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1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19화(219/224)
동부 (4)
세 기수 가문의 회합이 벌어지고 동안.
테오는 수리가 끝난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용활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웅! 우우웅!
지이이잉-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기나 하고?”
“그럼요. 제가 할.머.님이 아니면 누구를 믿겠습니까?”
“하여간 터진 주댕이라고, 말본새하고는…… 하아!”
키르손은 곰방대로 담배를 끔뻑끔뻑 피워대면서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고생이 심했던지 눈 밑이 퀭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 검들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길게 설명하지 않으마. 먼저 그 대검.”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손에 쥐었다.
거친 떨림 때문에 손목이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다.
거무스름한 빛깔마저 감도는 검신.
이전 싸움에서 부서진 게 맞나 싶었다.
그만큼 품고 있는 힘이 대단했다.
“너도 느껴지겠지만 무게가 이전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었다.”
“예. 확실히 무겁네요.”
“하지만 그만큼 내구도나 파괴력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지. 고대룡의 늑골이 더해지면서 생긴 결과다. 최대한 무게를 빼보려 해도 쉽지가 않더군.”
키르손의 눈빛은 고요했다.
“하지만 재료의 특성을 이용해서 다양한 연금술을 먹여 항마력(降魔力)을 강화시키는 데 치중했다. 앞으로 대마법(對魔法) 전투에서는 웬만하면 승기를 거둘 게다. 앞으로 마탑을 상대할 일도 많을 것 같다면서?”
어쩐지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마력을 거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니.
아무래도 부서진 조각 사이사이에 마법진을 기워 넣은 형태로 대검이 일종의 아티팩트 화를 이룬 것 같았다.
‘확실히 실력이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흥! 저 건방진 엘프 망치쟁이의 실력이 좋다니. 이 몸의 뼛조각으로 만들었는데 그럼 저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더냐?』
로드브로크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실은 그녀도 테오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분명히 유약 같은 걸 발라서 강화를 시도한 것처럼 보이는데, 종류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보기가 힘들단 말이지?』
‘로디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까?’
『나라고 전부 다 알면 얼마나 좋긴 하겠냐만은. 음. 아무래도 저건 하이 엘프 쪽에서 비밀리에 내려오는 단약(丹藥) 같은 것으로 보인다만? 그네들의 연금술이나 마법 체계는 우리 쪽과는 별개인 게 대부분이어서 말이다.』
‘하이 엘프의 단약이라…….’
테오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안]으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살폈지만, 특이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
[강화된 드레이크의 날붙이]· 종류: 츠바이핸더, 유물 부속품
· 공격력: 300 – 500
· 착용 조건: 힘 120, 민첩 100
· 효과
– 타격 시 일정 확률로 크리티컬 데미지 적용
– 적중한 대상의 방어력 30 감소
– 상처 악화 확률 50%
– 대마법전 시, 일정 확률로 마법 무효화 및 반사
– ‘알 수 없음’의 유약 효과로 자가복구 기능
+
알 수 없음.
여기에 대해 물어볼까 싶었지만, 어차피 키르손이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다만, 테오는 이게 무엇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전생에서도 이것으로 한창 바스크 공방이 떠들썩했던 사실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그럼 정말 그동안 내가 해드린 이권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은혜를 얻은 셈인데…….’
“그다음에 흐룬티.”
테오의 생각은 거기서 끝났다.
그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등에 걸고, 대신에 용활검을 가져와 무릎 위에 얹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검은 이미 ‘죽어있는’ 상태이다. 그걸 되살리는 건 아무리 나라도 힘들어.”
키르손은 이미 용활검이 정상적이지 않은 유물이라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그래서 그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다른 방법이라니요?”
“공명(共鳴).”
“공명?”
테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키르손의 콧대가 잔뜩 섰다.
“태고룡의 유물은 원래 모인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위력이 강화되지. 이유가 뭔지 아느냐?”
“서로 간에 호환이…… 아!”
“그래. 흐룬티에 잠재되어 있던 ‘념(念)’은 비록 파괴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기능이 사라진 건 아니지. 그래서 그 기능의 발동 권한을 여러 곳으로 분산 배치한 거다.”
원래는 용활검의 가디언-네시가 감당할 몫을 다른 유물들의 가디언에게 나눠줬다는 뜻.
그렇게 하면 각 가디언들이 맡게 될 부담도 줄어들게 되니 용활검의 원활한 사용도 가능했다.
“물론, 명령 체계가 다 다르니 중간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야 네가 알아서 할 수 있겠지?”
그럼요.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제가 충분히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어차피 컨트롤 타워는 제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케라토수크스.’
『이젠 군단의 수도 제법 많이 모였으니 제 진면목을 주인께 보여드릴 때가 아니겠습니까?』
케라토수크스의 웃음과 함께, 갖고 있던 유물들이 모두 몸을 떨었다.
그 정도 몫은 자신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듯.
“그 외에 네가 갖고 있던 다른 무장들도 모두 손 좀 보았다. 크고 작은 기능들이 여럿 추가 되었으니 천천히 확인해봐.”
크림힐트의 투구부터 다른 유물들까지.
테오는 새것처럼 유달리 반짝거리는 무기와 무구들을 보면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난 사흘 동안 키르손과 휘하의 명장 집단이 달라붙어서 내놓은 결과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릴 정도였다.
역시 키르손은 키르손이었다.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다음에 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여간 이 늙은이 부려먹을 생각만 하지! 용건 끝났으면 썩 꺼져!”
테오는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를 떴다.
키르손은 그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조용히 곰방대를 뻐금뻐금 폈다.
* * *
그렇게 키르손이 묵묵히 흡연만 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평상시 제자처럼 키우고 있던 장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다만, 그는 장인 특유의 거친 느낌보다는 마치 도서관에서 공부에 몰두할 것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얼굴을 덮고 있는 후드 자락 아래. 뾰족한 귀가 살짝 보였다.
키르손이 데리고 있는 몇 안 되는 엘프 장인 중 한 명이었다.
“분부하신 대로 ‘세계수액(世界樹液)’을 다시 봉인해두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왜 그렇게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질 못해?”
“수액, 이제 2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 후후. 그렇게 펑펑 써댄 것 치고는 아직 많이 남았구만? 역시 한 몫 크게 땡기길 잘했어.”
키르손이 너스레 웃음을 터뜨렸지만, 엘프 장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도무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저것은 저희의 생명줄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알다마다. 그 망할 꼰대들이 당장에라도 내 모가지를 자르고 싶어 팔짝 뛰는데 모를 수가.”
“그럼……!”
“그래서 한 거다. 어디 품에 끼고 있다고 해서 우리 입장이 더 나아질 게 있더냐? 오히려 여기저기에 투자를 하고 다녀야지. 우량주는 묻어두면 언젠가 떡상한다, 이거야! 가즈아아아!”
“……테오 군이 우량주라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분명 키르손 님의 외손자이시고, 앞으로 라그나르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족의 명운을 맡기기엔 아직 검증이 되질 않은-”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키르손은 단칼에 말허리를 끊었다.
살짝 돌린 눈빛.
퇴폐적인 시선 아래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테오는 우량주라서 묻어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거지. 그 차이를 모른다면…… 너에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만?”
엘프 장인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뒤늦게 뭔가를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너희가 뭘 우려하는지는 잘 안다. 아까울 것이고 안타깝겠지. 남은 시간도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하지만 그만큼.”
키르손은 다시 입가에 곰방대를 가져갔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멀리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를 위해 검이 되어줄 저 아이의 검을 날카롭게 벼려내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니.”
* * *
‘만약 제 생각이 맞다면 검에 바른 유약은 전부 세계수액일 겁니다.’
『뭐? 세계수액?』
로드브로크는 테오의 말에 적잖게 놀란 목소리였다.
세계수(世界樹)는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세계를 지탱한다는 신목(神木).
세상의 모든 생명이 거기서 잉태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생명력과 자연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인간과 용 등 어느 종족을 불문하고 세계수에 닿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세계수의 나뭇잎을 빻아서 만든 ‘세계수의 잎가루’나, 가지를 긁어 소량만 채취할 수 있다는 ‘세계수액’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자랑했다.
연금술사들 사이에서는 암브로시아나 넥타르에 버금가는 영약으로 분류되기도 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세계수는 대대로 <나무지기>의 역할을 맡아온 하이엘프의 허락이 없는 한 절대 외부로 유출할 수 없었으니.
‘키르손은 원래 세계수를 관리하던 나무지기였다가 수액을 훔치고 달아난 죄인이거든요.’
『그건……!』
‘예. 최소 사형에 처해지는 중죄이죠.’
『……그런데도 여태 척살령이 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군.』
‘당장 하이엘프 쪽도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요.’
『음?』
‘세계수는 죽었습니다.’
『……!』
‘듣기로는 마해 쪽에서의 악영향 때문이라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에 하이엘프 쪽은 세계수의 묘목을 새로 키워내느라 정신이 없어서 키르손과 그 추종자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테오도 전생에 정보부에 있었기에 얼핏 알 수 있었던 정보였다.
특급 기밀로 분류되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당시 키르손과 하이엘프 일족의 갈등이 심각해져서 라그나르가 어떻게 개입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키르손은 세계수를 부활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바깥세상으로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키르손이 유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와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요.’
『태고룡의 유물이 가진 권능에서 세계수를 살릴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건가? 확실히 노릴 법하긴 하지.』
로드브로크가 웃었다.
『그리고 그런 태고룡의 유물은 이제 반려, 그대만이 가능하고. 흠! 확실히 그대에게 모든 수를 던졌다, 이건가?』
테오는 <이름 없는 군주>를 자신이 막아서기로 마음먹은 이상, 결국 세계수의 부활도 그 의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계수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면서 저들을 물리칠 방법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
* * *
제4연무장은 다른 어느 때보다 후끈한 열기가 불었다.
“우리 정말 잘 할 수 있겠지?”
“잘해야지. 못하면 그냥 끝나는 건데.”
“후우……! 으으! 떨려 죽겠다.”
지난 며칠 동안 테오는 빡세게 추종자들을 백갑용기대의 기본 훈련으로 훈련시켰다.
그들 중에 6번조 조원 선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대망의 시험일이었다.
“일단 외우라는 건 전부 외우긴 했는데, 시험 낙방하면 어떡하지?”
“낙방해도 희망자에 한해 동부로 데려간다고 하셨잖아. 치안 유지대 관련으로도 인력 뽑을 생각이시라고.”
“그건 그냥 후방 책임이잖아! 나는 테오 님과 같이 나란히 싸우고 싶다고!”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하다만. 으, 빨리 시작 안 하나?”
“응시자들은 모두 모이시오-!”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추종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난 뒤.
그날 밤, 테오는 총 아홉 명의 신입 조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검사 시빌 노브가 백갑용기대 6번조로의 전입을 신고합니다!”
“검사 커크 하빈이 전입을 신고합니다.”
“검사 헤이진……!”
“검……!”
“모두 반갑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테오는 어느새 백갑용기대를 상징하는 백색 예복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조원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윽!”
“왜 나는 안 되고, 저것들은 되는 거야!”
“제기랄! 부러워 죽겠네!”
반면에 낙방한 이들은 소맷자락을 물어 뜯으면서 분루를 삼켰으니.
신입 조원들은 보란 듯이 턱을 높이 치켜 들며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과 우리들의 눈높이 차이다’ 라는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뭐라는 거야, 실패자 새끼들이.”
“꼬우면 니들도 하던가.”
“제기랄! 다음 시험엔! 진짜 붙는다, 새끼들아!”
“붙고나 이야기하지?”
테오는 그들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어느 정도 수그러진 뒤에야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이번 시험은 어디까지나 비룡에 한해서만 치른 거고, 나는 단순히 병종을 하나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할 생각이다. 거기에 맞춰서 또 다른 훈련을 도입할 거니 너무 낙심할 필요 없어.”
“크윽! 역시 테오 님밖엔 없습니다!”
“저 배신자 새끼들과는 다르게 테오 님은 저희를 끝까지 지켜주시는군요! 평생을 전부 충성하는 데 바치겠습니다!”
이런저런 도열이 끝난 뒤.
그 뒤에는 사열식(査閱式)이, 또 그 뒤에는 출정식(出征式)까지 모두 완료되면서.
테오의 동부행이 시작되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