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22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21화(221/224)
무괴(武怪) 뉴위츠 (1)
로멜은 얼마 가지 않아 돌아왔다.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
“그게…… 직접 확인하시는 게 나으실 듯합니다.”
로멜은 대답하면서 흘깃 테오의 눈치를 살폈다.
뭔가 일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졌다는 뜻.
테오도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그리로 가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을 감지한 6번조는 다급히 라그나르의 군정(軍政)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고,
거기서 무수히 많은 장대들을 볼 수 있었다.
“…….”
“…….”
“…….”
어느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장대 끝에는 전부 군정 본부의 사람들 머리가 걸려 있었으므로.
어림잡아 봐도 대략 백여 개가 넘어가는 수.
하나 같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 희생자들의 피로 쓴 듯한 전언은 더욱 끔찍했다.
-이단자들이여, 곧 그대들에게 신벌이 따르리라.
누가 보더라도 성마교가 라그나르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까득!
“이 미친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르제는 이를 까득 물었다.
시뻘개진 두 눈이 당장에라도 이딴 짓을 저지른 놈들을 찾아 찢어 죽일 기세였다.
킨카르논도 마찬가지.
한껏 날카로워진 분위기는 섣불리 건드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안시오도 다르진 않았다.
그들 모두 테오에 의해 강제로 끌려오거나 패배한 입장이라 하나, 가슴에 품은 라그나르에 대한 자긍심만큼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반면에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장대를 꼼꼼하게 살폈다.
효수된 머리의 절단면은 어떻게 되는지, 전투는 어떤 양상으로 치러졌는지, 생존자나 도망자의 흔적은 없는지까지.
“이 근방에 마을도 있을 텐데, 어딘지 아시는 분? 아무래도 성마교 놈들이 그쪽으로도 간 것 같습니다.”
“……!”
“……!”
“……!”
설마 죄 없는 양민들까지 건드렸다고?
일행은 다급하게 주변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 * *
“우웨에엑!”
“웨엑!”
“미친 새끼들……! 어떻게 사람의 얼굴 가죽을 하고 이딴 짓을!”
페링턴의 주요 거주 구역, 일반 마을, 위성 도시까지. 일행은 페링턴의 생활권을 모두 돌았고, 하나 같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길거리 곳곳에 시체가 깔려 있었다.
아이를 보호하다가 죽은 어미, 손을 꼭 붙잡은 채 같이 눈을 감은 부부, 원통한 얼굴로 죽은 노인, 창을 제대로 쥐지도 못하고 쓰러진 청년들.
저항을 시도하려던 자들은 몸이 찢긴 채로 지붕 따위에 올려져 있었고, 재미 삼아 자른 듯한 머리통도 곳곳에 굴러다니거나 머리로 탑을 쌓는 등 지옥에서나 볼 법한 광경들 투성이었다.
비위가 약한 검사들은 얼마 참지 못하고 속에 든 걸 게워냈고, 그나마 괜찮은 이들은 시체들을 한데 모아 구덩이를 파고 매장했다.
당장 시체 악취도 악취지만, 역병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저지른 거지?”
“내가 먹지 못하면 남들도 먹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심보겠죠. 원래 페링턴은 동부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였으니까요.”
“아무리 맛이 간 광신도 놈들이라지만,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가책도 없나? 동정심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성마교죠.”
테오는 분통을 터뜨리는 조원들에게 혹시 숨어있는 생존자가 있는지를 파악케 하고, 군정 본부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의심을 정리하며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로디, 이건-’
『나도 같은 생각이다. 희생제(犧牲祭)를 치른 거야. 부활식을 또 꾸미려던 건가? 하지만 의식이라기보단 단순한 학살극으로 보이고, 또 학살극이라 치기엔 곳곳에 남은 마법흔이 걸리고. 흠.』
‘명령 체계가 꼬여있는 것 같단 말씀이시죠?’
『그래. 마치 서로 다른 지휘부가 내린 명령 때문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테오는 어느 무너진 담장에 그려진 마법진의 흔적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 사이 좋지 않은 두 지휘관이 같이 움직이면서 스텝이 꼬인 것 같아요.’
한 놈은 이왕에 학살을 저질렀으니 <이름 없는 군주>의 부활식을 치르자고 한 것 같았고, 다른 한 놈은 그냥 분풀이로 끝내자고 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의견 대립이 생기고, 수하들이 어쩔 줄 몰라 일관된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또 그러다 두 무리로 나뉘고.
『그럼 그 말은.』
‘예. 최소 주교 급의 인사가 적어도 둘이나 나타난 겁니다.’
『……!』
주교라면 사도를 제외하고 성마교의 최고위 직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네요.’
테오는 가슴이 갑갑해졌다.
이건 전생에서 벌어지지 않은 대사건이었다.
그가 눈을 감을 때까지만 해도 페링턴은 여전히 손에 꼽히는 대도시였으니까.
트로이반이 무너졌어도 그 성세가 기울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윈터러와의 연결로 더욱더 경제가 확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페링턴은 대도시라고 말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사실상 북방전쟁이 전생보다 수년이나 앞당겨져서 비롯된 나비 효과.
테오는 자기 딴에 미래에 벌어질 피해를 훨씬 줄이기 위해 벌인 일이었지만, 죄 없는 이들이 대신 희생한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같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어떻게 윈터러에 보고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테오는 우선 이런 참상을 만들고도 두 발 편히 뽑고 있을 놈들부터 제거할 생각을 했다.
‘이놈들, 대체 어디로 움직인 거지?’
그러던 그때였다.
“생존자! 생존자들이 있는 곳을 찾았어!”
“어딥니까, 거기가?”
“이리로!”
다급하게 뛰어와 외친 아린의 말에 테오가 다급히 그쪽으로 뛰었다.
무너진 교회 건물.
겉보기에 방화까지 이뤄져 생존자를 찾기 힘들 곳으로 보였지만,
‘기척이 있어!’
영성이 깃들어 한껏 예민해진 청각은 교회 건물 더미 아래에서 미약하게 들리는 목소리들을 잡아냈다.
-누나, 우리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사흘, 사흘만 기다리면 돼. 알았지? 엄마 아빠가 곧 구하러 오실 테니까. 조금만 참자, 응?
-나 무서워.
-제발, 제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무도, 아무도……!
-밖에서 사람들이 온 것 같아요. 구, 구조대는 아닐까요?
아래에 벙커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야.”
무너진 건물 틈 사이로 땅바닥에 연결된 철문이 보였다.
주변을 탐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해 철문 위에 깔린 낙석 더미를 치운 듯했다.
“이 문을 열려고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꿈쩍도 하지 않아.”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외부 침입에 대비해 안에서 여는 게 아니면 절대 외부에서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만약 마법이라도 설치해놨다면 더더욱 열기 힘들 테지.
“안에다 메시지를 넣어볼 시도는 해보셨습니까?”
“하긴 했는데 반쯤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저희에게 신뢰를 갖게 만드는 게 급선무로군요.”
벙커에 얼마나 많은 식량이 비축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테오가 기척으로 파악해보건대 그리 넓지 않은 벙커 크기에 비해 수용된 사람은 아주 많았다.
식수도 그리 넉넉지는 않을 테니 단 며칠만 지나도 제대로 씻지 못할 테고, 가벼운 감기만 돌아도 치명적인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쿵쿵.
테오는 철문에 걸린 문고리를 세게 두들기면서 말했다.
“라그나르입니다. 구조를 위해 왔습니다. 그러니 이 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라그나르?
-조금 전에도 라그나르라고 했었는데…… 진짠가?
-그걸 믿냐, 이 멍청아! 저놈들이 우리를 꾀어내려고 거짓말하는 거잖아! 그리고 진짜 라그나르라고 해도! 우리를 살려두겠냐고!! 오히려 더 잘 됐다면서 더 가두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 그건 그래…….
-일단은 저놈들도 떠나기까지 기다리자고.
트로이반의 영지민들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라그나르에 대한 불신도 성마교만큼이나 큰 것 같았다.
그 뒤로도 테오는 차분하게 말을 걸었지만,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밀랍으로 봉인이라도 한 것처럼 영영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아린은 이걸 강제로 열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투로 바라봤고.
테오는 길게 한숨을 내쉬다가 눈을 차갑게 빛냈다.
“어쩔 수 없죠. 우선은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팟! 팟! 팟! 팟!
테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 자루의 검이 날아오르더니 철문의 사각지대에 내리 꽂혔다.
“안에 계신 분들, 철문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십시오. 위험합니다.”
-무, 뭐?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위험해진다고? 이게 무슨……!
-설마 문을 강제로 떼어내려고!
지이이이잉-
그리고 격렬한 파동과 함게 철문이 당장에라도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떨렸다.
-처, 처, 철문이 떨어진다!
-미친!!
-저것들이 여길 쳐들어오려고 한다아!
-아아악! 아, 안 돼……!
-마법사님! 마법사님을 불러 와! 당장!
‘마법사?’
테오는 전혀 생각지 못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마력을 무지막지하게 실어 문을 강제로 폭파시키다시피 했다.
콰아아앙!
네 자루의 검이 사선으로 그어지면서 철문이 폭죽처럼 튀어 오르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야! 위험……!”
테오는 아린이 어떻게 말릴 새도 없이 드레이크의 날붙이만 손에 쥐고서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다.
탁!
한참 동안 파고 내려가 겨우 착지한 곳.
가장 먼저 테오를 반긴 것은 예상했던 대로 코를 찌르는 악취였다. 여기서 죽은 사람이라도 있던 걸까?
“뭐야! 카, 칼 들었잖아!”
“여, 역시! 성마교 광신도였어! 씨이바아알!”
“칼! 칼 내려놔! 당장!”
사람들은 테오를 반원 모양으로 에워싼 채 별 위협적이지도 않을 병장기 따위를 겨누고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 하며 덜덜 떨리는 병장기 끝이 오히려 테오에겐 애처롭게 보였다.
‘역시 당장 구조가 필요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테오는 우선 이들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겠다 싶어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바닥에다 꽂고 양손을 높이 들었다.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라그나르의 구조대입니다. 페링턴의 변을 듣고 급히 이곳을 찾아온 것입니다. 혹시 대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 계십니까?”
사람들은 섣불리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서로 간에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몇몇의 시선이 뒤쪽으로 돌아갔다. 누군가가 인파를 가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사람이 실질적인 수장이로군.’
로브를 깊숙하게 눌러쓴 노인이었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마법사님’이라 부른 사람이 바로 이 노인인 것 같았다.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얼굴 생김새는 정확하게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풍기는 마력향으로 보건대 절대 작지 않은 경지를 이뤘음을 알 수 있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노인의 뒤쪽으로 우르르 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가운데.
“어디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기수가문 따위가 라그나르를 사칭하나 싶었는데…… 설마 진짜 라그나르가, 그것도 명색이 소가주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왕림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군그래.”
노인이 고개를 들며 후드를 뒤로 젖힌 순간, 테오의 두 눈이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스, 스승님!!’
테오에게 <용의 심장>을 가르쳐주었던 전생의 인연.
무괴(武怪) 뉴위츠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곳에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