용기대를 벗어날 생각은 없다는 뜻.
결국 르제는 멍하니 항룡패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양. 항룡전에서 킨카르논은 머리 날아갔구, 나는 기권했는뎅. 그럼 너 말고 누가 한다는 거양?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내가 인정했엉. 그걸 누가 뭐라고 행?”
“…….”
“그런 놈 있으면 데려왕. 내가 반갈죽을 해버리려니깡.”
르제는 가만히 항룡패를 바라봤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느낌이 묘한 기분을 주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그래도 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우리를 도와줭.”
이젠 슬슬 테오의 편으로 완전히 서라는 뜻이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르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쇠창살을 가운데 둔 채, 테오는 가만히 수감실에서 눈을 감은 채로 앉아있는 킨카르논을 바라봤다.
“…….”
킨카르논은 그 자세 그대로였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겼다.
“어차피 내가 뭘 물어도 대답해주기 싫겠지? 이해해.”
“…….”
“그러니 나도 귀찮게 하지는 않겠어. 당신은 하나만 대답해주면 돼.”
어두운 복도 사이로, 테오의 두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유물의 봉인을 푼 열쇠. 대체 어디서 난 거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