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3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31화(31/224)
개화식 (1)
그 시각.
테오는 눈앞에 계속 떠오르는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당신이 보인 활약상에 많은 사람들이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로베르 라그나르’가 당신을 예의주시합니다.] [‘오사 라그나르 프러너스’가 당신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어 합니다.] [‘율리우스 라그나르’가 당신에게 쏠리는 관심에 불만을 가집니다.] [운이 대폭 상승합니다.]‘운이 복구되니까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도 훨씬 순조로워졌어. 이번 개화식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유명해질 수 있겠어.’
테오는 자신이 여러 9룡들의 관심을 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즐거웠다.
그중 두 사람이 눈에 뗬다.
먼저 로베르 라그나르.
보기에는 평범한 이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흑룡의 숨겨진 ‘본명’이었다.
관객석에 없어서 다른 임무라도 나간 줄 알았는데.
어디 딴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이번 생애에는 정보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지만.
그래도 과거에 몸을 담갔었고, 흑룡의 애검이기도 했던 월백검을 자신이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괜히 눈길이 갔다.
‘물론, 두 번 다시 엮일 생각은 없지만.’
흑설과 연루되는 건 지난 생으로도 충분했다.
두 번째는 오사 프러너스였다.
북부제일검.
매화궁주로도 유명한 1부인의 본명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단다.
테오로서도 뜻밖의 반응이었다.
‘전생에서는 2년 뒤쯤인가, 3년 뒤쯤에 처음으로 두 명의 제자를 받았었지. 둘 다 대전쟁 기간 중에 전사했었고.’
지금 와서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당시 매화궁주의 제자들의 죽음에는 의심 가는 구석이 많았다.
어쩌면 자신처럼 후계자 다툼에 휘말려 암살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매화궁주의 제자들을 의식하는 이들이 적잖았으니까.
그만큼 1부인의 진전을 잇는다는 건, 라그나르의 정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으니.
그러니 만약 자신이 매화궁주의 제자가 된다면, 그런 위험에 같이 휩쓸릴 소지가 크다는 뜻이겠지.
그러나 카일도 인정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녀로부터 사사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기회인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계승권자로서의 입지도 크게 다질 수도 있다는 이점도 있지 않은가.
전부 일장일단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9룡의 인정보다도 테오가 가장 기쁜 건 따로 있었다.
[‘힐다 라그나르’가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바로 전전대 가주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
사실 이번 개화식에서 그가 가장 얻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힐다는 라그나르의 전설이었다.
그런 그녀의 흥미를 산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이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힐다가 가지고 있다는 가루다의 심장…… 그걸 얻을 수 있다면.’
라그나르의 용체(龍體)가 가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될 테지.
물론, 그만한 보상을 힐다가 그냥 내어주지는 않을 테지만.
테오는 힐다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앞으로 있을 2차, 3차 개화식에서도 계속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녀 쪽에서 먼저 어떻게든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만끽하면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동안.
“웰링턴 나르시오, 앞으로 나오도록!”
드디어 웰링턴의 호명이 이뤄졌다.
맨 마지막 순서였다.
테오는 천천히 단상 위를 오르는 웰링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인상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시험이 치러지고.
-허……!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난 거로군…….
-이번 기수는 정말 뭔가 달라도 다른 건가?
그가 남긴 흔적을 본 응시생들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테오 라그나르보다 약간 부족할 뿐, 그가 남긴 흔적도 다른 응시생들에 비해 압도적이었으니까.
“웰링턴 나르시오.”
심판관은 그걸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 외쳤다.
“합격!”
철컥!
웰링턴은 조용히 검을 검집에 밀어 넣으면서 단상을 내려왔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 * *
“지금부터 순위를 발표하겠다-!”
모든 시험이 끝난 뒤.
심판관을 바라보는 응시생들의 눈은 활활 불타올랐다.
몇몇은 ‘혹시?’하는 생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수석, 테오 라그나르!”
‘역시’라는 생각에 다들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아아……!
-결국 섬호가……!
-장미궁의 병신이 대체 무슨 수를 쓴 걸까? 대체 어떻게 저런 칼자국을 낼 수 있는 거냐고?
“다들 조용히 하도록! 지금부터 결과 발표에 방해를 하는 자에게는 불합격 처분을 내리겠다.”
단상 아래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테오 라그나르의 점수는 10점 만점이다. 기교, 마력, 제어, 속도, 그 어느 것 하나 군더더기가 없었다. 심지어 칼자국의 깊이까지도 ‘토르켈’ 공자가 기록한 것과 엇비슷해서 많은 시험관들이 놀랐었다.”
-허! 10점이라니!
-거기다 토, 토르켈 공자만큼이나 기록했다고……?
-말도 안 돼……!
-그만큼이나 대단했단 말이야?
-……흑색철기대(黑色鐵騎隊)가 발칵 뒤집히겠군.
이번 응시생들의 반응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토르켈 라그나르.
현재 차기 계승권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5대 후보’ 중에 한 명에 꼽히는 자였다.
재능만 따진다면 카일의 젊은 시절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알려진 자.
또한, 현재는 백갑용기대와 견준다는 흑색철기대의 대장이기도 했다.
그런 토르켈이 개화식에서 보였던 것과 맞먹는 성취라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테오를 바라보는 시험관들의 시선도 처음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비록 깊이가 거기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대단한 것은 사실인바. 자만하지 말고, 2차 개화식에서도 지금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테오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주변 응시생들은 이제 테오를 가장 경계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차석은 웰링턴 나르시오. 역시나 10점 만점이었으나, 아쉽게도 테오 라그나르에 비해 길이가 짧아 차석으로 분류하였다.”
두 번째 만점자의 등장.
관객석도 이제 더 이상 조용하지 못했다.
“3위는 악시온 라그나르. 4위는 레이 라그나르. 5위는 홀커스 랑케. 6위는……!”
합격 통보를 받은 응시생들은 환호를, 불합격에 분류된 응시생들은 무릎을 꿇고 좌절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뒤.
“2차 개화식은 사흘 뒤에 있을 예정이다. 그동안 장비를 점검하고 컨디션 관리에 유의하도록. 그럼 해산.”
심판관이 1차 개화식의 종료를 선언했다.
* * *
-어서 빨리 움직여라. 다른 놈들이 먼저 채가서는 안 된다. 서둘러!
난리가 났다.
십여 년 만에 나타난 만점자의 등장과 과거의 토르켈에 맞먹는 실력자의 출현.
당연히 여러 부대와 기관에서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고.
개화식의 종료 선언이 내려지자마자, 관객석에 있던 수많은 간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누군가는 먼 타지에 나가있는 수장에게 연락을 넣기 위해서.
또 누군가는 만점자들의 숨겨진 배후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 * *
“테오 공자님과 웰링턴 공자님의 계속된 수석과 차석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이제는 테오와 추종자들의 단골 가게가 되어버린 <나그네의 쉼터>.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훨씬 시끌벅적했다.
테오와 웰링턴이 1차 개화식의 수석과 차석을 휩쓸었기 때문이었다.
“캬! 1, 2등을 나란히 하신 것도 대단하신데, 두 분 다 나란히 만점이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고.”
“그러니까 정말 대단들 하시다니까.”
“이게 바로 우리 제4 연무장의 저력이다, 이 말이지!”
추종자들이 가장 고무된 점은 두 사람의 점수였다.
그 까다롭기 유명한 개화식의 심판관과 시험관들이 10점 만점을 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블린도 이 순간만큼은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다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네.’
테오는 빨대로 오렌지주스를 쪽쪽 빨아 마시면서 슬쩍 웰링턴을 돌아봤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나?’
1차 개화식부터 지금까지, 웰링턴은 열 마디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테오와 다른 사람들이 슬쩍 떠봐도 괜찮다고 짧게 대답만 할 뿐.
그 때문에 더 자세히 묻지 못했다.
결국 뒤풀이가 끝날 때까지, 웰링턴은 침묵만 지켰다.
“……테오 공자.”
그러다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웰링턴은 테오와 같이 밤길을 조용히 걷다 말고, 문득 그를 불렀다.
“우리는 친구지요?”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하지만 테오는 덤덤하게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웰링턴은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결 후련해진 얼굴로 말했다.
“고맙소. 덕분에 복잡했던 걸 전부 정리할 수 있었소. 그럼 내일 봅시다. 조심해서 들어가시오.”
테오는 웰링턴이 숙소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음 정리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잡념을 가지고 참여해도 될 만큼 2차 개화식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테니.
아주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험지가 바로 2차 시험장이었다.
‘게다가 겨울 산맥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것도 있고.’
그렇게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면서 테오도 동백궁으로 가려던 그때.
파앗-
테오는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일반검을 뽑아 반대 방향으로 휘둘렀다.
차아아앙!
순간, 맑은 쇳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흔들리면서 누군가가 밖으로 튕겨 나왔다.
설마 들킬지 몰랐다는 얼굴.
테오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여차하면 월백검을 뽑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자, 잠깐만 멈추시오!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오!”
“여태 내 뒤를 몰래 밟아놓고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헛소리를.”
테오가 콧방귀를 뀌면서 녀석의 목덜미 쪽으로 검을 내려치려는데, 녀석이 황급히 물러서면서 소리쳤다.
“정말이오! 내 정체를 입증할 수 있소!”
테오는 그제야 공격을 잠시 멈췄다.
“어휴……! 평상시에도 실력이 비슷한가 싶어서 확인하려 했던 건데. 두 번 했다간 내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소.”
“쓸데없는 말 말고. 정체를 입증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알겠소. 흠흠! 본인은 질풍검단 소속의 게츠비 요탄이라고 하오.”
녀석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보였다.
테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질풍검단. 라그나르가 자랑하는 타격 부대 중 한 곳이었다.
제법 실력 뛰어난 검사들이 모여 있는 곳.
특히 이곳의 단주 직에는 카일의 사촌 동생이 앉아 있어서 제법 입김도 센 편이었다.
게츠비도 이제야 테오가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본 부대의 단장님께서 이번 개화식에서 테오 공자님이 보인 활약을 마음에 들어 하시어 본인을 보내셨소.”
쉽게 말하자면, 스카웃을 하러 왔다는 의미였다.
‘입질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벌써 올 줄은 몰랐는데.’
테오는 속으로 혀를 찼다.
1차 개화식이 끝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참 빠르다 싶었다.
“해서 ‘특별히’ 테오 공자님이 원하신다면 본 부대에 입단할 자격시험을 볼 기회를 주겠노라고 말씀하시었소이다.”
그런데 내용이 어째 좀 이상하다.
“입단 제안이 아니라, 테스트를 보러 오라고?”
“그렇소. 질풍검단의 위명은 익히 공자께서도 들으셨을 터.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셔도 될 거요.”
게츠비는 자신 있었다.
테오가 곧 감사하다면서 눈물을 펑펑 터뜨릴 거라고.
‘흥! 별 거 없는 서자 나부랭이 따위에게 직접 단장님께서 건네신 제안이다. 당연히 엎드려서 받아들여도 모자랄 일이지.’
사실 질풍검단의 단장은 테오에게 입단 테스트를 운운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테오 쪽에서 단장직만 아니라면 무슨 조건을 걸어도 좋으니,
대신에 반드시 부대로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했었다.
하지만 게츠비는 그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수석을 차지했다지만, 기껏해야 1차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에 불과할 텐데.
벌써 그런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니 배알이 꼴렸던 것이다.
그래서 도중에 말을 바꿨다.
테오의 ‘주제’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그런데.
“파하하핫! 뭔 이런 병신 같은 게 다 있어? 업어가도 모자랄 판국에…… 뭐? 입단 테스트?”
“누구냐!”
게츠비는 자신을 비웃는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부, 불도깨비……?”
“흐응? 내가 누군지 알아봤으면서도 그딴 식으로 부른단 거지?”
“허업!”
게츠비는 황급히 양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골목에서 걸어 나오는 여인은 한쪽 귓볼에 치렁치렁한 귀걸이를 하고, 등에는 엄청난 크기의 검은 도끼칼을 매달고 있었다.
테오는 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 역시 그녀가 누군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도깨비’ 아이얀 소소리.
흑색철기대의 부대장이었다.
불같은 성격만큼이나 부딪치는 적들을 죄다 불 꼬챙이로 만든다는 존재.
그 악명은 라그나르에서도 아주 자자했다.
당연히 게츠비와는 비교할 깜냥이 되지 못했다.
“테오 라그나르 공자, 우리 대장은 저 머저리들과 다르게 당신을 흑색철기대의 대원으로 바로 초대하려고 하는데. 생각이 있으신지?”
게츠비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흑색철기대는 콧대가 너무 높아서 매년 개화식에서 한 명을 데려가면 많이 데려간다고 말할 정도로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그마저도 수습 기간을 최소 5년 이상을 가지고, 대부분 떨어뜨리기로도 악명이 자자했고.
그런데 처음부터 정식 대원으로 부른다고?
단 한 번도 없었던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나, 나, 나도 질풍검단에서 정식 단원으로 인정을 받는데 10년이 꼬박 걸렸는데 대체 어떻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난 건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스카우터들이 쏟아졌던 것이다.
“반갑소. 흑검단이라 하오. 3년 뒤 조장직을 걸고 테오 공자를……!”
“율법청입니다. 청장님께서 공자님께 직접 검술 지도를 해드리겠다고 약조를……!”
“보안국입니다. 이번 선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이룰 수 있게 원하는 지원을 모두……!”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어디서 새치기야! 줄 똑바로 안 서?”
“줄은 무슨 줄! 너나 서!”
“데려가는 사람이 임자지, 뭔 놈의……!”
나중에는 서로 테오를 데려가야겠다면서 멱살잡이까지 할 정도였으니.
게츠비는 순식간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
사람 한 명 때문에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여기 계속 있다간 큰일 나겠는데.’
한편, 테오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자리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가솔들이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곳에 내가 함부로 발을 들였다간 과욕이라며 지탄을 받기 십상이겠지만…… 그래도 인재의 환심을 사려면 그 정도 오욕은 감수해야겠지?」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아주 맑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만드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테오를 두고 다투던 사람들이 황급히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매, 매화궁주님……?”
“1부인께서 어째서 이런 곳에 직접 행차를……?”
저 먼 건물 지붕 위.
매화궁주가 달을 등진 채 우뚝 서서 아래를 굽어다보고 있었다.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로.
「무슨 일이긴. 너희들처럼 나 역시 테오 라그나르, 저 아이를 보기 위해 산보를 나왔지.」
“……!”
“……!”
“……!”
「그러니 미안하지만, 다들 내게 한 발씩 양보를 해주면 좋겠구나.」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