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3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32화(32/224)
개화식 (2)
‘백갑용기대장에게는 미안하게 되었군.’
매화궁주는 자신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스카우터들을 보면서 속으로 쓰게 웃었다.
율리우스가 신신당부했었다.
테오는 분명히 자신이 침 발랐으니 절대 눈독 들일 생각 말라고.
그것은 매화궁주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간부들에게 모두 내뱉은 ‘경고’였다.
물론, 그 경고를 제대로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흑색철기대까지 나설 줄은 몰랐거늘.’
대장 토르켈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하니 궁금해서 직접 부대장이 찾아온 듯했다.
평소 콧대 높던 저들로서는 저것만으로도 큰맘을 먹은 것일 테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이쪽은 무려 ‘9룡’이 직접 움직였는데.
‘인재의 마음을 정말 제대로 얻고 싶다면, 얼굴을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한 것도 없지.’
매화궁주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거기다…… 선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잠……!”
그때, 아이얀이 뭔가를 느꼈는지 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화아아악!
그보다 먼저 테오와 매화궁주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외부 세계와 유리(遊離)되었다.
한껏 느려진 세계의 시간 속에서.
오로지 테오와 매화궁주만이 이 세계에 남은 것 같았다.
‘유리 공간!’
테오는 말로만 듣던 매화궁주의 ‘시그니처’에 눈을 크게 떴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초인들만이 펼칠 수 있다는 기예는 테오에게 있어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매화궁주는 테오의 반응이 재미있던지 입술을 달싹이는 내내 웃고 있었다.
「방해꾼이 많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본론부터 이야기하마.」
본론?
테오는 말을 하고 싶어도 입술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아직 그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으므로.
「네가 사용하던 <용의 발톱>…… 가주와 백갑용기대장의 검을 ‘보고’ 따라 한 것일 테지?」
테오의 눈이 저절로 커졌고.
「나 역시 가주의 검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완성한 것이 있단다. 그걸 선물로 주마.」
“……!”
뜻하지 않은 기연에 주먹을 꽉 쥐었다.
「<하늘 꽃비>. 난 이것을 그렇게 부른다.」
그 순간, 유리 공간이 온통 붉은 매화꽃으로 만발했다.
‘이런 게 있구나……!’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리고 말았다.
여기저기에 무성하게 자란 매화나무와 거기서 자란 매화꽃들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매화궁주는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매화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채 한 손에는 붉은 검을 든 그녀의 자태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스르르-
매화궁주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매화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하게 떨어지는 붉은 꽃잎들.
매화궁주의 검은 아주 느릿하지만 다채로운 변화를 보였다.
꽃잎 사이사이로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다양한 크기의 원을 그려나갔다.
신기한 건 그럴 때마다 꽃잎들이 안으로 모였다가 퍼지기를 반복하면서 땅으로 떨어질 줄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마치 꽃잎들이 검무를 추는 매화궁주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보였으니.
테오도 여러 비전 검술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초식들을 접했었지만.
저게 정말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흐름이 그 속에 있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전부 한 호흡이야!’
단 한 번의 휘두르기에 최소 수십 개의 변화가 숨어 있었다.
12, 24, 36, 48…….
테오는 그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쫓았다.
그러다 120개의 변화, 120개의 원이 완성되었을 때.
파아앗!
매화궁주가 조용히 검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그리며 위로 샘솟았던 꽃잎들도 분수처럼 아름답게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부터 내리는 비 같았다.
‘하늘 꽃비……!’
어째서 저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보았니?」
매화궁주의 그윽한 시선이 다시 이쪽으로 향했다.
쿵쿵쿵쿵!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경이로운 뭔가를 봤을 때에 느끼는 두근거림.
「보았구나.」
매화궁주가 웃었다.
테오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의 검은 강렬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용의 숨결처럼. 모든 것을 불사른다. 반면에 백갑용기대장의 검은 맹렬해. 방해되는 것들을 찢어버린단다.」
테오는 율법청에서 맞섰던 카일의 검을 떠올렸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율리우스는?
빨랐다.
눈으로 쫓는 것도 아주 어려울 만큼.
마치 어느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과 달라. 수많은 변화를 담지. 이 안에 모든 것을 가두고 삼키려 한다. 내가 추구하는 용이란…… 그러하기 때문이란다.」
테오는 한 호흡에 담겨 있던 120개의 원과 초식을 떠올렸다.
그것을 모두 천천히 풀어내는 게 아니라, 빛살에 녹여 펼친다면.
어느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검술만 두고 본다면 가주님도 한수 접어야 할 북방 제일이라더니……!’
테오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럼 묻겠다. 네가 추구하는 용은 무엇이지?」
“……!”
그리고 매화궁주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추구하는 용.
그가 닿고자 하는 용의 형상이…… 뭐였지?
아니, 그런 게 있기는 있었나?
화아아악!
그 순간, 테오와 매화궁주를 둘러싸던 유리 공간이 무너지며 매화나무들이 모두 사라졌다.
테오는 지상에, 매화궁주는 지붕 위에 서 있었다.
테오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것들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던 것이다.
“매화궁주 님, 설마 ‘그걸’ 보여주신 겁니까……?”
다들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거릴 때, 아이얀만이 위화감을 깨닫고 인상을 굳혔다.
매화궁주는 웃어 보일 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대신에 테오만 들을 수 있도록 전음을 보냈다.
「조금 전 그것은 첫 번째 초식, <매화만발>이라고 한단다. 이것만으로도 2차 개화식에 앞서서 너에게 큰 도움이 될 테지.」
테오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고작 1초식에 불과하다면, 대체 이 뒤에 이어지는 초식들은 대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단 걸까?
「이 뒤를 좀 더 보고 싶다면…… 개화식이 끝나고 언제든 찾아오렴.」
후후…….
매화궁주는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났을 때처럼 다시 조용히 사라졌다.
테오는 그제야 미몽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큰 걸 받아버렸어.’
그는 사실 매화궁주에게 선을 댈 생각이 없었다.
전생에서 그녀의 제자들이 처하게 될 위협도 위협이고,
매화궁 안에서는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외부 활동도 자유롭고, 입지도 다지기 쉬운 백갑용기대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물론, 그냥 모른 척 입 싹 닦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기는 또 싫었다.
‘매화궁주 제자하면서 백갑용기대에 입대하는 건 안 되려나?’
혼자서 속 편한 생각을 하는 동안.
“매화궁주께서 직접 가르침을 주시다니……!”
“이래서는 우리 측 조건이 너무 약하게 보이잖아.”
“제기랄! 안 되겠어. 빨리 이 사실부터 본부에 알리고 다시 결재를 받아야겠어.”
“다시 찾아오겠다. 우리를 잊지 말아다오.”
스카우터들은 테오를 회유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바쁘게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아이얀만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면서 테오를 보다가 마지막으로 훌쩍 자리를 떴다.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빈 자리.
‘한 번…… 해볼까?’
테오는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것을 밖으로 한번 끄집어내 보고 싶었다.
스스스-
매화만발의 초식.
작은 원들이 연달아 그려지면서 꽃잎들이 나타날락 말락 했다.
다만, 그 꽃잎은 매화궁주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용의 발톱>이라는 이름처럼 여전히 날카롭되, 부드러움도 담고 있는 검초(劍抄).
그는 몇 번씩이나 매화궁주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
-네가 추구하는 용은 무엇이냐?
이 순간, 그는 삼매경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
한 여인이 어둠 속에서 그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켜주었다.
* * *
지난 사흘 동안, 동백궁 정문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테오가 1차 개화식에서 보인 활약은 물론, 매화궁주까지 욕심을 보였다는 소문이 확 퍼진 탓이었다.
-섬호가 아직 어디로 배속될지 정하지 않았다더라!
-몇 달 전에 백갑용기대에서 입대 제안을 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보아 용기사에는 관심이 없다더라!
-계승권에 관심이 있는 듯하니 배경이 되어줄 곳을 찾는 것 같더라!
테오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니, 여러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
질풍검단, 흑색철기대, 율법청, 중앙청…….
수많은 곳에서 사람과 선물을 보냈고,
하지만 그들 모두 테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2차 개화식에 대비해 우선 수련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저런 이유를 던지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나 있을까?
동백궁의 담을 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매파도 적잖게 있었다.
결국.
주인이 열어보지 않은 선물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가운데.
다그닥다그닥-
갑자기 정문 앞으로 거대한 크기의 팔륜 마차가 도착했다.
딱 보기에도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해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마차.
-저, 저게 뭐야?
-이번에는 또 어디서 왔…… 헉!
-바스크 공방! 바스크 공방이다!
-게다가 도철문(饕餮紋)까지……? 서, 설마!
소문의 주인공인 테오를 멀리서나마 구경하기 위해 동백궁 앞에 모여 있던 인파는 곧 경악에 빠졌다.
마차의 문에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악귀 형상 때문이었다.
도철문!
그것은 오늘날 바스크 공방을 최고의 야장 집단으로 탄생시킨 ‘마장’의 표식이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철커덕-
“후우-!”
도철문이 박힌 마차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희뿌연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졌다.
그리고 그 아래로 드러나는 길쭉한 각선미.
이어서 곰방대를 입에 문 여성 엘프가 마차에서 완전히 내린 순간, 좌중은 기겁하고 말았다.
예약 없이는 가주 카일 라그나르도 쉽게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마장 키르손이 나타났으니.
“빌어먹을 놈. 제깟 놈이 직접 찾아와도 모자랄 판국에 이 나이 많은 할미를 오라 가라 해?”
키르손은 영 못마땅하다는 투로 곰방대를 잘근잘근 씹다가, 괜히 죄없는 짐꾼들을 타박했다.
“어이, 거기! 물건 제대로 안 옮겨? 물건에 상처 나면 네가 배상이라도 할 거야? 네놈이 평생 일해서 갚아도 거기 칼자루에 박힌 장식품 하나조차 사지 못한다고!”
“조, 조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섯 명의 짐꾼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크기만 2미터가 훌쩍 넘는 목함을 조심히 옮겼다.
금색 비단으로 동여매어져 있을 뿐 아니라, 뚜껑에 박힌 도철문까지.
척 보기에도 귀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설마…… 마장이 섬호에게 선물을……?
-그것도 도철문의 보검이잖아!
-도철문의 보검……. 율법청장도 작년에 의뢰했다가 자격 없다고 퇴짜 맞았었다고 들었는데.
-와아……! 대체 두 사람, 무슨 사이인 거지?
인파들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끼이익!
사흘 내내 굳게 닫혀있던 동백궁의 문이 활짝 열렸다.
키르손이 성큼 그 안으로 들어섰다.
* * *
“정말이지…… 장삿속 하나는 참 대단하시군요.”
키르손은 동백궁에 들어서자마자, 세실리아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실 수 있는 거죠?”
“흥! 엄연히 무료로 하는 일인데, 이런 거라도 해야 제대로 홍보가 될 게 아니냐?”
키르손이 수많은 인파 앞에서 화려한 마차를 끌고 나타나 힘 좋은 장정들을 시켜 도철문의 목함을 들게 한 것은 전부 의도된 연출이었다.
앞으로 바스크 공방이 동백궁을 지원하게 되었으니 다른 공방은 누구도 눈독 들이지 말라는 경고.
그리고 테오 라그나르는 마장의 검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광고를 노린 연출.
아마 지금쯤이면 윈터러 바닥에 소문이 쫙 깔렸을 것이다.
‘쿠헬헬헬! 그게 다 돈이 얼마냐! 앞으로 윈터러는 이 키르손의 손바닥 위에 있다 이거야!’
물론, 키르손은 그런 기쁜 속내를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양녀에게 시달릴 게 분명했으므로.
“그건 어디까지나 불량품에 대한…… 하아! 됐습니다. 계속 입씨름을 해봤자 제 입만 아프죠. 그보다 물건은요?”
“아주 완벽하지.”
세실리아의 눈이 순간 빛났다.
키르손은 돈을 밝힐지언정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자평할 정도라면.
품질은 절대 낮지 않을 것이다.
키르손이 목함의 뚜껑을 어서 열라며 비서에게 턱짓을 했고.
딸칵!
목함의 뚜껑이 활짝 열린 순간.
“이럴…… 수가……!”
세실리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연거푸 감탄사만 내뱉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